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TECH LEADER
CEO & BIZ / 핀테크 리더
정윤호 해빗팩토리 공동대표
혁신 기술로 무장한 핀테크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금융과 기술의 환상적인 만남, 핀테크 시대. 미래 금융은 무엇이며, 이 세계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핀테크 기업을 만나는 시간. 이달의 핀테크 리더는 비대면 보험 관리 플랫폼 ‘시그널플래너’를 운영하는 해빗팩토리(이하 해빗)의 정윤호 공동대표다. 현재 해빗은 이동익 대표와 정 대표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해빛이요? 아니요 해빗팩토리입니다.”
해빗팩토리. 사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정윤호 대표는 습관(habit)이 되는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들이 버릇처럼 찾아보는 플랫폼을 만들어보는 게 목표였다. 고객들이 보험을 더 잘 알아야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신념이 회사의 핵심 방향이었다.
정 대표는 “보험업은 고객들이 연간 보험사에 납입하는 돈만 따져봐도 200조가 넘는 굉장히 큰 시장이기 때문에 혁신할 부분이 많은 곳이라고 생각한다”며 “고객의 진정한 문제를 해결해주려면 단순히 서비스만 잘 만드는 것뿐 아니라 판매 프로세스까지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서비스로만 보험을 많이 팔아야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비효율이 가득한 보험 산업을 혁신해야 한다는 소명의식이 강했고 ‘정말 제대로 알려주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이 일에 뛰어들었다”고 회상했다.
해빗팩토리는 어떤 회사인가.
"해빗팩토리는 비대면 보험관리 애플리케이션 ‘시그널플래너’를 통해 고객이 더 현명한 금융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회사다. 지난 2016년 창업해 누적 투자금 137억 원을 유치했다. 금융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어려운 영역이라서 상당수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고 결정을 잘못하게 되면 상당한 피해를 입게 된다.
특히 보험의 경우 한 번 결정하면 꽤 오랜 시간 동안 상당한 돈을 내야 되기 때문에 반드시 잘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해빗팩토리는 이런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회사다. 고객이 어려워하는 보험을 쉬운 언어로 해석, 분석해주고 좋은 보험을 추천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고 들었다.
"실제로 비즈니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서비스를 잘 만드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전체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혁신해야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투자 유치는 우리가 검증한 혁신 프로세스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기회’라는 데 의미가 있다. 서비스를 만들어 가는 과정 가운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보험 산업을 혁신해야 한다는 명확한 소명 의식과 고객의 이익에만 집중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어려운 부분을 해결해 나갔다. 그래서 인슈어테크(Insurance과 Technology의 합성어) 후발 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시리즈 B(기업이 빌드업 하는 단계)까지 투자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투자자들도 그간의 과정과 앞으로의 성장 기회를 고려해 투자했다고 생각한다."
회사의 주력 상품을 설명해달라.
"주력 상품은 보험 관리 앱 ‘시그널플래너’다. 보험 분석 및 상담, 보험금 청구까지 하나의 앱에서 모두 처리할 수 있는 서비스다. 그중에서도 제일 중요한 것은 고객 관점에서 제공하는 객관적인 보장 분석이라고 생각한다. 상품 추천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고객이 가지고 있는 보험에 대해서 객관적인 정보 제공을 통해 뭐가 부족하거나 과한지 알려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 후에 고객이 원한다면 상세한 1대1 상담을 통해 각자에게 최적화된 상품을 추천하고 있다."
보험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나 같은 경우 그 흔한 실손 보험도 없었다. 한마디로 문외한이나 마찬가지였지만 창업 멤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보험에 차츰 관심을 갖게 됐다. 멤버들은 ‘보험이 과연 이대로 이렇게 팔리는 것이 맞는 건가’에 대한 고민이 컸다. 많은 사람들이 보험을 잘 모르는데도 지인의 권유로 가입과 해지를 반복하고 보험설계사조차 데이터나 시스템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이야기를 했었다.
이 과정을 통해 보험이 왜 중요한지도 정확하게 알게 됐고 보험 산업 전반적인 프로세스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이러한 고민 과정 끝에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험 산업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처음 서비스를 내놓고 가장 어려웠던 혹은 성공적이었던 에피소드를 소개해준다면.
"한때 투자자에게 투자금을 돌려드리겠다고 한 적이 있다. 바로 데이터 수급의 어려움 때문이었다. 한국신용정보원 데이터를 수집했기 때문에 해당 사이트의 회원 가입 정책 등이 바뀔 때마다 서비스의 근간이 흔들릴 정도였다.
