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스토리]가업승계, 리스크 피하는 4가지 포인트는

가업승계는 단순히 부의 이전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닐뿐더러, 기술과 문화 계승이라는 점에서 상속의 백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공적인 가업승계를 위해서 주의해야 할 숨은 적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승계를 준비하는 경영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세금문제다. 물론 상속·증여세를 해결하는 문제는 성공적인 승계를 위한 필수 요건이다. 하지만 세금문제를 해결한다고 성공적인 승계가 보장되지 않는다.

성공적 승계란 단순히 기업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후계자가 기업을 맡아 지속적으로 유지·발전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승계 준비는 세대교체 이후에도 어떻게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생존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승계를 준비하는 경영자가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 될 몇 가지 주의점을 살펴보자.

1.돈보다 좋은 정신을 계승하라
기업을 승계한다는 것은 단순히 물리적인 기업을 넘겨주는 것이 아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경영철학, 즉 창업자의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다. 경영자는자신의 성향이나 가치관을 반영해 기업을 이끌게 되는데, 이것을 명시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기업이념과 경영철학이다. 이는 창업부터 현재까지 경영자가 회사를 이끌어온 중요한 가치와 신념으로 미래에도 이어가야 할 기업의 정신이다. 기업의 정신이 왜 중요한지 다음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오래전 전업주부로 있던 필자의 한 지인이 치킨집을 개업했다. 사회생활 경력도 없던 주부가 가게를 한다고 하니 주변에서 만류를 했다. 하지만 그녀는 짧은 시간 안에 가게를 안정화시키며 주위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그리고 수년이 지나 남편이 해외로 발령이 나는 바람에 가게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게 됐다. 단골이 많고 영업도 잘되는 가게였기 때문에 가게를 인수할 사람도 금방 나타났고 권리금도 두둑하게 받았다. 그런데 가게를 인수받은 사람은 6개월이 채 안 돼 문을 닫았다. 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가게를 했는데 왜 누구는 성공하고 누구는 실패한 걸까.

필자의 지인은 처음 가게를 시작할 때 “왜 가계를 하려고 하느냐”는 주변의 질문에 “아이들에게 집에서 해주었던 것처럼 동네 사람들이 믿고 먹을 수 있는 깨끗하고 건강한 치킨을 만들어 팔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 기름도 항상 깨끗한 것으로 썼고, 밖에서 주방을 볼 수 있도록 주방 쪽 벽면에 투명 유리를 설치했다.

그녀는 치킨을 반 마리만 사러 온 사람들에게도 항상 기분 좋게 응대했고, 무거운 짐을 들고 가게를 방문한 고객들에게는 “짐을 놓고 가면 오토바이로 치킨을 배달할 때 가져다주겠다”며 먼저 호의를 베풀기도 했다. 맛있고 품질 좋은 치킨뿐만 아니라 그녀의 친절과 따듯한 성품 때문에 그 가게에 한 번 가면 금세 단골이 됐다.

그런데 인수받은 사람은 매출만 중요했지 전 주인의 마음가짐을 이어가지는 못했다. 그는 치킨 반 마리만 사려는 사람들에게 불평을 하다가 한 달이 채 안 돼 가게 벽 한쪽에 ‘반 마리는 팔지 않습니다’라고 써 붙였다. 고객들은 말없이 하나둘 떠났고 가게는 시간이 지날수록 운영하기 힘들어졌다. 장사가 잘 안 되자 기름을 자주 갈아주는 것조차 부담돼 주방 쪽 투명 유리 위에 불투명한 셀로판지를 붙여 밖에서 안을 볼 수 없도록 했다.

결국 얼마 되지 않아 단골들마저 떠나며 두 번째 주인은 가게를 인수한 지 6개월 만에 문을 닫았다. 모든 환경과 조건이 동일하고 주인만 바뀌었을 뿐인데 한 사람은 성공했고 한 사람은 실패했다. 그 이유는 두 사람이 기업을 운영하는 마음가짐이 달랐기 때문이다.

기업의 경영권 승계도 마찬가지다. 한 기업이 수십 년간 생존한다는 것은 기업에 내재돼 있는 창업자의 정신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그 정신은 이제까지 기업이 생존할 수 있었던 기반이며, 현재도 미래에도 지속돼야 할 중요한 핵심 가치다. 그러므로 승계를 준비하는 기업이라면, 무엇보다도 먼저 창업자의 정신 즉, 경영철학과 기업이념을 체계화하고 이를 기업의 문화로 이어갈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2. 승계는 장거리 마라톤과 같다
경영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를 보면, 효과적으로 경영권을 승계하는 데 필요한 적정 기간을 5~7년 정도로 짧게 인식하고 있다. 그런 탓에 열에 아홉은 승계 계획을 너무 늦게 짜기 시작하고, 심지어 은퇴가 가까워서야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자녀들을 회사로 불러 들여 경영수업을 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성공적인 승계를 원한다면 승계는 10~20년에 걸쳐 이루어지는 장기간의 프로세스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후계자를 육성하고 준비시켜야 한다.

