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분쟁, 도시락 반찬 차별에서 시작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속인들 사이 상속재산 분배의 불공평을 조절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를 두고 있다. 그 종류에는 어떤 것들이 있고, 관련 상속 분쟁의 쟁점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어쩌다가 학교에 오빠의 도시락을 잘못 가져갔는데, 내 도시락에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계란프라이가 떡하니 올려져 있었어요. 그때의 충격을 아직도 잊지 못해요. 그런데 지나고 보니 그건 시작일 뿐이었어요.”
필자가 가정법원에 근무할 때, 오빠와 남동생을 상대로 상속재산분할 소송을 제기한 어떤 중년 여성이 법원 조정실에서 한 이야기입니다.

요즘에는 계란프라이가 그리 귀한 반찬도 아니고, 학교 급식이 일반화돼서 도시락을 싸 오는 학생도 거의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때 그 시절에는 계란프라이 반찬 하나가 ‘남아선호’, ‘빈부격차’를 느끼게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평생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차별 대우의 시작으로 기억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랜 세월 동안 삶의 여러 영역에서 쌓이고 맺힌 응어리는 아버지, 어머니가 살아계실 동안에는 겉으로 잘 표출되지 않다가,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면 그 남겨진 재산의 분배를 두고 마침내 수면 위로 올라와 폭발하게 됩니다.

자, 그러면 이 계란프라이가 상속 분쟁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볼까요. 누군가 죽었을 때 그가 남긴 재산이 어떻게 분배되고 처리되는지를 정하는 법을 상속법이라고 합니다. 사망한 사람(피상속인)이 생전에 가지고 있던 재산이나 남기고 죽은 재산은 원래 그 사람의 재산이기 때문에 그것을 어떻게 할지는 전적으로 그 사람의 자유입니다.

피상속인이 죽기 전에 자신이 예뻐하는 자식에게만 몰아주는 것도 그의 마음이고, 자신이 죽고 나서도 그 재산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미리 정하고 죽었다면(유언) 그 뜻도 존중돼야 합니다. 피상속인의 재산을 물려받을 것으로 예정돼 있던 사람(상속인)이 유언 때문에 법에 정해진 비율(법정상속분)만큼의 재산을 못 받았다고 해서 왈가왈부할 수 있을까요. 물론 이미 돌아가신 피상속인에게는 아무 말을 할 수 없지만, 다른 상속인들, 즉 형제자매들에게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유류분의 한계
상속 분쟁에서 상속인들의 공통된 주장은, 유언대로 하거나 법에서 정해진 상속분 그대로 나누면 “공평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피상속인으로부터 재산을 이미 많이 받은 상속인이 유언을 통해 남아 있는 재산마저 모조리 받게 된다든지, 평생 피상속인 속을 썩이거나 아예 피상속인과 아무런 연락 없이 의절하고 살아온 상속인이 다른 상속인들과 같은 비율로 상속재산을 나누자고 하는 것은 무언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각국의 상속법은 그 방법이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피상속인의 유언의 자유를 일부 제한하고, 상속인들 사이의 상속재산 분배의 불공평을 조절하기 위한 제도를 두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유족에게 일정 부분의 유산을 보장하는 ‘유류분(遺留分)’ 제도입니다. 유류분은 특정 유족에게만 유산이 몰림으로써 나머지 가족의 생계가 위협받지 않도록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하고, 피상속인과 생전에 긴밀한 유대관계가 있던 유족의 상속재산에 대한 기여를 보상해 그들 사이에 상속재산을 공평하게 분배하는 것을 목적으로 도입됐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 유류분 제도는 사회적·경제적 상황의 변화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고, 인정 범위와 비율이 지나치게 높을 뿐 아니라 유대관계나 친밀도와 같은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유산의 일정 부분을 보장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피상속인의 유언이나 생전 처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게 됐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상속재산을 공평하게 분배하기 위해 고안된 제도 중 다른 하나는, 피상속인이 돌아가신 시점에 남아 있는 상속재산의 분할에 대해 상속인들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 법원이 관여해 법정상속분을 조절하는 것입니다.

