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능력 탁월…코스닥 가치주로 두각

반도체·TFT-LCD 식각액 전문 업체 테크노세미켐

크노세미켐(대표 정지완)은 반도체 웨이퍼 및 TFT-LCD(초박막 액정표시장치) 패널의 세정에 사용되는 식각액(etchant) 등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식각액은 반도체와 LCD 공정에서 나오는 여러 불순물을 제거하고 수평도를 높여 제품 성능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정보기술(IT) 장비 생산에서 꼭 필요한 핵심 물질이다. 1986년 ‘테크노무역상사’란 이름으로 출발한 테크노세미켐은 1990년대 후반 그동안 수입에 의존해 왔던 식각액을 국내 최초로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끊임없는 연구개발((R&D)을 통해 동종 업계의 선도적인 업체로 우뚝 섰다. 테크노세미켐은 현재 MC솔루션과 나노비전을 비롯한 제조업 부문 7개 계열사와 나우아이비 등 금융 관련 관계사 4개 등 총 11개 자회사를 거느린 일종의 지주회사 형태를 띠고 있다.테크노세미켐의 가장 큰 장점은 제품 라인과 주요 고객사가 매우 다양하다는 점이다. 이는 이 회사가 반도체와 TFT-LCD용 식각액을 비롯해 반도체 식각 재료와 화학기상증착장비(CVD) 공정 재료, 광섬유 제조용 재료 등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식각액 부문에선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국내 글로벌 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이 분야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무려 90%에 달한다. LCD 분야 역시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가 주요 고객사이며 국내 시장점유율은 40%로 독보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다. 2001년 독일 머크사와의 전략적 제휴로 진출한 2차 전지용 전해액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03년부터는 자체 브랜드를 내걸고 독자적으로 사업에 나서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최근엔 신규 품목의 끊임없는 발굴을 통해 수익원 다각화에 힘을 쓰고 있다. 우선 원가 절감과 환경 보호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는 폐식각액 재활용 설비 사업에 진출했다. 폐식각액 재생 설비는 폐식각액으로부터 인산을 추출해 내는 공정이다. 노트북과 휴대폰에 사용되는 LCD용 기판유리(Thin Glass) 사업도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매출이 가시화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 LCD 모니터에 전량 납품되고 있다. 특히 LCD 패널 제작의 핵심 재료인 유기재료 시장에 주목, 지난 7월 일본 미쓰비시 화학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레진블랙레지스트와 컬러레지스트, 포토스페이서 등 각종 LCD용 유기재료 생산 작업을 추진 중이다.LCD용 광학필름인 ‘프리즘시트’ 시장에도 출사표를 던졌다는 점 또한 주목할 만하다. 테크노세미켐은 지난 8월 광학필름 제조업체인 나노비전에 50억 원을 출자해 지분 51.4%를 확보하고 계열사로 편입했다. 프리즘시트는 LCD 패널의 밝기를 높여주는 고부가가치 광학필름으로 올해 전 세계 시장 규모가 1조1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테크노세미켐의 고속 성장은 바로 꾸준한 R&D에 기인하고 있다. 이 회사는 매년 전체 매출의 약 7%를 R&D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중소기업으로는 드물게 경기도 성남과 충남 공주에 전문 연구소를 2개나 갖고 있다. 또 2003년부터 ‘6시그마 운동’을 시작했으며 2004년에는 ‘6시그마 우수기업’에 선정됐다. 이런 노력 덕분에 불량률을 크게 낮춰 업계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정지완 대표는 “신규 아이템 발굴과 지속적인 원가 경쟁력 구축을 통해 ‘최첨단 종합 전자 재료 업체’로서 성장해 나갈 목표를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이런 테크노세미켐의 지난해 영업 실적은 매출 1416억 원, 영업이익 316억 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46.4%, 77.5% 급증했다. 부채 비율도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머무르는 등 사실상 무차입 경영을 실현하고 있다.하지만 이 회사는 올 들어 큰 시련을 겪기도 했다. 지난 2분기에 LCD 식각액 공장에서 두 차례의 화재 폭발 사고가 발생해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올 3분기 테크노세미켐의 영업이익은 7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감소했다. 지난 7월 3만2000원대였던 주가는 11월 중반 현재 2만 원대 초반을 기록하며 넉 달 만에 약 53% 떨어졌다.비록 올해 실적은 부진하지만 테크노세미켐에 대한 증권가의 호평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도연 삼성증권 연구원은 “생산 라인의 사고와 주요 제품의 단가 인하로 인해 3분기에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실적을 냈지만 3분기를 저점으로 빠른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며 투자 의견 ‘매수 유지’와 목표 주가 3만3000원을 제시했다. 우준식 동양종합금융증권 연구원은 테크노세미켐의 목표 주가를 기존 3만6000원에서 3만1000원으로 낮췄지만 매수 의견은 유지했다. 우 연구원은 “각 사업 부문의 실적 개선 추세는 여전히 유효하며 4분기 중 LCD 식각액 사업 부문이 다시 정상화돼 시장점유율이 재차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단기적인 이익률 하락보다 기업 가치의 불변과 절대 영업이익의 증가에 더 의미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송명석 CJ투자증권 연구원은 테크노세미켐에 대한 커버리지를 재개하며 투자 의견 ‘매수’, 목표 주가 3만2000원을 내놓았다. 송 연구원은 “테크노세미켐의 매출은 1997년부터 2006년까지 매년 지속적으로 성장해 왔지만 올해는 2분기 화재 사건의 영향으로 지난해보다 실적이 주춤할 듯하다”며 테크노세미켐의 올해 예상 매출을 작년보다 40% 증가한 1698억 원, 영업이익은 3% 줄어든 308억 원으로 잡았다. 또 “올 4분기엔 기존 사업의 점진적 매출 증가세 지속과 더불어 신규 사업인 LCD 유기재료 부문의 수익 가시화와 함께 다시 실적 호조세로 접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테크노세미켐은 최근 대우증권으로부터 ‘워런 버핏이 투자할 만한 코스닥 가치주’로 꼽히며 시장의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0월 25일 세계적인 투자가 워런 버핏이 내한해 국내 증시에 ‘버핏 열풍’이 불었을 때 대우증권은 ‘버핏이 투자할 만한 코스닥 종목 7개사(황금에스티 신성델타테크 삼영엠텍 테크노세미켐 KCC건설 티에스엠텍 성우하이텍)’의 하나로 꼽았다. 정근해 대우증권 연구원은 “버핏이 변동성이 크고 시가총액이 작은 코스닥 시장에 투자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의 투자 원칙에 맞는 코스닥 기업을 찾는 일은 매우 의미 있고 실제로 그런 회사들이 존재한다”고 말했었다.정 대표는 “예기치 못한 악재로 인해 2~3분기 실적이 주춤했지만 생산 설비 정상화에 최선을 다해 내년에 반드시 턴어라운드에 성공할 것”이라며 “국내 IT 재료 시장의 신개척자가 되겠다는 목표로 새롭게 일어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테크노세미켐이 코스닥 시장의 진정한 진주로 남게 될지 기대된다.이미아 한국경제신문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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