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위축 타개 위해 투자 영역 다각화

츠(REITs)와 더불어 국내 부동산 시장을 좌우하는 큰손은 단연 외국계 투자자들이다. 10월 말 현재 외국인이 보유한 서울 시내 대형 빌딩은 65개에 달한다. 광화문 파이낸스센터와 강남 파이낸스센터(옛 스타타워) 등 랜드마크 빌딩의 상당수가 이들의 소유다. 대표적인 외국계 투자사로는 싱가포르 투자청(GIC), 도이치뱅크, 모건스탠리, 론스타, 알리안츠 등이 꼽힌다.이 중 미국계 사모 펀드인 론스타는 상업용 부동산 투자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 이 회사는 지난 2001년 국내 최대 오피스 빌딩인 강남 파이낸스센터를 사들여 2004년 12월 GIC에 매각, 2000억 원이 넘는 차익(세전)을 거뒀다. 2003년 4월에는 1476억 원에 극동건설을 인수한 후 상장 폐지했다. 이후 극동빌딩을 1583억 원에 처분, 사옥 처분만으로 가뿐히 ‘투자원금+α’를 챙겼다. 론스타의 놀라운 ‘수완’은 외국계 펀드들의 국내 오피스 시장 진출을 촉진하는 계기가 됐다.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금융의 영향력은 날로 확대되고 있다. 금융과 부동산이 접목되면서 개별 부동산이 금융상품(펀드)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2007년 10월 현재 국내에 설정된 부동산 펀드는 191개. 펀드 규모는 무려 6조4000억 원에 이른다. 이 중 사모 펀드는 155개에 3조9770억 원으로 절반이 훨씬 넘는다. 특히 사모 부동산 펀드의 성장세는 가히 폭발적이다. 2005년 1월 9개(설정액 2400억 원)에 불과했으나 3년이 채 지나지 않아 무려 16배 이상으로 급성장했다.하지만 사모 부동산 펀드의 영역이 다소 제한적이어서 부동산 경기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 올해 초 기준으로 2004년 6월 이후 설정됐던 사모 부동산 펀드 현황을 살펴보면 업역 편중이 심한 편이다. 이 기간 개발 사업에 투자한 사모 부동산 펀드는 2개에 지나지 않았고 규모도 413억 원에 그쳤다. 오피스 빌딩이나 상업용 부동산을 매입, 임대 수익과 시세 차익을 노리는 사모 부동산 펀드도 35개, 9232억 원선이었다. 대신 아파트 상가 등 개발 사업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단기 자금을 제공하고 확정 수익을 가져가는 PF 대출형 사모 펀드는 101개, 2조3711억 원을 차지했다. PF 대출자금을 PF-ABS 등으로 재유동화하는 사모 특별 자산 펀드의 경우도 96건 2조5646억 원에 달했다. 한마디로 그동안 사모 부동산 펀드는 시장의 붐에 편승, 리스크가 거의 없는 PF 대출과 관련 상품에 치중한 셈이다.올 들어서는 이 같은 사모 부동산 펀드의 ‘편식’이 다소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원인은 아이로니컬하게도 부동산 시장의 침체 국면. 주로 주택 시장으로 대변되는 국내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각종 아파트 개발 사업에 제동이 걸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말 현재 미분양 주택은 전국적으로 9만6584가구. 이는 1998년(10만2701가구) 이후 9년 만의 최대 규모다. 설상가상으로 분양가 상한제와 청약 가점제 시행 등의 여파로 분양 시장 침체가 더욱 심화돼 지방은 물론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도 아파트 청약률이 ‘0%’로 추락하고 있다.이에 따라 사모 부동산 펀드들도 시장 위축을 타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이전보다 다양한 영역 개척에 나서고 있다. 하반기 들어 가장 눈에 띄는 펀드는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인 다올부동산자산운용이 운용 중인 펀드들이다. 다올부동산자산운용은 지난 4월 전국 최대의 아파트 미분양을 기록 중인 부산·경남지역을 겨냥한 360억 원 규모의 사모 부동산 펀드인 ‘다올뉴리더 부산부곡동 사모부동산투자신탁7호’를 내놨다. 미분양 아파트를 담보자산으로 해 시행사에 자금을 대출하고, 향후 미분양 아파트의 분양 수입금과 임대 보증금, 대출 이자 등으로 투자금을 회수하는 구조다.사모와 공모를 통틀어 미분양 아파트를 대상으로 한 펀드는 처음이어서 국내 부동산 펀드 시장의 이정표를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올부동산자산운용은 최근 서울 명동의 주차 빌딩을 매입해 운용하는 ‘다올뉴리더 명동사모부동산투자신탁13호’를 선보이기도 했다.KTB자산운용, 동부자산운용, 메리츠종합금융, SH자산운용 등 자산운용사들도 실물 투자를 점차 늘리고 있다. KTB자산운용은 ‘KTB칸피던스사모부동산’ 시리즈를 통해 중소 규모 오피스 빌딩과 상가를 매입, 운용 중이다. ‘KTB칸피던스사모부동산24호’는 180억 원으로 서울 노량진 JH빌딩과 서울 제기동 경동유니온빌딩을 사들였다. ‘KTB칸피던스사모부동산26호’는 30억 원을 들여 부산에 있는 오피스 빌딩을 매입했다. CJ자산운용도 서울 서초동 소재 동인빌딩을 펀드 자산으로 편입한 ‘CJ베리타스사모부동산1호’를 기반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SH자산운용도 ‘SH캐피탈사모부동산펀드’ 시리즈를 통해 아파트 상가 오피스 빌딩 등 실물 투자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이 회사는 설정액 140억 원 규모의 ‘SH캐피탈사모부동산5호’를 통해 현재 분당신도시에 건축 중인 오피스 빌딩을 매입하고 있다. 총 매입가 1400억 원 중 계약금만 지출된 상태다.주로 아파트 사업에 자금을 대출해 주던 사모 PF 대출 펀드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오피스 쇼핑시설 주상복합 아파트 등이 동시에 들어서는 복합 개발 사업에서 사모 PF 대출 펀드의 활력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 분야에서는 동양투신운용이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동양투신운용은 지난 7월 서울 서초동 남부터미널 재건축 사업에 투자하는 ‘동양 남부터미널 사모부동산펀드1·2호’를 내놨다. 이 펀드들은 현재 지상으로 된 남부터미널을 지하 6층으로 재건축한 뒤 지상에는 42층 규모의 주상복합 시설을 건설하는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설정액은 1153억 원 규모다. 재건축이 끝나면 남부터미널은 백화점, 할인점, 영화관, 오피스 등으로 바뀐다.사모 부동산 펀드의 영역이 예전보다는 다양화되고 있지만 부동산 경기 위축이 장기화되면 그 역할도 제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더욱이 국내외 주식시장이 상당 기간 활황을 보임에 따라 부동산 시장 쪽으로 유입되는 시중 자금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이 경우 부동산 사모 펀드 시장의 주요 고객(출자자)인 보험 은행 등 기관투자가들도 부동산 시장에서는 자금 운용의 포트폴리오 측면에서만 접근하는 소극적인 자세를 견지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늘고 있는 해외 부동산 투자도 국내 사모 부동산 펀드에는 악재다. 실제로 KTB자산운용, SH자산운용, 다올부동산자산운용 등 부동산 펀드 시장의 선두주자들은 수익률이 떨어지는 국내 부동산 펀드 상품 개발보다는 사업 다변화와 수익률 제고를 위해 잇따라 사모 형태의 해외 부동산 펀드를 출시하고 있다.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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