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탕 삶에서 피워낸 기적같은 성공 그녀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입력 2007-08-27 16:11:24
수정 2007-08-27 16:11:24
토크 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
자산 15억 달러(약 1조4000억 원)의 거부, ‘토크쇼의 여왕’, 잡지 ‘보그’의 패션모델, 영화배우(영화 ‘칼라 퍼플’로 아카데미상 여우조연상 후보로 지명), 영화 TV 프로그램 제작과 출판 인터넷 사업을 벌이는 ‘하포 엔터테인먼트 그룹’ 대표 등등.오프라 윈프리를 얘기하려면 속된 말로 입이 아프다. 인기와 돈, 존경을 한꺼번에 거머쥐고 왕성한 사회 활동을 하는 대표적 여성이기 때문. ‘살림의 여왕’으로 불리는 마사 스튜어트도 윈프리 앞에선 큰소리 못 칠 것 같다.작가 프랜 레보비치는 이런 윈프리를 가리켜 “대중매체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인물이며 종교 교주나 다름없다”고 평가한다. 토크쇼를 통해 시청자들을 울렸다가 웃기고, 들었다 놓았다 하다가 마지막엔 뭔가 가슴 찡한 감동과 생각해야 할 거리들을 남겨주는 그다. 누구보다도 탁월한 대중문화의 전달자이며 스스로 문화 현상이 된 인물이라는 찬사도 곁들여진다. 그래서 세계적인 시사주간지 타임은 2004년에 이어 작년에도 그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의 한 사람으로 꼽았다. 1998년에는 포천지 선정 ‘미국 최고 비즈니스 우먼’ 2위, 1997년 월스트리트저널이 조사한 ‘미국인이 존경하는 인물’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런 ‘윈프리 신드롬’은 물론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윈프리는 1954년 미국 미시시피 주 코시어스코에서 사생아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은 가난으로 점철됐다. 급기야 아홉 살 때 열 살 위의 사촌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이후 어머니의 남자 친구와 친척 아저씨 등에게 끊임없는 성적 학대를 받았다. 결국 열네 살에 미숙아를 낳았다가 2주 만에 아기를 잃고 만다. 20대 초반에는 마약까지 상용했다.그런 그가 재활의 몸부림을 치기 시작한 것은 기독교 신앙에 깊숙이 의지하면서부터였다. 이후 테네시주립대학에 진학해 ‘의사 전달과 공연 예술’을 전공했다. 1973년에는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의 방송사인 WTVF-TV 리포터 겸 앵커로 방송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볼티모어의 WJZ-TV로 옮겨 6시 뉴스와 ‘People are talking’이란 토크쇼의 진행자로 일하기 시작했다.윈프리가 본격적으로 날갯짓을 한 것은 1984년. 시카고 방송사인 WLS-TV의 아침 토크쇼 ‘AM 시카고’를 맡아 프로그램 시작 한 달 만에 당시 가장 유명한 토크쇼였던 ‘도나휴’의 인기를 추월해 버렸다. 이 성공에 힘입어 1985년 ‘AM 시카고’를 자신의 이름을 내건 ‘오프라 윈프리 쇼’로 바꿔 프로그램을 다시 시작했다. 이후 20년 넘게 오프라 윈프리 쇼는 미국 넘버원 토크쇼로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 쇼는 자신의 프로그램 제작 회사인 하포(Harpo: 오프라를 거꾸로 쓴 이름) 프로덕션을 통해 제작하고 있다. 미국에서 매주 총 4800만 명이 시청하고 있다.윈프리의 성공 요인은 먼저 오프라 윈프리 쇼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삶의 따스한 온기를 전달, 다른 토크쇼와 차별화한 데서 찾을 수 있다. 성폭행이나 이혼, 아동 문제 등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주제와 시사 문제를 섞어가면서 시청자를 몰입하게 한다. 자신의 아픈 과거를 고백하면서 진정성을 얻은 결과이기도 하다. 그의 프로그램에는 또 유명 인사와 스타들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이웃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스토리를 소개한다. 소외된 사람들을 중심에 세워 그들과 세상을 치유하는 것이다.윈프리는 자신의 삶의 목표와 열정을 이렇게 표현한다. “인생이란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내 삶이 발전해가는 것을 보면서 나 또한 기쁨을 느낍니다. 인생의 승리자가 되려면 책임지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과거가 지금의 당신을 지배하도록 놔둔다면 결코 성장할 수 없습니다. 여기 있는 여러분들은 열정을 다해 살아간다고 믿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 생각 없이 스쳐 지나가고 말죠.”그는 또 사람들에게 있는 저마다의 장점에 주목하라고 권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나는 열정과 용기를 가진 사람인가? 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만약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하지 못했다면 다시금 힘차게 시동을 걸어야 합니다. 능력은 과거의 시간을 뛰어넘는 힘에서 출발합니다.”