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을 위한 고요 속으로 들어간다

무엇 하나 예측 가능한 것 없는 불확실의 시대. 자신만의 리듬을 찾기 위한 리추얼(ritual) 트렌드가 주목받고 있다. 일상의 소음을 차단하고 자신만의 고요 속으로 들어가는 리추얼의 모든 것.

어느 것 하나 통제하기 힘든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환경. 무언가를 예측해 미리 대응하는 것보다는 돌발 변수에 탄력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더 중요해진 요즘이다. 이런 분위기 탓일까. 균형 잡힌 생활 리듬을 위한 리추얼 트렌드가 주목받고 있다.

리추얼은 일상적인 습관에 자신만의 특별한 의미를 더한 행위다. 습관이라는 의미로 자주 쓰이는 루틴(routine)과도 구별되는 개념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오롯이 스스로에게만 집중하는 ‘빈틈’을 반복적으로 만드는 일에 가깝다. 저녁식사를 소화시키기 위해 매일 밤 30분씩 산책을 하는 것은 단순한 ‘습관’이지만, 단 10분을 산책하더라도 하루를 되돌아보고 생각을 정리한다는 의미를 담으면 ‘리추얼’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MZ(밀레니얼+Z) 세대의 큰 관심을 받고 있는 ‘미라클 모닝’이 대표적인 리추얼이다. 미라클 모닝은 하루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자신만의 시간을 만들어 명상이나 운동, 독서 등에 집중하는 라이프 트렌드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를 살펴보면 ‘미라클 모닝’과 ‘리추얼’을 해시태그로 넣은 게시글이 수십만 개 쏟아진다.

작은 성취가 선사하는 자기효능감

4월부터 미라클 모닝을 실천하고 있는 직장인 이 모(30) 씨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짧게 스트레칭을 한 뒤, 차를 한 잔 마시며 그날의 스케줄을 정리하는 습관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있다. 이 씨는 “퇴근 후 따로 시간을 낼 자신이 없어, 출근 전 간단하게 실천할 수 있는 아침 리추얼을 택했다”면서 “졸음과 시간에 쫓기지 않고 차분하게 하루를 주도하는 느낌이 좋아, 앞으로도 다양한 형태의 리추얼을 시도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정해진 시간을 규칙적으로 관리하는 데서 오는 자기 확신이 리추얼의 핵심이라고 설명한다. 개인의 의지만으로 극복하기 힘든 일투성이인 일상 속, 계획에 따라 통제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대상이 바로 ‘시간’이다. 스스로 선택한 방식으로 삶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감각은 경제적 안정 못지않은 자신감을 심어준다.

리추얼의 힘은 심리학적으로도 설득력을 가진다. 미국 심리학자 아브라함 매슬로에 따르면 인간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 행위에서 성취감을 얻을 때 심리적으로 큰 행복을 느끼는 ‘절정경험’을 하게 된다.

리추얼을 실천하는 이들이 실패 가능성이 높은 자기계발적 성취를 목표로 하는 것보다는, 실현 가능한 작은 성취에 방점을 찍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자신의 내면을 다독여줄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자기 효능감(self-efficacy: 자신이 어떤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믿는 기대와 신념)을 얻을 수 있다.

따로 또 함께하는 리추얼의 힘

자신만의 고요한 시간을 갖는 것이 리추얼의 본질이지만, 꼭 모든 과정을 홀로 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수많은 리추얼 도전자들은 비슷한 리추얼을 실천한다는 공통점 하나만으로 느슨한 연대를 이뤄 서로의 성취를 응원한다. 소셜미디어나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리추얼 친구를 적극적으로 구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자칫 작심삼일로 끝나기 쉬운 리추얼 라이프에 동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리추얼을 실천하는 멘토를 보며 의지를 다지는 경우도 있다. 최근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미라클 모닝을 소개한 김유진 변호사는 20년째 새벽 4시 30분에 기상한 미라클 모닝 전도사다. 김 변호사의 유튜브 채널에 쌓인 140여 개의 미라클 모닝 브이로그는 수많은 리추얼 도전자들의 교과서 역할을 한다.

김 변호사가 집필한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 또한 출간 직후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랐다. 그는 책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조용히 머릿속을 정리했던 그 새벽은 지친 나를 위로하는 시간이 돼줬다”며 “스스로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도 잘 몰랐던 나에게 잠시 멈춰서 삶을 가다듬을 기회가 생긴 것이다”라고 회상했다.성공적인 리추얼을 돕는 플랫폼 5

루티너리
매일 반복하는 습관을 타이머로 관리할 수 있는 앱이다. 2020년 1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 앱은 행동과학을 기반으로 습관 형성 방식을 제안한다. 미리 설정해둔 시간에 알람이 오면 그날의 리추얼을 실행하면 된다. 리추얼이 끝나면 피드백 기능을 통해 그날의 성취와 감상까지 기록할 수 있다.

그로우
‘나의 성장 메이커’라는 콘셉트의 자기관리 앱으로, 일상 속 생활습관을 관리해준다. 매일 기록한 습관을 ‘활동 통계’를 통해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성과에 따라 배지를 부여해 지속적인 자기관리를 독려한다. 인상 깊었던 순간을 일기로 작성할 수 있으며, 다른 사용자에게 자신의 목표를 공유할 수 있다.

챌린저스
‘전 국민 목표 달성 프로젝트’라는 슬로건을 내건 목표 달성 플랫폼이다. 아침 기상, 운동, 책 읽기, 취미 연습 등 자신과의 작은 약속을 선택한 후 일정 금액을 참가비로 거는 방식으로 습관에 강제성을 만든다. 목표를 85% 이상 달성하면 참가비를 모두 환급받을 수 있지만, 85% 미만 달성 시 벌금이 차감된다.

카카오프로젝트100
원하는 프로젝트를 찾아 100일 동안 매일 ‘오늘의 실천’을 인증할 수 있다. 뇌에 습관 회로(hard wired)가 생기는 데 걸리는 시간이 100일이라는 점에 착안해 도전 기간을 100일로 설정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려면 실천 보증금을 걸어야 하며, 100일 후 환급받을 수 있다.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은 자유롭게 기부할 수 있다.

밑미
일상 속에서 자신만의 속도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자아성장 큐레이션 플랫폼을 표방한다. 자신만의 리추얼을 꾸준히 실천해 온 ‘리추얼 메이커’가 호스트 역할을 하며 꾸준한 동기부여를 해준다는 점이 특징이다. 잘 짜인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보다 체계적인 리추얼을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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