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부동산 시장 '먹구름'…코스피는 실적 장세 기대


미국 중앙은행(Fed)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급격히 풀린 유동성이 경기 회복세와 맞물리면서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 내에서는 전방위적인 물가 폭등인 ‘퍼펙트 스톰’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특히 Fed의 테이퍼링은 기준금리 인상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측면에서 국내외 자산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줄 수 있다. 하반기 주식시장은 물론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그만큼 커진 셈이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직후 ‘제로금리’를 도입한 미국 Fed가 기준금리 인상 예상 시점을 기존 2024년에서 2023년으로 앞당겼다. 코로나19 백신 보급으로 경기 회복세가 빨라지고 있는 데다 전방위적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기준금리 예상 시점이 앞당겨지면서 Fed의 테이퍼링 시점과 강도에 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Fed가 오는 8월로 예정된 잭슨홀 미팅에서 테이퍼링 일정을 발표하고, 올 연말부터는 자산 매입 축소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앞서 한국은행도 기준금리(현 0.50%)에 대한 ‘정상화’ 신호를 본격적으로 내비쳐 왔다. 시장에서는 이르면 오는 10월과 내년 초께 0.25%포인트씩 단계적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빠르면 내년 말로 전망되는 미국 Fed의 금리 인상 시기보다 크게 앞선다.

이와 관련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우리 경제가 견실한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현재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향후 적절한 시점부터 질서 있게 정상화해 나가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앞서 글로벌 투자은행(IB)인 JP모건과 바클레이스, 골드만삭스 등의 경우 일찌감치 한은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점쳐 왔으며, 국내 증권사들도 금리 인상 예상 시점을 내년에서 ‘연내’로 속속 앞당기고 있다.

‘세계 최악’의 가계부채, 신용위험 경고
미국과 우리 정부의 통화 긴축은 국내외 금융 불확실성을 확대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여타 국가보다 ‘심각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 가계부채는 하반기 국내 경제의 최대 복병으로 등장할 수 있다. 한은 역시 가계부채 급증세와 부동산 가격 상승 등 ‘금융 불균형’을 국내 금융시장의 최대 위험 요인으로 꼽아 왔다.

실제 지난 3월 말 기준 국내 가계빚은 1765조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나타내고 있으며, 연간 증가액(153조6000억 원) 기준으로도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이처럼 불어난 차입금은 부동산·주식·가상자산 시장으로 흘러들며 이상 과열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가계빚의 급격한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가계부채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 한국금융연구원은 가계부채 관련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가계부채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규모와 증가 속도, 총량 측면에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통화정책 방향이 전환되거나 정부 금융 지원 조치가 종료되는 시점을 전후로 취약 가구와 취약 업종의 신용위험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금융연구원은 우리 정부의 금융정책 관련 싱크탱크 역할을 한다는 측면에서 정부의 시각 변화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국내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9년 말 83.4%에서 올해 3월 말 90.3%로 뛰었는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지난 2008년 말 62.7%와 비교하면 무려 27.6%포인트 급등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국제결제은행(BIS) 분류 기준 선진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2008년 말 76.1%에서 지난해 말 81.0%로 오른 것과 비교해도 국내 가계부채 증가세가 뚜렷하다.

이 연구원은 “경제 전반의 위험관리 차원에서 민간부채 전체의 총량 관리와 함께 가계부채, 부동산 금융 등 특정 부문별 총량 관리 목표를 설정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가계부채 증가의 주요인으로 떠오른 전세대출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대상에서 예외로 빠져 있어 풍선효과로 인한 수요 확대가 불가피하다”며 “별도 사전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불확실성 커지는 부동산 시장
일반적으로 가계부채 문제는 국내 자산 시장, 특히 부의 편중이 심각한 부동산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일단 부동산 시장에서는 정부의 각종 부동산·대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시장 불안이 올 하반기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최근 한국부동산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6월 첫째 주까지 4주 연속 0.1%대 상승률을 기록했고, 특히 서초구 아파트 전셋값은 2년 10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또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의 평균 아파트 가격은 지난 5월 기준 11억2375만 원으로 불과 1년(9억1530만 원) 만에 2억 원 넘게 뛰었고,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중앙값)도 9억9800만 원으로 10억 원에 육박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주택 구입 부담도 역대 최고 수준에 다다르고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서울의 주택구입부담지수(K-HAI)는 전분기보다 12.8포인트 상승한 166.2를 기록했다.
이는 주택금융공사가 해당 지수 산출을 시작한 지난 2004년 이후 최고치로, 이 지수가 가장 낮았던 2015년 1분기(83.7)와 비교하면 2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 지수가 100을 넘으면 중간소득 가구가 소득의 25%를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 상환에 쓴다는 의미로, 지수가 높을수록 주택 구입 부담이 커진다.

