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진 에미레이트항공 한국 지사장 인터뷰
울 중구 다동에 있는 에미레이트항공의 한국 지사 사무실. 낙타와 사막, 그리고 현대식 고층 건물이 빼곡히 프린트된 빨간 넥타이를 착용한 이상진 지사장이 환하게 웃으며 반긴다. 에미레이트의 본사가 위치한 두바이를 상징하기 위해 특별 제작한 넥타이라고 했다. 두바이에 인생 2막을 ‘올인’한 남자. 이 지사장은 올 10월에 또 하나의 특별한 이벤트로 고객 감동을 실천하겠다고 선언했다.“오는 10월 28일부터 에미레이트항공을 이용해 서울과 두바이를 오가는 승객들은 놀라운 체험을 하게 될 겁니다. 현재 하늘을 날고 있는 비행기 기종 중 가장 진보한 모델인 보잉 777-300ER와 777-200LR 기종을 도입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죠. 이 비행기의 퍼스트 클래스는 호텔의 스위트룸을 그대로 옮겨놓은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좌석 하나에 들어간 비용이 무려 12만 달러입니다.”아파트 한 채 가격의 퍼스트 클래스라니, 설명을 듣지 않더라도 감이 온다. ‘슈퍼 럭셔리’를 지향하는 에미레이트의 신기종에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요즘 들어 퍼스트 클래스의 좌석 점유율이 낮아지자 대부분의 항공사들이 이코노미석과 비즈니스석의 2등급 체제로 가는 편이다. 하지만 에미레이트는 VIP 마케팅에 더욱 공을 들이겠다는 의미에서 좌석 3등급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아니, 강화하고 있다고 해야 맞다. VIP 승객들의 선호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에미레이트항공이 한국에 첫 취항한 지 지난 5월로 2주년을 넘겼다. 그 사이 에미레이트항공의 국내 입지는 VIP들과 비즈니스맨 사이에서 굳건해졌다. 로컬 마켓 상황을 잘 이해하고 타깃 마케팅을 감행한 이 지사장의 공이 크다.이 지사장은 노스웨스트 항공사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해 올해로 항공 업계에서만 25년째를 맞은 베테랑 항공 맨이다. 2001년 인천국제공항이 개항하면서 인천공항 지점장으로 개항 프로젝트를 총괄했고 다음해 노스웨스트항공 부산 신규 취항 시 부산지점장 및 공항지점장 업무를 수행하는 등 화물, 여객, 세일즈, 마케팅, 승무원 교육 및 항공기 정비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이런 경력을 인정받아 이례적으로 외국 항공사의 한국인 지사장으로 임명됐다.“에미레이트는 2년 전 한국 시장에 첫발을 들여놓으면서 한국인 지사장을 찾기 위해 구인 광고를 냈었습니다. 평소 에미레이트항공의 발전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있었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지원했죠. 최종 면접을 위해 생애 처음으로 두바이에 발을 디뎠던 때를 아직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충격 그 자체였죠. 지구상에서 가장 다이내믹한 도시를 맞닥뜨린 기분, 표현의 한계를 느낄 정도였습니다. 그때 제겐 두바이가 운명처럼 다가왔죠.”두바이 본사에서 그를 임용하기 직전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한국에서의 마케팅, 세일즈를 어떻게 할 생각인가?” “말할 수 없다. 그건 비밀이다. 당신들이 날 뽑지 않으면 히든카드를 보여준 나만 손해 아닌가?” 그는 한국으로 돌아온 직후, 초대 한국지사장에 임용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의 인생 2막은 이렇게 시작됐다.그렇다면 그의 히든카드, 차별화된 한국 마케팅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우선 바쁜 비즈니스맨들을 위해 최적의 항공 스케줄을 짰다. 매일 두바이 공항에서 오전 3시에 출발해 같은 날 오후 4시 45분에 인천공항에 도착하고 같은날 인천공항에서 오후 11시 10분 출발, 두바이에 오전 5시 10분 도착하는 스케줄로 남다른 배려를 보인 것. 이 지사장은 “한국인 승객들이 하루 일정을 모두 마치고 인천에서 출발, 두바이에 아침 일찍 도착해 충분하게 업무와 관광을 즐길 수 있도록 비행 스케줄을 구성했다”며 “에미레이트항공을 이용해 유럽 아프리카 뉴욕 등 세계 주요 국가와 도시로 이동하려는 한국인 승객들에게 최적의 연계 서비스를 제공해 새로운 비즈니스 여행의 전형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서비스의 질과 언어적인 문제 때문에 한국인 승무원을 선호하는 VIP 승객들을 배려한 점도 돋보인다. “에미레이트항공에는 500여 명의 한국인 승무원이 있습니다. 서울~두바이 노선에는 매 편마다 최소 3명의 한국인 승무원이 탑승하고 있죠. 한국인 승객을 위해 김치 미역국 된장국 고추장 등을 기내식으로 내놓고 있으며 두바이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항공편에도 김치를 준비합니다. 국내 항공사도 못하는 서비스를 우리는 하고 있습니다.” 이미 1997년부터 한국인 승무원을 뽑을 만큼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는 것이 이 지사장의 설명이다.이런 현지화 전략을 통해 에미레이트항공은 취항 첫 해 인천~두바이 노선에서 평균 탑승률 80%를 상회하는 기록을 달성했다. 또한 중동과 한국 간의 관광 및 비즈니스 교역 증가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아랍어도 모르고 시작한 일이 벌써 2년 반째 접어들고 있네요. 그동안 에미레이트항공 한국지사는 지난 2005년 신규 취항지 중 가장 성공적인 영업 실적을 기록한 지사로 선정되기도 하는 등 고성장을 기록했습니다. 잘되고 있기 때문에 최고급 비행기도 배치해 준 것이죠.(웃음) 지금까지 한국에 두바이와 에미레이트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데 주력해 왔다면, 이제는 도약의 시기를 갖게 될 것입니다. 앞으로 5년 후엔 국제선에서 가장 큰 항공사로 발돋움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한국 에어라인의 전설로 남고 싶은 욕심, 꼭 이루겠습니다.”인터뷰가 끝난 후, 기자는 비행기를 선물로 받았다. 럭셔리 항공사라 통도 크다고 생각했다. 물론 모형 비행기지만. 책상 한쪽에서 막 이륙할 것 같은 모양새의 에미레이트 A380기를 보고 있자니, 에미레이트항공이 곧 드높은 비상을 하게 되리라는 예감이 들었다.이상진1983년 단국대학교 전자공학과 졸업1984년 노스웨스트 항공 여객운송부서 입사.2002년 노스웨스트 항공 부산 지점장글 김지연·사진 이승재 기자 jykim@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