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tory] 친환경 에너지 투자, 5대 체크포인트는

글로벌 전반으로 기후변화 리스크에 따른 친환경 에너지 전환이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투자시계도 빨라지고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와 연기금들도 친환경 에너지 기업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진입장벽은 높기만 하다. 친환경 에너지 투자,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좋을까.


친환경 에너지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세를 거듭하면서 투자 시장에 대한 관심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전기자동차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2차전지 배터리 산업은 이미 성장궤도에 올라선 상태다. 태양광, 수소,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글로벌 저탄소 정책이 탄력을 받으면서 투자 시장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친환경 에너지 산업이 성장 속도가 빠르지만 변동성이 큰 만큼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수소·태양광·풍력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로 충분한 기술력을 갖추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글로벌 긴축이 본격화되는 만큼 투자 시장을 둘러싼 매크로 시장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의현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본부 2팀장, 김효식 삼성액티브자산운용 그로쓰(Growth)본부 운용1팀 매니저, 황우택 한국투자신탁운용 멀티전략본부 매니저 전문가 3인은 친환경 에너지 투자를 위한 체크포인트를 제시했다.







① 실적 가시성에 주목해라
친환경 에너지 투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실적 가시성 여부다. 2022년 전 세계 전기차(EV)용 2차전지 생산량은 폭발적인 증가가 예상된다. 유럽과 미국, 중국의 전기차 업체들이 전기차 생산량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어서다. 2차전지 소재 업체들도 EV용 소재 수요 증가에 따른 매출 확대로 나타날 전망이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2025년까지 연평균 30.3% 성장세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대표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는 2018년 3분기부터 흑자를 기록, 전기차의 수익성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전방 시장인 전기차의 가파른 성장이 2차전지 수요 확대로 이어지면서 관련 소재 업체들의 실적 개선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KB증권에 따르면 2차전지 소재 업종의 연평균 영업이익 성장률은 72.5%로 예상된다.

황우택 한국투자신탁운용 멀티전략본부 매니저는 “태양광, 풍력, 수소 등 친환경에너지 관련 산업에서 가장 실적 가시성이 높은 분야는 전기차 시장”이라며 “전기차 시장은 규모 면에서 크고 충전소나 플랫폼 시장이 커지면 동시에 파급력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체 자동차 판매량 가운데 전기차의 침투율이 크게 증가한 것은 소비자들의 전기차 수요가 크게 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2차전지 배터리에 비해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실적 변동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정의현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본부 2팀장은 “태양광, 풍력, 수소연료전지 분야는 현재 정부가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며 “신재생에너지 분야는 초기 단계인 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기술력 보유 여부와 꾸준한 매출 여부를 잘 판단해서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효식 삼성액티브자산운용 그로쓰(Growth)본부 운용1팀 매니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로 해외 재생에너지 산업은 착공 지역, 원자재 가격, 해상 운임 상승 등으로 태양광과 풍력 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지속됐다”며 “국내도 대선을 앞두고 정책 불확실성 커지면서 재생에너지 산업이 전반적으로 침체된 모습이지만, 기업 주도의 친환경 에너지 투자가 이뤄지면 실적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② 투자 변동성에 유의하라
글로벌 정책 이슈나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큰 것도 투자자들이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차전지 배터리는 고성장 시장이지만 주가 변동성은 여전히 크다. 신재생에너지 분야는 전반적인 실적 부진으로 주가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친환경 에너지 투자의 변동성이 작지 않기 때문에 투자 시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황 매니저는 “미래 성장성을 감안한다면 주가는 큰 폭으로 오르지만 동시에 실망감으로 인한 주가 하락 가능성도 있다”며 “그러나 미래 성장과 생산성 기대감을 본다면 적극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국내 신재생에너지 업체들의 경우 해외 매출 비중이 높아지면 안정적인 실적 성장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근 태양광에서는 원재료인 폴리실리콘 가격 하락이 나타나며 밸류체인 전반의 원가 부담이 완화되고 있다. 2022년에도 견조한 설치량 증가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풍력 밸류체인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생산 및 물류 차질 악영향이 더 크게 나타나고, 최근까지도 해상 운임은 높은 수준을 유지해 태양광보다 실적 개선이 느리게 나타날 전망이다. 원재료인 철강 가격도 최근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김 매니저는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업체들에 투자해야 한다”며 “특히 미국과 유럽 등 선진 시장과 최근 재생에너지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는 동남아시아 시장에 대한 노출 빈도가 높은 업체를 추천한다”고 강조했다.

정 팀장은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서 2차전지 시장은 성숙도가 높지만 신재생에너지는 거의 초기 단계”라며 “현재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2차전지의 주가 변동성은 대표 지수(코스피200)의 2배에 이른다”며 “신재생에너지의 경우 균형 있는 분산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분야는 개인투자자들이 직접 종목을 선정하기 어렵고 상장지수펀드(ETF)로 하면 편리한 투자가 가능하다”며 “실제 매출이 발생하는 기업들에 균형 있게 분산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③ 대외 변수와 글로벌 매크로 시장을 살펴라
최근 글로벌 긴축 흐름으로 주식시장이 조정 국면에 들어간 만큼 친환경 에너지 종목의 주가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김 매니저는 “단기적으로는 다른 산업들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며 “태양광·풍력 산업에서도 자동차·정보기술(IT) 산업과 마찬가지로 생산 및 물류의 병목 현상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는 각국의 정책적 변화가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탄소중립을 위해 재생에너지를 확대한다는 큰 줄기에는 변화가 없지만 그 과정에서 발전원별 믹스 조정이나 예산 통과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다.

