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스토리]매일 듣던 음악도 투자자산, 저작권 경매 아시나요

정현경 뮤직카우 대표

‘음악이 안정적인 자산이 된다.’ 음악 저작권 거래 플랫폼인 뮤직카우의 슬로건이다. 매일 듣고 즐기는 데 그쳤던 음악이 ‘투자자산’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응원하는 ‘특별한 굿즈’ 역할까지 한다.

정현경 뮤직카우 대표.


금융과 정보기술(IT), 그리고 음악이 만났다. 음악 저작권 거래 플랫폼 ‘뮤직카우’에 대한 이야기다. 뮤직카우는 일반인 투자자가 음악 저작권료 지분을 사들일 수 있는 경매 시스템을 구축한 세계 최초 플랫폼이다. 플랫폼 내 마켓에서 개인 간 거래(P2P)가 가능해 일종의 음악 저작권 거래소 역할까지 한다. 2017년 7월 서비스 시작 이후 현재까지 약 850여 곡을 거래 중이다. 최근에는 170억 규모의 시리즈C 투자 유치까지 완료하며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

정현경 뮤직카우 대표는 이 플랫폼을 통해 K팝 시장의 혁신 생태계에 이바지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 태동한 오리진(origin) 사업모델로 플랫폼을 운영 중이라는 자부심이 적지 않다. 정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잘나가는 스타트업의 사업모델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외국에서 가져온 모델”이라며 “저희가 서비스를 잘 만들어서 글로벌화에 성공하고, 한국이 ‘IP금융의 아이콘 기업’을 배출한 나라가 된다면 너무나 의미 있는 일 아니겠냐”고 말했다. 음악 저작권으로 누구나 돈 버는 세상을 꿈꾸는 정 대표를 뮤직카우 본사에서 만나봤다.

먼저 뮤직카우는 어떤 회사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그동안 음악 저작권은 아티스트만의 전유물이었는데요. 뮤직카우는 음악 저작권을 일반인 누구나 소유할 수 있도록 구현한 플랫폼입니다. 현재 이용자 수(탈퇴 회원 제외 누적 기준)는 46만 명 정도인데요. 지난해 연 거래 규모가 전년에 비해 368% 늘어났을 정도로 성장 과정에 있습니다. 특히 올해 4월에는 한 달 거래액만 360억 원 규모였는데, 기관투자가의 참여 없이 개미만 들어오는 시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규모죠.

어떤 계기로 음악 저작권 투자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저는 20대부터 스타트업 창업을 해 왔는데요. 새로운 아이템으로 시장을 열심히 만들어 놓으면 그 사업모델을 모방한 후발주자가 들어오는 과정을 반복적으로 겪었습니다. 시장이 레드오션으로 변해 가는 과정을 숙명처럼 받아들였지만, 한편으로는 ‘시장의 수요와 사업모델이 명확하면서도 진입장벽이 높은 사업은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죠.

저는 기존에 있던 사업에서는 답이 안 나온다고 생각해요. 새롭지만 너무 생소하지는 않아야 하는데, 기존에 있는 개념들을 융합했을 때 사람들은 낯설어 하기보다는 신선하게 느끼거든요. 그래서 금융과 문화, IT를 섞으면 굉장히 독창적인 시장이 되겠다고 생각한 거죠.

특히 금리가 마이너스로 가는 상황 속에서 시장의 유동자금은 풍부해질 테고, 그러다 보면 당연히 대체투자에 대한 수요는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어요. 금융과 IT를 섞으면 핀테크인데, 그렇게만 해서는 경쟁력이 없잖아요. 그런데 여기에 문화(음악)가 섞이면 굉장히 이질적이거든요. 이런 방향으로 사업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음악 저작권이 굉장히 안정적인 자산이라는 패턴을 발견했고, ‘아, 이 사업이구나’라는 확신이 들었죠.

정현경 뮤직카우 대표.


