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래 “모바일 자산관리 ‘큰 호응’…종합 금융 플랫폼 구축할 것”
입력 2021-07-26 11:53:30
수정 2021-07-26 11:53:30
NH농협은행이 마이데이터 사업에서 눈에 띄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개인종합자산관리 콘텐츠인 ‘NH자산플러스(+)’를 발빠르게 출시하며 고객 데이터 선점에 나선 가운데, 관련 마케팅 영상이 큰 인기를 끌며 고객 유입에 가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금융서비스의 초(超)개인화를 기치로 내건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는 은행, 증권, 보험 등 주요 금융사는 물론 빅테크·핀테크사까지 경쟁에 가세하며 갈수록 열기를 더해가는 사업 분야다. 마이데이터(mydata)는 그 명칭에서 가늠해볼 수 있듯, 데이터의 규모가 사업 성패를 판가름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규모의 고객 정보를 보유한 은행권의 경우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에 있지만, 간편하고 편리한 디지털 서비스를 앞세운 빅테크 및 핀테크 업체들의 거센 공세는 최대 난제로 떠올랐다.
이에 주요 은행들은 핵심 경쟁력으로 꼽히는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워 데이터 수성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NH농협은행도 지난해 말 비대면 개인종합자산관리(PFM) 서비스인 ‘NH자산플러스’를 선제적으로 출시한 바 있다.
NH자산플러스는 여러 금융기관에 흩어져 있는 자산, 부채, 부동산 등 실물자산, 연금, 현금영수증 등의 정보를 통합 조회 및 관리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카드결제일, 예·적금, 대출 만기일 등을 캘린더 형식으로 간편하게 보여줘 고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여기에 올해에는 맞춤형 금융상품과 목표 대비 달성률을 제공하는 ‘마이(MY)목표’, ‘마이(MY)보고서’ 서비스도 추가했는데, 특히 마이보고서는 내 자산의 세부 현황, 금융 투자 수익률, 카드결제 예정금액, 주간 소비 현황 등 자산과 소비 내용에 대해 초개인화된 간편보고서를 제공해준다.
NH자산플러스는 서비스 측면에서의 강점뿐 아니라 마케팅 측면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최근 론칭한 영상 광고가 MZ(밀레니얼+Z) 세대의 큰 호응을 이끌어내며 ‘두 마리 토끼 잡기’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NH자산플러스 가입자 수도 마케팅 효과에 힘입어 반년 만에 70만 가입자를 돌파했다(7월 14일 기준 71만 명).
현재 NH자산플러스 콘텐츠를 총괄하고 있는 인물은 이상래 디지털금융부문장(CDO, 부행장)이다. 이 부행장은 직전 삼성SDS에서만 30여 년가량 몸담은 ‘삼성맨’ 출신으로 지난해 중순 NH농협은행 최초의 외부 출신 부행장으로 영입됐다.
이 부행장은 “NH자산플러스 영상광고로 인해 마이데이터 사업 시행에 따른 자산관리 서비스에 대한 홍보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며 “NH농협은행 브랜드에 대한 MZ세대의 선호도가 크게 올라간 것도 의미 있는 성과”라고 평가했다.
실제 NH자산플러스 홍보 영상은 시작 한 달여 만에 유튜브 1957만, 페이스북 364만, 인스타그램 94만 등 총 2415만 뷰를 기록하며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도를 반영하고 있다.
주요 은행들의 고객 소통 채널로 활용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용도 측면에서도 NH농협은행은 경쟁사 대비 우위를 점하고 있다. 지난 7월 중순 기준 NH농협은행이 운영 중인 SNS(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전체 팔로어 수는 296만여 명으로, 신한은행(178만), KB국민은행(132만), 우리은행(40만), 하나은행(47만) 등 경쟁사들을 크게 앞선다.
이 부행장은 임기 중 목표로 “한 번의 로그인만으로 별도의 절차 없이 NH농협은행의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종합 금융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부행장과의 일문일답.
‘NH자산플러스’가 MZ세대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비결을 짚어주신다면.
“MZ세대는 금융서비스에 대한 기대와 접근 방식이 기존 세대와는 많이 다릅니다. 따라서 세대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서비스가 필요하죠. 이에 NH자산플러스는 모바일에 친숙하면서, 소비와 투자에 있어서도 남과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트렌드에 발 맞추고자 설계했습니다.
누구나 모바일을 통해 자신의 자산을 쉽게 한눈에,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자 한 거죠. 여기에 여행자금 같은 작은 목표를 세우고 이뤄 나가는 등의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한 것도 MZ세대의 호응을 이끌어낸 비결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영상광고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데, 기획 배경과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요즘 MZ세대의 2021년 버킷리스트 1~3위가 취업과 재테크, 그리고 자격증 취득이라고 하네요. 모두 일상생활과 연관돼 있죠. 또한 본업만으로는 부족해 부캐(부캐릭터)를 통한 N잡러를 꿈꾸는 청년층도 늘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자산 만들기에 대한 관심은 나의 모습,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일 등 자신을 찾고자 하는 소망과 맞닿아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자신’을 찾는 것 또한 ‘자산’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너 자신을 알라, 너 자산을 알라’라는 광고문구가 나오게 됐죠.
비하인드 스토리라고 하자면, 광고 영상에서 미뤄왔던 미술의 꿈을 찾은 배우 한소희 씨가 그림을 못 그리는 것으로 나오는데, 실제로는 미술을 전공했다고 하네요. 그림 솜씨도 뛰어나고요. 못 그리려고 해도 너무 잘 그려서 우스꽝스럽게 그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후문입니다.”
