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 윤서윤 독서활동가] <취미는 악플, 특기는 막말>은 말 한 마디가 상대방에게 주는 영향력에 대해 김이환·정명섭·정해연·조영주·차무진 작가의 개성 넘치는 생각을 담은 단편소설들을 한데 엮었다. 아무렇지 않게 타인에게 상처를 입히는 폭설과 험담이 난무하는 시대, 서로가 관심 있는 주제로 기분 좋은 대화를 이어가야 하지 않을까.
'선생님', '작가', 'OO년' 등 나를 부르는 호칭은 다양하다. 사회적 위치는 내가 정한다고 정해지는 게 아니라는 걸 알기에 상대방이 나를 부르는 소리에 기분이 좌우되는 편은 아니지만, 비속어가 나올 때는 나도 모르게 적개심이 발동한다. 비속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정상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그저 '죄송하다'고 말하면서 마음을 추슬러 보지만, 감정 회복이 쉽게 되는 건 아니다.
콜센터 아르바이트를 한 지 1년 넘었지만 민원의 강도는 매일 높아지는 편이다. 다들 이제 익숙해질 때도 되지 않았느냐고 하지만, 같은 말이라도 비속어, 고성, 비하, 성희롱은 여전히 참기 힘들다. 동료들과 함께 입을 모아 하는 말이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이 지속되고 2.5단계가 연장되는 날이면 민원인(소위 진상)이 심해졌다고.
특정 이슈(연휴, 크리스마스와 같은 일들)가 있을 때마다 늘 전쟁이다. 평소 10 미만이었던 대기콜은 숫자 100이 쉽게 넘어갔고 연결되는 사람들마다 "왜 늦게 받냐"라면서 고성과 함께 욕설이 들린다. 여기에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면 'OO년'으로 바뀐다. 다수는 문의 건이 끝나면 "내가 당신에게 한 말이 아니라, 내가 어디다 풀 곳이 없어서"라며 변명을 한다. 마음을 조금 너그럽게 고쳐도 청자가 한 사람이라면, 그 사람에게 쏟아낸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취미는 악플, 특기는 막말>은 나의 상황 때문에 선택했다. 대체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서 막말을 하고 악플을 달까.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한 마디에 상대방이 일상생활을 유지하지 못할 정도로 힘들어한다는 걸 알긴 할까. 김이환·정명섭·정해연·조영주·차무진 다섯 작가의 개성이 묻어난 단편소설들을 엮은 이 책은 무심코 던진 말에 상처를 받거나 제3자가 피해를 보는 상황을 그리며, 언어의 기능에 대해 묻는다. 다양한 직업과 장르 글쓰기를 이어온 작가들은 '말'에 관한 각기 다른 질문을 던진다.
청소년이 주인공으로 학창 시절 나는 어떤 말을 하고 다녔는지 돌아볼 수 있으며, 읽는 내내 인물 간 가치 판단을 하게 되기도, 때로는 내가 주인공이 돼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고민하게 되기도 한다. "내일은 꼭 하고 와. 입냄새 난다"(29쪽)라며 트라우마를 남긴 친구에게 소설로 복수한다는 <하늘과 바람과 벌과 복수>(김이환), "개나 소나 들어오는 데는 싫다더니 개 됐네?"(92쪽) 외국어 고등학교 진학 예정인 모범생이 [엄마랑 그 짓도 하겠네](57쪽)란 리플러를 찾다 전혀 관계없는 사람이 다치게 된다는 <리플>(정명섭), "내가 뭐 틀린 얘기했어? 외국인이면 외국인답게 굴어야지. 무슨 지가 김씨야. 안 그래?"(101쪽)라고 괴롭히다 가족의 신상까지 공개되는 일을 겪은 주인공은 말 먹는 귀신과 마주한 후에야 '반성'이라는 걸 하게 되는 <말 먹는 귀신>(정명섭), 솔직함이 최선인지 묻는 <별로 말하고 싶지 않은 기분>(조영주),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의 축소판 <햄릿이 사라진 세상>(차무진)은 대화를 하고, 책을 읽는 의미를 묻는다.
