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작 그림 피해 줄이는 10가지 방법

난해부터 미술 시장이 급격하게 활황세를 타면서 자연스럽게 미술품 감정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작품 값이 치솟고 그림이 돈이 되면 될수록 인기 작가의 화풍이나 인기 작품을 모사한 위작이 등장한다. 대부분의 경우 약간의 주의를 기울이면 진위를 손쉽게 판별할 수 있지만, 간혹 전문가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로 정교한 가품이 나타나기도 한다.요즘은 다시 국내 작가 중 최고가를 기록한 박수근 화백의 ‘빨래터’가 세간의 화제다. 이 작품은 국내 최초 최고의 경매사라는 타이틀이 뒤따르는 서울옥션을 통해 세상에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작 의심이 제기됐다. 물론 두 차례에 걸친 감정을 통해 진품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상대는 승복하지 않고 있다. 요지는 신뢰할 만한 감정인과 객관적인 방법으로 다시 공개 감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하게 제기된 문제는 ‘과학 감정’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형편상, 혹은 작품 제작 연대상 과학 감정으로의 접근에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많다. 또한 작품(특히 회화의 경우)은 작가 개인의 감성이 묻어난 결과물이기 때문에 전반적인 화풍을 감안한 ‘안목 감정’이 우선돼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미술 애호가들이 선호하는 작고 작가의 작품은 대개 값이 비싸다. 귀하다고 소문난 작품일수록 은밀하게 거래되는 경향이 많다. 아무도 모르는 귀중한 작품을 얻을 수 있다면 마다할 이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함정일 수 있다. 많은 사람이 공유하지 못한다는 것은 결국 상대적인 위험 부담도 높다는 얘기다. 작고 작가의 작품은 나중에 피치 못할 사정으로 문제 제기가 일어났을 때 얼마나 신속하고 합리적인 후속 조치가 가능한가 하는 점이 중요하다. 이 때문에 가급적 신뢰할 만한 공개된 경로로 구입하는 것이 좋다.대부분의 작가는 시기에 따라 차별화된 화풍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유학 시절이라든가, 고향에 머무르는 기간, 청년기와 장년기, 결혼이나 사별한 기간 등 감성적으로 크게 자극받은 일정 기간은 작품의 성향에 큰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특히 청년에서 노년에 이르는 물리적이고 생리적인 시간의 흐름은 가장 지속적인 변화 과정을 거친다. 따라서 구입한 작품이 그 작가의 어느 시기에 해당하는가를 알아둔다면 작품에서 얻는 감동의 수위 또한 더욱 깊고 높아질 것이다.많은 작품들이 위작 시비에 휘말리는 것은 바로 출처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작가는 전시를 통해 작품을 판매하는 예가 많다. 이때 전시를 기념한 도록(카탈로그)을 출간한다. 만약 구입한 작품이 그 작가의 어떤 특별한 전시나 행사에 출품했던 것이고, 마침 그 작품이 기념 출판물에도 수록됐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혹여 벌어질지 모르는 진위 문제에도 미리 대처하게 되는 셈이다. 전시 도록이 아니더라도 일반 단행본이나 매체에 등장한 예도 무방하다.아무리 인기가 높은 작가라도 그 작가의 모든 작품이 인기가 높은 것은 아니다. 일반 애호가들은 안정성을 우선하기 때문에 이미 다른 이들에게 인기를 얻은 작품 성향에 따르고 싶은 것이 자연스러운 게 생리다. 그래서 팔리는 작품만 계속 팔려나간다. 아무도 갖고 있지 않은 작품을 자신이 가졌다면 말할 나위도 없겠지만 다른 이와 유사하다고 해서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얼마나 완성도가 높은 수작인가 하는 점이 관건이다.겉보기에 같아 보이는 작품이라도 사용한 재료에 따라 보관법은 다르다. 흔히 캔버스에 유화물감이나 아크릴 물감 아니면 혼합 재료를 사용한 예가 많다. 화선지엔 먹이나 분채안료, 천연 석채 등을 사용한다. 이는 그 바탕 재질과 물감 재질의 궁합이 잘 맞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성인 아크릴 물감 위에 유성인 유화물감을 덧칠하는 것은 안정적이나, 유화 위에 아크릴 물감을 칠하면 불안정하다. 이는 수성과 유성의 성질을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쉽다. 또한 일반 화선지에 유화물감처럼 유성 재료를 입힐 경우에도 불안정하다. 이를 위해선 반드시 그것을 고착시킬 수 있도록 별도의 바탕 처리를 해야 한다.오래된 작품은 후에 별도로 수리하는 예가 종종 있다. 수리는 작품 보존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지만, 간혹 고유 화풍마저 변화시킬 정도로 불필요하게 수리한 경우도 있다. 또 한국화의 경우 작가가 생전에 낙관을 하지 않은 것을 소장자가 후에 낙관을 첨가하는 예가 있다. 이런 후낙관은 차후 새로운 소장자들에게 혼선을 야기하는 매우 부적절한 행위다. 서양화의 경우 적지 않은 작가는 시기별로 다른 서명과 스타일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같은 이중섭 화백의 그림이라도 초창기엔 ‘둥섭(ㄷㅜㅇㅅㅓㅂ)’, 중반기 이후엔 ‘중섭(ㅈㅜㅇㅅㅓㅂ)’으로 서명 표기 형식이 달랐다. 이외에 작품 후면에 별도의 표기는 있는지, 액자는 별다른 특이 사항이 있는지 등을 살피는 것이 좋다.작고 작가의 작품은 주로 경매나 대형 화랑을 중심으로 유통되고 있다. 작품을 구입할 때 작품의 컨디션을 살피는 것은 기본이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 작품의 이전 소유자 혹은 소장처를 알아두면 좋다. 간혹 같은 수준의 작품이라면 누가 소장했었는가에 따라 가치가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소장자 기록 못지않게 중요한 점은 작품이 부각된 이전 자료를 모아두는 것이다. 위작 시비처럼 부정적인 사연이 아니라면 작품이 많은 이에게 알려지고 회자되는 것은 긍정적이다. 그만큼 대중의 인지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간혹 특별한 테마의 기획전에 소장품을 출품해 달라는 의뢰를 받을 수 있다. 그럴 경우엔 전시 성격이나 대외 인지도, 반향 등을 고려해 긍정적인 판단이 설 경우 출품하는 것이 좋다. 이는 작품에 새로운 이력을 덧붙이는 작업이다. 생존 작가가 저명한 화랑에서 초대전을 많이 가졌다면 그에 대한 평가도 높아지듯, 비록 작가 없이 작품뿐이지만 어떤 전시에 선보이는가에 따라 경제적 가치가 달라지게 마련이다.아무리 유념해도 진위가 의심스러운 작품을 구매할 수 있다. 판매자 또한 본의 아니게 그런 작품을 권하게 될 수 있다. 일단 작품의 진위가 문제시 되면 약간의 돈이 들더라도 공인된 기관에 감정을 의뢰하는 것이 좋다. 감정료는 현재 작고 작가인 경우 50만 원 내외로 책정돼 있다. 일각에서는 미술품 감정에 관해 다양한 의견을 보인다. 모름지기 의심스러운 작품은 공인된 기관에 의뢰하는 것이 순서다.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 동국대 사회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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