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330만 시대. 해외 투자 전성기가 지속되며 간접투자 분야에서도 해외 투자형 상품이 재조명받는 분위기다. 특히 글로벌 분산투자가 가능한 데다 비과세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변액보험이 주목받고 있다. 간접투자로 옮겨붙고 있는 해외 투자 열풍에 대해 짚어본다.
#1. 올해 초 ‘서학개미(미국 등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 열풍에 합류한 직장인 임소영(33) 씨. 최근 1년 사이 예상을 뛰어넘는 투자 수익을 올리면서, 앞으로도 국내 증시보다는 해외 투자 쪽에 더 많은 관심을 쏟아야겠다는 생각이 커졌다. 다만 주가 상한가와 하한가의 제한 폭이 없는 해외 투자의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연말부터는 해외 투자형 펀드를 통해 간접투자 비중을 늘리기로 했다.
#2. 올 하반기 취업 이후 금융투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사회초년생 박민현(28) 씨는 글로벌 자산 배분을 활용한 장기 투자형 상품에 투자할 계획이다. 해외 증시에 직접 뛰어드는 것보다는 전문가의 손에 맡기기로 한 것이다. 박 씨는 “처음에는 해외 주식을 직접 매입하는 방향도 생각했지만, 나중에 양도차익의 22%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면서 “우선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변액보험 등에 투자하며 해외 시장 분위기를 살필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야말로 해외 투자 전성시대다. 지난해 MZ(밀레니얼+Z) 세대를 중심으로 들불처럼 일었던 국내 증시 투자 붐은 이제 해외 투자로 옮겨갔다. 이른바 서학개미로 활동하는 국내 투자자의 계좌 수가 벌써 330만 개를 돌파했을 정도다. 실제로 국내 투자자들의 발걸음은 잇따라 해외 쪽으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외화증권 보관금액은 897억2000달러에 달하며 분기 최대 기록을 세웠다.
최근 우리나라의 대외금융자산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었다는 점만 봐도 해외 투자 열풍을 짐작할 수 있다. 대외금융자산은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금융상품에 투자하거나 기업이 해외에 직접투자를 한 금액을 뜻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투자대조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우리나라의 대외금융자산은 2조104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분기 대비 306억 달러 증가한 수치로, 역대 가장 큰 규모다. 이새롬 한국은행 국외투자통계팀 과장은 “대외금융자산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면서 “이는 거주자의 해외 증권 투자와 직접투자가 늘어났고, 한국은행의 외환보유액도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 배분에 따라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코스피가 다소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박스권’에 갇힌 것과 달리, 미국 등 주요국 증시는 여전히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해외 투자가 인기를 끄는 이유다. 이혁균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저효과가 감소했지만 올해도 해외 증권 투자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확대됐다”며 “향후에도 국내 거주자의 해외 증권 투자는 수익률 추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완화, 환헤지(환 변동 위험 회피) 비용 감소 등의 영향으로 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펀드도 해외 투자가 대세…변액보험 급성장
해외 투자 열풍은 변액보험 펀드와 같은 간접투자 영역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 투자형 펀드에 집중됐던 과거와 달리 해외 투자 관련 펀드로 자금이 몰리는 추세다. 해외 시장에서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며 비용을 치르는 데 부담을 느끼는 투자자가 늘어나고 있는 데다, 환차익 등을 생각하면 오히려 간접투자가 더 나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해외 투자를 하면서도 비과세 혜택까지 함께 누릴 수 있는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다. 대표적으로는 보험사가 판매하는 변액보험을 꼽을 수 있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변액보험과 같은 해외 투자형 펀드가 재조명받고 있다. 다양한 펀드를 통해 투자 환경에 따라 자산과 섹터를 선택할 수 있고, 글로벌 자산 배분을 활용한 장기적인 수익률 확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생명보험협회 상반기 공시자료에 따르면 국내 투자형 펀드의 직전 5년간 수익률은 33.3%를 기록했으나, 해외 투자형은 56.9%로 더 나은 성과를 보여줬다.
