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장호준 SC제일은행 부행장 “자산관리, 디지털 혁신으로 고객과 동반 성장”
입력 2021-04-23 11:26:24
수정 2021-04-23 11:26:24
“결국 ‘고객 이익이 최우선’이라는 투자 상품의 본질에 충실했던 것이 고객과 시장의 신뢰를 지켜낼 수 있었던 비결이 아닐까 싶네요.” SC제일은행의 소매금융 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장호준 SC제일은행 부행장은 펀드부실 사태에서 비켜설 수 있는 비결을 묻는 질문에 이처럼 답했다.
지난해 이후 국내 금융시장은 동학·서학개미로 일컬어지는 개인들의 직접투자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때아닌 호황기를 맞고 있다.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과열 논란이 일 정도로 뜨거워진 주가 상승세가 주된 원인이지만, 여전히 여진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사모펀드 부실 사태 역시 직접투자 열기를 부추긴 요인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여타 금융사들과 달리 SC제일은행의 경우 기존 고객의 이탈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펀드 등 금융상품 판매 수익이 커지는 등 반사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포트폴리오 투자 전략에 기반을 둔 멀티에셋(multi-asset) 등 시장의 위험요인을 시스템적으로 걸러내는 리스크 관리 능력이 고객들의 신뢰 제고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펀드부실 사태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논란에서 비켜설 수 있는 비결을 간략히 소개해주신다면.
“투자 상품의 ‘본질’에 집중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네요. SC제일은행은 거래 운용사를 선정하거나 투자·추천 상품을 고를 때 단순히 수익성만을 따지지 않습니다. ‘리스크’ 관점에서 상품을 평가하고 분석하는 명확한 기준을 갖고 있죠. 그동안 논란이 돼온 운용사 및 사모펀드의 경우 SC제일은행의 실사(Due Diligence, DD) 기준에 비춰볼 때 개인투자자들에게 적합하지 않는 상품이라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상품의 만기와 유동성, 특히 고객이 경험할 수 있는 최대 손실 폭 등을 감안한 결과였죠. 이러한 DD 기준은 구조화 또는 파생상품뿐 아니라 뮤추얼펀드, 상장지수펀드(ETF), 채권 등 고객에게 제공하는 모든 투자 상품에도 각각의 특성에 맞게 적용되고 있습니다.
즉, SC제일은행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그룹 리스크 정책을 준수해 위험요인을 수동적으로 감수하는 것이 아니라,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관리해 온 셈이죠. 이런 부분이 라임 사태나 파생결합펀드(DLF) 부실 이슈로부터 고객 자산을 지킬 수 있는 핵심 배경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디지털 자산관리’에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주된 배경과 주요 전략 방향이 궁금하네요.
“‘디지털 혁신’과 ‘자산관리 비즈니스 집중’은 SC제일은행뿐 아니라 모회사인 스탠다드차타드(SC) 그룹의 핵심 전략 방향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큰 방향성에 맞춰 자산관리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디지털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 거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비즈니스의 혁신 속도를 가속화한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은 사실 글로벌 전체 관점에서도 정보기술(IT) 인프라와 노하우가 풍부하다는 점에서 이런 전략 방향을 주도하기에 더없이 좋은 여건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자산관리 비즈니스의 디지털 전환을 속도감 있게 수행하기 위해 자산관리사업부 내에 디지털 워킹그룹(Digital Working Group)을 조직해 운영 중입니다. 해당 워킹그룹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상의 자산관리 상품 가입을 위한 사용자환경(UI), 사용자경험(UX) 등 ‘디지털에서의 긍정적 경험’ 확대를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죠. 5월 초 출시를 앞두고 있는 모바일 앱 내 자산관리(WM) 상품몰 개선과 웰스케어 라운지 신설을 위한 프로젝트 역시 디지털 워킹그룹의 기획안에서 도출된 결과물입니다.”
최근 ‘디지털 자산관리 캠페인’을 전사적으로 진행했는데, 사업 추진 방향에서 어떤 힌트를 얻으셨나요.
“코로나19 대유행은 업종을 불문하고 비대면 소통의 중요성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습니다. SC제일은행도 고객과 직원을 철저하게 보호하면서도,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고객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구축하는 방안을 다양하게 모색해 왔죠. 디지털 채널을 활용한 SC그룹 차원의 글로벌 시장 전망과 코로나19 시대의 투자 전략도 비대면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로 볼 수 있습니다.
앞서 지난 3개월간 진행된 ‘디지털 자산관리 캠페인’은 기존 프라이빗뱅킹(PB) 고객들에게만 제공되는 디지털 자산관리 서비스를 좀 더 많은 고객들이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보고자 기획했는데,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특히 캠페인 진행 과정에서 자산관리 서비스와 관련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최근의 투자 열기에 비해 전문적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경험해본 고객이 10명 중 2명에 불과하다는 점에 상당히 놀랐습니다. 투자 상품 가입 여부의 경우, 응답자의 41%가 경험이 전혀 없다는 점도 의아한 부분이었죠.