'말'이라는 소재로 이처럼 다채롭게 살펴볼 수 있는 책이 또 있을까. 고성과 막말을 쏟아내는 사람에게 "품위 유지 부탁드립니다" 했다가 30분 넘게 더 심한 욕을 듣기도 했다. 감정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자기중심적인 사람이 많아지다 보니 아무렇지 않게 타인에게 상처 주는 말을 주고받게 된다. "오늘 다른 날보다 예쁘네"라고 하면서 하지 않아도 될 외모 평가를 하거나, 놀이라는 이유로 패드립을 하는 사람도, 집단 괴롭힘인지 모른 채 "내가 너무 억울하다"며 하소연을 하는 가해자들도 봤다.
또래집단은 가족 다음으로 개인에게 중요하지만, 주변에 언어에 대한 예민함을 알려 주는 사람이 없다. 주변에서 한다는 이유로 아무렇지 않게 타인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궁금했다. 떠올려 보면 '솔직함'을 무기로 나도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이걸 깨닫게 해 준 건 엄마다. 그 당시 무엇 때문에 소리를 질렀는지는 모르지만, "엄마, 내가 열 번도 넘게 말했어"라며 화를 냈다. 엄마는 한참 후에 매우 작은 목소리로 "한쪽 귀가 안 들리잖아"라고 했다. 내가 뭐라고 엄마에게 막말을 했을까. 살면서 한 번도 엄마가 장애를 가졌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열 번도 넘게 말한 게 사실이더라도 내가 조금만 참았더라면 하는 미안함이 생긴다. 이런 솔직함이 항상 무기가 될 수 있을까.
말 한 마디의 힘심리 상담 마지막 시간에 상담사가 나에게 "책을 많이 읽다 보니 자신과 마주할 힘이 있어요. 다른 사람보다 깨달음도 빨라서 제가 할 일이 많지 않네요"라며 '칭찬'임을 강조했다. 이런 칭찬을 받아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얼떨떨했지만, 스스로 자부심을 갖기로 선택했다. 책을 읽는 사람이 모두 선하다고 보기 어렵지만, 상황을 다각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은 존재한다. '햄릿이 사라진 세상'처럼 말이 [치카치카, 후루룩, 쩝쩝, 딩동~ 딩동댕](199쪽)(양치하고 밥 먹고 학교 가야 한다는 말)으로 변환돼 대화를 하는 세상이 오면 어떨까. 내가 하는 모든 행동이 중앙으로 통제된다면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바로 할 수 있을까.
최근 말에 대한 이슈가 뉴스에 연일 보도되고 있다. 2021년 1월 8일자 한겨레신문에 따르면 "지하철이 늦었다"며 고객센터 상담원들에게 6개월간 막말을 쏟아낸 악성 민원인에게 유죄판결이 났다. 이 사건에서 민원인은 2018년 3월 12일 '지하철 2호선이 1~5분 연착됐다'고 주장하면서 공사 상담원들에게 "통화료와 소비한 시간에 대한 보상"을 요구했다고 한다.
민원인은 사과를 받았음에도 "만족할 만한 대답을 못 들었다"며 6개월간 전화 38회, 문자 843회를 보내며 상담원들을 괴롭혔고, 심지어 상담원에게 "개 같은 대우를 받고 싶냐, 너는 지금 개처럼 행동하고 있다", "너는 교환 반품도 안 되는 폐급이다"라며 고성과 폭언을 쏟아냈다. 그러 탓에 상담원은 스트레스를 호소해 2020년 1월 29일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업재해 판정을 받았다.
또 하나는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다. 2020년 12월 23일에 시작한 20대 여성이 캐릭터인 이 서비스가 이슈화된 건 '성희롱' 때문이다. 서비스를 시작한 스캐터랩은 성희롱을 예상했다고 했지만 이를 막지 못했다. 성적인 단어를 필터링했지만 언어라는 것이 직설적인 표현만 있는 게 아니지 않은가. AI는 이용자들과 대화를 통해 학습한다는 건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다면 서비스의 질은 이용하는 사람들의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는 의미가 아닐까.
