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스토리]행복한 은퇴를 계획하려면

퇴직 이후의 삶은 철저히 자신의 뜻대로 만들고 계획할 수 있는 인생 최고의 선물이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 할 필요가 없고 업무 성과를 평가하던 상사도 없다. 매주 혹은 월간, 연간 단위로 주어진 목표 성과도 없다. 은퇴 후 제2의 삶은 본인이 설계하고 그 과정을 관리하면서 성과에 만족하는 철저한 나만의 시간으로 주어진다. 충분히 상상하고 준비해서 자신이 정말 원하는 새로운 인생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영화 <인턴>처럼 인생은 ‘도전’
로버트 드니로 주연의 영화 <인턴>은 전화번호부 회사의 임원으로 재직하다가 퇴직한 벤 휘태커(로버트 드니로 분)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는 70세의 나이로 온라인 쇼핑몰 회사에 재취업해 제2의 삶을 살아간다.

이처럼 은퇴 후의 삶은 충분한 은퇴자금이 마련됐다고 해서 행복한 생활이 보장되는 게 아니다. 반대로 목돈이 없다고 해서 불행한 노년을 보내는 것도 아니다. 돈에 앞서 우리의 제2인생인 노년이 행복해지려면 각자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행복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어떤 이는 금융기관 퇴직 후 태블릿PC를 이용해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 활동을 하며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 직업군인으로 은퇴한 부부는 서울 근교에서 사진카페를 운영하고 있으며 어떤 이는 호텔리어의 경험을 살려 신혼부부를 위한 결혼식 당일 에스코트 서비스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국제기구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살려 퇴직 후 청년 기업의 인턴으로 활동을 하고 있는 분도 있으며 공무원 생활을 끝맺고 꿈꾸던 목공예 공방을 운영하며 부부가 함께 한옥 호텔을 운영하는 이도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여전히 일을 하고 있으며 좋아하는 사람들과 같이 하고 있고 또 남들이 생각지 못했던 작은 틈새를 잘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은퇴 준비에 대해 돈이 전부가 아니고 그 외에 준비할 것들이 많다는 생각의 변화가 오게 된 것은 행복이라는 개념의 정의에서 찾을 수 있다.

행복은 매우 주관적인 개념이다. 행복의 정도는 어떻게 주어진 현상에 대해 각자가 스스로 평가하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행복의 개념이 이렇게 주관적임에도 은퇴 준비는 금액에 비례해서 결정될 것이라고 하는 우를 범한 것이다. 심지어는 은퇴 준비를 최소 수준과 표준 생활, 여유로운 생활 등으로 구분하고 각 모델에 필요한 적정 자금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그 정도의 자금만 준비되면 정말 그런 생활이 보장될 것인가는 아무도 질문하지 않은 채 이런 자료들이 언론을 통해 반복적으로 알려지고 많은 이들은 은연중에 이런 숫자에 현혹된다.

그래서 은퇴자금 때문에 은퇴가 다가오면 어느 정도의 금전적인 준비가 된 이들은 은퇴 준비가 끝났다고 생각하고 반대로 자금 준비가 부족한 이들은 공포심에 빠져버린다. 하지만 우리는 은퇴 생활을 행복하게 보내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서 볼 수 있는 다양성에 대해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가 및 수입, 균형이 잡혀야
미래 사회는 다양성의 사회다. 미래 사회는 아날로그가 아닌 디지털의 사회인데 이런 디지털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방법은 다양성이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은퇴 준비의 다양성은 무엇인가.
투자에서 사용하는 포트폴리오라는 말이 있다.

투자는 위험과 수익성의 상관관계가 존재하는데 좋은 투자란 위험을 적절하게 분산해서 원하는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 좋다는 이론으로 같은 수익률을 얻더라도 위험이 적은 투자가 좋은 투자라는 것이다.

이런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서는 특정 한두 가지의 종목에 집중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고 각종목이 가지고 있는 위험을 적정하게 분석해서 서로 위험도가 상반되는 종목을 혼합해서 운영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은퇴 준비도 돈이나 일 혹은 취미활동 등에 올인을 하지 말고 이를 적절하게 분산하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에서는 1960년대에 만들어진 은퇴 타운 ‘선 시티(Sun City)’가 행복한 은퇴 생활의 모델을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당시 미국에서는 전후 경제 성장에 힘입어 기업들이 직원들을 조기 퇴직시키고 많은 연금을 지급했다. 평생 일만하다가 일생을 마쳐야 된다고 생각했던 그들은 이전 세대에 비해 풍족한 퇴직금을 가지고 수영장이 있고 골프장과 쇼핑 타운이 있는 은퇴자 전용 타운에 입주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많은 은퇴자들은 열광했다. 행복한 은퇴란 퇴직 후 하루 종일 여가를 보내며 지내는 삶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낸 것이다.