경쟁사들도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 중인데, ‘NH자산플러스’만의 강점을 소개해주신다면.
“NH자산플러스는 내 자산과 소비를 한번에 쉽게 조회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초점을 뒀습니다. 또한 목돈 마련 같은 목표를 누구나 쉽게 설정하고 이룰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했죠.
특히, 예금 및 대출, 카드결제, 공과금 등과 같은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금융 일정을 안내하고, VIP 고객을 대상으로는 재무·세무·부동산 전문가에게 대면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도 NH농협은행의 특화된 서비스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상품 역시 소비를 많이 한 곳이라든지 관심사에 따라 추천하는 서비스 역시 강점이라 생각합니다.”
향후 NH자산플러스에 추가로 담게 될 서비스가 있다면.
“자산과 소비에 대한 제안 기능을 강화할 예정입니다. 고객이 보유한 자산 규모, 어떤 항목에 소비를 많이 하는지 등에 대해 유사 그룹과의 비교를 통해 자산과 소비에 대해 제안을 하고 그에 적합한 상품을 안내하는 방식이죠. 또한 최근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노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데, 고객의 풍족한 노후를 위한 연금 진단도 제공할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고객이 처음 목표를 정하고자 할 때 막막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목표를 설정하는 것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목표 설정 기능의 업그레이드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경쟁력과 관련해 NH농협은행만의 경쟁우위 요소를 소개해주신다면.
“NH농협은행은 금융그룹 중심인 경쟁사와 달리 농협중앙회 산하 농협금융지주의 계열사로 있습니다. 보험, 투자, 결제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뿐만 아니라 범농협 네트워크를 활용해 경제지주의 유통 데이터, 마케팅, 신사업 등을 결합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거죠. 이런 구조적 차이가 디지털 경쟁우위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폭넓은 고객층, 전국 방방곡곡에 분포해 있는 영업점, 스마트뱅킹과 올원뱅크라는 강력한 플랫폼을 갖고 있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NH농협은행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가속화를 지원하는 NH디지털혁신캠퍼스에서 인공지능(AI), 블록체인, 클라우드 등 신기술을 활용한 혁신적인 사업모델을 발굴해 나가고 있다는 점도 경쟁우위 요소가 아닐까 하네요.”
실제 모든 은행들이 DT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비은행 출신으로서 어떤 시각을 갖고 계신지 궁금하네요.
“과거에는 금융사만이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제한된 경쟁을 해왔지만, 이제는 빅테크, 핀테크, 대형 커머스까지 무한경쟁을 해야 하는 시대에 와 있습니다. 은행업의 디지털 전환은 은행의 생존을 위한, 경쟁력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매김한 거죠.
디지털로의 전환은 빠르고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업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고객과의 신뢰가 최우선이라는 은행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새로운 업무에 있어서도 매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그러다 보니 이전 직장에서의 업무와 은행에서의 업무는 속도 측면에서 다소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빈틈없이 꼼꼼히 준비해 시작하는 것과 속도감 있게 시작한 이후 보완해 나가는 것은 각각의 장단점을 갖고 있죠. DT라는 시대적 흐름에 맞춰가되 사업 성격에 따라 차별화된 추진 전략을 마련하는 걸 고민하고 있습니다.”
NH자산플러스는 부행장 취임 이후 첫 작품으로 알고 있습니다. 후속작에 대한 기대도 큰 것 같습니다.
“NH농협은행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면서 고객이 미처 몰랐던 생활 속 금융 거래에 대한 수요를 파악해 고객에게 먼저 다가가는 생활 금융 플랫폼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꽃배달, 방문택배, 해외 결제 서비스, 용돈관리 서비스 등이 될 수 있겠죠. 또한 올 연말 시행되는 마이데이터 사업에 기반해 개인별 특성을 고려한 디지털 상품을 만들고 빅테크와 핀테크, 커머스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고객에게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끝으로 임기 중 이루고자 하는 목표와 후배들을 위한 조언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고객이 원하는 모든 서비스를 하나의 채널에서 간편하고 빠르게 이용할 수 있는 종합 금융 플랫폼을 만들고 싶습니다. 필요할 경우 외부 제휴 서비스를 활용해 고객 니즈에도 적극 대응해야겠죠. 한 번의 로그인만으로 별도 절차 없이 농협의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종합 금융 플랫폼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평소 후배들에게 ‘모든 의사결정을 데이터 기반으로 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자주 합니다. 디지털 세상에서는 고객의 생각이 말과 글로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디지털화돼 있는 고객 흔적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고객의 디지털 데이터를 분석하다 보면,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과 불편한 사항을 모두 알 수 있습니다. 끊임없이 고객과의 소통을 통해 고객의 불편한 점을 발굴해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한다면 디지털 측면에서 경쟁우위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이상래 부행장은…
지난 1991년 삼성SDS 입사해 30여 년 ‘삼성맨’으로서 디지털 부문에서의 업무 노하우를 쌓아 왔다. 삼성SDS 솔루션컨설팅팀 그룹장, 데이터분석사업팀 상무, 삼성SDS 디지털마케팅팀 상무 등을 거친 뒤 지난해 NH농협은행 디지털금융부문장(CDO)으로 합류했다.
글 공인호 기자 | 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