저렴한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해서 저렴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인품을 높여야 받는 서비스도 높아질 수 있다는 말이다. 80% 이상이 10대 이용자라고 하는데, "지하철 임산부석 핵 싫어"나 이루다를 향한 성희롱에 관한 뉴스는 개인의 윤리성이 중요시되고 있음을 알려 준다. 단지 청소년만의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어른이기 때문에 더 조심해야 한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점차 줄고 있다. 2.5단계가 지속되면서 설에 가족을 볼 수 있을지 불안했지만, 이제는 조금 희망을 가져볼 수 있을 듯하다. 이제는 서로의 안부가 '결혼'이나 '승진', '자산'에 대한 대화가 아니라 서로가 관심 있는 주제로 평소에도 자주 대화할 수 있길 바란다.
함께 즐기면 좋은 콘텐츠 추천
<욕의 품격> (2020년)넷플릭스의 코미디 시리즈로, 니컬러스 케이지가 등장해 다양한 뉘앙스로 욕을 하는 연기가 일품! 영어이지만 욕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현재 어떻게 사용하는지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졌다. 한국어 버전으로도 만들어지길 소망해 본다.
홍성수, <말이 칼이 될 때> (2018년)한국 사회에서 사용되는 혐오의 표현들을 분석한다. 표현의 자유는 있지만 사용하지 말아야 할 단어가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며 사회적으로 널리 퍼진 혐오 문제에 대해 구성원들이 함께 고민해 봐야 함을 시사한다.
김지혜, <선량한 차별주의자> (2019년) ‘결정장애’라는 단어가 차별의 언어라는 것을 알게 된 저자가 덕분에 내 안의 차별주의자를 발견하게 된다. 무의식으로 사용한 언어들이 얼마나 위험했는지 알려 주는 책.
윤서윤 독서활동가는…회사를 다니다 독서토론의 매력에 빠져 현재 독서활동가로 활동 중이다. 서울, 경기 등 가리지 않고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대를 만나며 각자 느낀 책과 영화에 대한 감상을 나눈다. <이젠, 함께 쓰기다> 공저자로 참여했으며, 격주간지 <기획회의>의 '책이 바꾼 삶'에 참여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9호(2021년 02월) 기사입니다.]
'선생님', '작가', 'OO년' 등 나를 부르는 호칭은 다양하다. 사회적 위치는 내가 정한다고 정해지는 게 아니라는 걸 알기에 상대방이 나를 부르는 소리에 기분이 좌우되는 편은 아니지만, 비속어가 나올 때는 나도 모르게 적개심이 발동한다. 비속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정상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그저 '죄송하다'고 말하면서 마음을 추슬러 보지만, 감정 회복이 쉽게 되는 건 아니다.
콜센터 아르바이트를 한 지 1년 넘었지만 민원의 강도는 매일 높아지는 편이다. 다들 이제 익숙해질 때도 되지 않았느냐고 하지만, 같은 말이라도 비속어, 고성, 비하, 성희롱은 여전히 참기 힘들다. 동료들과 함께 입을 모아 하는 말이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이 지속되고 2.5단계가 연장되는 날이면 민원인(소위 진상)이 심해졌다고.
특정 이슈(연휴, 크리스마스와 같은 일들)가 있을 때마다 늘 전쟁이다. 평소 10 미만이었던 대기콜은 숫자 100이 쉽게 넘어갔고 연결되는 사람들마다 "왜 늦게 받냐"라면서 고성과 함께 욕설이 들린다. 여기에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면 'OO년'으로 바뀐다. 다수는 문의 건이 끝나면 "내가 당신에게 한 말이 아니라, 내가 어디다 풀 곳이 없어서"라며 변명을 한다. 마음을 조금 너그럽게 고쳐도 청자가 한 사람이라면, 그 사람에게 쏟아낸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취미는 악플, 특기는 막말>은 나의 상황 때문에 선택했다. 대체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서 막말을 하고 악플을 달까.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한 마디에 상대방이 일상생활을 유지하지 못할 정도로 힘들어한다는 걸 알긴 할까. 김이환·정명섭·정해연·조영주·차무진 다섯 작가의 개성이 묻어난 단편소설들을 엮은 이 책은 무심코 던진 말에 상처를 받거나 제3자가 피해를 보는 상황을 그리며, 언어의 기능에 대해 묻는다. 다양한 직업과 장르 글쓰기를 이어온 작가들은 '말'에 관한 각기 다른 질문을 던진다.