당시에는 외부 기관 데이터에 의존해야만 하는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이 돼서 투자자에게 그런 얘기까지 꺼내게 됐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투자자가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꾸준히 응원해주셔서 계속 비즈니스를 끌어갈 수 있었다.
다행히 최근에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허가를 받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어서 앞으로는 그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성공적이었던 에피소드를 말씀드리자면 자사만의 원칙을 고수해서 성과로 이끈 경험이 있다. 처음 보험 가격비교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 어떤 보험 상품을 상위에 노출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자사와 수수료 제휴가 된 곳을 상위에 보여주면 수익을 발생시키기 유리한 상황었다. 실제로 타사 중에는 그렇게 하는 회사들도 존재했다. 그런데 이러한 조치들이 마음이 불편했다. 그렇게 했더라면 고객 입장에서 오해가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해 결국 회사의 이익과는 무관하게 고객에게 유리한 순으로 배치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기 위해 우리가 설정한 ‘데이터 기반’과 ‘고객 지향’이라는 원칙에 대해 내부 구성원들과 충분히 논의한 바 있다. 하나의 원칙을 전체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추구할 수 있어서 특별한 경험이었다. 회사가 아닌 고객의 이익에 집중하는 것이 우리의 첫 번째 원칙이라는 것을 공유하고 실천하는 조직에서 일한다는 것은 구성원 스스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었을 거라고 믿는다. 결과적으로 일부 수익은 잃을 수 있었을지 몰라도 우리 회사와 서비스를 신뢰하는 더 많은 고객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다른 인슈어테크사와 차별화된 자사만의 마케팅 비결이 있다면 무엇인가.
"전체 구성원들이 우리 회사와 서비스에 대한 리뷰를 언제든지 볼 수 있고 문제가 있다면 전 구성원이 힘을 모아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우리 서비스를 어떻게 생각하고 무엇을 불편하게 생각하는지를 아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물론 지극히 기본적이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실제 서비스 환경에서 고객의 니즈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는 회사들이 부지기수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고객에 대한 상당한 애정과 예민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렇게 운영하다 보니 고객들이 준 상장이 하나 있다. 바로 구글 앱스토어 리뷰 평점 4.9(2021년 12월 29일 기준)라는 상장이다. 이렇게 우리 서비스에 만족한 고객들이 남겨주신 높은 평점은 더 많은 고객들을 만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
구글도 고객에게 사랑받고 인정받는 앱을 더 많이 새로운 고객들에게 보여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명의 고객을 만족시키면 그 사람이 여러 다른 고객을 소개한다’라는 격언은 누구나 다 아는 마케팅의 기본 원칙이지만 자사는 이 원칙을 고집스럽게 지키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구글 앱스토어 리뷰 평점 4.9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성공할 수 있었던 계기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첫째, 해빗만의 비전과 미션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회사의 비전과 미션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이야기들은 많지만 처음에는 뜬구름 잡는 얘기가 아닌가 했었다.
하지만 해빗에서 일하면서 임직원들이 철학과 비전, 미션을 얼마나 잘 수행하는지에 따라 실제 고객들도 만족하고 내부 구성원들도 만족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깨달았다. 앞으로도 미션을 공유하고 실천해서 지속적으로 좋은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회사가 되려고 한다.
둘째, 데이터를 분석·분류·관리하는 데에 집착하는 게 성공의 계기라고 말하고 싶다. 고객이 정말 원하는 것은 ‘보험을 사는 행위’보다 미래에 위험이 발생했을 때 보험이라는 금융상품을 통해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우리는 고객이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현재 가지고 있는 보험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보험이 없는 사람이라면 해당 나이에 맞게 가장 적당한 수준에서 보험을 추천한다. 또한 이를 유지했을 때 어떤 혜택을 얻을 수 있는지 설명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모든 핀테크 업체에 던지는 질문인데 보안에 대한 어려움은 없는가.
"보안은 어렵기도 하지만 반드시 지켜야 할 영역이다.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기본적인 망 분리부터 금융사가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보안 절차를 모두 지켜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기존 방식보다 더 어려워진 것도 사실이지만 정부에서 정해놓은 가이드라인에 맞춰서 진행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항상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려고 한다."
파트너사와의 상생은 어떻게 이뤄지는가.