다른 상속인들보다 피상속인을 특별히 더 부양했거나 상속재산의 유지나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상속인은 원래 받을 상속분보다 더 받게 하거나(기여분), 피상속인으로부터 받은 것이 많은 상속인은 원래 받을 상속분보다 적게 받도록 조절하는 것(특별수익)이 그것입니다. 기여분이 인정된 상속인이 실제로 받게 되는 상속재산은 늘어나게 되고, 특별수익을 한 상속인의 상속분은 줄어들게 됩니다.

기여분과 특별수익, 갈등 막으려면
기여분에 대한 주장은 “내가 아버지 곁에서 매일 밥과 반찬을 해서 나르고 용돈을 드릴 때, 너는 해외 나가서 살면서 20년 동안 아버지를 몇 번이나 찾아왔느냐”, “어머니가 암수술을 받고 입원했을 때 지극 정성으로 간호하고 치료비를 부담한 사람이 나 외에 누가 있느냐”, “아버지 사업이 어려워져서 회사와 집이 넘어갈 뻔 했을 때 내가 그 빚을 갚아 드리지 않았으면 지금 저 상속재산이 남아 있었겠느냐” 등과 같은 것들입니다.

특별수익에 대한 주장은 “다른 형제들과 달리 너는 젊을 때 아버지로부터 사업자금을 지원받지 않았느냐”, “결혼할 때 나는 받은 것이 없는데 너는 부모님으로부터 아파트를 받지 않았느냐”, “나는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가족을 위해 열심히 돈을 벌었는데 너는 대학등록금은 물론 유학자금까지 지원받지 않았느냐” 등과 같은 것입니다. “너만 도시락 반찬으로 계란프라이를 먹지 않았느냐”, “너만 아버지와 같은 밥상에서 먹으면서 고기 반찬 먹지 않았느냐” 등도 크게 보면 같은 맥락입니다.

특별수익에는 어떤 상속인이 다른 상속인보다 더 받은 재산이 유언에 의한 것이든, 피상속인 생전에 증여받은 것이든 모두 포함됩니다. 흔히들 오해하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특별수익 계산에 포함되는 생전 증여가 피상속인 사망 전 10년 이내의 것으로 제한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상속세, 증여세와 같은 세금을 계산할 때 고려되는 생전 증여의 범위는 피상속인의 사망 전 10년 이내의 것으로 한정되기도 하지만, 특별수익으로 계산되는 증여는 시기의 제한 없이, 즉 10년보다 훨씬 전의 것도 포함됩니다. 따라서 어릴 적 오빠 도시락에만 싸준 계란프라이도 10년이 지났다는 이유로는 특별수익에서 제외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피상속인의 특정 상속인에 대한 증여 모두가 특별수익으로 평가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떠한 생전 증여가 특별수익이 되기 위해서는 피상속인이 살아 있을 때의 재산과 수입 규모, 생활수준, 가정 상황, 그리고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공평과 같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그 생전 증여가 장차 상속인으로 될 사람에게 돌아갈 상속재산의 몫을 미리 주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용돈, 생활비와 같이 자녀들에게 반복적이고 규칙적으로 주는 것이나 부양이나 양육, 치료 등을 위해 주는 돈은 상속재산을 미리 주는 것이 아니어서 특별수익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반면에 결혼을 위한 혼수, 예물, 주거용 부동산, 사업자금을 주는 것은 특별수익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보통의 교육비를 주는 것은 특별수익에 해당되지 않지만, 그 범위를 훨씬 뛰어넘는 유학비용은 경우에 따라 특별수익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오빠 도시락에만 있는 계란프라이를 특별수익으로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계란프라이가 상속재산 분쟁에서 특별수익으로 평가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누군가에게는 평생을 걸쳐 차곡차곡 쌓여 왔을 차별과 응어리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형제자매들 사이에 서로 마음을 열고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특히 많이 받은 쪽에서 더 적극적으로 양보하고 다가가지 않으면, 그때 계란프라이 반찬 하나가 온 가족을 파괴하고 진흙탕 속으로 빠지게 하는 뇌관이 될 수도 있습니다.

김성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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