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②] 금정섭 이사 “ETF, 금융시장 핵심 상품으로 성장”


KB자산운용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오랜 기간 양강구도를 유지해온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신흥 강자’로서의 존재감을 갈수록 키워가는 모습이다. 특히 KB자산운용의 공격적 행보는 은행 중심인 금융그룹(KB금융지주) 계열사라는 정체성 탓에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그동안 국내 ETF 시장은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양분하다시피 해왔다. 두 운용사의 시장점유율을 합하면 80%에 육박한다. 나머지 20% 점유율을 중소형 자산운용사들이 나눠 갖는 수준이었다. 이 같은 ETF 양강구도에 도전장을 내민 곳이 있다. KB자산운용이다. KB자산운용은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자산운용사 가운데 가장 낮은 수수료를 제시하며 공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덕분에 줄곧 한 자릿대에 머물렀던 시장점유율도 두 자릿대를 코앞에 두고 있다. 연내 두 자릿수 진입을 통해 ‘톱3’ ETF 운용사로서의 입지를 굳히겠다는 계획이다.

KB자산운용의 파격 행보는 그룹 차원의 전폭적 지원이 있어 가능했다는 평가다. 다소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은행계 금융지주사와 달리 KB금융의 경우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직접 나서 ETF 경쟁력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앞서 윤 회장은 “금융사의 서비스에서 ETF는 자산 배분 등에 꼭 필요한 상품”이라며 “상품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현재 KB자산운용의 ETF 전략 방향을 이끌고 있는 금정섭 이사는 그룹의 전폭적 지원을 기반으로 점유율 확대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복안이다. 금 이사는 “ETF 수수료 경쟁은 전 세계적인 흐름”이라며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고, 자산을 증식하기 위해 핵심으로 끌고 가야 하는 자산에 대해서는 보수를 최대한 낮춰 장기 투자에 따른 투자자의 효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금 이사와의 일문일답.