"우리는 자회사를 통해 보험사와 제휴를 맺고 있다.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특정 보험사에게 ‘잘해보자’라고 말하면서 악수를 해도 같이 ‘잘’ 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다. 수수료를 더 준다고 해서 그 상품을 많이 판매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오직 고객 관점에서 동일한 조건에서 가장 저렴하거나 상대적으로 가성비가 좋은 상품을 추천하다 보니까 상품이 좋으면 우선적으로 판매하게 된다.
그래서 사실 좋은 상품으로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할 생각이 있고 패러다임이 공급자 중심이 아닌 고객 중심인 보험사라면 자사와 제휴하는 게 굉장히 쉬울 수 있다."
타 인슈어테크 업체와 사업의 차별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큰 차이점은 ‘지향점’이다. 회사가 지향하는 바에 따라 서비스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은 서로가 가진 좋은 점과 강점을 많이 참고하고 적용도 하는 것 같다.
그런데 회사가 지향하는 바는 따라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지향점에 따라 내부 커뮤니케이션부터 서비스의 전체 프로세스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은 외부에 보이는 게 아니라 내부적으로 관리되는 부분인데 매출 등의 지표와 ‘고객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지향점, 이 두 마리 토끼를 같이 잡기 위해 균형을 맞춰 가면서 진행하고 있다는 것도 차이점이다."
마이데이터 서비스 허가를 받았는데 안정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우리가 마이데이터 사업자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앞으로 고객들에게 훨씬 더 많은 정보로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상황이다. 마이데이터 허가 후 지켜야 할 점들이 확실히 더 많아졌다. 충분히 검토하려고 노력하고, 실제로 잘 지키고 있다."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는가.
"마이데이터 사업이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금융 중개는 새로운 영역이다. 그래서 아직은 법적으로 좀 미비한 부분도 있다. 사실 대기업에 비해 스타트업은 상대적으로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이 적고 불확실성이라는 요소를 극복하기 매우 어렵다. 그래서 조금 더 유연하게 검토해준다면 더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
CEO & BIZ / 핀테크 리더
정윤호 해빗팩토리 공동대표
혁신 기술로 무장한 핀테크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금융과 기술의 환상적인 만남, 핀테크 시대. 미래 금융은 무엇이며, 이 세계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핀테크 기업을 만나는 시간. 이달의 핀테크 리더는 비대면 보험 관리 플랫폼 ‘시그널플래너’를 운영하는 해빗팩토리(이하 해빗)의 정윤호 공동대표다. 현재 해빗은 이동익 대표와 정 대표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해빛이요? 아니요 해빗팩토리입니다.”
해빗팩토리. 사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정윤호 대표는 습관(habit)이 되는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들이 버릇처럼 찾아보는 플랫폼을 만들어보는 게 목표였다. 고객들이 보험을 더 잘 알아야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신념이 회사의 핵심 방향이었다.
정 대표는 “보험업은 고객들이 연간 보험사에 납입하는 돈만 따져봐도 200조가 넘는 굉장히 큰 시장이기 때문에 혁신할 부분이 많은 곳이라고 생각한다”며 “고객의 진정한 문제를 해결해주려면 단순히 서비스만 잘 만드는 것뿐 아니라 판매 프로세스까지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서비스로만 보험을 많이 팔아야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비효율이 가득한 보험 산업을 혁신해야 한다는 소명의식이 강했고 ‘정말 제대로 알려주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이 일에 뛰어들었다”고 회상했다.
해빗팩토리는 어떤 회사인가.
"해빗팩토리는 비대면 보험관리 애플리케이션 ‘시그널플래너’를 통해 고객이 더 현명한 금융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회사다. 지난 2016년 창업해 누적 투자금 137억 원을 유치했다. 금융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어려운 영역이라서 상당수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고 결정을 잘못하게 되면 상당한 피해를 입게 된다.
특히 보험의 경우 한 번 결정하면 꽤 오랜 시간 동안 상당한 돈을 내야 되기 때문에 반드시 잘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해빗팩토리는 이런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회사다. 고객이 어려워하는 보험을 쉬운 언어로 해석, 분석해주고 좋은 보험을 추천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고 들었다.