투자할 수 있는 방식이 ‘경매(옥션)’와 ‘마켓’, 두 가지로 나눠져 있던데, 두 방식은 어떻게 다른가요.
창작자로부터 저작권 지분을 양도받은 곡을 가장 먼저 선보이는 방식이 바로 옥션입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경매 방식이죠. 투자자는 자신이 원하는 수량과 가격을 입력하고, 정해진 수량 안에서 가격순으로 낙찰되는 시스템이에요. 정규 옥션은 일주일, 게릴라 옥션은 2시간, 어떨 때는 1일 옥션으로 진행할 때도 있고요. 정해진 경매 기간이 끝나면 마감이 되고, 그 이후에는 마켓에서 P2P로 주식시장처럼 거래할 수 있습니다. 다만 주식시장과의 차이점은 24시간 개방하는 시스템이라는 부분이에요.

플랫폼 이용자들은 어떤 방식으로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건가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우선 옥션 혹은 마켓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곡의 저작권료 지분을 구매하면 보유 기간 동안 저작권료 수익을 받을 수 있어요. 아티스트에게 돌아가는 저작권이 투자자에게 공유되는 개념입니다. 아티스트가 저작권의 100%를 갖고 있다면, 그중 일부 혹은 전부를 뮤직카우가 양도받아 일반인들이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몇 천 원에서 몇 만 원 단위로 물량을 쪼개는데요. 이렇게 분할해 내놓은 물량 중 200주를 샀다면, 200주에 대한 지분을 갖게 되는 거죠. 아티스트가 한 달에 한 번씩 저작권협회로부터 정산을 받는 것처럼 투자자들도 연금처럼 저작권료 수익을 수령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거래를 통한 매매차익인데, 저희는 투기성으로 단타식 거래를 하는 것보다는 장기간 안전자산으로 보유하는 쪽을 권해드리고 있어요. 주식보다는 훨씬 위험도가 떨어지고, 채권보다는 위험도가 있는 자산이지만 변동성이 있거든요. 레트로 트렌드로 역주행 이슈가 생기면 저작권료 수익이 많아질 수도 있지만, 가수가 물의를 일으키면 반대로 떨어질 수도 있어요. 물론 그런 변동성이 굉장히 흔한 경우는 아닙니다.

창작자는 어떤 이익을 얻을 수 있을까요.
우선 뮤직카우가 원저작자로부터 저작권을 양도받을 때 곡의 적정 가치에 맞는 양수도 대금을 지급하고요. 이후 경매를 진행하면 낙찰가가 올라가는데, 그 상승분의 50%를 아티스트에게 지급합니다. 저작권 적정 가치를 우선적으로 지급받고, 이후 팬덤에 의해 새롭게 창출된 가치를 추가로 받는 거죠. 아티스트가 자신의 저작권 100%를 다 양도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50% 정도를 양도하는데요. 뮤직카우를 통해 해당 저작권료 지분의 주인이 수백 명에서 수천 명으로 늘어나면, 투자자들은 이 곡을 ‘내 노래’라고 생각해 일부러 더 찾아 듣게 되겠죠. 그럼 저작권료가 역주행하게 됩니다. 완전히 윈윈(win-win) 하는 구조죠.

사업을 이끌어 오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있다면.
저희가 하는 게 결국 음악 저작권 거래소 역할이잖아요. 새로운 시장인 만큼 예민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시장에서 알아서 자정작용이 일어나면 참 좋겠지만, 그런 꿈같은 일은 생기지 않잖아요. 제품에 비해 이용자가 너무 많으면 시장이 과열될 것이고, 수요와 공급도 맞아야 하고요.

뮤직카우를 단기간 뜨는 기업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았어요. 장기적으로 음악 시장의 혁신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자산 시장을 형성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려면 초반에 시장이 과열돼서도 안 되고, 이미지 포지셔닝도 잘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플랫폼의 이미지가 너무 투기 쪽으로만 형성되면 아티스트들이 이 시장에 들어오는 것을 불편해하겠죠. 일반적인 기업들은 수요자만 바라보고 사업을 진행하면 되지만, 뮤직카우는 수요자(투자자) 못지않게 공급자(아티스트)의 입장도 중요해요.

특히 저희 플랫폼의 특성상, 투자자와 팬덤이라는 완전히 이질적인 집단이 섞여 있어요. 저희 플랫폼에는 일부러 비싼 가격에 저작권 지분을 구매하려는 수요자들이 있어요. 일반 투자자의 특성과 굉장히 동떨어진 특징이죠.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에 영예를 만들어주고 싶어 하는 팬덤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에요. 이런 요소를 모두 고민하면서 새 시장을 만들어 나가는 작업이 굉장히 예민합니다.

