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는’이라는 표현을 이렇게 많이 들었던 적이 있었을까 싶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휩쓴 이후, 금융시장뿐 아니라 일반적인 뉴스에서도 ‘전례 없는’이라는 표현을 자주 들을 수 있었다. 코로나19는 인류에게 그만큼 큰 위협이 됐고, 그러한 위협에 맞서 전 세계 정부는 말 그대로 전례 없는 수준의 통화·재정부양책과 봉쇄정책으로 대응했다.
정부의 지원과 글로벌 협력에 힘입어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해낸 것도 놀라운 성과였다. 아직 코로나19와의 싸움이 끝났다고 말하기는 이르지만,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에서 회복해 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엄청난 변동성을 보였던 금융시장 역시 지난해 중반 이후로는 주요국 정부의 부양책에 힘입어 빠른 속도로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백신 접종에 따른 경기 회복 기대와 기업이익 전망치 반등이 주식시장의 강세를 주도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졌고, 글로벌 주식시장은 연초 이후 10% 이상 상승했다.
2021년 하반기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이 같은 경기 회복 기대가 유지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높아진 금융 자산 가격 등의 우려 요인도 상존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투자자들은 어떻게 투자하는 것이 좋을까.
집단면역→경기 회복세 확산 기대
이를 위해 가장 먼저 글로벌 경제 흐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반기 중 백신 접종에 힘입은 글로벌 경제 정상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유럽에서 진행된 유로2020 축구대회가 화제가 됐다. 이탈리아가 승부차기 끝에 잉글랜드를 꺾고 우승했는데 이와 함께 큰 관심을 모았던 것은 대회 내내 경기장을 가득 채운 관중들이었다. 이는 유럽 지역의 백신 접종률이 빠르게 상승함에 따라 경제 활동이 점진적으로 재개되고 있음을 반증한다.
실제로 영국은 델타 변이 확산에도 불구하고 지난 7월 19일부터 봉쇄를 완전 해제하는가 하면 유로존은 백신 여권을 도입하고 역내 여행을 자유화하는 등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이 하반기 중 집단면역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들 지역이 경제 정상화에 기반한 경기 회복세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연말로 갈수록 신흥국에서도 백신 접종이 가속화하면서 경기 회복세가 글로벌 전반으로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중 경기 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Fed는 현재 매월 1200억 달러 규모의 채권 매입(양적완화)을 지속하고 있는데, 이 규모를 축소하는 테이퍼링을 시작하는 것이다.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시장 예상을 상회하면서 당초 전망보다 빠른 테이퍼링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미국 고용시장에 개선의 여지가 많고 Fed는 인플레가 일시적이라는 의견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테이퍼링을 비롯한 통화정책 정상화는 점진적인 속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6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의 내용과 Fed 인사들의 발언을 종합할 때, 8월 잭슨홀 미팅과 9월 FOMC 중 테이퍼링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며 4분기 중에는 테이퍼링 발표 및 공식화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채권 매입 규모의 축소는 내년부터 시작되고 1년 이상의 기간에 걸쳐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기 회복세 및 통화정책 정상화를 고려할 때, 올해 하반기 중 미 국채금리의 완만한 상승세가 재개될 것으로 판단한다.
밸류에이션 부담,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대응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 및 통화정책 정상화와 함께 투자자들이 꼭 고려해야 하는 것이 주식시장 밸류에이션이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 이후 주식시장이 큰 폭으로 반등하며 글로벌 전반의 주식시장이 코로나19 이전 고점을 돌파했고, 그 결과 밸류에이션이 크게 높아졌다.
실제로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의 12개월 포워드 주가수익비율(P/E)은 21배 수준으로 최근 10년 평균인 16.3배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쉽게 말해 주식시장의 가격 부담이 확대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하반기 중에는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 구간이 빈번하게 나타날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정리하자면, 올해 하반기에는 백신 접종에 따른 경제 정상화로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 같은 경기 회복세는 미국과 유럽이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연말로 갈수록 이 같은 회복세가 글로벌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기 회복세에 따라 Fed가 점진적으로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설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금리 상승세가 재개될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높아진 주식시장 밸류에이션을 고려할 때 변동성 확대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시장 흐름을 감안할 때, 2021년 하반기에도 주식시장의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지역별로는 백신 접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상대적으로 밸류에이션 매력이 있다는 점에서 유럽 주식을 주목한다.
미국 주식 역시 이익 성장세가 견조한 가운데 자사주 매입 증가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스타일 관점에서는 가치주 비중을 높게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글로벌 전반의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시장 금리 상승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가치주에 우호적인 환경이 예상된다. 이와 함께 퀄리티주의 비중 역시 확보할 필요가 있다. 올해 하반기 이후 글로벌 증시가 유동성 장세에서 실적 장세로 본격적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이고 금리 상승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이익 추세가 안정적이고 자산 건전성이 높은 퀄리티주가 강세를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주식시장 변동성이 높아질 가능성을 고려할 때 주식뿐 아니라 채권, 달러 자산 등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채권의 경우 금리 상승에 상대적으로 민감도가 낮은 구조화 채권 등 다양한 채권 자산을 고르게 담는 상품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채권 자산에서 방어적 성격이 강하고 상대적으로 밸류에이션 매력이 있는 아시아 HY 채권 역시 관심을 둘 만하다. 또한 시장 상황에 따라서 다양한 자산 비중을 빠르게 리밸런싱할 수 있는 멀티에셋펀드 역시 변동성 관리에 유용하다.
올해 상반기 글로벌 주식시장이 대체로 우수한 성과를 기록했지만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한 투자자들도 많아 보인다. 상반기 주식시장에서 스타일·업종별 순환매가 빠르게 나타났기 때문에 특정 스타일, 업종, 또는 소수의 기업에 집중된 포트폴리오는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반기에도 여전히 주식시장이 강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나 변동성이 확대되는 구간이 더 잦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순발력 있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글 김재은 SC제일은행 투자전략상품부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