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포인트, 폰지 사기인가 핀테크 혁신인가



포인트 충전 시 이용자에게 20%에 달하는 파격적인 할인을 제공하는 머지포인트가 ‘폰지 사기’ 논란에 휩싸였다.

현재 편의점은 물론 모든 가맹점에서 사용이 중단됐고, 소셜커머스에서 불티나게 팔리던 머지머니(선불 충전 서비스)도, 구독 서비스 머지플러스도 모두 내려갔다. 이미 판매된 금액만 10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되고, 엄청난 할인율에 많게는 1000만 원 이상 구매한 소비자도 적지 않다.

갑자기 판매가 중단되고 편의점 등 가맹점에서 이용할 수 없게 되자 이른바 ‘머지런(머지포인트+뱅크런)’ 사태까지 치닫으며 대규모 환불 사태로 이어지고 있다.

초기 머지포인트가 등장했을 때, 소비자는 환호했다. 25%에 달하는 할인율을 제공하며 웬만한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쓰면 쓸수록 할인을 받는 구조여서 사용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시장에서는 새로운 핀테크 유니콘의 등장이 머지않았다며 기대를 드러냈다. 하지만 머지포인트가 전자금융사업자로 등록하지 않고 영업을 한 것이 드러나자 상황은 급변했다. 이른바 무허가 사업을 한 셈이다. 당시 머지 측은 상품권발행업이라고 주장했지만, 서비스 모델과 금융당국조차 선불사업자로 판명했다.

머지포인트는 티몬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 액면가 대비 평균 20% 이상 할인율로 판매되고 있는 일종의 모바일 바우처다. 상품권을 구매해서 전송받은 코드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입력하면 6만5000여 개 프랜차이즈와 로컬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이마트, 하이마트 등 대형 유통매장과 GS25, CU 등 편의점 매장에서도 사용이 가능했다.

이상한 사업모델, 의문은 증폭
엄청난 할인율에 소비자조차 이 같은 할인을 보존해주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머지포인트는 판매량이 늘어날수록 회사가 손해 보는 구조다. 가맹점을 유치하는 상품권사업자를 중간에 낀 유통 구조로, 할인분 상당액을 머지플러스가 부담한다. 지난 6월 기준 머지 발행액만 월 400억 원 수준이다. 현재까지 1000억 원 이상이 발행됐다.

가맹점에서 쓰면 쓸수록 할인되는 금액은 머지포인트 순손실로 잡힌다. 사업 운영비만 연간 수십억 원이 발생하고 있지만 수익 창출의 비즈니스 모델(BM)이나 신규 투자 유치는 없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 폰지 사기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고, 급기야 금융당국의 전수조사에 이어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의 본격적인 내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전자금융사업자가 아닌 경우 회사 도산 등 자금 경색이 발생할 경우 제도적 지원을 받을 수 없다.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실제 그 피해가 현실화됐다. 전자금융사업자 라이선스가 없다는 게 밝혀지면서 머지 측은 즉시 서비스를 대폭 축소했다. 현재 머지포인트로 결제할 수 있는 가맹점은 단 한 곳도 없다.

전자금융업자가 아닌 사업자가 이처럼 유사 사업을 통해 자금을 유통할 경우 예치금의 외부 신탁, 지급보증보험 가입 의무가 없어 지급 불능 상태가 발생할 경우 소비자 자금을 보호할 수단이 없다. 즉, 회사가 사업 운용비나 인건비로 고객 예치금을 모두 사용하더라도 이를 사전에 방지하거나 규제할 방안이 없다.

연대책임론 불거진 금융-핀테크사
머지포인트는 토스, NHN페이코, 하나카드 등과 연계한 연간권 판매 프로모션도 선보였다. 일종의 구독 서비스다. 이 또한 파격적인 할인율을 제공한다. 결제 시 발생하는 할인 부담에 현금으로 인출이 가능한 구독지원금을 추가로 5만 원 더 준다. 소셜 커머스에서 머지플러스도 엄청나게 팔렸다.

핵심은 머지포인트가 추진 중인 사업이 선불 결제 사업인가 아닌가다. 금융당국은 선불 사업에 가까운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판단한 것처럼 보이지만 정확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애꿎은 소비자만 피해를 보고 있다.

머지플러스 측은 해당 서비스가 전자금융업이 아니라 상품권발행업이라는 입장을 취해 왔으나, 상품권발행업은 상이한 여러 개 업종에 대한 결제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할 수 없다. 이번 조치에서 결제 가능한 가맹점이 음식점으로만 축소된 것도 이 때문이다.

머지플러스는 이용자들이 구입한 머지머니와 머지플러스 구독료는 환불 신청 페이지를 통해 순차적으로 환불해주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발행액에 비해 할인으로 인한 비용 차감이 큰 상황이기 때문에 실제 환불이 가능한지 여부는 미지수다. 머지포인트 총 발행액은 약 1000억 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머지포인트 측은 해당 사업이 전자적 지급 수단은 맞지만 모바일 상품권발행업에 가까워 전자금융업 등록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은 머지포인트가 취급하고 있는 가맹점 카테고리가 2개 이상 업종이며, 발행액·잔액이 일정 규모 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전자금융업이 맞다는 판단에 무게를 두고 있다.

소비자 피해 어쩌나…
‘전자금융법’ 개정 서둘러야
일부 구매자들은 이커머스 업체들이 검증 책임을 방기하고 머지포인트 판매에 열을 올렸으면서 사태가 터진 후에는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피해자 모임의 한 회원은 “이커머스는 업체를 제대로 파악하고 판매를 중개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그것을 소홀히 했다”며 “이커머스가 환불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선불업에 해당하는 영업 사례를 파악·점검하고, 재발 방지 노력을 기울여 나갈 계획이다.

다수 업종에 사용될 수 있는 전자 지급 수단(포인트, 상품권 등)을 발행하는 업체 중 규모가 큰 업체를 우선 조사해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른 등록을 하지 않은 사례가 있는지 파악에 나선다.
등록된 선불업자에 대해 이용자 자금 보호 가이드라인 준수 실태를 재점검하기로 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3월 말 기준으로 등록된 선불업자는 65개사이며, 이들의 선불 발행잔액은 2조4000억 원이다.

선불충전금은 갈수록 불어나고 있지만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당국은 이를 우려해 지난해 9월 ‘전자금융업자의 이용자 자금 보호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업체들이 이를 어겨도 처벌을 받지 않다 보니 탁상공론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선불충전금을 운영 중인 전자금융업자 47곳 중 가입자가 1000만 명을 넘어선 쿠팡페이는 물론이고 이베이코리아, SK커뮤니케이션, 티머니 등 11곳은 가이드라인을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에선 선불충전금 보호를 위해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지난해 11월 발의됐다. 가이드라인 주요 내용을 전자금융 업체들에 의무화한 내용이다. 하지만 지급결제 권한을 두고 금융위와 한국은행이 ‘기싸움’을 벌이는 바람에 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글 길재식 전자신문 기자 | 사진 한국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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