이 같은 가격 부담은 주택 매입 수요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이 애플리케이션 이용자(2300여 명)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주택 매입 의사가 있느냐’를 묻는 질문에 66.1%만 ‘그렇다’고 답했다. 이 비율은 해당 설문조사를 시작한 2020년 상반기 71.2%에 달했지만, 같은 해 하반기 70.1%, 2021년 상반기 69.1% 등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이는 단기에 치솟은 가격 부담과 함께 정부의 부동산 공급대책이 잇따르고 있는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의 대출 규제와 함께 가계부채 우려가 커지자 대출 증가세를 줄이려는 은행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최근 NH농협은행과 신한은행은 모기지신용보험(MCI) 대출, 모기지신용보증(MCG) 대출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MCI MCG는 주택담보대출과 동시에 가입하는 보험으로, 이 보험에 가입하는 대출자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만큼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보험이 없으면 소액임차보증금을 뺀 금액만 빌릴 수 있다. 이외에도 대다수 은행들이 전세대출과 신용대출, 부동산담보대출에 대한 우대금리를 속속 내리는 조치를 취하며 리스크 관리에 나서는 모습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위원은 “부동산 안정을 위한 정부 차원의 뚜렷한 대책이 보이지 않지만 분명한 것은 가계부채 문제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심각하다는 점”이라며 “각종 규제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 총량이 줄어들기는 힘들어 보이지만, 미국의 테이퍼링 움직임이 본격화될 경우 부동산 시장의 충격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주식시장도 테이퍼링 부담…‘실적 장세’ 기대 여전
주식시장 역시 올 초 낙관론이 팽배했던 것과 비교하면 대세 상승론에 대한 기대감은 크게 희석된 분위기다. 한은의 금리 인상과 미국의 테이퍼링 이슈 탓이다.
특히 미국의 통화 긴축 움직임은 채권 시장과 외환 시장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만큼, 신흥 시장에 심각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 2013년 불거진 테이퍼 탠트럼(긴축 발작) 역시 신흥국 증시를 중심으로 폭락세가 연출된 바 있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낙관론’이 우세하다. 이전과 달리 강해진 개인들의 힘, 즉 유동성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하반기 증시 전망과 관련해 “과거와 비교해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압도적으로 많다”며 “하반기 금리 움직임에 따라 변동성은 높아질 수 있지만 증시가 급락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금리 인상 충격 역시 기우에 불과하다는 해석이다. 그는 “금리 인상은 정부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며 “우리 경제가 금리가 오르면 치명상을 받는 구조로 변했다”고 단언했다.

실제 최근 주식시장은 개인들의 직접투자 열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간접투자인 펀드 시장도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6월 기준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전체 운용자산(AUM)은 1300조 원을 돌파했다. 이런 이유로 많은 증권사들이 장밋빛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는 가운데, 일부 증권사는 코스피 지수 상단을 3700포인트까지 열어두고 있다. 글로벌 시장의 팬데믹 완화 기대감과 함께 하반기 국내 기업들의 실적 장세가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최근 집계된 증권사별 증시 전망에서 신한금융투자는 하반기 코스피 예상 밴드를 3000~3700포인트로 제시했다. 하나금융투자, 대신증권, 흥국증권 등도 코스피 밴드 상단을 3600대로 제시했으며, 나머지 역시 3400~3500포인트 수준의 우상향 기조를 예측했다.

강봉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도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이익 전망치의 상향과 주가수익비율(PER)의 소폭 하락이 나타나는 ‘정상화’ 국면을 전망한다”며 “상반기 어닝 서프라이즈,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강세를 보인 가치주 업종은 전반적 추가 상승보다는 일부 업종의 선별적 강세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투자 매력도 최상위 업종으로는 화장품, 건설, 정보기술(IT) 하드웨어, 반도체, IT가전 등을 꼽았다. 다만 미국의 테이퍼링 움직임을 감안해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나온다.

장희종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장은 팬데믹 이후 경제 정상화 흐름에서 그동안 억눌렸던 소비 회복, 특히 대면 서비스업과 자동차 판매 호조세가 기대된다”며 “경기 개선 흐름이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주식 비중 확대를 유지하지만, 물가 상승과 이후 중앙은행 정책 스탠스 변화에 대비해 선진국 중심의 접근이 유효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상대적으로 코스피 상단을 낮게 제시한 삼성증권도 “상반기 수출과 기업 실적의 급속한 개선세를 반영하면서 코스피 PER이 12배까지 하락했으며 8~9월 테이퍼링 공식화, 글로벌 인플레이션 여진 등은 3분기 시장의 고민거리로 등장할 것”이라며 “하반기 코스피는 3000~3300포인트 수준의 박스권 등락 정도가 가장 현실적인 눈높이가 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공인호 기자 ba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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