외환위기, 다시 올 수 있다

근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글로벌 증시가 요동치면서 미국이 불경기로 들어간다는 말들이 무성하다. 불경기는 경제 순환의 정상적인 주기일 뿐 정작 중요한 것은 미국보다도 우리의 일이다.우리 경제가 2005년을 고비로 이미 대단히 위험한 상황으로 접어들었다는 사실을 모두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세상은 60년을 하나의 기본 순환 주기로 운행하는 바, 우리의 국운이 상승을 시작한 것은 1964 갑진(甲辰)년부터였다. 제3공화국이 그 출발점이다.1964년부터 1994년까지 30년이 봄과 여름이었고, 2009년 가을을 보내고 겨울을 맞이하며 그 겨울은 2024년이 되어야 끝이 난다. 물론 길게 보면 그 또한 자연스러운 세상의 순환이지만, 그 속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보통 문제가 아닌 것이다.특히 겨울이 시작된 후 3년이 지난 2012 임진(壬辰)년에 우리가 어떨지 무척 걱정스럽다. 겨울 추위가 본격화되는 시기인지라.외환위기라는 말을 꺼냈는데 정말이지 지긋지긋한 경험이었던 이 말을 왜 다시 꺼내드는가. 무려 2600억 달러의 외화를 쌓아놓고 있는 우리가 말이다.하지만 그중에서 대략 1000억 달러 정도는 단기 외채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우리가 가진 외환은 1600억 달러 정도가 된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이 정도 외환보유액이면 충분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그런데 우리 증시의 외국인 시가 비중은 33% 정도이고, 이를 달러로 환산하면 대략 4000억 달러 규모가 된다. 만일 외국인들이 일시에 이른바 ‘셀 코리아(Sell Korea)’를 하면 그 정도의 외환이 해외로 유출될 것이다. 그 결과 우리 경제는 즉각적으로 부도 사태를 맞이할 것이다. 결국 외국인들이 우리 증시에서 일시적으로 이탈할 가능성이 없는가 하는 문제로 귀착된다. 앞으로 우리 경제가 외국인들이 우리 증시에서 대거 이탈하게 될 배경을 제공한다면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그럴 수 있는 원인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간단히 말하면 우리 경제는 2004년까지는 해마다 300억 달러 정도의 무역수지 흑자를 유지하다가 그 이후 해외여행과 유학 송금 등으로 거의 사라져버렸고 최근에는 유가 인상으로 사실상 경상수지가 균형을 잡고 있다.그런데 앞으로 2~3년 이내에 미국 불경기와 올림픽 이후 중국이 조정을 보이는 과정에서 우리 수출이 10%만 줄어들어도 연간 300억~400억 달러의 경상수지 적자를 보일 것이다. 이런 추세가 3년 이상 간다고 추정되는 순간, 증시는 급격히 하락할 것이고 아울러 외국인들이 일시에 그간의 장기 투자를 접고 떠나면 바로 국가 부도 사태를 맞게 될 것이다.일반적으로 다른 나라 증시의 외국인 비중이 28%라고 하니 우리 역시 외국인들이 팔아봤자 33%에서 5% 정도를 매도하겠지 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28% 평균으로 맞춘다는 것은 법과 같은 강제 규정이 아니다.그 나라 경제가 그럭저럭 건전하다고 할 때 그 수준을 유지한다는 것이지, 연간 무역적자가 커지고 국내 경기가 디플레이션으로 간다면 누가 주식을 들고 있을 것인가. 사는 것이 자유이듯이 팔고 떠나는 것 역시 자유인 것이다. 외환보유액이 많다고 위기관리가 끝난 것은 아니다. 우리 경제는 외국인들이 일시에 주식을 팔고 떠나면 바로 외환위기가 발발하는 대단히 취약한 구조를 안고 있고, 그런 사태는 우리 무역이 약간만 위축돼도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우리는 2005년부터 지금까지 골프다, 관광이다 해서 지나치게 낭비 일변도로 달려왔다. 게다가 유학 송금도 만만치 않으니 지난 어려움을 벌써 다 잊고 놀이에 열중하는 철모르는 아이 꼴이 아닌가 싶다.김태규명리학자고려대 법대 졸업새빛인베스트먼트 고문프레시안 고정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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