플랫폼 이용자 연령층은 어떤가요.
사업 초반에는 20대에서 30대 초반까지의 젊은 이용자 위주로 형성이 됐는데요. 지금은 음악 저작권을 투자 상품으로 생각하는 30대 후반에서 40대 투자자가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음악 저작권을 안전자산으로 판단하고, 연금처럼 투자하는 건데요. 억대 투자자들의 유입으로 시장 규모가 터지는 추세입니다.

뮤직카우가 플랫폼에 선보일 음악을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저희가 계속 강조하는 게 음악 저작권은 안전자산이라는 점입니다. 안전자산이라는 이야기는 그만큼 예측이 가능하다는 건데요. 음악 저작권료 수익이 일정하게 발생할 수 있는 곡을 선별해 서비스하죠. 저작권료가 일시적으로 발생하다가 끊어질 것으로 판단되는 곡은 서비스하지 않습니다. 과거 데이터의 흐름과 가수의 차트를 보면 저작권의 연속성을 판단할 수 있어요.

음악 저작권 투자만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법적인 보호 기간이 어마어마하게 깁니다. 저작재산권(창작자가 자신의 저작물에 대해 갖는 재산적 권리)은 사후 70년, 저작인접권(복제 및 배포할 권리)은 음원 발매 후 70년까지 보장되거든요. 상장한 기업들이 살아남는 기간은 길어봐야 30~40년이잖아요. 그리고 젊은 세대 입장에서는 투자 방식이 재밌다는 것도 장점이죠.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의 저작권료 지분을 소장한다는 특별함이 있고,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후원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고요.

반대로 단점이 있다면.
아직은 시장 규모가 작다 보니 환금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죠. 투자자가 꼭 팔고 싶은 시점에 못 팔 수도 있어요. 따라서 포트폴리오 설정을 잘 해야 합니다. 시세차익을 노릴 곡, 그리고 장기적으로 보유하면서 연금처럼 수익을 얻을 곡을 구분하는 게 좋죠.

대한민국 정부 ‘한국판 뉴딜’ 영상.


해외 이용자도 뮤직카우를 이용할 수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지금은 저희 상품이 수익증권으로 분류되고 있지 않아요. 통신판매업으로 서비스되는 상황이죠. 따라서 ‘외국환거래법’상 해외 이용자는 뮤직카우에서 자유로운 거래가 힘듭니다. 옥션을 통해 저작권료 지분을 낙찰받은 외국인도 5000명 정도 있긴 한데요. 그들은 말 그대로 굿즈의 개념으로 보유만 하고 있습니다. 마켓에서 사고파는 거래는 하지 못해요. 뮤직카우 서비스가 하루 빨리 금융 제도권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죠.

마지막으로 올해 사업 계획과 장기적인 목표에 대해서도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선 하반기에는 다양한 기업과의 제휴를 강화할 예정이에요. 특히 금융권과의 제휴가 예정돼 있는데요. 금융사들도 젊은 세대가 관심을 갖고 즐길 만한 투자 분야를 소개하려는 생각이 굉장히 강해서 러브콜이 많이 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음악 저작권이 주요 자산으로 자리매김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지금은 음악 저작권료 지분을 개인이 보유한다는 게 너무 생소한 개념이잖아요. 앞으로는 음악 저작권료 지분으로 돈을 버는 게 자연스러워지는 문화가 정착됐으면 좋겠습니다. 문화를 접목한 지식재산(IP) 금융을 플랫폼 형태로 만들어서 대중과 향유하는 케이스는 뮤직카우가 세계 최초거든요. 앞으로 국내 서비스를 잘 만들어서 글로벌화에 성공하고, 한국이 IP금융의 아이콘 기업을 배출한 나라가 된다면 저희로서는 너무나 의미 있는 일이 되겠죠.

현재 잘나가는 스타트업을 보면 우리나라가 오리진(origin)인 사업모델은 하나도 없어요. 다 외국에서 가져온 모델이죠. 그런데 뮤직카우는 한국이 오리진인 유일한 사업모델이잖아요. ‘우버’라고 하면 미국에서 태동한 사업이라고 떠올리듯, IP금융 플랫폼이 한국에서 태동했다고 하면 정말 근사할 것 같아요.

글 정초원 기자 | 사진 뮤직카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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