그는 인종 차별에 대해서도 “노력하는 사람의 우수함 앞에선 어떤 차별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주 어릴 적부터 알고 있었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오프라 윈프리, 위대한 인생’이란 책을 쓴 에바 일루즈는 윈프리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윈프리는 우리에게 자아를 합리적으로 되돌아보도록 한다. 이를 통해 혼돈을 이겨내고 자아를 잘 관리해 변화시키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심리적 고통이 대다수 사람들을 짓누르는 일종의 질환이 되고 행복은 성공적인 자기 관리에 있다는 문화가 팽배해진 시점에서 오프라 윈프리 쇼는 고통을 이해하고 있는 대중 문화의 새로운 모습이다.”윈프리만의 인맥 관리, 네트워크 형성 스타일도 큰 힘이 됐다.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많은 사람 앞에서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그이지만 정작 본인은 쉽게 사람을 사귀지 못하는 성격이라고 고백한다. 하지만 한번 인연을 맺으면 아주 오랫동안 깊은 관계를 유지한다.WJZ-TV 뉴스제작팀에서 만난 게일 킹 범퍼스가 대표적인 예다. 두 사람은 1976년 같은 프로그램에서 앵커와 조연출 관계로 만났다. 폭설이 내리던 어느 날 집이 먼 게일 킹 범퍼스를 윈프리가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밤새 이야기를 나누며 둘도 없는 친구가 됐다. 당시 도나휴 토크쇼에 대응 편성된 토크쇼이자 시청률 최하위였던 프로그램에서 윈프리에게 제안이 왔을 때 “나는 네가 도나휴를 꺾고 말 것이라는 걸 알아”라며 용기를 불어넣은 사람이 바로 범퍼스다. 그 프로그램이 지금의 ‘오프라 윈프리 쇼’이기도 하다.그의 인맥 관리는 ‘자신의 가치를 높여 줄 사람들을 만나라’는 한마디로 표현된다. 다른 말로는 ‘싫어하는 사람은 멀리, 좋아하는 사람은 가까이 두라’고 할 수 있다. 등 뒤에서 자신을 헐뜯는 사람들은 멀리하고 대신 나를 더 높은 곳으로 올려줄 수 있는 사람들로 주위를 채워 나가라는 얘기다.또 ‘인맥도 재활용하라’고 권한다. 그는 자신이 가진 인맥을 100% 이상 활용해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고 있다. 지난 20년간 윈프리는 저명인사나 열악한 처지의 보통 사람을 똑같이 대했으며 타인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처럼 이해하고 공감해 왔다. 그는 자신이 갖고 있는 인맥을 총동원해 다른 이들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일도 기꺼이 담당했다. 그래서 그는 단순한 인기 방송인이 아니라 치유사로서 사랑을 넘어 존경까지 받고 있는 것이다.실제 그는 미국의 스포츠 및 연예계 유명 인사 가운데 가장 많은 자선기금을 낸 것으로 조사됐다. 스포츠와 연예계 명사들을 대상으로 자선기금 유치 활동을 벌이는 ‘더 기빙 백 펀드’가 발표한 ‘2006년 자선금 기부 30인’ 명단에서 윈프리는 총 5830만 달러(약 540억 원)의 자선금을 내 1위에 올랐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도 많이 냈지만 950만 달러에 그쳤다.윈프리는 교육이 자유와 더 나은 미래를 향한 관문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자신이 세운 오프라 윈프리 재단과 오프라 윈프리 장학 프로그램을 통해 불우 여성과 어린이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다. 2002년에는 이런 노력을 세계적 차원으로 넓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5만여 명의 어린이들에게 음식과 의류, 학용품, 책, 장난감 등을 선물하고 도서관을 지어주었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남부를 초토화시켰을 때 그는 이재민들의 재기를 돕는 자선 사업도 벌이기 시작했다.다음으로 끊임없는 지적 탐구를 들 수 있다. 비록 불운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1주일에 책 한 권을 보게 한 아버지의 힘이 컸다. 스스로도 “독서가 내 인생을 바꿔 놓았다”고 말한다. 그는 “미국이 다시 책을 읽게 하겠다”고 다짐하고 TV에서 ‘오프라의 북 클럽’을 진행하면서 이를 실천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그의 추천은 베스트셀러로 가는 보증수표가 됐다. 북클럽을 통해 총 30권이 넘는 베스트셀러가 탄생했다. 이를 돈으로 환산해 보면 출판 업계에 안겨준 매출만 2억 달러에 달한다는 얘기도 있다.그의 프로그램에는 유명 인사와 스타들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이웃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스토리를 소개한다. 소외된 사람들을 중심에 세워 그들과 세상을 치유하는 것이다.오프라 윈프리의 십계명1 남들의 호감을 얻으려 애쓰지 말라.2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외적(外的)인 것에 의존하지 말라.3 일과 삶이 최대한 조화를 이루도록 노력하라.4 주변에 험담하는 사람들을 멀리하라.5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하라.6 중독된 것들을 끊어라.7 당신에 버금가는, 또는 당신보다 나은 사람들로 주위를 채워라.8 돈 때문에 하는 일이 아니라면 돈 생각은 아예 잊어라.9 당신의 권한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지 말라.10 포기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