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스토리/ 전문가 3인의 직설 조언
지진선 NH투자증권 수석연구원
은퇴(隱退)의 사전적 의미는 직임에서 물러나거나 사회 활동에서 손을 떼고 한가로이 지낸다는 뜻이다. 하지만 100세 시대에서 은퇴는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기 위한 재도약 시기다.
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르면 이미 늦었다고 생각하는 나이일지라도 얼마든지 왕성한 활동을 하며 재무 설계를 다시 계획할 수 있다. 이에 보험, 증권, 은행 등 각 분야별 전문가들에게 건강한 은퇴 설계에 대한 혜안을 들어봤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 30~40대 맞벌이 가구 비중은 52.4%로 일반적인 가구 형태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맞벌이 가구는 둘이 버는 만큼 맞벌이 외 가구에 비해 저축도 2배로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올해 1분기 기준 맞벌이 가구는 맞벌이 외 가구보다 300만 원을 더 벌지만 쓰고 남은 흑자액의 격차는 100만 원에 불과하다.
부부가 모두 사회생활을 하는 만큼 사회활동 지출이 클 수밖에 없긴 하지만 무엇보다 맞벌이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돈 관리를 따로 하기 때문이다. 생활비 정도는 공통 자금으로 사용하지만 그 외 소득은 ‘부부 간의 존중’이라는 이름으로 관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각자의 소득을 각자가 관리하는 경우 새어나가는 돈을 체크할 수가 없다. 생애주기 변화에 따른 목돈 관리는 서로의 자산을 공개해 협업하지 않으면 가까운 미래는 물론 노후 준비를 하는데 큰 차질을 빚게 된다. 소득이 많은 만큼 노후 준비 효율도 높일 수 있는 돈의 관리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자.
첫째. 생애 주기에 따른 소득과 지출의 예상 금액을 계획해 인생의 큰 이벤트에 대한 공통의 목표를 세워야 한다.
주택 비용, 교육 비용, 은퇴 비용은 가장 중요한 목돈들이다. 특히 노후자금 총 필요 금액을 파악해야 본격적인 저축 시점과 규모를 계획할 수 있다. 이때 맞벌이 소득을 기반으로 장기적인 자금 계획을 세우지만, 직장을 그만둘 계획이 없더라도 외벌이 소득 기준으로도 계획을 세워봐야 한다. 2018년 국토연구원 자료에 의하면 자녀가 생긴 이후 맞벌이 가구 비율이 87.2%에서 58.3%로 하락하기 때문이다.
둘째, 평소 부부의 소득을 투명하고 쉽게 관리하기 위해서 목적별 통장을 쪼개어 돈의 흐름이 한눈에 파악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월급 통장, 생활비 통장, 여행 등을 위한 단기 저축 통장, 노후나 주택을 위한 장기 저축 통장, 교육비 통장, 공통 비상금 통장, 개인 비상금 통장 등으로 나누면 입출금의 흐름과 사용처가 명확하게 돼 별도의 가계부를 쓰지 않고 거래내역만 봐도 쉽게 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 그중 교육비 통장은 자녀가 없더라도 자녀 계획이 있다면 신혼 초기부터 소액이라도 불입하는 것이 추후 도움이 될 수 있다.
셋째, 자녀 지원과 노후 준비는 교환 대상이 아님을 부부가 같이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2021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맞벌이 가구의 교육비가 맞벌이 외 가구의 2.7배 이상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비 외에도 결혼 등의 자녀지원비는 가구 경제의 큰 부담이다. 신혼 초기부터 자녀 양육과 지원에 대한 목표, 노후 준비 방향에 대한 합의된 가이드를 세우지 않으면 계획에도 없는 자녀 지원 비용 지출로 인해 결국 노후 준비는 뒷전이 될 수 있다. 자녀 1인당 교육비를 제한하거나 소득의 일정 비율 이상 지출되지 않도록 부부가 뜻을 모으고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넷째, 은퇴 후 노후생활비는 현금흐름을 예측해 계획적인 적정 소비와 심리적 안정감을 가질 수 있는 연금 형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목돈 형태의 노후 자산은 제한된 금액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보수적인 소비를 하게 될 확률이 높아져 노후 생활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 연금 자산 준비는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고 3층 연금제도(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중 장기간의 강제 불입이 이루어지는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기본이다.
