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은 주식…삼성테크윈
내 디지털카메라와 캠코더 시장을 일본산 제품들이 석권했던 것은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다. 디지털카메라를 구입하려는 소비자는 대부분 소니와 캐논 올림푸스와 같은 제품을 찾는 게 일반적이었다. 삼성 케녹스 같은 국산 제품은 왠지 품질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고, 싸구려 이미지도 강했다. 당연히 시장점유율에서도 일본산 제품들이 압도적이었다.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디지털카메라를 새로 구입하는 사람들 상당수가 삼성 제품을 구입하고 있다. 품질이나 디자인 기능 등에서 전혀 손색이 없다는 것을 널리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이는 시장점유율 증가에서 확인된다. 삼성 디지털카메라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2005년 19.0%에서 2006년 29.9%, 2007년 상반기 31.1%로 매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디지털카메라 구입자 3명 중 한 사람은 삼성 카메라를 찾고 있는 셈이다. 반면 2006년 기준 소니와 캐논 제품의 점유율은 각각 19.3%, 15.6%로 삼성 제품에 한참 뒤처졌다.삼성 카메라의 이 같은 고성장은 바로 삼성테크윈의 위상 변화를 단적으로 입증해 보이고 있다. 삼성테크윈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삼성의 정보기술(IT) 계열사 중 그저 그런 계열사 중 하나였다. 맏형 격인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삼성SDI가 브라운관 고속 성장에 힘입어 한창 잘나갈 때에도 삼성테크윈은 그늘에 가려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룹 내 인사에서도 언제나 후순위로 밀리기가 일쑤였다. 이는 주식시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삼성전자와 삼성SDI 주가가 고공 행진을 벌이고 있을 때 삼성테크윈 주가는 줄곧 바닥을 벗어나지 못했다.그러나 지금은 상전벽해처럼 달라졌다. 주력인 디지털카메라 고성장에 힘입어 삼성 내 IT 계열사 중 성장성이 가장 돋보이는 기업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에너지 로봇 등 신규로 추진 중인 사업 전망도 밝아 미래 사업에 대한 고민이 많은 삼성그룹 내에서 미래가 걱정이 안 되는 기업이 됐다. 삼성테크윈의 위상 변화는 최근 한 인사에서 단적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핵심 사업부 중 하나인 디지털미디어 사업부의 수장인 박종우 사장이 삼성테크윈 광디지털시스템사업부 사장으로 발령이 난 것이다. 이는 삼성테크윈의 디지털카메라 사업을 과거 애니콜과 같은 세계적인 일류 브랜드로 육성하려는 삼성그룹의 강한 의지가 묻어난 인사라는 평가였다.삼성테크윈의 위상 변화는 주식시장에서도 그대로 반영됐다. 올 들어서만 삼성테크윈 주가는 연초 최저가 대비 150% 이상 급등하며 삼성 그룹주 전체를 통틀어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더욱이 이 같은 주가 급등에도 불구하고 애널리스트들의 투자 의견은 여전히 온통 매수 일색이다.오히려 목표 주가를 더욱 올리는 분위기다. 일부 전문가들은 “삼성의 애니콜 신화가 삼성테크윈에서 재현되고 있다”며 장기 성장 스토리가 우수한 점을 감안하면 지금 주가도 매우 싸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삼성테크윈의 투자 포인트는 무엇이고 주가 전망은 어떤지 등을 하나씩 분석해 보자.삼성테크윈의 첫 번째 투자 포인트는 바로 ‘성장성이 돋보이는 옐로칩의 선두주자’라는 점이다. 우선 매출 수준이 유사한 국내 다른 업체들과 비교할 경우 삼성테크윈은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이나 매출 성장률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이 추정한 결과에 따르면 2007년 예상 매출액이 3조 원에서 10조 원 사이인 21개 기업들의 2008년, 2009년, 2010년 매출 성장률은 각각 12.7%, 12.0%, 9.9%로 예상되는 데 비해 삼성테크윈 매출 성장률은 35.2%, 27.7%, 19.7%로 전망됐다.또 21개 기업들의 2007년 기준 향후 3년간 EPS 증가율은 18.0%인 데 비해 삼성테크윈의 향후 3년간 EPS 증가율은 무려 40.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사업 부문별로 보면, 먼저 주력인 디지털카메라 부문의 고성장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삼성테크윈의 세계 디지털카메라 시장점유율은 빠른 속도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05년 3.8%에 불과하던 것이 2006년에는 7.8%로 세계 5위권으로 뛰어오른데 이어 2007년에는 11%로 일본 캐논과 소니에 이어 세계 톱3 업체로 부상할 것이 확실시된다. 2008년과 2009년 시장점유율도 14%, 16%로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삼성테크윈은 지난 8월 1일 공시를 통해 디지털카메라 사업에서 삼성전자와 포괄적 협력을 통한 조기 일류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최근의 상승 추세대로라면 2010년까지 세계 1등 업체로 등극하겠다는 그룹 차원의 전략은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 밖에 카메라 모듈과 반도체 부품, 방산 등 다른 사업 부문도 안정적인 수주를 바탕으로 장기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기존 사업부문의 탄탄한 성장성 못지않게 미래 핵심 수종 사업들을 다수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삼성테크윈의 장기 성장 가능성을 밝게 해주는 강력한 매력 포인트다. 