하지만 평균수명이 80대 중반인 우리나라에서 퇴직 후 30년에 가까운 은퇴 생활 기간을 이렇게 여가만 즐기며 사는 삶은 매우 위험하다. 수입은 적을지라도 적어도 자신의 명함에 새길 정도의 역할을 하는 일과 그 일을 마치고 즐길 수 있는 여가가 있는 인생 설계가 필요하다. 또한 일도 시간을 하루 종일 투자하지 않더라도 스트레스가 적은 다양한 분야에 짧은 시간을 내어 참여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

아울러 여가도 한두 가지의 취미 활동에 그치지 말고 자신이 평소 관심을 가졌던 다양한 분야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기호가 변하는 것과 또 그 구성원들의 상황 변화를 감안한다면 그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배우자와 즐겁게 보내는 삶
은퇴 후 삶에서 가장 큰 변화를 보이는 요소가 같이 지내는 사람들이다. 매일 가족보다도 많은 시간을 보내며 오히려 주말에 누구를 만날 것인가를 고민하던 은퇴 전과 달리 은퇴 후 삶에서는 만날 사람들이 극히 제한적이다.

직장 생활을 하며 만나지 않았던 동창들이나 새로운 이웃 아니면 동호회 회원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야 한다. 하지만 이들 중에 가장 신경 쓰이는 이들이 있는데 그들은 바로 가족이다. 우선 배우자와의 관계가 중요하다. 직장 생활 동안 배우자는 출근 전과 퇴근 후 시간을 함께 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은퇴 후 삶에서는 경우에 따라 하루 종일 24시간을 함께 해야 한다. 이는 잘 활용하면 아주 좋은 관계가 될 수도 있지만 잘못된 경우 큰 화를 부르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직장 생활을 그만둔 것에 대한 서운함보다 훨씬 더 큰 마음의 상처를 배우자로부터 받을 수도 있다. 행복한 은퇴 생활을 하고 있는 많은 사례에서 부부가 같이 활동하고 있는 이들이 아주 많은데 이를 참고해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배우자와 함께 서로의 생활을 인정하고 같이 할 수 있는 활동들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자녀들과의 관계도 평소 시간을 같이 보내지 못해서 아쉬워했던 자녀들은 이미 성장해버려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그런 어린아이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아빠의 큰 도움 없이 스스로 성장했다는 생각들이 가득 차 있는 자녀들에게 ‘라떼(나 때는 말이야)’를 강요하며 아재개그에 반응해주기를 바라는 은퇴한 가련한 아빠의 모습이 되지는 말아야한다.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의 관계를 유지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친구 역시 평소 연락하지 못했던 친구들과 관계를 복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친구들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옛 친구들도 알고 있던 그때의 친구들이 아닐 경우가 많고 은퇴를 했다고 해서 나와 같이 시간을 같이 할 만큼 그들이 시간을 내어줄지도 문제다.

오히려 만난 지 오래 되지는 않았지만 서로 공통의 취미를 가지고 같이 지낼 수 있는 비슷한 환경의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일 수도 있다. 이 역시 특정한 한두 가지의 취미 활동뿐만이 아니고 다양한 형태의 취미 활동들과 이를 같이 할 수 있는 친구들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은퇴 이후의 삶은 구성원 각자들에게 생각보다 변화가 심하다. 우선 건강상의 변화가 있을 수 있고 경제적인 변화 거주지의 변화 등 다양한 형태의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에 특정한 집단이 오래 유지하기에는 문제가 많아서 중간 중간 모임이 해체되는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행복한 은퇴 후의 삶은 단순해 보이지만 본인의 노력과 인내, 가족의 사랑이 절실히 필요하다.

BOX
퇴직 후, 어떻게 해야 할까?
한국고용정보원이 발간한 <신중년(5060) 경력설계 안내서>에 나온 활기찬 신중년을 위한 다섯 가지 준비 사항을 소개한다.

1. 은퇴 후 변화에 대비하기
퇴직 후 신(新)중년은 지위, 생활 리듬, 소비수준, 가정 내 역할, 체력 등 다섯 가지 변화를 겪는다. 명함, 직함 등 직위가 없어지므로 퇴직 후 봉사단체 등 사회 연결고리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며, 하루 일정표 등 새로운 생활 리듬을 만들어야 한다. 정기적인 소득이 없어지므로 소비수준도 바꿀 필요가 있으며 100세 시대를 대비한 새로운 가정 내 역할 분담, 규칙적인 운동 등의 체력 관리도 필요하다.

2. ‘나’다운 삶을 위한 직업 선택하기
중후반기 삶의 직업은 생계수단, 사회공헌 등 여러 가지 의미로 신중년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니므로 신중하게 직업을 선택해야 한다. 청년과 달리 여러 직업을 경험하기 쉽지 않으므로, 자기 탐색과 역량, 흥미, 적성 등을 분석해야 한다.

3. 경제적으로 준비하기
가정 지출 중 낭비 요인을 제거해야 하며, 증여‧상속 등 중장기적 자산 변화 계획 수립, 가족 간 재무 관련 대화 등이 필요하다.

4. 주변과 풍요로운 관계 맺기
고독과 우울감에 빠지지 않도록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대인관계가 필요하다. 대인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친목 모임이나 취미 활동에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

5. 여가와 건강 알차게 챙기기
여가 활동은 중후반기 삶의 만족도와 행복감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므로 자원봉사, 취미, 학습, 관계 지향, 건강관리, 문화, 여행 등 다양한 여가 생활이 권장된다. 건강해야만 무엇이든 할 수 있기 때문에 실손보험 가입도 고려해야 하며 건강한 식습관과 꾸준한 운동, 정기 건강검진 등도 필요하다.

글 전기보 행복한 은퇴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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