우선 물가 상승의 실질가치를 보장하며 죽기 전까지 지급을 보장하는 연금제도는 국민연금이 유일하다. 2020년 기준 부부 합산 최고 연금액은 월 381만 원이다. 배우자가 전업주부라면 임의 가입을 통해 부부가 같이 국민연금을 수령하는 게 노후에 도움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많은 직장인들이 본인이 가입한 퇴직연금의 형태와 특징을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퇴직연금은 본인의 회사 규모와 직급 체계, 고용 형태, 근속 시간에 따라 확정급여(DB)형과 확정기여(DC)형 중 유리한 것을 선택해야 한다.
또한 부부 중 한 사람이 퇴직할 경우 일시금으로 찾기보다는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 수령과 운영을 통해 추후 연금으로 지급받을 수 있도록 유지해야 한다.
다섯째, 연금 자산을 적립만 하지 말고 운용과 수익률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퇴직연금의 경우 기존에 DB형이나 DC형의 원리금 보장형에만 두었던 사람이라면 DC형의 투자 상품 운영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해당 투자 상품을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노후의 질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월 평균 급여 300만 원을 받는 직장인이 30년간 근무한 후 20년 동안 연금으로 수령한다고 가정했을 때 연 수익률 2%로 운용하면 매달 62만 원의 연금을 받을 수 있지만 5%로 운용하면 매달 133만 원을 받을 수 있다.
국민연금의 경우 연금 수령 시점에 여유가 있다면 연기연금제도를 이용하는 것도 저금리 시대에 수익률 측면에서 유용하다. 이 제도는 연금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해 최대 5년간 지급을 연기할 수 있다. 지급 연기한 금액에 대해서는 연 7%, 최대 36%를 지급해 더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여섯째, 저축과 자산의 운영이 중요하지만 자산관리의 가장 기본은 낭비가 없도록 하는 것이다.
가계 지출의 새는 구멍인 고정비를 줄여야 한다. 고정 지출의 비율이 높으면 가정 경제가 어려울 때 대처하기가 힘들다. 고정비의 대표적인 지출은 의외로 보장성 보험료다. 미래를 위한 대비라고 생각해 지출이라 생각하지 않고 한번 가입해 자동이체 되면 뒤돌아보지 않는다. 부부가 결혼 전 가입한 보험을 확인해 보장성 보험료는 주 소득원의 4~10%를 넘지 않도록 하고 종신 보험은 중복된 것이 없는지 검토 후 리모델링을 할 필요가 있다.
대출도 고정비 지출에서 빠질 수 없는 항목이다. 주택 관련 대출은 소득의 30% 이내가 적절하다. 특히 맞벌이 부부는 높은 소득을 믿고 대출금이 외벌이보다 높은 경우가 많지만, 부부가 처음 대출 계획을 세울 때는 주 소득원 한 사람의 소득 기준에 맞추는 게 안전하다.
현재는 맞벌이지만 의도치 않게 외벌이로 전환될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는 요즘 같은 때는 주택 관련 대출 및 대출이자 비용을 적정선 안에 맞추기가 힘들다. 대출 비용이 많아진다면 한정된 소득 안에서 더더욱 다른 고정비를 줄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맞벌이 부부의 가사 분담 시간은 아내가 일평균 3시간 27분, 남편이 58분으로 여전히 집안일은 아내 몫이다. 남편이 가사 분담에 더 참여하면 외식비, 가사 서비스비, 보육비 등을 더 줄일 수도 있다.