전체 변액보험 펀드 자산 비중도 국내 투자형에서 해외 투자형으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해외 투자형 변액보험 펀드 자산 점유율은 지난해 10월 말 12.4%(12조9692억 원)에서 올해 10월 말 16.1%(17조8968억 원)로 늘었다. 반대로 국내 투자형은 82.5%(86억1817억 원)에서 78.4%(86억 9798억 원)로 줄었다. 두 유형을 섞은 국내외 투자형은 5.1%(5조3266억 원)에서 5.4%(6조322억 원)로 0.3%포인트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변액보험은 경제 상황에 따라 다양한 자산과 분야를 선택할 수 있고, 일정 조건에 따라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어 해외 투자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면서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이점을 충분히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보험 업계에 따르면 8월까지 보험사들의 변액보험 초회보험료 매출은 3조6217억 원을 기록했다. 초회보험료는 보험 상품에 가입한 고객이 처음으로 납입하는 보험료를 뜻하는 말로, 보험사의 성장세를 파악할 수 있는 지표다. 지난해 초회보험료(3조1000억 원)가 10여 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성장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올 1~8월 전체 보험사의 변액보험 초회보험료는 지난 한 해 동안 기록한 전체 초회보험료 규모를 이미 상회했다.
초회보험료 1위 미래에셋, 점유율 58.1%
국내 변액보험 시장의 성장을 견인한 곳은 미래에셋생명이다. 생명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미래에셋생명의 변액보험 초회보험료는 지난 8월 기준 2조1056억 원으로, 점유율 58.1%를 차지했다. 미래에셋생명의 변액보험 초회보험료는 2017년 24.6%(4806억 원), 2018년 29.6%(5287억 원), 2019년 32.7%(5944억 원), 2020년 52.9%(1조6424억 원)로 꾸준히 상승 곡선을 탄 데 이어, 올해는 58.1%까지 올라섰다.
미래에셋생명의 뒤를 이어 초회보험료 2~5위를 차지한 보험사들은 일제히 한 자릿수 점유율을 기록했다. 2위 메트라이프생명은 9.1%(3302억 원), 3위 하나생명은 5.8%(2103억 원), 4위 흥국생명은 5.8%(2086억 원), 5위 DGB생명은 5.3%(1909억 원)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전체 변액보험 시장이 성장하고 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심화된 시장 양극화 현상은 갈수록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이 밖에도 KB생명 3.3%(1212억 원), 푸르덴셜생명 3.2%(1176억 원), BNP파리바 카디프생명 3.1%(1108억 원), ABL생명 2.7%(996억 원), 교보생명 1.2%(449억 원)순으로 그 뒤를 좇았다.
글 정초원 기자
#1. 올해 초 ‘서학개미(미국 등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 열풍에 합류한 직장인 임소영(33) 씨. 최근 1년 사이 예상을 뛰어넘는 투자 수익을 올리면서, 앞으로도 국내 증시보다는 해외 투자 쪽에 더 많은 관심을 쏟아야겠다는 생각이 커졌다. 다만 주가 상한가와 하한가의 제한 폭이 없는 해외 투자의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연말부터는 해외 투자형 펀드를 통해 간접투자 비중을 늘리기로 했다.
#2. 올 하반기 취업 이후 금융투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사회초년생 박민현(28) 씨는 글로벌 자산 배분을 활용한 장기 투자형 상품에 투자할 계획이다. 해외 증시에 직접 뛰어드는 것보다는 전문가의 손에 맡기기로 한 것이다. 박 씨는 “처음에는 해외 주식을 직접 매입하는 방향도 생각했지만, 나중에 양도차익의 22%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면서 “우선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변액보험 등에 투자하며 해외 시장 분위기를 살필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야말로 해외 투자 전성시대다. 지난해 MZ(밀레니얼+Z) 세대를 중심으로 들불처럼 일었던 국내 증시 투자 붐은 이제 해외 투자로 옮겨갔다. 이른바 서학개미로 활동하는 국내 투자자의 계좌 수가 벌써 330만 개를 돌파했을 정도다. 실제로 국내 투자자들의 발걸음은 잇따라 해외 쪽으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외화증권 보관금액은 897억2000달러에 달하며 분기 최대 기록을 세웠다.