투자자들에게 당부드리고 싶은 말은 자산관리 역시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는 점입니다. 안정적이고 탄탄한 자산관리는 투자자 자신의 투자 성향과 목적을 명확히 하고(知己) 투자 상품, 시장, 경제지표 등 투자 환경을 잘 아는 것(知彼)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완성도 있는 ‘지피지기’를 위해서는 신뢰 있는 자산관리 전문가들을 만나보시기를 추천드리고 싶네요.”
유튜브(웨비나) 등 온라인 소통도 확대해 가고 있습니다. 계획 중인 추가 콘텐츠가 있다면.
“SC제일은행은 지난해 4월 은행권에서 가장 선도적으로 온라인, 모바일 방식의 ‘웰스케어 웹 세미나’를 도입했습니다. 현재까지 약 20차례의 웹 세미나를 진행했는데, 총 1만4000여 명의 고객이 비대면 방식의 라이브 웹 세미나에 참여했죠.
일상적인 투자 전략뿐 아니라 은퇴 설계 세미나, 세법 개정 관련 세무 세미나 등 고객 니즈에 맞는 다양한 콘셉트의 세미나를 시도하며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진행된 세미나의 경우 다시 듣고 싶은 고객을 위해 은행 공식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해 언제든지 재시청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5월 중에는 모바일 앱 업데이트를 통해 디지털 자산관리 서비스를 더욱 강화할 예정입니다. 먼저, 펀드·외환·보험 상품을 조회하고 가입할 수 있는 금융상품몰이 대폭 바뀝니다. 기존보다 상품을 조회하고 가입하는 것이 편리해지고, 고객 친화적인 UI, UX로 모습을 탈바꿈하게 되는 거죠. 투자 상품 외에도 다양하고 차별화된 자산관리 콘텐츠를 만나볼 수 있는 ‘웰스케어 라운지’라는 정보 채널을 개발 중인데, 이를 통해 SC그룹의 글로벌 뷰가 담겨 있는 시장 전망, 비대면으로 시의적절한 여러 주제를 다루는 웰스케어 웹 세미나, SC제일은행 전문가의 칼럼,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투자 관련 정보, 은퇴 프로그램 소식 등을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번 개편을 통해 보다 유익하고 편리한 모바일 앱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일찍부터 ESG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습니다. 트렌드를 앞서갈 수 있었던 비결이 궁금하네요.
“실제 SC제일은행은 ESG와 결을 같이 하는 ‘지속 가능 투자’가 글로벌 트렌드가 될 것으로 보고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해 왔습니다. 임팩트 투자철학(Impact Investing) 등 당행 고객들에게도 선도적으로 ESG 테마를 소개해 ‘글로벌 투자 트렌드를 이끄는 은행’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죠. 또 지난해 말에는 기후변화청년단체인 ‘GEYK’과 함께 기후변화 및 ESG 투자에 대한 웹 세미나를 실시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코로나19로 보다 중요해진 ESG에 대해, 미래 잠재 고객군인 밀레니얼 세대의 니즈까지 고려해 자산관리 비즈니스의 영역을 확대하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여기에 더해 올해부터는 좀 더 실질적인 투자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금, 채권, 뮤추얼펀드, ETF에 이르기까지 ESG 요소를 반영한 적절한 솔루션을 찾아, 고객들이 투자를 통해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취지인 셈이죠.
SC그룹 차원에서도 ESG 펀드를 평가하기 위해 자체적인 평가 프레임워크인 ‘ESG 셀렉트’를 개발했습니다. 해당 자산운용사의 ESG 실천부터 ESG 전문성, 투자 전략과 실제 영향력에 대한 측정까지 다양한 요소들을 검토해 고객에게 추천할 수 있는 ‘ESG 셀렉트 펀드’를 선정하고 있습니다. ESG 관련 상품들은 앞으로도 고객 자산관리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것’만은 SC제일은행이 국내 최고라 자부할 수 있는 경쟁력을 꼽아주신다면.
“SC제일은행은 ‘신뢰받는 글로벌 자산관리 조언가’라는 모토 아래 당행만의 투자철학과 고객 중심의 비즈니스 정체성을 확립해 왔다고 자부합니다. 특히 상품 선정 프로세스, 전문 인력, 자산관리 세미나 등 글로벌 자산관리 인프라 측면에서 강점을 갖추고 있죠.
현재 SC제일은행은 SC그룹의 투자전략팀과 함께 하우스뷰를 생성하고 그룹 투자상품팀과 협업해 상품 선정 프로세스를 운용하고 있는데, 오픈 아키텍처 플랫폼 역시 특징적인 강점입니다. 계열 투자운용사가 없어 오로지 고객 수익을 최우선으로 객관적이고 공정한 상품 선정이 가능한 구조인 거죠.