청소년이 주인공으로 학창 시절 나는 어떤 말을 하고 다녔는지 돌아볼 수 있으며, 읽는 내내 인물 간 가치 판단을 하게 되기도, 때로는 내가 주인공이 돼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고민하게 되기도 한다. "내일은 꼭 하고 와. 입냄새 난다"(29쪽)라며 트라우마를 남긴 친구에게 소설로 복수한다는 <하늘과 바람과 벌과 복수>(김이환), "개나 소나 들어오는 데는 싫다더니 개 됐네?"(92쪽) 외국어 고등학교 진학 예정인 모범생이 [엄마랑 그 짓도 하겠네](57쪽)란 리플러를 찾다 전혀 관계없는 사람이 다치게 된다는 <리플>(정명섭), "내가 뭐 틀린 얘기했어? 외국인이면 외국인답게 굴어야지. 무슨 지가 김씨야. 안 그래?"(101쪽)라고 괴롭히다 가족의 신상까지 공개되는 일을 겪은 주인공은 말 먹는 귀신과 마주한 후에야 '반성'이라는 걸 하게 되는 <말 먹는 귀신>(정명섭), 솔직함이 최선인지 묻는 <별로 말하고 싶지 않은 기분>(조영주),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의 축소판 <햄릿이 사라진 세상>(차무진)은 대화를 하고, 책을 읽는 의미를 묻는다.
'말'이라는 소재로 이처럼 다채롭게 살펴볼 수 있는 책이 또 있을까. 고성과 막말을 쏟아내는 사람에게 "품위 유지 부탁드립니다" 했다가 30분 넘게 더 심한 욕을 듣기도 했다. 감정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자기중심적인 사람이 많아지다 보니 아무렇지 않게 타인에게 상처 주는 말을 주고받게 된다. "오늘 다른 날보다 예쁘네"라고 하면서 하지 않아도 될 외모 평가를 하거나, 놀이라는 이유로 패드립을 하는 사람도, 집단 괴롭힘인지 모른 채 "내가 너무 억울하다"며 하소연을 하는 가해자들도 봤다.
또래집단은 가족 다음으로 개인에게 중요하지만, 주변에 언어에 대한 예민함을 알려 주는 사람이 없다. 주변에서 한다는 이유로 아무렇지 않게 타인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궁금했다. 떠올려 보면 '솔직함'을 무기로 나도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이걸 깨닫게 해 준 건 엄마다. 그 당시 무엇 때문에 소리를 질렀는지는 모르지만, "엄마, 내가 열 번도 넘게 말했어"라며 화를 냈다. 엄마는 한참 후에 매우 작은 목소리로 "한쪽 귀가 안 들리잖아"라고 했다. 내가 뭐라고 엄마에게 막말을 했을까. 살면서 한 번도 엄마가 장애를 가졌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열 번도 넘게 말한 게 사실이더라도 내가 조금만 참았더라면 하는 미안함이 생긴다. 이런 솔직함이 항상 무기가 될 수 있을까.
말 한 마디의 힘심리 상담 마지막 시간에 상담사가 나에게 "책을 많이 읽다 보니 자신과 마주할 힘이 있어요. 다른 사람보다 깨달음도 빨라서 제가 할 일이 많지 않네요"라며 '칭찬'임을 강조했다. 이런 칭찬을 받아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얼떨떨했지만, 스스로 자부심을 갖기로 선택했다. 책을 읽는 사람이 모두 선하다고 보기 어렵지만, 상황을 다각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은 존재한다. '햄릿이 사라진 세상'처럼 말이 [치카치카, 후루룩, 쩝쩝, 딩동~ 딩동댕](199쪽)(양치하고 밥 먹고 학교 가야 한다는 말)으로 변환돼 대화를 하는 세상이 오면 어떨까. 내가 하는 모든 행동이 중앙으로 통제된다면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바로 할 수 있을까.
