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3년 연속 오너십 평가 1위…금호아시아나 '꼴찌 수렁'



2021 베스트 오너십①

혹자는 기업이 시스템에 의해 돌아간다고 말한다. 하지만 대한민국 대기업의 경우 오너십이 기업의 흥망성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막중하다. 오너의 경영 능력과 냉철한 판단에 따라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는" 혁신이 일어날 수도 있고, "이봐, 해봤어" 한 마디로 기업에 도전 DNA를 심기도 한다.

LG그룹, 구광모 회장 체제 반석 위 안착
한경 머니가 지난 7년간 진행해온 ‘베스트 오너십’ 조사 결과는 올해에도 크게 변하지 않은 양상을 보였다.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상위그룹, 하위그룹 간 큰 이동이 없었다. LG그룹은 베스트 오너십 조사에서 3년 연속 1위 자리를 지키며 높은 오너십 평판을 유지했다.
재계에서는 오너가의 세대교체가 향후 기업의 미래를 좌우한다고 말한다. 대내외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사업 성장을 이끌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LG그룹은 구본무 회장의 갑작스러운 타계 이후 구광모 신임 회장 체제가 공고히 자리 잡으며 글로벌 경쟁 속에서 기업이 생존·성장하기 위한 토대를 갖췄다는 평가다.
1978년생으로 40대 초반인 구광모 회장은 젊은 감성으로 LG그룹의 체질 개선에 성공해 오너십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또한 일찌감치 익힌 글로벌 감각으로 LG의 주력 산업 혁신도 이끌어내는 과감한 결단력도 보여줬다.

금호아시아나 2년 연속 꼴찌…부영도 오너십 부정 평가 높아
반면 금호아시아나는 매각 이슈에 휩싸이며 2년 연속 꼴찌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금호아시아나 인수를 추진 중인 한진그룹 역시 34개 기업 중 32위를 기록했다.
양사는 항공 산업을 영위하면서 오너가의 갑질 이슈로 전 국민에게 미움 섞인 시선을 받았다는 공통점을 갖추고 있다. 즉, 오너리스크가 오너십 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항공 산업 침체도 양사에 대한 불투명성을 짙게 만들고 있다. 한때 트레블 버블에 기대를 걸었으나 델타 변이가 재 확산하면서 항공 산업의 먹구름은 좀체 가실 기미가 안 보인다.
최근에는 고용 승계 부담도 커졌다. 금호아시아나가 보유한 초대형 여객기 A380을 운행하는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대다수가 조종 자격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A380 조종사 145명 중 120명이 자격을 상실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자격 유지에 필요한 필수 비행 경험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금호아시아나 측은 조종사 자격증을 복원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수포로 돌아갈 경우 이들에 대한 고용 유지에도 부담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
한진과 금호아시아나 사이에 낀 33위 부영그룹도 오너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최근 법무부의 광복절 가석방 대상에 포함됐다. 앞서 이 회장은 수백억 원의 회삿돈을 횡령 배임한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 회장의 경우 고령인 점과 형기의 80% 이상을 채웠다는 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이 회장은 지난 2018년 4000억 원대 탈세, 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1심에서 징역 5년에 벌금 1억 원을 선고받았다. 이후 항소심에서 법정구속 됐으며 지난해 8월 대법원에서 원심이 확정됐다.
이 회장의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보석과 형집행 정지 등을 이용해 상당 기간 동안 교도소 밖에서 자유롭게 생활했다는 게 알려지면서 황제 노역을 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부영그룹은 지난해는 오너십 평가 26위를 기록했으나 이 회장이 풀려나면서 오히려 순위가 떨어졌다. 가석방 결정 이후 임대아파트전국회의 부영연대는 성명서까지 내고 이 회장의 가석방을 취소해야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2위 SK 최태원 회장 ‘호감형 옆집 형’,
4위 현대차 도 쿄올림픽 양궁 후원 ‘엑스텐’ 명중
2021 베스트 오너십 2위는 SK그룹이 차지했다. 지난해 3위에서 한 계단 상승한 수치다. 최근 최태원 회장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친밀하게 소통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 점도 호감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가 3, 4위로 뒤를 이었다. 지난해 6위에 그친 삼성그룹은 3계단 상승했다. 34개 그룹 중 3위를 기록했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리스크 등이 없었다면 재계 위상으로 보나 매출로 보나 더 높은 순위를 기록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4위를 수성했다. 도쿄 올림픽 양궁대회 이후 정의선 부회장의 따뜻한 리더십이 회자되며 내년에는 더욱 높은 성장이 기대된다.
카카오는 지난해 2위에서 5위로 추락했다. 거침없는 사업 확장에 대한 반발,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플랫폼에 대한 규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창업자 김범수 의장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 결과로 보인다.
신세계는 지난해 7위에서 6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정용진 부회장의 SNS 소통과 SSG닷컴 등 신규 브랜도 효과, 야구단 인수 등이 호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7위부터 10위는 네이버, 미래에셋, CJ, GS가 차지했다.
전통적인 강호들 사이에 금융권에서 유일하게 10위권 내에 머문 미래에셋금융그룹이 눈에 띈다. 특히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들이 전통 재벌가 사이에서 10위 이내에 포진한 것도 이채롭다.

