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스토리-총론]경매 재테크, 열기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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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거치면서 투자, 재테크 등 자산관리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는 가운데 경매 시장이 각광을 받고 있다. 자신의 발품을 팔아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적합한 수단 중 하나가 경매이기 때문이다. 경매 분야도 부동산 등 기존의 전통적 경매 투자에서 미술, 음악 등으로 다양하게 확대되고 있다. 적재적소에 투자해 자산을 불리는 경매 재테크, 어디에 어떻게 투자해야 할까. 이에 한경 머니는 많은 경매 시장 중 부동산과 미술품, 음악 저작권에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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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6월 8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서부지방법원 신관 2층 경매법정.
“사건번호 2020타경 00000. 마포구 망원동 00연립주택 경매가 0억 0천 만 원”
이 물건의 경쟁률은 약 15대1. 이날 한 명의 주인공이 현 시세보다 저렴한 주택을 낙찰 받았다.

#2. 지난 3월 서울 옥션에서 진행된 봄 메이저(봄 시즌) 미술 경매장. 낙찰률은 95%로 역대 경매 중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날 낙찰총액은 약 104억 원. 지난해 말 경매 낙찰액이 2015년 이후 최저치까지 떨어졌던 것과 대비되는 성과다.

#3. 서울 용산에 사는 장하나(33) 씨는 최근 유튜브에 뮤직(재)테크 관련 광고를 보고 뮤테크(음악+재테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장 씨는 음악 저작권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다운 받아 소액을 직접투자 했다. 장 씨는 “뮤테크는 음악 저작권에 투자해 매월 일정한 저작권료를 정산 받는 식”이라며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게 매력으로 다가왔다”며 적극 추천했다.

전국 부동산 경매, 3개월 연속 1만 건 웃돌아
부동산 경매 시장에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다. 연일 고공 행진하는 집값에 전세난까지 심화하면서 경매를 통해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잡기 위해서다. 최근 부동산 경매 시장은 실수요자들의 투자 기회가 높아지고 있다는 게 경매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지지옥션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경매 상황은 지난 3월부터 3개월 연속 월별 진행 건수가 1만 건을 웃돌고 있다. 5월 한 달 진행 건수는 1만668건으로 전월(1만551건) 대비 1.1% 증가했다. 그러나 전년 동기(1만3083건)에 비해서는 2000건 이상 줄었다.
진행 건수와 달리 낙찰 건수는 4162건으로 전월(4268건) 대비 감소하면서 낙찰률(경매 진행 건수 대비 낙찰 건수)도 30%대로 밀린 39%를 기록했다. 월별 낙찰가율이 40%대를 밑돈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라는 게 옥션 관계자의 설명이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 역시 4월(79%)보다 7%포인트 낮은 72%를 기록, 지난해 10월(65.9%)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지역별로는 낙찰가율이 100%를 넘긴 곳이 없었던 4월과 달리 광주의 낙찰가율이 103.2%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5월 낙찰가율이 100%를 넘긴 곳은 광주가 유일하다. 3~4월 두 달 연속 평균응찰자 수 1위를 차지했던 대구는 5월 울산(6.2명)에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그러나 대구의 5월 낙찰률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50%를 넘긴 54.6%로 여전히 경매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지역으로 나타났다.

아파트·상가·토지 경매, 희비 엇갈려
서울과 수도권의 5월 아파트 낙찰가율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인천, 경기와 부산은 역대 2위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지역을 가리지 않고 경매 시장에서 아파트 인기가 치솟으면서 전국 아파트 월별 낙찰가율이 올해 처음 100%를 넘겼고 역대 낙찰가율 1~5위가 모두 올해 1~5월 사이에 분포해 있을 정도다.
서울 아파트의 5월 낙찰가율은 115.9%를 기록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서울 아파트의 낙찰가율은 3월부터 3개월 연속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면서 매월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전체 5월 아파트 낙찰가율 역시 110.8%로 직전 최고치인 4월의 110.2%를 한 달 만에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4월에 예상과 달리 경매 투자자들의 관심을 크게 받았던 업무상업시설은 5월 들어 조정에 들어가며 다시 예전 수준으로 복귀했다. 업무상업시설의 경매 진행 건수는 1904건으로 전월(1893건) 대비 0.6% 증가했다. 전년 동월(2207건)에 비해서는 13.7% 줄었다. 낙찰 건수는 551건으로 전월(597건)에 비해서는 줄어든 반면 전년 동월(555건)에 비해서는 소폭 증가했다. 전월에 비해 진행 건수는 늘어났지만 낙찰 건수는 감소해 낙찰률은 28.9%로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토지 역시 응찰자 수가 전월에 비해 줄면서 낙찰률과 낙찰가율도 동반 하락세를 기록했다.
전국 토지 경매 진행 건수는 3824건으로 전월(3669건)에 비해 4.2% 증가했지만 전년 동월(4877건)에 비해서는 21.6% 감소했다. 낙찰 건수는 1533건으로 전월(1535건)과 비슷했지만 진행 건수가 늘면서 낙찰률은 40.1%를 기록, 간신히 40%대를 유지했다.
월별 토지의 낙찰률은 올해 들어 계속 40%를 넘고 있지만 3월부터 지속적으로 전월 대비 하락 중이어서 6월에는 40%대가 무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술품 경매, 변화의 바람 불어
미술품 경매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미술품 시장의 향유층이 20~30대[MZ(밀레니얼+Z) 세대] 젊은 세대로 확대되는 추세다. 이처럼 미술 컬렉터의 연령대가 폭넓어지는 추세는 비단 국내만의 흐름은 아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를 주관하는 스위스 아트바젤과 금융그룹 UBS가 발표한 ‘2021 미술 시장 보고서’를 보면 주요 10개국 고액자산가 컬렉터 2569명 중 52%가 MZ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MZ세대는 지난 2020년 한 해 동안 평균 22만8000달러의 미술품을 구매했다. 국내에서도 미래 가치가 기대되는 미술품 투자에 관심을 쏟는 젊은 세대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옥션이 올해 1분기 진행한 온라인 경매에서 MZ세대가 차지한 낙찰 비중은 11%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국내 미술품 시장의 신규 진입자가 고소득 전문직이나 고액자산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도 눈에 띈다. 수천만 원대 작품 값을 일시에 치르는 ‘큰손’들도 물론 존재하지만 100만 원 미만부터 수백만 원 선의 작품 위주로 투자하는 직장인도 적지 않다.
작품의 소유권을 잘게 쪼개 공동구매를 하는 케이스도 점차 늘어나는 분위기다. 이런 흐름 속에서 미술품 경매 시장이 갈수록 대중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미술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감돌고 있다.
최근 달라진 세법도 미술품 경매 시장의 성장세에 힘을 실어주는 부분이다. 지난해 11월 '소득세법'이 개정되면서 미술품 양도차익이 세율 20%의 기타소득으로 고정됐다. '소득세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거래 횟수에 따라 많게는 42%의 세금을 내야 했던 것과 비교하면 세금 부담이 크게 줄어든 셈이다. 미술품 경매에 대한 투자자들의 접근성을 높이는 호재가 잇따른 덕에 당분간 미술 시장의 열기가 쉽사리 식지 않을 전망이다.

글 정유진·정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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