KB자산운용이 ETF 신흥 강자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비결이 궁금하네요.
“사실 국내 ETF 시장의 순자산 규모는 59조 원가량으로 상위 2개사의 점유율이 77%에 달하는 상황입니다. KB자산운용의 경우 후발주자로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공격적인 상품 상장과 기관투자가 중심의 마케팅이 효과를 거뒀죠. 이로 인해 순자산 4조8000억 원을 기록하며 ‘톱3’ 운용사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더 고무적인 부분은 올해에만 1조4000억 원의 자금을 끌어모으며 15개 ETF 운용사 중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함께 유일하게 시장점유율이 상승했다는 점입니다.
KB자산운용의 약진은 ETF 시장의 성장과 함께 세 가지 정도의 큰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테마 ETF의 가입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전 세계적인 탄소 절감 노력에 힘입어 유럽, 미국 등 각국 정부가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리고 있는데, 지난해 KB자산운용은 신·재생에너지 중 수소에너지에 주목하며 관련 상품인 ‘KB스타(STAR) 수소경제 ETF’를 상장했습니다. 현재는 2500억 원가량으로 자산이 늘었죠. 또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인프라인 5세대(5G) 이동통신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KB스타 5G테크 ETF’와 국내 대표 정보기술(IT) 기업에 투자하는 ‘KB스타 IT플러스’ 같은 ETF에도 단기간에 각각 1000억 원이 넘는 자금이 몰리며 자산 성장에 기여했습니다.
둘째 요인은 KB자산운용이 강점을 가진 채권 ETF의 성장세가 두드러진 점입니다. KB자산운용은 최초의 채권 ETF인 ‘KB스타 국고채3년 ETF’를 2009년에 상장했는데, 2011년에는 회사채 ETF를 최초로 상장했고 이후에도 채권의 만기와 자산별로 다양한 국내외 채권 ETF를 선도적으로 상장했습니다. 채권 분야에서만큼은 업계를 선도하고 있죠.
최근 금리 상승으로 인해 채권 투자자들이 저조한 성과를 보였지만, ETF에는 채권 금리가 상승해도 수익을 볼 수 있는 다양한 인버스 상품이 있습니다. 실제 국내 대표 채권지수인 국고채3년 지수의 성과와 반대로 움직이는 ‘KB스타 국고채3년인버스 ETF’의 경우 연초 이후 기관투자가를 중심으로 6000억 원에 가까운 자금이 몰리기도 했죠. 5월 상장되는 채권 3종 ETF를 포함하면, 총 16개의 채권 ETF 라인업을 갖추게 돼 투자 선택의 폭도 더욱 넓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여기에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테마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도 성장세에 일조한 것으로 보이네요. 이제 ESG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습니다. 과거에는 ESG 투자가 소수의 기관투자가들로부터 일부 투자가 이뤄지는 정도였다면, 이제는 전통적인 기업가치 분석에 ESG의 리스크와 기회를 반영해 종합적인 평가가 이뤄져야만 성과 향상도 이룰 수 있는 상황으로 진전됐습니다.
KB자산운용은 ESG 관점에서 주식을 발굴하고 투자하면 시장지수보다 높은 성과를 낼 수 있겠다는 믿음으로 지난 2018년 초 ‘KB스타 ESG사회책임투자 ETF’를 상장했죠. 현재 순자산은 약 3500억 원 수준으로 사회책임 관련 펀드를 대표하는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별도의 ETF 홈페이지까지 운영 중인데, ETF에 주목한 배경이 궁금하네요.
“ETF는 펀드를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도록 만들어진 혁신 상품입니다. 주식시장에서 실시간으로 매매할 수 있으니 환금성이 좋은 장점도 있죠. 하지만 ETF의 근본 경쟁력은 제조사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유통의 혁신’에 있습니다. 제조사인 운용사가 소비자인 투자자에게 거래소를 통해 ‘산지직송’으로 공급하다 보니 가격이 저렴해지고 투자자 수요에도 곧바로 대응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거죠.
실제로 국내에는 500여 개의 다양한 상품이 상장돼 거래되고 있는데,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상품의 다양성입니다. 국내 주식만 하더라도 대표 지수인 코스피200, 코스닥150은 물론 배당금을 재투자하는 토털리턴 ETF, IT, 금융, 헬스케어 등 코스피200을 구성하는 9개의 업종에 집중해서 투자할 수도 있죠. 여기에 배당은 물론 BBIG(배터리, 바이오, 인터넷, 게임), 뉴딜, 수소경제와 같은 신성장 섹터에 대한 집중 투자도 가능합니다. 최근 상장 러시가 이뤄지는 액티브 주식 ETF까지 시장의 관심을 받게 된다면 ETF는 금융시장의 핵심 상품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서 언급했듯 ETF 시장은 직거래 시장이라는 점에서 상품에 대한 정확한 투자 정보 제공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기존 홈페이지를 리뉴얼해 연말까지 외국인 투자자까지 포함하는 정보 포털로 개편할 예정입니다. 유튜브, 네이버TV, 페이스북 등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널을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 제공에도 더욱 힘쓰겠습니다. 투자자와의 직접 소통을 위한 카카오톡 채널도 오픈 예정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ETF 투자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일까요.
“무엇보다 ‘빠르고 편리하다’는 점이 아닐까 싶네요. ETF는 주식처럼 거래되는 인덱스펀드죠. 주식시장의 종가에 맞춰서만 사고팔수 있는 펀드와 달리 주식시장이 열리는 시간 동안 원하는 가격에 사고팔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자금의 환금성에서도 큰 차이가 납니다. 예를 들어 ETF는 오늘 매도하더라도 매도한 금액만큼 당일 다른 종목으로 재매수가 가능하지만, 해외 펀드의 경우 최대 일주일 후에나 자금을 받을 수 있고 당일 재가입이 불가능하죠.
여기에 최근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으로 펀드 가입에 대한 프로세스가 더욱 강화됐는데, 일반적인 펀드는 판매사 창구에 방문해 직원과의 상담을 통해서 가입해야 합니다. 반면 투자 상품에 대한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투자자라면 자신의 판단하에 ETF를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습니다. 편리성 측면에서 펀드와 비교할 수 없게 된 셈이죠. 또 최근에는 개인연금과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에서의 ETF 매매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그 저변에는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들이 주식과 더불어 ETF를 경험하면서 투자의 주요 수단으로 ETF를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ETF 최저 수수료 경쟁을 이끌고 있습니다. 출혈 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는데.
“사실 ETF 수수료 경쟁은 전 세계적인 흐름입니다. 미국 시장의 핵심 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을 추종하는 대표 ETF인 뱅가드(Vanguard)사의 VOO는 총 보수가 0.03%에 불과합니다. BNY 멜론(BNY Mellon)이라는 운용사는 아예 보수를 받지 않고 있죠.
KB자산운용은 투자자 입장에서 핵심 자산으로 투자하는 대표 지수, 예를 들어 한국의 코스피200, 미국의 S&P500, 나스닥100, 유럽 시장의 Stoxx500 지수의 보수를 0.017~0.021%로 전 세계 최저 보수로 책정했습니다.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고, 자산을 증식하기 위해 핵심으로 끌고 가야 하는 자산에 대해서는 보수를 최대한 낮춰 장기 투자에 따른 투자자의 효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한 거죠. 특정 상품에 국한해 얘기한다면 출혈 경쟁을 우려할 수 있겠지만, 시장 전체 ETF의 수가 500여 개의 달하는 현 상황에 비춰볼 때 운용사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쟁사 대비 상품 개발에도 적극적입니다. 향후 어떤 상품 출시를 계획 중인가요.
“‘KB스타’ 브랜드로 상장된 ETF는 총 77개로, 이 중 기관투자가들은 순자산 약 1조2000억인 KB스타200에 압도적으로 많은 거래를 보이고 있습니다. 기관투자가는 비용 민감도가 높아 보수가 저렴한 KB스타200을 선택하는 경향이 높죠.
반면 개인투자자의 경우는 ‘KB스타 ESG사회책임 ETF’나 ‘KB스타 수소경제’, ‘KB스타 5G테크’, ‘KB스타 IT플러스’와 같은 신성장 테마 ETF를 주로 거래하고 있습니다. 해외 ETF의 경우 ‘KB스타 S&P500’, ‘KB스타 나스닥100’처럼 저렴한 ETF를 장기 적립하는 투자 트렌드를 보이고 있죠.
5월 말에는 채권 ETF 3개 상품을 동시에 상장할 예정입니다. 채권시장의 대표 지수인 종합 채권을 벤치마크로 투자하는 액티브 채권 ETF 2종과 초장기 채권 ETF인데, 채권 투자 니즈가 높은 기관투자가를 중심으로 선호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주당 10만 원으로 은행 금리보다 높으면서 다양한 국내 채권에 분산투자를 할 수 있는 상품인 만큼 개인투자자들도 관심을 가지면 좋을 것 같네요. 이후에는 국내 성장 산업에 투자하는 다양한 테마 ETF도 선보일 예정입니다. 향후 반도체 산업의 핵심 육성 분야인 비메모리반도체 기업에 투자하는 액티브 ETF와 국내 대표 콘택트 기업들에 분산투자 하는 상품 등 연말까지 다양한 상품들을 상장시킬 계획입니다.”