디지털 광학 등 첨단 기술과 항공기 엔진 등 기계 기술을 모두 보유한 삼성테크윈은 다가오는 신재생에너지 시대와 지능형 로봇 시대의 대표적인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파워 시스템 사업부의 분산형 발전 시스템은 가스터빈 기술을 활용하는 고효율 친환경 에너지 기술로 삼성테크윈의 차세대 주력 사업 중 하나로 부상할 전망이다. 만약 이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삼성테크윈은 삼성그룹 내에서 에너지 사업을 전개하는 유일한 업체로 프리미엄을 인정받을 수 있다. 로봇 사업 전망도 좋다.로봇 사업은 삼성그룹 차원의 중장기 미래 수종 사업 중 하나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만약 이것이 현실화될 경우 관련 기술을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는 삼성테크윈이 그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회사는 칩마운터 등 반도체 시스템 사업을 통해 첨단 제어 기술을, 또 광디지털 사업을 통해 인식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삼성테크윈의 또 다른 투자 포인트는 다가오는 2008년과 2009년이 사상 최고의 해가 될 것이란 점이다. 이는 실제 주가에 강력한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주가 급등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애널리스트들이 목표 주가를 올리는 것도 이 같은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전문가들은 2008년 디지털카메라 출하량은 올해 대비 43.7% 증가하고 폰 카메라 모듈 출하량도 63.3% 증가하는 등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방산 부문도 2008년 하반기 예정된 대규모 수주로 2009년 예상 매출액이 2008년 예상 매출액보다 72.3%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도 2008년에는 7.4%로 증가해 동종 업종 내 최고 이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박영주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성장률뿐만 아니라 수익성 면에서도 향후 2년간은 최고 호황기를 구가할 것”이라며 “이는 핵심 부품의 자체 제작에 따른 원가 절감과 폰카메라 모듈의 고부가가치화, 반도체 부품 부문의 가동률 상승 등이 한데 맞물려 가능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자회사로부터 얻는 지분법 평가익이 2006년을 저점으로 지속적인 증가 추세로 돌아설 것이란 점도 주가의 상승 촉매로 작용할 전망이다.삼성테크윈은 현재 규모가 큰 지분법 평가 대상 자회사 둘을 거느리고 있다. 지분율 26.5%의 자회사인 삼성종합화학과 21%의 자회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다.삼성종합화학은 삼성그룹 내에서 이익 성장성이 가장 돋보이는 계열사로 꼽히는 삼성토탈의 지분 50%를 보유한 지주회사다. 재무 구조도 우량해 순차입금 비율이 2006년 말 기준 마이너스 3%이며, 지난 2년간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9%, 배당 성향은 평균 52%에 달했다. 또 과거 적자 기업이던 KAI는 2006년 무상 감자와 출자 전환, 유상 증자 등 구조조정을 거치며 재무 구조가 개선돼 빠른 속도로 실적이 좋아지고 있어 삼성테크윈의 효자 기업으로 탈바꿈할 것으로 보인다.삼성테크윈은 지난해 KAI의 대규모 적자로 인해 325억 원의 지분법 평가 손실을 냈다. 하지만 KAI가 올 들어 영업 흑자로 돌아섬에 따라 적어도 연간 기준으로 570억 원가량의 지분법 평가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이뿐만 아니라 2007년은 삼성테크윈 창사 이후 처음으로 이자 수익이 이자 비용을 추월하는 첫해가 될 것이란 점도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사는 최근 수년간 지속된 실적 개선과 구조조정 덕분에 이미 지난 2006년 말 기준 순현금 상태로 진입했고, 2007년에는 21억 원가량의 순이자수익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현금흐름 및 배당 전망도 우수하다. 삼성테크윈은 2007년 설비 투자 및 운전 자본 증가로 현금흐름이 950억 원 수준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후 설비 투자 수요가 많지 않다는 점과 실적 개선 가능성을 감안할 때 현금흐름이 꾸준히 증가세로 반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금흐름이 좋아짐에 따라 당연히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등의 형태로 주주 가치 증대를 위해 쓰이는 금액도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정종태 한국경제신문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