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 마음에도 충전이 필요하다

[한경 머니 기고 =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 신나는 바캉스 시즌인 여름과 우울증은 먼 듯한데 의외로 계절성 우울증이 겨울 다음으로 여름에 많다. 우리는 왜 여름에 우울해지는 것일까.



여름철에 우울해지는 이유는 우선 햇빛이다. 뇌 안에는 수면과 호르몬 분비 등을 시간에 따라 적절하게 조정하는 ‘생체(生體)리듬’ 시계가 있는데 해시계처럼 햇빛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햇빛의 양이 줄어드는 것이 겨울철 우울의 중요한 원인으로 생각되고 있어 빛을 쬐는 광선 치료도 사용된다. 반대로 여름에는 과도한 햇빛이 생체시계를 오작동시키고 뇌신경의 정보 흐름에 혼란을 주는 탓에 불면, 식욕 부진, 불안감 같은 우울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또 고온다습한 날씨도 뇌의 에너지를 소진해 우울이 찾아올 수 있다.

겨울 우울은 축 처지는 경우가 많다면 여름 우울은 짜증, 불쾌감이 흔하다. 그러다 보니 대인관계 갈등 같은 행동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불쾌지수(不快指數)는 미국의 기후학자 톰(E. C. Thom)이 1959년에 고안한 무더위 정도를 알아보는 기준인데, 한국인의 경우 80에서 83엔 반수가, 83 이상에선 모두가 불쾌감을 느낀다고 한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스트레스까지 겹쳐진 상황이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스트레스로 인해 중등도 이상의 극심한 불안 증상을 느끼는 사람이 세 명 중 한 명꼴이라는 35개국의 성인들을 대상으로 시행된 연구 보고도 있다.

‘연결’과 ‘공간’으로 마음관리

여름철 마음 보양(保養)을 위해선 규칙적인 생활리듬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날씨가 덥고 낮이 길어지다 보니 취침 시간이 뒤로 밀려 수면의 양과 질에 문제가 생기기 쉽다. 침실에 들어오는 빛을 차단하고 최대한 편안하고 조용한 수면 환경을 만들어 충분한 숙면을 취하는 것이 삼계탕보다 마음엔 더 좋은 보양식이다. 마음 안에 생체시계가 정상 리듬을 유지하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정신과 의사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데 스트레스로 마음이 요동치기 시작하면 정신과 의사라고 해도 별수 없다. 이번의 강력한 팬데믹 스트레스는 인종, 문화를 넘어 스트레스에 딱히 장사가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최근 스트레스 관리에 대한 관심이 더 높고 비즈니스 영역에서도 구성원들의 마음관리에 대한 관심이 커진 상황이다.

팬데믹 시대에 마음관리 관련 키워드 두 개를 선정해본다면 ‘연결’과 ‘공간’이다. 몸이 지쳐 힘든 경우는 누워서 쉼을 가지면 회복이 된다. 그러나 마음이 지쳐 번아웃이 찾아온 상태에서는 하루 종일 누워 있었는데 마음이 더 꺼져버린 느낌을 받았다는 경우가 있다.

스마트폰이 방전됐을 때 침대에서 쉬게 해준다고 충전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원과 연결을 해주어야 하는 것처럼 우리 마음도 에너지와 연결을 하는 충전 활동을 해야 회복이 된다. 마음이 좋아하는 대표적인 에너지원으로는 ‘사람’, 그리고 ‘자연’과 ‘문화’가 있다.

상대방이 나를 공감해주는 따뜻한 마음이 내 지친 마음과 연결될 때 긍정 에너지가 재충전될 수 있다. 한편, 산책을 하다 하늘을 보며 하늘과 나를 연결할 때, 좋은 음악이나 그림 또는 독서를 즐기며 그것과 내 마음을 연결할 때 삶의 무거움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경험을 할 때가 있다. 자연, 그리고 문화 콘텐츠와 연결할 때 마음의 공간이 확보되면서 그 안에 새로운 힘이 차오른다.

살면서 우리는 주로 공간을 좁히는 훈련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외부에서 스트레스 자극이 오면 빠르게 반응하는 것 또는 내 현재 삶에 주인공으로 깊게 몰입하는 데 집중해 왔다. 그런데 하루 30분이라도 사람, 자연, 문화와의 연결을 통해 스트레스 자극과 반응 사이에 공간을 만들어줄 때 또는 주인공이 아닌 관찰자로서 나 자신을 바라볼 때 생기는 그 공간에서 쉼을 얻을 수 있다. 요즘 마음관리에서 활용되는 마음챙김(mindfulness)이나 메타뷰(meta-view)도 그런 공간을 확보해주는 기법으로 볼 수 있다.

사람, 자연, 문화와 연결해보려 하는데 불안감이 증가해 잘 즐기질 못하겠다는 호소가 있다. 이런 경우를 마음 안의 스트레스 공장과 충전 공장이 경쟁 관계인 것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스트레스 공장이 꽉 잡고 있었던 마음이라는 마켓에 충전 공장이 진입하면 자신의 장악력이 떨어지는 것이 싫어 스트레스 공장이 불안감을 증대시켜 진입장벽을 만든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그 초기 불안을 극복하고 연결과 공간 확보를 통해 충전 경험을 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글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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