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적 선율이 전하는 전율의 카타르시스, 이탈리아 본고장 오페라 ‘Aida’
입력 2007-11-20 10:26:31
수정 2007-11-20 10:26:31
바람이 불어 옷깃을 여미게 되는 요즘. 점차 어둠이 길어지고 일조량이 줄면서 세로토닌 분비량이 적어져 우울감이 갈수록 커져간다. 바로 이때 오페라의 깊은 매력은 마음을 묵직하게 울리는 좋은 치료제가 될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시기엔 유난히 좋은 오페라 작품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온다. 국내외 가릴 것 없다. 서로 다른 버전의 ‘라 트라비아타’를 비교 감상하는 것도 재미있고, ‘낙소스 섬의 아리아드네’나 ‘맥베드’ ‘가면무도회’ 스페인어 버전처럼 그동안 국내에서 만나기 어려웠던 작품을 접하는 것도 좋다. 또, 예술의 전당이 직접 기획하고 야외 오페라 ‘투란도트’를 지휘했던 카를로 팔레스키가 지휘봉을 잡은 ‘카르멘’도 추천할 만하다. 이렇게 멋진 오페라 공연 레퍼토리의 정점을 찍는 공연은 과연 무얼까. 시간적으로 마지막을 장식하게 될 베르디 오페라 ‘아이다’가 그것이다.11월 23일부터 27일까지 축전을 방불케 하는 무대를 보여줄 오페라 ‘아이다’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로마극장 초청공연으로 한국을 찾는다. 세계적인 테너 니콜라 마르티누치, 이레네 체르본치니, 알프레도 자나초 등이 출연하는 대작으로 홍콩의 중국 반환 10주년을 기념하는 중국 한국 일본 등 3국 투어 무대다. 이탈리아 로마극장 프로덕션인 이 공연의 연출은 로마극장의 마우리지오 마티아가 맡을 예정이다.로마극장은 로마의 유서 깊은 전통을 계승하는 오페라하우스다. 19세기 초엽부터 과거 로마를 삼등분했던 발레 극장, 아르헨티나 극장, 아폴로 극장의 세 극장이 통합돼 만들어진 극장이다. 이곳에서 베르디의 ‘오텔로’와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가 초연됐고, 세 극장이 통합된 후엔 1900년 푸치니의 ‘토스카’가 초연됐다. 1928년 재개관하면서 정부의 지원을 받아 이름이 ‘왕립 오페라 극장(Teatro Reale dell’Opera)’이 됐고, 나중에는 명실 공히 지금의 ‘오페라 극장(Teatro dell’Opera)’으로 자리 잡았다. 제1차 세계대전 후 이곳은 잔도나이, 볼프 페라리, 레스피기, 알파노, 말피에로 등의 20세기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작곡가들의 무대가 됐으며 지금 이탈리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극장 중 하나다.이집트의 이국적 정취 속에 펼쳐지는 장중한 서사시인 오페라 ‘아이다’는 희생과 용기, 사랑과 애국심 사이에서 뒤틀어진 비극적 사랑을 보여준다. 애초에 이 공연은 1896년 수에즈 운하 개통을 기념해 카이로에 신축된 가극장의 개관식을 위해 작곡한 축전용 오페라였다. 그러나 오페라의 내용은 베르디답게 주역 두 사람이 이승에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죽어서 맺어진다는 어두운 비극이다.첫 번째 장면으로 등장하는 멤피스 왕궁의 대응접실. 에티오피아와의 전쟁에서 지휘관이 된 라다메스가 승리한 후 그 보상으로 이집트 공주의 노예로 잡혀 있는 에티오피아의 공주 아이다와의 결혼을 요구하리라 마음먹는다. 라다메스를 사랑하는 이집트 공주 암네리스는 승전을 기원하고, 아이다 역시 조국과 사랑사이에서 자신의 처지를 괴로워하는 아리아 ‘이기고 돌아오라’를 부른다. 붉게 타오르는 불의 제단 앞에서 무녀들이 신에게 바치는 춤을 추는 불의 신 신전 안. 람피스가 등장해 승리의 신이 내린 검을 라다메스에게 건네주고, 둘은 무운을 빌며 장엄한 기도를 올린다. 암네리스의 방에서 암네리스는 아이다를 떠보기 위해 라다메스가 전사했다고 거짓말을 하고, 아이다의 표정을 살피며 자신의 예측이 맞았음을 깨닫는다. 아이다가 에티오피아의 공주임을 알지 못하는 암네리스는 신분의 차이를 들먹이며 아이다에게 호통을 치고, 멀리서 들려오는 개선의 팡파르를 들으며 아이다에게 화를 내고 물러간다. 화려한 개선 행진이 시작되고 이집트 국왕은 승전하고 돌아온 라다메스를 칭송한다. 라다메스의 요구대로 다른 포로들은 석방되지만 사제들의 반대로 아이다와 아이다의 아버지 아모나스로는 인질로 억류된다. 왕은 라다메스에게 공주인 암네리스와 결혼할 것을 명한다.나일 강변, 이시스 신전 앞. 에티오피아 왕 아모나스로는 그의 딸 아이다에게 이집트의 군사 정보를 라다메스를 통해 염탐하도록 강요한다. 라다메스는 사랑 때문에 정보를 누설하게 되고, 그 장면을 우연히 목격한 암네리스는 경비병을 부른다. 라다메스는 아이다와 그녀의 아버지를 도망시키고 자진하여 검을 바친 뒤 체포된다. 암네리스는 아이다를 단념하면 살려주겠다고 회유하지만 이미 죽음을 결심한 라다메스는 그녀의 요청을 거절하고 끝내 재판에서 돌무덤에 산채로 묻히는 사형 판결을 받는다. 밀폐된 돌무덤에 갇힌 라다메스는 그보다 먼저 돌무덤 속에 들어와 있는 아이다를 만나게 된다. 라다메스는 말리지만 아이다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죽음을 각오하고, 둘은 천국에서 맺어지기를 바라며 죽음이 다가오기를 조용히 기다린다.잘 짜인 비극적 스토리와 역량 있는 성악가들의 수준 높은 무대가 어우러져 폭발하는 감성을 뒷받침해 줄 화려한 오페라의 정점 ‘아이다’. 베르디의 거장다움을 느낄 수 있는 장대한 카타르시스를 나 자신에게 선물해 보는 건 어떨까.공연 일정 : 2007년 11월 23(금)~27일(화) (26일 월요일 휴연) 평일 19:30 / 토요일 19:30 / 일요일 16:00공연 장소 :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문의 : (02)3476-6224~5김지연 기자 jykim@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