이렇게 선정된 상품과 전략을 바탕으로 글로벌 자산 전반에 대한 전문적인 자문 능력을 갖춘 WA(Wealth Advisor) 그룹이 320여 명의 프라이빗뱅커(PB)들과 함께 고객에게 최적화된 맞춤형 상담을 제공하는 듀얼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 이러한 자문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글로벌 및 국내 투자 전문가와 함께 하는 ‘웰스케어 세미나’ 및 ‘글로벌 에셋 콘퍼런스’ 등을 개최하며 꾸준한 투자 성과를 얻기 위한 고객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프라는 결국 ‘인재 육성’과도 정확하게 맞닿아 있는데, 이런 우수한 인적 인프라를 통해 고객에게 최선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SC제일은행 자산관리 비즈니스의 핵심 목표입니다.”
주식시장이 횡보하면서 비트코인 등 고위험 자산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어떤 시각을 갖고 계시나요.
“비트코인 가격 급등세는 제도권 진입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네요. 페이팔, 스퀘어 등 주요 온라인 결제 기업이 비트코인 결제를 허용하기 시작했고, 테슬라도 여기에 동참했죠. 금융권에서는 캐나다, 브라질에서 비트코인 ETF가 승인을 받았고, 모건스탠리, 피델리티와 같은 굴지의 운용사들도 관련 상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 및 중앙은행의 규제 우려가 가장 큰 리스크 요인으로 남아 있죠. 다수의 중앙은행에서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의 발행을 준비하고 있고, 중국에서는 디지털 위안화의 대규모 시범사업도 진행 중입니다. 최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등 다수의 중앙은행 및 정부 인사가 가상화폐에 부정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지만, 높은 변동성을 고려할 때 아직까지 화폐의 가치저장 기능을 수행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이네요. 최근의 비트코인 가격 상승세는 이러한 기대감을 선반영하는 투기적 움직임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규제 불확실성에 따른 변동성이 높게 유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판단합니다.”
코로나19 이후 직접투자가 증가하면서 상대적으로 펀드 판매가 위축되는 모습입니다. 펀드 투자의 장점을 소개해주신다면.
“코로나19 이후 동학개미 운동이 본격화되면서 직접투자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진 것이 사실입니다. 다만, 새롭게 주식시장에 참여한 투자자들의 접근 방식을 살펴보면 포트폴리오 투자보다는 소수의 유망 주식에 집중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네요.
지난해와 같이 유동성의 힘이 시장 전반을 끌어올릴 때는 이런 접근이 양호한 성과로 이어질 수 있겠지만, 지금은 금리 상승과 함께 시장의 색깔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주식시장 내 스타일 로테이션으로 개인투자자들의 종목 선정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는 거죠.
따라서 현시점에서 뮤추얼펀드와 같은 간접투자 상품을 활용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갖춘 기관의 힘을 빌리게 되면 노력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현재 SC제일은행은 FST- 펀드셀렉트(Fund Select)라는 추천 펀드 리스트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3P(People, Process, Performance) 프로세스라는 치밀한 펀드 분석 과정을 거쳐 선정된 결과물입니다. 신뢰할 만한 금융사와 함께 논의하면서 투자에 임하신다면 자산을 안정적으로 지키면서도 꾸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조언드리고 싶네요.”
SC제일은행 소매금융 부문을 총괄해 오신 지 4년 차에 접어드셨습니다. 그간의 소회 부탁드립니다.
"2021년 초입에 밝힌 소매금융본부의 슬로건은 ‘새로운 미래( New Future)’였습니다. 지난 3년간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특히 지난해 코로나19의 확산과 함께 급격한 기술 발전으로 변화의 속도는 더욱 빨라졌습니다. 준비하고 기대했던 것보다 더욱 앞당겨진 미래를 마주하게 된 거죠. 앞으로도 다양한 디지털 기술이 융합과 발전을 거듭하며 미래를 더욱더 급속도로 변화시킬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저희 소매금융본부도 애자일(agile)하게 바꿔 나가야 함은 분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 눈높이와 입장에서 상품을 선정하고 제안함으로써 고객 자산을 지키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자산관리 비즈니스의 본질이 아닐까 싶습니다.
SC제일은행은 앞으로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그룹 리스크 정책을 바탕으로 위험요인을 수동적으로 감수(Taking)하는 것이 아니라,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관리(Control)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 나갈 계획입니다. 또한 SC제일은행만의 투자철학과 고객 중심의 비즈니스 정체성을 바탕으로 객관적이고 공정한 상품 선정 프로세스를 통해 글로벌 자산관리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은행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장호준 부행장은…
U.C.버클리대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했으며, 서울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이후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매킨지(McKinsey & Company)와 액센추어(Accenture)를 거쳐 지난 2005년 SC제일은행에 입행했다. 자산관리본부/프라이빗뱅킹 사업부, 은행장실 및 리테일상품본부 내 수신상품부와 카드상품부 등 다양한 부서에서 경력을 쌓았고, 2018년부터 소매금융 부문을 총괄해 왔다.
공인호 기자 ball@hankyung.com |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