ETF 신흥 강자로서 중장기 목표가 궁금해지네요.
“전 세계 ETF 시장은 지난해 말 기준 약 8600조 원 규모로 추정됩니다. 이 시장을 상위 3개사가 3분의 2가량 점유하고 있죠. 전 세계 기준으로 보면 투자 시장과 자산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상위 3개사의 점유율이 이 정도이지만, 국내 시장으로 한정한다면 미국처럼 다양한 니치플레이어가 나타나기 어려운 한계가 있죠.
결국 경쟁 구도 관점에서 국내 ETF 시장에서 톱3 안에 들지 못한다면 장기적으로 살아남기 힘든 구조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KB자산운용은 현재 8.2% 수준의 시장점유율을 올해 안에 두 자릿수로 끌어올리고, 3년 내 15%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명실상부한 국내 대표 ETF 운용사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죠.
현재 글로벌 ETF 시장 1위 사업자인 블랙록의 ‘아이셰어(iShares)’ 시장점유율이 30% 중반, 그리고 3위를 차지하고 있는 SSGA의 경우 점유율이 11% 후반 정도입니다. 이런 글로벌 시장에 대입해 계획대로 성장해 간다면 ‘국내 대표 ETF 운용사’라는 목표는 충분히 실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ETF 투자를 고민하는 개인들을 위한 투자 팁을 부탁드립니다.
“모든 투자가 그렇겠지만 ETF 역시 현재 자산을 불리거나 모아진 자산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될 것입니다.
우선, 노후자금을 위해 자산을 불리는 목적이라면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인 IRP를 적극 활용해 ETF를 매수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연금을 통한 ETF 거래는 당장 연 단위로 700만 원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보는 것도 장점이지만, 2023년부터 도입되는 주식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감안하면 저율의 5.5%를 은퇴 이후 적용받게 되므로 향후에는 더욱 더 선호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연금 계좌를 통해 장기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수소경제·5G·전기차 ETF와 같은 상품을 은퇴 시점을 바라보며 장기 적립식으로 투자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어느 정도 자금을 모아서 목돈을 굴린다면 수익률만큼 자산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므로 분산투자를 권해드립니다.
미국 대표 500개 기업에 투자하는 ‘KB스타 S&P500 ETF’나 국내 대표 기업 200개에 투자하는 ‘KB스타 200’의 경우 상품 총 보수가 각각 0.017%, 0.021%에 불과합니다. 해당 상품은 각국을 대표하는 기업들로 구성돼 안정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으니 자산의 절반 정도를 분산투자 하면서, 향후 성장이 예상되는 산업이나 테마에 일부 투자해 추가 수익을 노리는 전략이 좋아 보이네요.
조금 더 방어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노린다면 배당금에 주목하면서 국내외 배당주 관련 ETF에 가입하거나 연 5% 수준의 배당을 기대하는 미국의 우선주에 투자하는 ‘KB스타 미국고정배당우선주ETF’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금정섭 이사는…
지난 1999년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으로 금융투자 업계에 첫발을 내딛었다. 이후 교보악사자산운용 상품전략팀/AI팀, GS자산운용(현 BNK자산운용) AI본부 등을 거치며 자산 운용 및 상품 전략 부문에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2012년부터 현재까지 KB자산운용 ETF전략실을 이끌고 있다.

공인호 기자 ball@hankyung.com | 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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