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글로벌 지수는 6.9% 상승했다. 미국의 시중금리 상승과 물가 급등이 현실화되는 양상을 보였지만, 지수 측면에서는 5개월 연속 강세 기조를 유지한 것이다. 하반기 글로벌 증시도 이런 흐름이 유지될 수 있을까.
최근 신흥국 증시의 강세를 주도한 것은 브라질이었다. 주된 강세 원인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서 찾을 수 있는데,
2분기 전 세계 증시의 수익률도 양호했지만 국제 원자재 및 선물조사 회사인 CRB(Commodity Research Bureau)사의 CRB 원자재 지수 수익률은 15.4%에 달했다. 브라질의 주요 수출 품목인 원유의 2분기 수익률은 23.6%, 철광석은 30.6%에 달했다.
브라질에 특히 도움이 됐던 것은 중국과 호주의 분쟁이 격화됐다는 점이다. 호주는 전 세계 1위 철광석 생산국으로 그동안 중국은 대부분의 철광석 수입 물량을 호주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양국 간 분쟁이 격화되면서 중국의 전체 철광석 수입 물량 중 호주의 비중은 지난해 62.6%에서 올해 60%(각 연도 1~4월 비교)로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브라질은 18.5%에서 20.6%로 증가하는 반사이익을 얻었다. 결과적으로 브라질의 무역수지는 1959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원가 부담에 직면한 세계의 공장
향후의 부담은 중국이 원자재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행동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이미 5월 ‘수출 증치세 환급 제도 폐지(기존 13% 환급)’, ‘지역별 철강 생산량 감축(6월 1일 시행)’ 등의 조치를 시행했다. 그러나 최근 생산자물가의 추가 급등(전년 대비 8.8%)이 확인되면서 보다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이미 최근 중국의 생산자물가 상승을 ‘외부 유입형(원자재)’이라 규명한 상태다.
브라질이 누린 반사이익의 이면에는 부진한 지표들도 확인되고 있다. 가장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지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다. 5월 선행지수에서 브라질의 지표는 4개월 연속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는데, 5월로만 보면 21개 선진국, 16개 신흥국 중 유일하게 하락한 것이다.
하반기에는 중국발 반사이익이 종료되면서 브라질의 취약한 내면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테이퍼링 공식화 가능성 역시 재정이 열악한 브라질(2020년 GDP 대비 재정 적자 -13.4%)이 민감하게 반응하게 될 이슈다.
자연스러웠던 ECB의 테이퍼링 선언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이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에 앞서 자산 매입 규모를 축소하기 시작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6월 유럽중앙은행(ECB)은 기준금리(레피금리 0.0%)를 동결하고, 팬데믹 긴급 자산 매입 프로그램(PEPP) 규모를 내년 3월까지 1조8500억 유로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ECB의 정책 동결은 실질적으로는 자산 매입 규모가 감소하는 테이퍼링 효과가 있다.
ECB가 PEPP를 통해 현재까지 매입한 총 자산 규모는 1조2600억 유로로, 목표 달성까지는 약 5903억 유로만 잔존(~2022년 3월)해 있다. 2020년 3월 해당 프로그램 도입 후 현재까지의 주간 매입 속도는 203억2000만 유로, 집중 매입에 나섰던 올해 2분기의 매입 속도는 234억6000만 유로 수준이었다.
그러나 현재 잔존 금액인 5903억 유로를 2022년 3월까지 균등하게 매입할 경우, 향후 주간 매입 속도는 140억5000만 유로로 급감할 전망이다.
10년간 이어온 증시 부양책 중단한 BOJ
2016~2020년 ‘스텔스 테이퍼링’을 진행했던 일본은행(BOJ) 역시 최근 자산 매입 규모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BOJ의 12개월 국채 매입 속도는 지난 2월을 정점으로 하락세(25조 엔→22조3000억 엔)를 보이고 있으며, 지수 연동 상장지수펀드(ETF) 매입도 급감하고 있다.
BOJ는 2010년 ETF 매입 정책을 도입한 이후 월평균 3351억 엔 규모의 지수 ETF를 매입해 왔다. 그러나 2분기에는 증시가 급락했던 4월 21일(닛케이225 -2.0%)과 6월 21일(-3.3%) 단 두 차례만 소규모로 실행했다.
2분기 일본 증시의 예외적인 부진도 장기간 지속됐던 증시 부양책이 단절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이는데, 향후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 판단된다.
Fed의 물가 목표는 방향성 아닌 레벨
6월 Fed는 그동안 매입했던 회사채와 ETF를 연말까지 매각할 계획임을 발표했다. 하반기에는 테이퍼링에 대한 가이던스도 제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최근 확인된 컨센서스는 8월 테이퍼링 시그널 제시, 4분기 테이퍼링 공식화가 예상되고 있다.
미국의 물가상승률 고점은 2분기로 예상되지만, 그 레벨은 여전히 Fed의 목표를 상회하는 수준에서 유지될 것으로 전망(근원 PCE 3분기 2.9%, 4분기 3.1%)되고 있다. 또한 Fed가 제시한 2021년 연말 실업률 4.5%는 자연실업률(CBO 기준)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외에 수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경제지표, 급등한 부동산 가격과 주식시장을 볼 때 Fed도 과열에 대비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 보인다. 참고로 최근 MSCI 미국 지수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역대 최고치인 4.2배를 기록 중이다.
2015년을 반면교사로 삼은 중국의 성과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노력은 상당한 성과를 나타나고 있다. 6월 생산자물가 급등(8.8%)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를 기록하는 수준에 그쳤다. 2015~2016년 자산가격 버블을 경험한 중국은 그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있어 무리한 유동성 공급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이미 지난해 말 중국 인민은행과 은행보험감독 관리위원회는 부동산 대출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했고, 연초 인민은행은 유동성을 일부 회수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 적자 목표치도 지난해 3.6%에서 올해 3.2% 내외로 하향됐다.
지난해 플러스 성장률을 지켜냈다는 점에서 보수적인 정책 운용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이며, 향후 전 세계적인 긴축 국면에서 갖는 부담도 적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와 증시 이익의 성장성 측면에서도 향후 중국은 미국 대비 우위를 되찾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남은 한 축
2분기 유로존과 프랑스의 강세는 소비심리의 회복을 반영한 것이었다. 글로벌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약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과 달리, 소비자심리지수의 경우 여전히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제조업과 시차를 두고 올해 본격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한 선진국의 소비심리는 코로나19 백신 보급과 실업률 하락이 가속화되면서 당분간 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와 관련한 산업 중 향후 더 강한 모멘텀이 예상되는 것은 여행 산업인데, 이러한 변화를 잘 대비하고 있는 것은 유럽의 국가들이다.
유럽은 관광수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등이 대표적인데, 상대적으로 타격을 적게 받은 이탈리아의 지난해 여행수지는 전년 대비 54.9% 감소했고, 스페인의 경우 무려 81.6% 급감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필리핀, 태국 등 동남아 지역도 관광수입의 경제 비중이 높다. 그러나 해당 국가들의 백신 접종률이 아직 높지 않다는 점(필리핀 1.5%, 태국 2.4%)을 고려하면 백신 보급에 따른 여행 수요 회복의 수혜는 유럽에 우선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글 민병규 유안타증권 투자전략팀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