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 보험금, 절세와 수익 모두 잡으려면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보험 업계에 큰 변화가 있었다. 바로 저축보험의 보험차익 비과세 제도에 ‘가입한도’가 생긴 것이다. 해당 제도는 1991년부터 3년만 유지하면 비과세 혜택을 주는 것으로 시작해 가입기간
5년, 7년, 10년까지 유지기간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아직도 많은 이들의 기억에 저축보험은 10년만 유지하면 비과세라는 생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2013년 2월 15일 비과세 조건에 큰 변화가 생겼다. 납입총액 ‘2억 원 한도’와 월 적립식 ‘5년 이상 균등 납입’이라는 조건이 신설됐다.

2017년에는 또 한 번의 개정을 통해 비과세 한도가 강화됐다. 납입총액 한도가 1억 원으로 줄어들고 월 적립식 한도가 매월 150만 원으로 추가됐다. 당시 많은 자산가들의 뭉칫돈이 ‘원금 보장+세제 혜택’이 있는 보험 상품으로 적잖이 유입됐다.

이로부터 10년이 지나 만기 보험금을 수령하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저금리 시대에도 연 3~4%대에 달하는 최저 보증금리 덕분에 만기 보험금의 환급률은 약 135% 수준에 달한다. 수익률(약 35%) 기준으로 보면 연복리 3% 수준으로 운용된 결과에 비견된다. 매매차익이 비과세되는 코스피 지수가 10년 전 2000이었음을 감안하면 수익률 측면에서는 국내 주식 지수에 10년 투자한 수익률(50%)에는 다소 못 미친다.

하지만 원금 보장 및 다양한 보험 기능(사망 보장 등)을 고려하면 보험을 활용한 10년 전 선택은 합리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10년간 오랜 기간 잘 운용해 온 만기 보험금은 수령 이후 다양한 곳에 사용할 수 있다. 성장이 기대되는 기업의 주식을 사거나 기존 대출을 상환할 수도 있다. 당장 사용해야 하는 자금을 빼고 투자 여력이 있는 만기 보험금을 긴 시간 가지고 어떻게 운용하는 것이 좋을까.

10년 전에 보험이라는 상품을 선택한 이유는 비과세와 원금 보장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비과세와 원금 보장’을 충족할 수 있는 제도나 상품이 없다. 이제는 ‘비과세와 원금 보장’에서 ‘과세이연과 적극적 투자’로 운용 전략을 바꿔야 한다. 물론 이때에도 장기 운용 자금의 경우 비과세 한도를 활용하는 상품군을 포트폴리오에 담는 것이 좋다.

새로운 비과세 한도 활용해야
현재 누구나 금융소득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보험차익에 대한 비과세’만 가능한데 그 기준은 ‘종신형 연금보험’, ‘월 적립식 보험’, ‘납입총액’ 등 세 가지다.

이 중에서 ‘종신형 연금보험’은 노후를 위한 자금이기 때문에 가입금액 제한이 없지만 반드시 연금으로만 수령해야 하고 연금 개시 후 중도해지를 못하는 등 가입 조건이 까다롭다. 본인이 가입한 자금을 종신토록 연금으로 수령하고 사용하고자 하는 니즈가 있는 경우에만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따라서 보험차익 비과세 제도와 관련한 구체적인 자금 운용 전략은 ‘종신형 연금보험’을 제외한 나머지 두 가지 기준을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우선 월 적립식 보험에 가입할 경우, 월 150만 원 이내(연간 1800만 원 이내)로 5년 이상 납입 및 10년 이상 유지 조건을 지키면 보험차익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납입총액 기준으로 총 보험료 1억 원 이하로 10년간 유지해도 비과세 혜택이 적용된다. 이때 1억 원 이하의 보험료는 한 번에 납입(일시납)하거나 2~3년 동안 나눠서 납입해도 된다.

월 적립식 보험을 활용한 비과세는 ‘변액연금보험’을 추천한다. 5년 이상 균등하게 납입하고 10년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변동성을 활용한 적립식 투자에 가장 적합한 대안이다. 다양한 해외 자산에 투자할 수 있고 요건 충족 시 차익이 모두 비과세이기 때문에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연금으로 수령할 때 다른 금융소득과 합산되지 않아 건강보험 등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최근 변액연금보험의 트렌드는 최소한의 연금을 확보해주는 장치가 있어 연금 수령 시점에 최소 연금 수령액에 대한 예측이 가능한 만큼 현금흐름 확보에 도움이 된다.