태양광 시장에서 원재료인 폴리실리콘의 중국 생산 의존도가 크기 때문에 미·중 분쟁 등 정치적 역학관계가 산업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대외 환경으로 인한 변수로 지목된다. 이로 인해 국가별로 업체 간 명암이 갈리게 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④ 기존 산업 대체 가능 여부 주목
국내 신재생에너지 관련 종목에 투자하려면 실적 성장이 이어지면서 기존 산업을 대체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기존 산업을 대체하기 위해선 신재생에너지의 기술 발달이 이뤄져야 하고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는 시장 초기 단계인 만큼 아직 불확실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황 매니저는 “완전한 저탄소는 기존의 화석연료를 대체해야 하지만 아직 원자력의 의존성을 떨어뜨릴 만큼 가시적이지 않다”며 “전기차는 기존 자동차를 대체하고 있지만 태양광, 풍력, 수소는 대체할 만큼 시장이 성숙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주요국들은 2050~2060년까지 탄소배출 넷 제로(net-zero)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국가들은 2030년에서 2035년 중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태양광, 풍력, 수소, 전기차,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등 그린 산업은 향후 10년 이상 평균적인 경제성장률을 크게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매니저는 “국내 신재생에너지 관련 종목에 투자하려면 반드시 지역별 매출 비중을 확인해야 한다”며 “국내는 선진국이나 중국처럼 규모의 경제가 갖추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여전히 경제적으로 자생력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자료: 테슬라, 미래에셋증권


⑤ 성장이 지속 가능한지에 초점을 맞춰라
전문가들은 수소,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국내외 전반으로 부진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아직 초기 시장이다 보니 정책 이슈와 시장 분위기에 영향을 많이 받아서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2차전지의 경우엔 상황이 다르다. 정부 정책보다는 성장 모멘텀에 따른 산업 발전으로 나타나고 있다.

황 매니저는 “전기차의 시장 초반에는 정부 정책, 완성차 정책, 개인 선호도, 기술 발달 여부가 중요한 포인트였지만 지금은 소비자와 공급자에 의해 발전할 만큼 시장 성장이 가팔랐다”고 말했다. 이른바 완성차들이 전기차 시장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시장이 급성장하는 형태인데, 이는 소비자 외에 공급자들도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수소차 시장의 경우엔 여전히 진입장벽이 높다. 황 매니저는 “무게나 장거리 부분에서는 수소차의 조건이 좋아 과거 대형 화물 트럭 위주로 검토도 했지만 수소충전소를 여러 곳에 설치하려면 가격 경쟁력이 좋지 않다는 측면에서 빨리 다가올 미래는 아니다”라며 “수소를 바탕으로 전기가 생산되는 방식이 전기차와 비슷하지만 수소충전소를 많이 세울 수 없다는 점에서 대중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유럽연합(EU)의 그린 택소노미(녹색산업 분류체계)가 통과되면 선진국 중심의 정책자금 집행이 본격화되고 성장세가 뚜렷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수소연료는 정부 로드맵이 2040까지 나와 있고, 발전용 연료전지도 10배 이상 발전량을 목표로 하고 있다. 태양광 분야는 원재료인 폴리실리콘 가격 하락이 나타나며 밸류체인 전반의 원가 부담이 완화되는 상황이다. 풍력 밸류체인의 경우는 코로나19로 인한 생산 및 물류 차질 악영향이 더 컸으며, 최근까지도 해상 운임이 높은 수준을 유지해 태양광보다 실적 개선이 느리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김 매니저는 “2022년에도 견조한 폴리실리콘 설치량 증가세가 예상되는데 풍력 원재료인 철강 가격이 최근 하향 안정화 추세에 이르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선진국 중심의 정책자금 집행이 본격화되며 글로벌 재생에너지 산업은 2022년에 재도약의 기회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자력은 기저발전으로써 발전량의 20% 정도를 깔아주고 나머지는 태양광, 풍력, 수소, 가스 등 골고루 분산시키는 것이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예컨대 가스 발전 비중이 높은 국가들은 가격 급등 시 곤란을 겪었지만 풍력 비중이 높은 일부 유럽 국가들은 이례적으로 바람이 적게 불면서 발전량 부족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는 것이다.

더불어 기업들도 미국과 유럽 등에서 탄소국경세 도입을 앞두고 있어서 친환경 세금 탈피를 하지 못하면 국가·기업 단위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만큼 민간 기업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 팀장은 “글로벌 탄소 배출에 대한 적극적인 정부 정책 여파로 내연기관 탈피는 곧 다가올 미래”라며 “장기적으로 에너지 전환을 피할 수 없는 만큼 이 산업의 가치투자 면에서는 성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글 이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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