가구 간 이전지출, 효율적으로 활용
통계청이 발표하는 고정비 성격의 비소비 지출 중 가장 비중이 높은 것은 부모님 용돈과 경조사비 등을 아우르는 ‘가구 간 이전지출’이다. 이 항목의 지출은 본인의 만족감이 높을 수도 있고 사회적 지위를 표현하는 수단일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을 달리해서 형편에 맞는 실리를 추구한다면 좀 더 효율적인 가계 운영이 되리라 본다.
지출과 관련해 요즘 MZ세대는 ‘플렉스(FLEX)’나 ‘소확행’이라는 트렌드로 미래 준비보다는 현실을 충분히 즐기는 데 소비를 마다하지 않는 성향을 갖고 있다. 플렉스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고정비가 자동차 관련 비용이다.
‘집은 없어도 차는 좋은 것을 탄다’라는 젊은 세대가 많이 증가한 것 같다. 차를 소유하게 되면 할부금, 보험료, 유지비, 유류비 등 고정비용이 만만치 않다. 주말에 레저용으로만 사용하는 정도라면 필요할 때만 차량 공유 서비스를 이용하고, 결혼해서 아이 낳기 전까지는 차를 구입하지 않는 게 목돈 모으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결혼해서 차가 2대가 됐다면 1대는 줄이는 게 좋다.
여행 계획을 세우는 데 쓰는 시간보다 인생 계획을 세우는 데 쓰는 시간이 훨씬 더 적다고 한다. 보험은 어떻게, 펀드는 얼마, 자동차는 어떤 것으로 할지 결정하는 것이 인생 계획의 전부는 아니다. 꿈도 많고 돈도 가장 많이 모을 수 있는 신혼 시기부터 크고 작은 계획을 함께 한다면 소득도 2배, 지출 또한 2배라는 맞벌이 부부의 함정에서 비켜날 수 있을 것이다.
글 정유진 기자 사진 김기남 기자
지진선 NH투자증권 수석연구원
은퇴(隱退)의 사전적 의미는 직임에서 물러나거나 사회 활동에서 손을 떼고 한가로이 지낸다는 뜻이다. 하지만 100세 시대에서 은퇴는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기 위한 재도약 시기다.
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르면 이미 늦었다고 생각하는 나이일지라도 얼마든지 왕성한 활동을 하며 재무 설계를 다시 계획할 수 있다. 이에 보험, 증권, 은행 등 각 분야별 전문가들에게 건강한 은퇴 설계에 대한 혜안을 들어봤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 30~40대 맞벌이 가구 비중은 52.4%로 일반적인 가구 형태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맞벌이 가구는 둘이 버는 만큼 맞벌이 외 가구에 비해 저축도 2배로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올해 1분기 기준 맞벌이 가구는 맞벌이 외 가구보다 300만 원을 더 벌지만 쓰고 남은 흑자액의 격차는 100만 원에 불과하다.
부부가 모두 사회생활을 하는 만큼 사회활동 지출이 클 수밖에 없긴 하지만 무엇보다 맞벌이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돈 관리를 따로 하기 때문이다. 생활비 정도는 공통 자금으로 사용하지만 그 외 소득은 ‘부부 간의 존중’이라는 이름으로 관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각자의 소득을 각자가 관리하는 경우 새어나가는 돈을 체크할 수가 없다. 생애주기 변화에 따른 목돈 관리는 서로의 자산을 공개해 협업하지 않으면 가까운 미래는 물론 노후 준비를 하는데 큰 차질을 빚게 된다. 소득이 많은 만큼 노후 준비 효율도 높일 수 있는 돈의 관리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자.
첫째. 생애 주기에 따른 소득과 지출의 예상 금액을 계획해 인생의 큰 이벤트에 대한 공통의 목표를 세워야 한다.