다음은 납입총액 1억 원 비과세 전략이다. 이 경우에는 10년 동안 계약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현재의 금융시장 및 자산 다각화 측면에서 달러보험을 고려해볼 수 있다. 달러보험은 납입도 달러로 하고 10년 뒤 보험금 수령도 달러로 하는 상품이다.

따라서 납입 시점 대비 보험금 수령 시점에 달러가 강세일 경우에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이다. 물론 반대의 경우에는 환차손이 발생할 수 있다. 현재 시중에서 판매 중인 달러보험들의 공시이율은 일반적으로 미국 회사채와 연동된다. 2022년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미국 회사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달러보험의 공시이율 역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금리 흐름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적정 수준의 공시이율에 원화 1억 원 이내(약 8만 달러)로 가입하면 통화 분산과 비과세 혜택을 노릴 수 있다. 달러보험 상품의 경우 향후 수령액을 예상할 수 있는 확정금리 상품도 있고 연금 수령 또는 생활자금 수령 등 인출 형태도 다양하기 때문에 일시납 1억 원 비과세 전략으로 적합하다고 생각된다.



과세이연, 절세 전략으로 활용
비과세 보험 가입 규모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또 하나의 절세 전략인 ‘과세이연’을 보험 상품에 접목시키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과세이연은 ‘세금을 내는 시점을 일정 기간 연기해주는 것’이다. 이자소득세는 이자가 발생하는 시점이 아니라 이자를 실제 지급하는 시점에 내는 것이다.

따라서 저축성보험의 이자소득세는 지급받은 보험금의 누적액이 납입한 보험료를 초과하는 때부터 원천징수를 한다. 이 같은 과세제도의 특성을 고려해 만기가 없는 보험에 가입하고 이자소득 발생 시점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중도인출 금액의 합이 원금 이내인 경우를 살펴보자. 보험 상품별로 상이하나 일반적으로 보험 상품에는 ‘중도인출’ 기능이 있다. 계약자가 자금이 필요한 경우 기존에 납부한 보험료에서 일정 금액을 인출해 사용할 수 있다.

이때 납부한 원금 이내에서 중도인출을 하면 이자가 아닌 원금의 일부가 우선 인출된 것으로 인식해 이자소득이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 이 구간에서는 중도인출, 생활자금(또는 연금) 수령 등 다양한 형태로 자금을 인출해도 금융소득이 아닌 원금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세금 부담 없이 활용할 수 있다.

다음으로 인출액의 합이 원금을 초과하는 경우다. 이때는 원금을 초과하는 인출액부터 바로 이자소득으로 인식되며 원천징수 후 지급을 한다. 당연히 이자소득이기 때문에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 소득이 되며 건강보험료 계산에도 즉각 반영된다.

이 구간에서는 인출액이나 시기를 조절함으로써 절세를 할 수 있다. 예컨대 다른 금융소득 없이 보험에서만 인출(또는 연금 수령) 금액을 2000만 원 이하로 유지하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아니므로 원천징수로만 세금 납부를 마감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절세 전략인 ‘과세이연’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떤 상품이 적합할까. 이때도 변액저축보험이 제격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변액저축보험의 트렌드는 펀드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수익률에 중점을 두고 시장 상황에 맞는 펀드 라인업 확보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엄브렐러 펀드(시장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갈아타는 전환형 펀드)에 가입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변액저축보험 펀드는 다양하고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어 시장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목표 수익을 달성하면 변동성이 낮은 상품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투자 경험이 부족한 투자자들을 위해 자산 배분 펀드를 설정해 고객의 어려움을 해결해주기도 한다. 물론 변액저축보험의 부가 기능은 분명 투자수익률에 부정적인 비용 부분이지만, 불의의 사고에 대비하는 보험 특유의 옵션 비용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또한 변액저축보험은 장기로 투자할수록 유지 비용이 낮아지는 점도 투자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과세이연을 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시간을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장기 투자 시 펀드 대비 보수가 낮아져 수익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과세이연도 활용하고 장기적으로 수익률도 높일 수 있는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해외 주식형 펀드에 투자할 경우 배당소득으로 인정돼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데 변액저축보험 가입을 통한 과세이연 전략을 활용하면 좋다.

즉, 변액저축보험 펀드를 통해 다양한 해외 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되 자금이 필요하면 원금 이내에서 인출하고 그 수익금으로 계속 투자하는 방식이다.

글 이정하 SC제일은행 방카슈랑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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