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교육 패러다임을 바꾸다

빅데이터 프리즘/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세계는 이제 코로나 이전(Before Corona, BC)과 코로나 이후(After Corona, AC)로 나뉠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은 인류에게 ‘거대한 물결’, ‘블랙 스완’, ‘불가역적 변혁’ 등의 수식어로 다가왔다. 최근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팬데믹의 종식과 조속한 일상 복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글 소대섭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책임연구원(공학박사)

"AR 안경, 스마트폰처럼 보급될 것"
많은 전문가들은 결국 하이브리드형 위드 코로나(코로나19와 함께 살기)를 현실적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더욱이 비대면·온택트가 일상이 되고, 인터넷, 스마트 기기, 사이버 환경 등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MZ(밀레니얼+Z) 세대의 성향이 주류를 형성하면서 가상공간에서의 활동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이는 메타버스(metaverse) 활용을 위한 기기의 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5세대(5G) 이동통신 등 정보기술(IT) 인프라의 확충 및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 정책 등이 뒷받침되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기술적 발전의 가늠자라 할 수 있는 가상현실(VR) 디스플레이의 대중화 속도가 매우 빨라지고 있다. 애플은 기존의 착용감, 크기, 무게 등 약점을 크게 보완한 안경과 매우 유사한 모양의 증강현실(AR) 안경을 2022년에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페이스북, 삼성전자 등 글로벌 IT 기업(빅테크 기업)들이 AR 안경을 출시할 계획이고, 이를 위한 기술 개발, 특허, 디자인 등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 결과 기술의 고도화와 이용 편의성은 물론 가격 하락을 통한 대중화가 앞당겨질 전망이다. 특히, 교육, 마케팅 등 일상생활과 가까운 분야에서 VR 시장의 확대와 수요 증가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측된다. 전문가들은 2030년경에는 AR 안경이 현재의 스마트폰 수준으로 보급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교육계에서 부는 인큐베이팅 메타버스
교육계 또는 학교는 메타버스가 영향을 크게 미칠 수 있는 분야다. 인성교육을 포함한 대면 교육의 중요성은 여전히 중요하나 가상공간의 확장과 비대면·온택트 교육이 유지되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시공간의 한계를 넘고 교육적 패러다임의 전환을 위해 메타버스를 활용한 교육 플랫폼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인구 감소, 교육의 사이버화 및 글로벌화와 맞물려 교육 시스템 전반의 획기적 전환을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대학 강의는 물론 입학식, 축제, 진로상담회, 취업박람회 등 중요한 활동들이 메타버스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으며, 매우 빠르게 교육 패러다임의 재편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학생들이 학교에 가지 않고 자기 방에서 고글 모양의 머리 착용 디스플레이(head mounted display)를 쓰고 3차원(3D) 영상을 보며 수업도 듣고, 친구들과 놀이도 하고, 대화도 나누는 교육 방식, 즉 메타버스를 적용한 가상공간 교육 플랫폼의 등장은 이제 시간문제일 뿐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물리적 캠퍼스가 차단되고 비대면 교육을 시작한 이후 상당수 대학들은 올해 초부터 메타버스 등 VR 교육 플랫폼을 구축하고 이를 적용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즉, 물리적 공간과 가상공간을 하이브리드 형식으로 활용하는 복수의 캠퍼스를 가지는 메타버서티(metaversity)로의 변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 대표적 사례로 손꼽히는 순천향대는 올 3월에 국내 최초로 메타버스 입학식을 진행했다. 신입생들은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아바타로 입학식에 참석해 가상공간에서 교수, 동기와 첫인사를 나누고 신입생 선서를 해 장안의 화제를 모았다.
8월에는 신입생 모집 입시설명회와 ‘메타버스 소담소담 페스티벌’이라는 재학생 만남 프로그램을 메타버스로 진행했다. 2학기부터는 일부 교양과목을 메타버스 강의로 진행한다.



대학, MZ세대 맞춤형 VR 교육 등 실시
배재대는 8월에 ‘함께해요 배재타운’이라는 메타버스 입시설명회를 개최해 1대1 개별 수시 입시 상담과 학과 정보, 장학금 유형, 대학 공간 등에 대해 안내했다.
포항공대(포스텍)은 VR을 활용해 ‘물리학 실험실습’ 수업을 진행했고, 이를 위해 약 1억4000만 원을 들여 올해 신입생 320명에게 VR 기기인 오큘러스 퀘스트2(Quest2)를 제공했다. 원자로 시설처럼 실제 접근이 어렵고 체험 활동에 제약이 많은 주제에 대해서 현장감을 크게 높였다는 반응을 얻었다.
이보다 일찍이 한양대는 2019년 1월에 VR 기술을 적용한 VR 교육 콘텐츠 ‘VR교육도서관’을 시연했다. 시연회에서는 ‘1몰(mole) 농도 용액 만들기’ VR 화학실험이 진행됐다. 행사에 직접 참여한 학생은 “외부와 차단된 채 VR 환경만 볼 수 있으니 실제보다 실험에 더 몰입할 수 있어 좋았다”고 소감을 말했다.
경희대는 지난 5월 의과대학의 ‘해부학’ 강의를 VR로 시범 실시했다. 이를 시작으로 간호과학대학의 ‘아동간호학실습Ⅱ’와 공과대학의 ‘CAD/CAM’ 등 3개 강의를 VR로 진행할 예정이다.