주택 비용, 교육 비용, 은퇴 비용은 가장 중요한 목돈들이다. 특히 노후자금 총 필요 금액을 파악해야 본격적인 저축 시점과 규모를 계획할 수 있다. 이때 맞벌이 소득을 기반으로 장기적인 자금 계획을 세우지만, 직장을 그만둘 계획이 없더라도 외벌이 소득 기준으로도 계획을 세워봐야 한다. 2018년 국토연구원 자료에 의하면 자녀가 생긴 이후 맞벌이 가구 비율이 87.2%에서 58.3%로 하락하기 때문이다.
둘째, 평소 부부의 소득을 투명하고 쉽게 관리하기 위해서 목적별 통장을 쪼개어 돈의 흐름이 한눈에 파악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월급 통장, 생활비 통장, 여행 등을 위한 단기 저축 통장, 노후나 주택을 위한 장기 저축 통장, 교육비 통장, 공통 비상금 통장, 개인 비상금 통장 등으로 나누면 입출금의 흐름과 사용처가 명확하게 돼 별도의 가계부를 쓰지 않고 거래내역만 봐도 쉽게 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 그중 교육비 통장은 자녀가 없더라도 자녀 계획이 있다면 신혼 초기부터 소액이라도 불입하는 것이 추후 도움이 될 수 있다.
셋째, 자녀 지원과 노후 준비는 교환 대상이 아님을 부부가 같이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2021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맞벌이 가구의 교육비가 맞벌이 외 가구의 2.7배 이상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비 외에도 결혼 등의 자녀지원비는 가구 경제의 큰 부담이다. 신혼 초기부터 자녀 양육과 지원에 대한 목표, 노후 준비 방향에 대한 합의된 가이드를 세우지 않으면 계획에도 없는 자녀 지원 비용 지출로 인해 결국 노후 준비는 뒷전이 될 수 있다. 자녀 1인당 교육비를 제한하거나 소득의 일정 비율 이상 지출되지 않도록 부부가 뜻을 모으고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넷째, 은퇴 후 노후생활비는 현금흐름을 예측해 계획적인 적정 소비와 심리적 안정감을 가질 수 있는 연금 형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목돈 형태의 노후 자산은 제한된 금액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보수적인 소비를 하게 될 확률이 높아져 노후 생활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 연금 자산 준비는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고 3층 연금제도(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중 장기간의 강제 불입이 이루어지는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기본이다.
우선 물가 상승의 실질가치를 보장하며 죽기 전까지 지급을 보장하는 연금제도는 국민연금이 유일하다. 2020년 기준 부부 합산 최고 연금액은 월 381만 원이다. 배우자가 전업주부라면 임의 가입을 통해 부부가 같이 국민연금을 수령하는 게 노후에 도움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많은 직장인들이 본인이 가입한 퇴직연금의 형태와 특징을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퇴직연금은 본인의 회사 규모와 직급 체계, 고용 형태, 근속 시간에 따라 확정급여(DB)형과 확정기여(DC)형 중 유리한 것을 선택해야 한다.
또한 부부 중 한 사람이 퇴직할 경우 일시금으로 찾기보다는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 수령과 운영을 통해 추후 연금으로 지급받을 수 있도록 유지해야 한다.
다섯째, 연금 자산을 적립만 하지 말고 운용과 수익률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퇴직연금의 경우 기존에 DB형이나 DC형의 원리금 보장형에만 두었던 사람이라면 DC형의 투자 상품 운영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해당 투자 상품을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노후의 질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월 평균 급여 300만 원을 받는 직장인이 30년간 근무한 후 20년 동안 연금으로 수령한다고 가정했을 때 연 수익률 2%로 운용하면 매달 62만 원의 연금을 받을 수 있지만 5%로 운용하면 매달 133만 원을 받을 수 있다.
