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20분 운동이 ‘최고의 보약’

리베이터 리모컨 자가용 컴퓨터 퀵서비스 백화점 인터넷 음주의 공통점은 운동할 기회를 좀먹는 공범이라는 것이다. 30대 중반만 넘으면 지방간을 호소하고 배는 불룩한데 다리는 가는 가분수형 인간이 늘어나고 있다. 젊은 나이에 운동 기능이 퇴조해 버려 직장 체육대회만 열리면 부상이 속출한다. 가히 병리적 사회현상이다.장수는 혈관의 건강에 좌우된다. 세포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고 이산화탄소와 노폐물을 되돌려 받아 배출하는 혈관이 망가지면 끝장이다. 혈관 내피세포에 기름기와 칼슘, 면역세포 찌꺼기가 덕지덕지 붙으면 고혈압과 당뇨병이 오고 급기야 심장병 뇌졸중에 빠지게 된다. 운동은 혈관을 청소한다. 운동으로 체온이 잠깐 2∼3도 오르는 사이 차창에 서린 습기가 열선에 의해 날아가는 것처럼 혈관 벽에 붙어 있던 노폐물이 녹아 나온다.운동은 심폐 능력을 향상시켜 피로를 덜 느끼게 한다. 달리기 수영 등으로 심장 혈관 폐를 단련하면 심장이 한 번 수축할 때 훨씬 많은 혈액과 산소를 각 세포에 보낼 수 있어 평소에는 심폐를 살살 가동해도 문제가 없다. 그래서 장시간 서 있거나 집중적인 업무를 볼 때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보다 피로를 덜 타는 ‘생활 지구력’을 갖추게 된다.운동은 혈압 혈당 혈중지질을 정상화해 성인병을 개선한다. 최근에는 간염증지수까지 낮춘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근골격을 튼튼하게 하므로 골다공증 퇴행성관절염 낙상 등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정신적인 활력을 불어넣는 데도 운동이 최고다. 운동할 때 분비되는 각성 호르몬은 집중력 기억력을 고양하고, 엔도르핀은 행복감으로 우울증과 불면증을 극복할 수 있게 한다. 침울했던 사람은 운동으로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다. 찰스 디킨슨은 “걸어라, 그러면 행복해질 것이다”라고 했다.또 하나의 장점은 운동이 가장 배우기 쉽고 값싼 건강 개선 수단이라는 것이다. 운동화만 있다면 당장 학교 운동장에서 달리기를 할 수 있다. 요가나 명상처럼 배우는 데 지루하지 않고 돈이 들지 않는다. 물론 폼을 잡고 운동 효과를 높이려면 헬스클럽 같은 곳을 다녀야 하지만 말이다.어떻게 운동할 것인가. 매일 한다면 20분 이상이면 충분하고 1주에 3∼4일 하려면 40분은 해야 한다. 달리기 수영 같은 유산소운동과 중량들기 같은 무산소운동이 병행돼야 한다. 골프나 등산처럼 고작 주1회 하는 운동으로는 약하다. 운동할 때에는 고될 정도로 체력의 한계점을 넘어서는 순간이 반드시 있어야 효과를 본다. 골프나 가사 노동처럼 밋밋한 운동은 피로할 뿐 심폐 기능을 크게 향상시키지 못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자. 나이가 들면 주로 유산소운동만 하고 근력 운동을 부담스러워하지만 근육이 튼튼한 사람은 피부가 덜 늙고 혈당이 급상승하는 법이 없다.“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기력이 쇠한 노인이라도 몸을 움직이면 근력은 강해지고 관절의 가동성은 넓어지며 혈관은 튼튼해지게 돼 있다. 아프다고 자꾸 침상에 누우려 들면 결국 ‘와상 폐인’이 되고 만다. 젊어서 조금이라도 몸이 덜 굳었을 때부터 움직여야 한다.정종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rumb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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