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 대한 사랑, 그림같은 집으로 승화

년 3월 어느 날 아버지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를 듣는다. 신입생 환영 MT를 다녀오겠다던 맏아들이 사고를 당한 것이다. “더 이상 살 가망이 없다”는 의사의 말에 아버지는 그만 억장이 무너졌다. 평소 속이라도 썩였으면 덜 했건만, 그렇게 말 잘 듣던 착한 아들을 이렇게 떠나보낼 수는 없었다. 단 하루라도 살 수만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다.그렇게 아버지는 매일 기도하는 심정으로 병상에 누워 있는 아들을 지켜봐야만 했다. 하늘도 감동한 것일까. 오래 살기 힘들 것이라던 아들은 손가락과 입이나마 움직이면서 삶을 이어갔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했다. 그러나 반신불수인 아들에게 도시에서의 삶은 녹록하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아들을 편하게 할 수 있을까.’ 그때 아버지의 머릿속에는 36년 전 훗날 아들에게 멋진 소나무 숲을 만들어 주겠다며 사두었던 충남 홍성의 땅이 떠올랐다. 매해 식목일만 되면 아껴둔 비상금을 톡톡 털어 사들인 나무를 심는 것이 그동안의 낙이었다.아버지는 서울 생활을 모두 정리하고 아들을 위한 정원을 만들어 주기 위해 낙향했다. 그렇게 가꾸기 시작한 정원은 이제 9만9174㎡(옛 약 3만 평) 정도의 거대한 수목원으로 변신했고 아들은 비록 침대에서나마 사시사철 변화하는 꽃과 나무들을 지켜보며 흐뭇해했다. 아버지의 사랑이 만든 정원을 바라보며 말이다. 아버지의 자식 사랑을 보며 아들은 다시금 삶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다. 입에 붓을 든 것도 아버지에 대한 사랑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아버지가 만든 정원의 아름다움을 캔버스에 담아내기 시작했다.“삶이 쓰러져가며/ 절망할 수밖에 없었지만/ 아버지의 땅에 내린/ 약속의 씨앗이/ 불을 밝힐 때/ 입술에 붙잡힌 붓이/ 거친 호흡을 삭이며/ 아버지의 나무를 키우기 시작했다 (중략) 사막이 우글거리던 영혼에/ 아버지의 손이 쥐어지고/ 더 큰 화폭에 빠져들면서/ 영혼에서 흘러나오는 떨림으로/ 오아시스를 만들어/ 새 길을 내었고/숱한 사람들에게/ 꺼지지 않는 빛을 뿌려/ 그림이 있는 정원을 밝히고 있다”(구필화가 임형재의 시 ‘그림이 있는 정원’ 중에서)충남 홍성의 수목원 ‘그림이 있는 정원’은 이렇게 탄생했다. 아들에 대한 사랑으로 시작한 아버지의 사랑은 실로 엄청난 일을 만들어 냈다. 그림이 있는 정원의 임진호 사장에게 이 수목원은 자신의 부성애를 몸으로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나이 40이 넘게 시작한 조림 사업이 만만치 않았지만 그는 이를 악물고 나무를 하나 둘씩 심어갔다. 산을 뒤덮고 있던 아카시아와 칡넝쿨 등 잡목을 뽑아내는 것은 물론 2~3톤가량 되는 돌을 사 모아 정원 여기저기로 옮겨다 놨다. 심었다 뽑았다, 여기저기로 옮기기를 수차례….“나중에 아이가 크면 조경 사업을 시키려고 나무를 사 모았는데 이렇게나마 쓸 수 있다는 것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네요.”처음에는 조그마한 정원을 가꿔 주리라 시작한 것이 어느새 9만9174㎡ 부지에 목본류 460여 종, 초본류 870여 종을 갖춘 대형 수목원으로 탈바꿈했다. 아들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려고 시작한 그의 수고는 아름다움 수목원으로 결실을 보았다. 그리고 수목원 한쪽에는 아들을 위한 미술관도 마련했다. 이 수목원은 홍성은 물론 충남의 대표적인 민간 수목원으로 유명해져 진귀한 꽃과 나무를 보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임 사장은 지금도 수목원을 손수 가꾼다. 풀 한 포기, 돌 하나도 다 자식 같이 애지중지 살핀다. 아들이 손수 휠체어로 수목원 곳곳을 다닐 수 있게 계단도 없앴고 높은 구릉지는 깎아 평지로 만들었다.그러나 요즘 임 사장의 마음은 편치 못하다. 구필화가로 활동하던 아들이 요즘 몸이 편치 않아 수년째 병석에서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심은 소나무에서 영감을 얻어 자연의 생동감을 표현하던 때로만 돌릴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하늘이 소원 하나를 들어주겠다면 어떤 것을 말하겠는가”라고 묻자 당연하다는 듯 “그날 MT를 못 가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어릴 때부터 너무 착한 아이였는데…. 재활 운동마저 못하고 저렇게 병석에 누워 있으니 마음이 더 아프네요. 어서 다시 일어나 휠체어 타고 수목원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으면 좋겠어요.” 어느새 임 사장의 눈가가 촉촉해졌다.요즘 그는 국내 최초의 별장식 전원주택을 자신의 수목원 내에 지으려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그가 준비 중인 수목원 빌리지는 산림청으로부터 정식 인가를 받아 수목원 내에 지어지는 국내 최초의 주택이다.9917㎡(옛 3000평)에 총 14채가 지어지며 이를 위해 임 사장은 샘플하우스 4채를 지어 분양 고객을 모집하고 있다. 나머지 10채는 분양자의 뜻에 따라 짓는다. 임 사장은 이 집을 국내 최고의 별장형 전원주택으로 만들기 위해 용평 보광휘닉스파크 스키리조트를 설계한 유건 시상건축 대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서린동 SK 신사옥을 설계한 정명원 홍익대 교수, 일본 오키나와 ‘구시카와 오키드센터’를 설계한 유현준 홍익대 교수 등에게 설계를 맡겼으며 내·외부 자재도 최고급을 사용했다. 496~760㎡(옛 150~320평)의 대지면적에 건축면적은 198~264㎡(옛 60~80평). 분양가는 가구당 9억~15억 원선이다.서해안고속도로 광천IC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다. 서울에서 출발할 경우 2시간 정도 소요되는 거리다. 분양자에게는 수목원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태안비치CC 로열회원권도 보너스로 제공할 계획이다. 이 빌리지에는 수영장, 미술관, 야외음악당, 카페 등이 마련돼 있고 추가로 피트니스센터, 골프 퍼팅장, 세미나 룸 등을 건립할 계획이다. 또 철저한 보안 시스템을 갖추는 한편 별장 소유자들만 이용하는 입출구도 별도로 마련된다.“6만여 그루의 나무와 꽃이 심어져 있는 수목원을 내 집 정원처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최고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수목원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가급적 최고급으로 지었습니다. 북적거리는 도시를 떠나 한적한 시골에서 나무와 꽃을 보며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이 집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지요.”글 송창섭· 사진 이승재 기자 realsong@money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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