최근 만난 한 중소기업 창업자 김 회장은 후계자인 아들이 회사일에 마음을 못 잡고 있다며 고민을 털어 놓았다. 후계자인 김 사장은 현재 30대 후반인데, 그는 대학 졸업 후 군복무를 마치고 바로 회사에 들어와 사원으로 시작해 밑바닥에서부터 일을 배웠고, 대리, 과장을 거쳐 입사 5년 차에는 차장으로 진급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후계자가 성실하게 회사 생활을 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김 회장은 후계자가 차장 진급 후 1년 만에 후계자를 공동대표로 임명했다. 가업승계 증여특례 혜택을 받기 위한 조건 중 하나인 대표이사 취임 조건을 맞추기 위해서는 공동대표이사 제도를 활용해야 한다는 컨설팅 회사의 권유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 회장은 후계자가 아직 경험이나 능력이 부족하지만 공동대표로 진급시켰고 김 사장은 회장, 후계자는 대표이사라는 직함으로 일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후계자인 김 사장은 대표이사가 되면서 이전보다 더 큰 책임감과 중압감을 느꼈다. 내부적으로는 임직원들로부터 신임을 얻어야 하고, 외부에서는 거래처와 협력업체 등으로부터 대표이사로서의 위상에 맞게 경영 활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현실은 생각과 달랐다. 김 회장은 김 사장이 아직은 경영자로서의 역할을 할 만큼 준비가 안 됐다고 생각해서 모든 의사결정을 자신이 통제했다.

간부회의에서조차 김 사장의 의견이 무시되는 일이 종종 있었고, 모든 회사 업무는 김 회장의 일방적인 지시와 의사결정으로 흘러갔다. 김 사장 입장에서는 명함만 대표이사지 자신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없었고 직원들에게도 아무런 영향력을 미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갈수록 자신감이 떨어지고 일에 대한 흥미도 잃었다.

그는 김 회장이 모든 것을 다 알아서 하기 때문에 자신이 할 일은 없다고 생각해 회사를 그만둘 생각까지 갖고 있었다. 그가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해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회장은 자신이 일하는 방식을 바꿀 생각이 없었다. 결국 후계자가 능력을 키우기도 전에 너무 일찍 대표로 진급시킨 것이 화근이었다. 처음부터 단추를 잘못 끼웠기 때문에 전체 과정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승계는 현재 경영자가 기업을 경영하며 쌓아온 암묵지와 리더십을 후계자에게 이전하는 복잡하고도 긴 장기적인 프로세스다. 그러므로 승계는 최소 10년 이상 시간을 갖고 체계적으로 후계자가 성장할 수 있도록 준비시켜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승계 계획은 빨리 세울수록 좋다.

3.내 자식도 다르지 않다
경영자들에게 “꿈이 무엇입니까”라고 묻는다면 각자 서로 다른 꿈을 이야기할 것이다. 하지만 승계를 준비하는 경영자들에게 같은 질문을 하면 어떨까. 표현은 다를 수 있지만 결국 모든 답은 하나로 귀결된다. “자녀들이 싸우지 않고 서로 사이좋게 기업을 잘 이끌어 가면 좋겠다”는 것.

몇 해 전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이 별세했다. 그 또한 여느 부모의 마음과 다르지 않았다. 그가 자녀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유언은 “가족들이 잘 협력해서 사이좋게 이끌어 나가라”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그가 세상을 떠나고 얼마 되지 않아 경영권을 놓고 아들과 딸 사이 분쟁을 겪었다. 아시아 가족기업의 5개 중 3개가 승계를 전후해 분쟁을 겪는다는 통계를 보면, 가족이 서로 협력해서 회사를 이끌어 가는 것은 결코 쉽지는 않은 일이다.

최근 60대 중반에 접어든 한 중소기업 경영자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그는 1남 1녀를 뒀는데, 큰아들이 회사에 들어와서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회사 경영에는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상속 시점부터 6개월 내에 수십 억 원에 이르는 상속세를 마련해야 하는 것과 재산 분할을 두고 어머니와 아들, 딸 간에 분쟁이 일어났다. 어머니는 자신이 남편과 함께 평생 일군 기업을 아들이 계속 지켜야 한다고 했고, 아들과 딸은 상속세를 내려면 어차피 회사를 팔아야 할 상황이니 회사를 매각해 법적으로 정해진 자신들의 상속분을 달라고 요구했다.

몇 달 동안 가족 간의 논쟁 끝에 결국에는 회사를 매각해 상속세를 내고 각자 법정상속분만큼 나누어 갖는 것으로 최종 결론을 지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가족 간에는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게 됐다.