최근 우리나라의 대외금융자산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었다는 점만 봐도 해외 투자 열풍을 짐작할 수 있다. 대외금융자산은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금융상품에 투자하거나 기업이 해외에 직접투자를 한 금액을 뜻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투자대조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우리나라의 대외금융자산은 2조104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분기 대비 306억 달러 증가한 수치로, 역대 가장 큰 규모다. 이새롬 한국은행 국외투자통계팀 과장은 “대외금융자산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면서 “이는 거주자의 해외 증권 투자와 직접투자가 늘어났고, 한국은행의 외환보유액도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 배분에 따라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코스피가 다소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박스권’에 갇힌 것과 달리, 미국 등 주요국 증시는 여전히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해외 투자가 인기를 끄는 이유다. 이혁균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저효과가 감소했지만 올해도 해외 증권 투자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확대됐다”며 “향후에도 국내 거주자의 해외 증권 투자는 수익률 추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완화, 환헤지(환 변동 위험 회피) 비용 감소 등의 영향으로 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펀드도 해외 투자가 대세…변액보험 급성장
해외 투자 열풍은 변액보험 펀드와 같은 간접투자 영역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 투자형 펀드에 집중됐던 과거와 달리 해외 투자 관련 펀드로 자금이 몰리는 추세다. 해외 시장에서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며 비용을 치르는 데 부담을 느끼는 투자자가 늘어나고 있는 데다, 환차익 등을 생각하면 오히려 간접투자가 더 나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해외 투자를 하면서도 비과세 혜택까지 함께 누릴 수 있는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다. 대표적으로는 보험사가 판매하는 변액보험을 꼽을 수 있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변액보험과 같은 해외 투자형 펀드가 재조명받고 있다. 다양한 펀드를 통해 투자 환경에 따라 자산과 섹터를 선택할 수 있고, 글로벌 자산 배분을 활용한 장기적인 수익률 확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생명보험협회 상반기 공시자료에 따르면 국내 투자형 펀드의 직전 5년간 수익률은 33.3%를 기록했으나, 해외 투자형은 56.9%로 더 나은 성과를 보여줬다.
전체 변액보험 펀드 자산 비중도 국내 투자형에서 해외 투자형으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해외 투자형 변액보험 펀드 자산 점유율은 지난해 10월 말 12.4%(12조9692억 원)에서 올해 10월 말 16.1%(17조8968억 원)로 늘었다. 반대로 국내 투자형은 82.5%(86억1817억 원)에서 78.4%(86억 9798억 원)로 줄었다. 두 유형을 섞은 국내외 투자형은 5.1%(5조3266억 원)에서 5.4%(6조322억 원)로 0.3%포인트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변액보험은 경제 상황에 따라 다양한 자산과 분야를 선택할 수 있고, 일정 조건에 따라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어 해외 투자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면서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이점을 충분히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보험 업계에 따르면 8월까지 보험사들의 변액보험 초회보험료 매출은 3조6217억 원을 기록했다. 초회보험료는 보험 상품에 가입한 고객이 처음으로 납입하는 보험료를 뜻하는 말로, 보험사의 성장세를 파악할 수 있는 지표다. 지난해 초회보험료(3조1000억 원)가 10여 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성장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올 1~8월 전체 보험사의 변액보험 초회보험료는 지난 한 해 동안 기록한 전체 초회보험료 규모를 이미 상회했다.
초회보험료 1위 미래에셋, 점유율 58.1%
국내 변액보험 시장의 성장을 견인한 곳은 미래에셋생명이다. 생명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미래에셋생명의 변액보험 초회보험료는 지난 8월 기준 2조1056억 원으로, 점유율 58.1%를 차지했다. 미래에셋생명의 변액보험 초회보험료는 2017년 24.6%(4806억 원), 2018년 29.6%(5287억 원), 2019년 32.7%(5944억 원), 2020년 52.9%(1조6424억 원)로 꾸준히 상승 곡선을 탄 데 이어, 올해는 58.1%까지 올라섰다.
미래에셋생명의 뒤를 이어 초회보험료 2~5위를 차지한 보험사들은 일제히 한 자릿수 점유율을 기록했다. 2위 메트라이프생명은 9.1%(3302억 원), 3위 하나생명은 5.8%(2103억 원), 4위 흥국생명은 5.8%(2086억 원), 5위 DGB생명은 5.3%(1909억 원)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전체 변액보험 시장이 성장하고 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심화된 시장 양극화 현상은 갈수록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이 밖에도 KB생명 3.3%(1212억 원), 푸르덴셜생명 3.2%(1176억 원), BNP파리바 카디프생명 3.1%(1108억 원), ABL생명 2.7%(996억 원), 교보생명 1.2%(449억 원)순으로 그 뒤를 좇았다.
글 정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