국민연금의 경우 연금 수령 시점에 여유가 있다면 연기연금제도를 이용하는 것도 저금리 시대에 수익률 측면에서 유용하다. 이 제도는 연금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해 최대 5년간 지급을 연기할 수 있다. 지급 연기한 금액에 대해서는 연 7%, 최대 36%를 지급해 더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여섯째, 저축과 자산의 운영이 중요하지만 자산관리의 가장 기본은 낭비가 없도록 하는 것이다.
가계 지출의 새는 구멍인 고정비를 줄여야 한다. 고정 지출의 비율이 높으면 가정 경제가 어려울 때 대처하기가 힘들다. 고정비의 대표적인 지출은 의외로 보장성 보험료다. 미래를 위한 대비라고 생각해 지출이라 생각하지 않고 한번 가입해 자동이체 되면 뒤돌아보지 않는다. 부부가 결혼 전 가입한 보험을 확인해 보장성 보험료는 주 소득원의 4~10%를 넘지 않도록 하고 종신 보험은 중복된 것이 없는지 검토 후 리모델링을 할 필요가 있다.
대출도 고정비 지출에서 빠질 수 없는 항목이다. 주택 관련 대출은 소득의 30% 이내가 적절하다. 특히 맞벌이 부부는 높은 소득을 믿고 대출금이 외벌이보다 높은 경우가 많지만, 부부가 처음 대출 계획을 세울 때는 주 소득원 한 사람의 소득 기준에 맞추는 게 안전하다.
현재는 맞벌이지만 의도치 않게 외벌이로 전환될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는 요즘 같은 때는 주택 관련 대출 및 대출이자 비용을 적정선 안에 맞추기가 힘들다. 대출 비용이 많아진다면 한정된 소득 안에서 더더욱 다른 고정비를 줄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맞벌이 부부의 가사 분담 시간은 아내가 일평균 3시간 27분, 남편이 58분으로 여전히 집안일은 아내 몫이다. 남편이 가사 분담에 더 참여하면 외식비, 가사 서비스비, 보육비 등을 더 줄일 수도 있다.
가구 간 이전지출, 효율적으로 활용
통계청이 발표하는 고정비 성격의 비소비 지출 중 가장 비중이 높은 것은 부모님 용돈과 경조사비 등을 아우르는 ‘가구 간 이전지출’이다. 이 항목의 지출은 본인의 만족감이 높을 수도 있고 사회적 지위를 표현하는 수단일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을 달리해서 형편에 맞는 실리를 추구한다면 좀 더 효율적인 가계 운영이 되리라 본다.
지출과 관련해 요즘 MZ세대는 ‘플렉스(FLEX)’나 ‘소확행’이라는 트렌드로 미래 준비보다는 현실을 충분히 즐기는 데 소비를 마다하지 않는 성향을 갖고 있다. 플렉스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고정비가 자동차 관련 비용이다.
‘집은 없어도 차는 좋은 것을 탄다’라는 젊은 세대가 많이 증가한 것 같다. 차를 소유하게 되면 할부금, 보험료, 유지비, 유류비 등 고정비용이 만만치 않다. 주말에 레저용으로만 사용하는 정도라면 필요할 때만 차량 공유 서비스를 이용하고, 결혼해서 아이 낳기 전까지는 차를 구입하지 않는 게 목돈 모으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결혼해서 차가 2대가 됐다면 1대는 줄이는 게 좋다.
여행 계획을 세우는 데 쓰는 시간보다 인생 계획을 세우는 데 쓰는 시간이 훨씬 더 적다고 한다. 보험은 어떻게, 펀드는 얼마, 자동차는 어떤 것으로 할지 결정하는 것이 인생 계획의 전부는 아니다. 꿈도 많고 돈도 가장 많이 모을 수 있는 신혼 시기부터 크고 작은 계획을 함께 한다면 소득도 2배, 지출 또한 2배라는 맞벌이 부부의 함정에서 비켜날 수 있을 것이다.
글 정유진 기자 사진 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