최근 말에 대한 이슈가 뉴스에 연일 보도되고 있다. 2021년 1월 8일자 한겨레신문에 따르면 "지하철이 늦었다"며 고객센터 상담원들에게 6개월간 막말을 쏟아낸 악성 민원인에게 유죄판결이 났다. 이 사건에서 민원인은 2018년 3월 12일 '지하철 2호선이 1~5분 연착됐다'고 주장하면서 공사 상담원들에게 "통화료와 소비한 시간에 대한 보상"을 요구했다고 한다.
민원인은 사과를 받았음에도 "만족할 만한 대답을 못 들었다"며 6개월간 전화 38회, 문자 843회를 보내며 상담원들을 괴롭혔고, 심지어 상담원에게 "개 같은 대우를 받고 싶냐, 너는 지금 개처럼 행동하고 있다", "너는 교환 반품도 안 되는 폐급이다"라며 고성과 폭언을 쏟아냈다. 그러 탓에 상담원은 스트레스를 호소해 2020년 1월 29일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업재해 판정을 받았다.
또 하나는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다. 2020년 12월 23일에 시작한 20대 여성이 캐릭터인 이 서비스가 이슈화된 건 '성희롱' 때문이다. 서비스를 시작한 스캐터랩은 성희롱을 예상했다고 했지만 이를 막지 못했다. 성적인 단어를 필터링했지만 언어라는 것이 직설적인 표현만 있는 게 아니지 않은가. AI는 이용자들과 대화를 통해 학습한다는 건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다면 서비스의 질은 이용하는 사람들의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는 의미가 아닐까.
저렴한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해서 저렴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인품을 높여야 받는 서비스도 높아질 수 있다는 말이다. 80% 이상이 10대 이용자라고 하는데, "지하철 임산부석 핵 싫어"나 이루다를 향한 성희롱에 관한 뉴스는 개인의 윤리성이 중요시되고 있음을 알려 준다. 단지 청소년만의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어른이기 때문에 더 조심해야 한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점차 줄고 있다. 2.5단계가 지속되면서 설에 가족을 볼 수 있을지 불안했지만, 이제는 조금 희망을 가져볼 수 있을 듯하다. 이제는 서로의 안부가 '결혼'이나 '승진', '자산'에 대한 대화가 아니라 서로가 관심 있는 주제로 평소에도 자주 대화할 수 있길 바란다.
함께 즐기면 좋은 콘텐츠 추천
<욕의 품격> (2020년)넷플릭스의 코미디 시리즈로, 니컬러스 케이지가 등장해 다양한 뉘앙스로 욕을 하는 연기가 일품! 영어이지만 욕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현재 어떻게 사용하는지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졌다. 한국어 버전으로도 만들어지길 소망해 본다.
홍성수, <말이 칼이 될 때> (2018년)한국 사회에서 사용되는 혐오의 표현들을 분석한다. 표현의 자유는 있지만 사용하지 말아야 할 단어가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며 사회적으로 널리 퍼진 혐오 문제에 대해 구성원들이 함께 고민해 봐야 함을 시사한다.
김지혜, <선량한 차별주의자> (2019년) ‘결정장애’라는 단어가 차별의 언어라는 것을 알게 된 저자가 덕분에 내 안의 차별주의자를 발견하게 된다. 무의식으로 사용한 언어들이 얼마나 위험했는지 알려 주는 책.
윤서윤 독서활동가는…회사를 다니다 독서토론의 매력에 빠져 현재 독서활동가로 활동 중이다. 서울, 경기 등 가리지 않고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대를 만나며 각자 느낀 책과 영화에 대한 감상을 나눈다. <이젠, 함께 쓰기다> 공저자로 참여했으며, 격주간지 <기획회의>의 '책이 바꾼 삶'에 참여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9호(2021년 0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