국내 기업들도 가상공간 채용 속속 도입
최근에는 몇몇 주요 대학들이 연합해 취업준비생과 기업을 위한 사이버 채용박람회를 개최했다. 고려대,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한양대 등 6개 대학은 9월 1일부터 2주간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타운(Gather Town)’을 통해 국내 최초로 합동 취업박람회를 진행했다. 일주일간 5000여 명이 사전 등록할 만큼 큰 관심을 모았다.
기업들의 반응도 뜨거웠는데 삼성그룹, LG그룹, 포스코그룹, 미래에셋, LG유플러스, 신한캐피탈, KT, 오뚜기, 효성그룹 등 국내외 80여 개 기업이 참여했다.
학생들은 현장을 누비며 발품을 팔아야 하는 오프라인 행사장에서와는 달리 가상공간인 메타버스 안에서 키보드 조작만으로 어디든지 돌아보면서 마치 게임하듯이 다양한 기업들의 채용 정보를 재밌고 쉽게 얻을 수 있으며 학생들끼리 채팅으로 소통하는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었다. 기업들은 실제 부스를 차리는 비용을 절감하고 상담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이렇듯 대학들의 메타버스 적용 활동은 최근 들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모든 대학들이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대학신문을 통해 살펴본 결과 지역에 관계없이, 그리고 전문대학을 포함해 거의 모든 대학에서 메타버스 관련 사업과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계 기업, VR 구현한 직무교육 실시
외국 사례를 살펴보면 산업현장의 실무교육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BMW사는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31개의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수천 명의 엔지니어, 개발자, 관리자들이 실시간으로 협업하면서 복잡한 제조 시스템을 설계하고, 시뮬레이션(모사)을 할 수 있는 가상공장인 옴니버스를 구축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시간 단축, 정밀도 개선 등 작업 효율성을 30% 이상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의 항공기 조종사 전문 학교로 유명한 엠브리리들 항공대는 VR을 구현해 항공기 조종사 양성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는 혼합현실(XR) 활용 교육의 선두주자이기도 하다. 특히 홀로렌즈를 통한 의과대학 실습 교육 과정 및 임상 사례 연구 등을 진행하고 있다.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교육은 기존 온라인 수업의 최대 약점인 집중도 저하를 개선해 몰입도를 크게 향상시킨다. 물리학 실습같이 현장 활동으로 체험하기 힘든 과목에 대해서도 오히려 현실감과 흥미를 높일 수 있다.

또한 공급자로부터 일방적으로 전수되는 교육 방식에서 벗어나 학습자 스스로가 자신의 필요에 맞는 학습 콘텐츠를 주도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게다가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이러한 무한한 가능성과 장점을 바탕으로 메타버스를 활용한 비대면 교육 방식은 코로나19 종식 이후(포스트 코로나 또는 위드 코로나)에도 더욱 확장될 것이며 커다란 변화를 예고한다.
국민 모두의 최대 관심사인 ‘교육’의 특성상 교육 체계 및 교육 서비스 패러다임의 변화는 그 어떤 주제보다도 사회적 파장이 큰 분야다.

교육 서비스 독점 및 혜택 불공평 극복해야
그럼에도 교육 시스템은 100년이 넘는 동안 크게 바뀌지 않았다. 현재 불어오는 사회적 변혁 속에서 교육 체계 전체가 크게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모든 사회 구성원이 관심을 갖고 변화에 대한 신속하고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하는 이유다.
대학은 물론 고교 교육을 포함한 전체 교육 현장에서 구체적인 전략과 실천 방안을 만들어 선제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관련 교육 인프라를 확충하고, 교사·교수·학생에게 메타버스 서비스 등 최신 학습 활동에 대해 교육해야 하며,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빠르게 이루어져야 한다.
더불어 간과해서는 안 되는 한 가지는 메타버스나 가상공간을 통한 교육 서비스 재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교육 서비스의 독점이나 혜택에 대한 불공평을 극복해야 한다.
이를 위한 공공적 대안과 구체적 전략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 공공재로서 국가 주도의 가상현실(메타버스) 교육 플랫폼을 구축해 국가 차원의 공공재로서 인프라를 확보하고, 헤드디스플레이 같은 필수 기기와 기본적인 개발 소프트웨어 등을 저가 또는 무료로 보급하는 것도 대안이 될 것이다.

VR 교육 서비스도 결국에는 플랫폼 형태로 발전할 것이고, 지금까지 공적 영역으로 간주돼 왔던 교육 서비스가 자본이나 기술 우위를 통한 특정 집단 또는 일부 빅테크 기업군에 의해 독과점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카카오, 네이버 등 일부 빅테크 기업들과 기존 서비스업 종사자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갈등과 사회적 혼란에서 보듯이 교육 서비스 분야에서도 승자 독식에 따른 독과점으로 큰 사회적 폐해와 기회에 대한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관련 제도나 법규 및 사회적 합의에 대한 부분도 발 빠르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최근 기술의 발전 속도는 무어의 법칙을 능가하고 있다. 그만큼 경쟁은 가속화되고 있고 교육 분야에서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신인류를 향한 교육 분야에서 더욱 빠르고 강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제는 국경을 넘어 글로벌 교육 생태계에까지 무한경쟁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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