불행하게도 앞서 소개한 가족과 같이 가업승계를 전후해 상속 분쟁 사례들이 아주 많이 발생한다. 대법원 통계 자료에 따르면, 상속 관련 유류분 소송이 매년 20~30%씩 늘어나고 있다. 대부분의 부모는 ‘내 자식은 달라’, ‘우리 가족과는 상관 없는 일이야’, ‘내 자식들은 착하고 말을 잘 들으니 내 뜻을 잘 따라줄 거야’ 같은 낙관적인 생각에 휩싸인다.

하지만 이런 안일한 생각이 잠재적인 상속 분쟁의 불씨가 돼 문제를 더 크게 만든다. 문제는 이런 가족 분쟁이 일어나면 기업의 생존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치명적이란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승계를 전후한 가족 간 분쟁이 기업의 영속성을 저해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실제로 경영자들이 스스로 상속 계획을 세우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성공적인 승계를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종합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즉, 정기적으로 자산 가치를 평가해 미래 자산 가치를 추정하고, 세금 납부 및 지분 이전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또 상속인 간 분쟁 최소화를 위한 배분 방식 및 규모 등 승계 계획 수립에 가족들을 참여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자녀들이 갈등보다는 상호 협력할 수 있도록 가족회의를 정례화하는 등 가족 화합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4.창업자 함정을 경계하라
가족기업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창업자가 기업을 경영하는 기간이 길다는 것이다. 심지어 90세가 넘어서도 직접 경영에 관여하는 창업자들도 있다. 많은 창업자들이 “회사 일을 떠나 다른 일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거나 “내가 없으면 회사가 안 돌아간다”고 말한다. 이런 생각들이 승계에는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창업한 지 30년이 넘어 연 매출액이 500억 원이 넘는 한 제조업체의 창업자 장 사장은 70대 초반이지만, 아직도 매일 생산현장에 들러 일을 지시하고, 주요 자재 구입부터 일상적인 소모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입출금을 직접 관리한다.

매사에 치밀하고 꼼꼼한 강 사장은 제품의 기획부터 심지어 제품 포장지의 디자인까지 모든 일에 직접 다 관여하며 회사 일을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챙긴다. 이 회사에서는 직원들이 상품기획이나 마케팅, 디자인 등과 관련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더라고 여러 차례 수정 끝에 결국은 창업자의 스타일로 바뀌는 것이 일상화돼 있다.

그래서 직원들은 창의성을 발휘하기보다는 창업자의 눈에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시키는 일만 잘 하자는 보신주의가 팽배하다. 이렇듯 창업자 자신이 직원들의 성장을 지원하거나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회사 일을 자기일 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해줄 좋은 관리자가 없다고 한탄한다.

사실 많은 중소기업들이 이와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기업이 성장함에도 불구하고 원맨(one-man) 경영이 기업문화로 굳어져 버린다면 나중에 세대교체를 앞두고 장 사장과 같은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만약 후계자나 임직원들에게 업무를 위임하고 교육해서 신뢰할 수 있는 인재로 키우지 못한다면, 실제로 자신의 대에서 회사는 문을 닫아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처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와 같이 기업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창업자가 여전히 모든 일에 관여하고 통제하는 것을 ‘창업자의 함정’이라고 한다. ‘창업자의 함정’에 갇힌 사람들은 자신과 회사를 분리하지 못하고 자신이 회사이며 회사가 곧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어떤 회사가 ‘창업자 함정’에 갇혔다면, 그것은 창업자의 사망과 함께 기업이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의미다. 자신이 의도한 것을 아닐지라도 결국에는 자신이 없으면 회사가 돌아가지 못하는 회사를 만들어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승계를 앞둔 중소기업 창업자들 중 “내가 죽으면 회사가 잘 굴러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창업자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후계자나 임직원을 걱정하기보다는 자신의 리더십과 경영방식을 돌아봐야 한다. 리더가 ‘창업자의 함정’에 갇힌다면 회사는 다음 단계로 발전하지 못한다.

이런 기업들은 성장기의 어느 시점에서 일정 기간 머물다가 쇠퇴기를 맞게 되거나 세대교체기를 맞게 되는데, 이때 후계자가 특별한 능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창업자의 함정’은 ‘가족의 함정’으로 발전돼 회사의 생존까지도 위협하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전문적인 경영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서 강하지만 유연한 기업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이는 오너 중심의 비체계적인 업무 관행을 체계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최고경영자(CEO)에 의한 원맨경영 조직을 개선해서 업무분산 경영으로 전환해야 한다.

결국 사장의 지시와 명령으로 사원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사원이 창의적으로 연구하고, 지혜를 짜도록 창업자 세대가 앞장서서 내부적인 개혁을 추진해서 자녀에게 위험한 기업을 넘겨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


김선화 한국가족기업연구소장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