롯데, 한·일 관계 악화·유통시장 변화에 10계단 추락
최하위를 기록한 한진, 부영, 금호 아시아나를 비롯해 꼴지 그룹에서는 코오롱이 31위를 차지해 30위권 바깥으로 밀렸다. 지난해 22위에서 9계단이나 밀린 코오롱은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 등 사업 리스크와 오너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30위는 DB가 차지했다. DB는 동부그룹에서 기업 이미지(CI)를 바꾸는 등 쇄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김준기 회장의 성추행 파문 등 리스크가 여전히 상존해 하위권에 머물렀다.
재판과 형제간 경영권 다툼, 이명박·전두환 전 대통령과의 혼맥 등으로 오너리스크의 끝판왕으로 불리던 효성은 24위에서 20위로 상승세를 보였다.
형제간 다툼이 정리되고 장남 조현준 회장 쪽으로 경영 승계가 마무리되면서 10년 이상 여러 사안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오너리스크가 일견 잠잠해진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신격호 회장 타계 이후 10계단이나 추락했다. 지난해 13위에서 올해 23위로 급전직하했다. 일각에서는 한·일 관계가 악화되면서 양국에 사업 거점을 둔 롯데의 특성상 부정적인 영향을 고스란히 전달받은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롯데는 실적 면에서도 거센 도전에 직면했다. 쿠팡, 마켓컬리 등 기존 유통 질서를 허물만 한 유통 플랫폼 강자들이 득세하며 설 자리를 찾는 데 고심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당시 STX 팬오션을 인수하며 일약 대기업 군으로 등극한 하림은 지난해 16위에서 올해 23위로 떨어졌다. 하림은 한때 재계 순위 30위권까지 치고 올라오며 공격적 행보를 이어갔으나, 박근혜 정부 특혜 기업과 공정거래위원회 단골 조사 기업으로 낙인찍히며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21 베스트 오너십 평가 어떻게 진행했나
한경 머니의 '2021 베스트 오너십 조사'(설문 분석: 글로벌 리서치)는 8월 24일부터 9월 10일까지 금융사 및 경제연구소의 기업 담당자, 경제 기자 등 전문가 75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평가 대상은 2021년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발표한 자산총액 10조 원 이상 기준 총수가 있는 34개 기업집단이다. 평가 항목은 경영 전문성과 자질 평가(비전 제시, 위기관리 능력, 수익 창출 능력),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책임성 평가(소유구조의 투명성과 책임경영, 이사회와 의사결정 구조, 내부거래의 투명성과 공정성), 윤리경영평가(준법경영, 주주와 채권자 보호, CSR)다. 각 항목당 만점 5점을 기준으로 평가를 실시해 총점을 100점으로 환산해 기업평가를 실시했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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