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 등 신흥시장 여전히 매력적 변동성 커진 점 유념, 분산 또 분산해야

년은 명실상부한 ‘중국 펀드의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올 한 해 중국은 선진국 증시와는 차별화된 초강세를 보이며 글로벌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투자자들의 자금은 역시 중국에 집중되는 양상이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중국 펀드에 무려 12조5800억 원이 몰렸다. 이 밖에 브릭스 펀드에 4조600억 원, 아시아 펀드에 2조3700억 원, 중남미 펀드에 2조600억 원 등이 유입됐다.전체 해외 펀드 중 중국 펀드의 점유율은 40%를 넘어섰으며 브릭스 펀드 15%, 아시아 펀드 10%, 글로벌 펀드 6%, 중남미 펀드 5% 순으로 나타났다.이에 따라 거품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 B지수(외국인 전용)는 10월 말 기준으로 연초 대비 192.45%나 올랐다. 국내 중국 펀드가 많이 투자하고 있는 홍콩 H주 지수 역시 94.21%나 상승했다. 중국보다는 못하지만 인도 역시 43.89% 올랐으며 브라질도 46.87%를 기록했다. 국내외 주가 상승 등으로 이미 우수한 성과를 올린 펀드 투자자의 기대감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지만 다른 일면에서는 불안감 역시 확대되고 있다. 주가의 적정성 정도를 나타내는 주가수익률(PER)이나 주가순자산배율(PBR) 등의 지표가 이미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블룸버그에 따르면 10월 기준으로 중국 상하이 B지수의 평균 PER는 112.79배, PBR는 5.47배로 나타났으며 홍콩 시장 역시 PER와 PBR가 각각 31.53배, 5.52배에 이르고 있다. PER란 주가를 1주당 연간 세후 이익금으로, PBR는 주가를 1주당 순자산으로 각각 나누어 산출한 수치인데 이 배율들이 높으면 기업들의 이익이나 자산에 비해 주가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미국 시장(S&P500)의 경우 PER와 PBR가 각각 18.21배, 2.94배이며 지수 2000 돌파로 고평가 논란이 벌어진 우리나라는 16.6배, 1.98배 수준이다. 물론 중국 증시의 경우 가파른 경제 성장 등이 지속되면서 PER와 PBR가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지표로만 본다면 상당히 높은 수준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이다.이러한 상황에서 2008년 글로벌 주식시장과 해외 펀드 투자의 주된 관심은 지난 2006년과 2007년 동안 이어진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아시아 경제 성장과 주가 상승이 계속될 것인가 하는 점일 것이다.이를 내다보기 위해서는 세계 경제 큰 흐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주식시장은 단기적으로 얼마든지 상승과 하락을 반복한다는 점에서 사실 주가의 향방에 대한 논의는 큰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이보다는 세계 경제의 큰 흐름을 내다보기 위해 △소비 시장의 역할을 하는 미국과 유럽 등의 선진국 지역 △ 저렴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하는 생산의 중심축인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 △ 세계의 공장에 원자재를 공급하는 자원축인 러시아와 중동 그리고 브라질 등의 남미지역으로 나눠 볼 필요가 있다.최근 몇 년 동안 세계 경제가 고성장을 하게 된 것은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의 경제 개발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직접 투자와 높은 기술이 신흥국에 유입되고 이것이 저렴한 노동력과 결합되면서 생산성의 빠른 상승으로 이어졌다. 중국은 엄청난 수출로 막대한 무역 흑자를 쌓아왔다.신흥국에서 생산한 저가의 상품이 전 세계 시장으로 퍼져가면서 글로벌 차원에서 물가가 안정되고 저금리에 따른 경기 호황이 가능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전 세계적 유동성 확대와 부동산 등의 자산 가격 급등이 다시 소비 수요 확대로 이어지면서 고성장을 뒷받침하게 된 것이다.1980년부터 2000년까지 이어졌던 주가 상승과 그 뒤 부동산 가격 급등에 힘입어 미국은 무역 적자와 재정 적자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먹고 입고 썼다. 급격히 증가한 생산을 위한 석유와 구리 등을 공급하는 남미와 러시아, 중동 등의 국가들은 치솟는 원자재 가격을 타고 큰돈을 벌어들였다.결국 거대한 3개의 경제권이 마치 톱니바퀴처럼 잘 물려가면서 각자의 영역에서 높은 성장을 한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세계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의 이면에서 가계부채 급증과 자산 가격의 버블 형성이라는 부작용이 싹트기 시작했다. 최근 미국의 부동산 경기 침체와 그에 따른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문제는 이러한 부작용의 결과가 나타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관심 있게 봐야 할 것은 미국이라는 거대한 소비 시장의 둔화를 중국과 인도 등이 보완해 나갈 것이라는 점이다. 결국 세계 경제를 이끌어 왔던 동력이 미국에서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아시아 지역으로 얼마나 유연하게 이전되느냐가 2008년 세계 경제의 핵심 변수다.이러한 ‘지각 변동기’를 지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단기적으로 주식이나 채권 등의 자산 가격 급변동은 피할 수 없는 과정이라는 견해도 대두되고 있다. 여러 가지 예상치 못했던 변수에 의해 얼마든지 급등과 급락이 거듭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까지 주가가 과거에 비해 상당히 올랐다는 점에서 급변동의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이러한 점에서 성공적인 2008년 해외 펀드 투자를 위해서는 몇 가지 원칙을 지켜야 할 것이다. 첫째, 적어도 5년 이상을 내다보는 장기 투자의 자세가 반드시 필요하다. 단기적인 시장 상황을 좇다가는 자칫 투자 실패에 이르기 쉽다. 잠깐 ‘먹고 나오겠다’는 전략의 위험성은 결코 낮지 않다.둘째, 분산 투자의 자세가 필요하다. 지각변동의 영향으로 단기적으로 주가가 오를지 떨어질지, 국내 주식시장이 좋을지 혹은 해외 시장이 좋을지, 또 아시아 시장이 좋을지 유럽 시장이 좋을지 한 치 앞도 예측하기가 어렵다. 알 수 없는 시장의 향방을 알려고 하기보다는 여러 스타일, 지역의 펀드로 나눠 투자하는 것이 현명한 대처 방법이다.2007년 상반기 단기적인 예측에 의존해 중국 펀드를 해지하고 일본 펀드 등으로 갈아탔다가 실패한 투자자가 적지 않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어느 누구도 어떤 국가의 주가가 상승할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결국 연필은 한 자루만 있을 때 쉽게 부러질 수 있지만 여러 자루가 있으면 쉽게 부러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 군데 ‘몰빵’ 투자하기보다는 여러 펀드로 나눠 투자해야 한다.민주영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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