"실제로 비즈니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서비스를 잘 만드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전체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혁신해야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투자 유치는 우리가 검증한 혁신 프로세스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기회’라는 데 의미가 있다. 서비스를 만들어 가는 과정 가운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보험 산업을 혁신해야 한다는 명확한 소명 의식과 고객의 이익에만 집중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어려운 부분을 해결해 나갔다. 그래서 인슈어테크(Insurance과 Technology의 합성어) 후발 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시리즈 B(기업이 빌드업 하는 단계)까지 투자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투자자들도 그간의 과정과 앞으로의 성장 기회를 고려해 투자했다고 생각한다."
회사의 주력 상품을 설명해달라.
"주력 상품은 보험 관리 앱 ‘시그널플래너’다. 보험 분석 및 상담, 보험금 청구까지 하나의 앱에서 모두 처리할 수 있는 서비스다. 그중에서도 제일 중요한 것은 고객 관점에서 제공하는 객관적인 보장 분석이라고 생각한다. 상품 추천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고객이 가지고 있는 보험에 대해서 객관적인 정보 제공을 통해 뭐가 부족하거나 과한지 알려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 후에 고객이 원한다면 상세한 1대1 상담을 통해 각자에게 최적화된 상품을 추천하고 있다."
보험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나 같은 경우 그 흔한 실손 보험도 없었다. 한마디로 문외한이나 마찬가지였지만 창업 멤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보험에 차츰 관심을 갖게 됐다. 멤버들은 ‘보험이 과연 이대로 이렇게 팔리는 것이 맞는 건가’에 대한 고민이 컸다. 많은 사람들이 보험을 잘 모르는데도 지인의 권유로 가입과 해지를 반복하고 보험설계사조차 데이터나 시스템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이야기를 했었다.
이 과정을 통해 보험이 왜 중요한지도 정확하게 알게 됐고 보험 산업 전반적인 프로세스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이러한 고민 과정 끝에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험 산업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처음 서비스를 내놓고 가장 어려웠던 혹은 성공적이었던 에피소드를 소개해준다면.
"한때 투자자에게 투자금을 돌려드리겠다고 한 적이 있다. 바로 데이터 수급의 어려움 때문이었다. 한국신용정보원 데이터를 수집했기 때문에 해당 사이트의 회원 가입 정책 등이 바뀔 때마다 서비스의 근간이 흔들릴 정도였다.
당시에는 외부 기관 데이터에 의존해야만 하는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이 돼서 투자자에게 그런 얘기까지 꺼내게 됐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투자자가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꾸준히 응원해주셔서 계속 비즈니스를 끌어갈 수 있었다.
다행히 최근에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허가를 받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어서 앞으로는 그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성공적이었던 에피소드를 말씀드리자면 자사만의 원칙을 고수해서 성과로 이끈 경험이 있다. 처음 보험 가격비교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 어떤 보험 상품을 상위에 노출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자사와 수수료 제휴가 된 곳을 상위에 보여주면 수익을 발생시키기 유리한 상황었다. 실제로 타사 중에는 그렇게 하는 회사들도 존재했다. 그런데 이러한 조치들이 마음이 불편했다. 그렇게 했더라면 고객 입장에서 오해가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해 결국 회사의 이익과는 무관하게 고객에게 유리한 순으로 배치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기 위해 우리가 설정한 ‘데이터 기반’과 ‘고객 지향’이라는 원칙에 대해 내부 구성원들과 충분히 논의한 바 있다. 하나의 원칙을 전체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추구할 수 있어서 특별한 경험이었다. 회사가 아닌 고객의 이익에 집중하는 것이 우리의 첫 번째 원칙이라는 것을 공유하고 실천하는 조직에서 일한다는 것은 구성원 스스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었을 거라고 믿는다. 결과적으로 일부 수익은 잃을 수 있었을지 몰라도 우리 회사와 서비스를 신뢰하는 더 많은 고객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다른 인슈어테크사와 차별화된 자사만의 마케팅 비결이 있다면 무엇인가.
"전체 구성원들이 우리 회사와 서비스에 대한 리뷰를 언제든지 볼 수 있고 문제가 있다면 전 구성원이 힘을 모아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우리 서비스를 어떻게 생각하고 무엇을 불편하게 생각하는지를 아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물론 지극히 기본적이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실제 서비스 환경에서 고객의 니즈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는 회사들이 부지기수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고객에 대한 상당한 애정과 예민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렇게 운영하다 보니 고객들이 준 상장이 하나 있다. 바로 구글 앱스토어 리뷰 평점 4.9(2021년 12월 29일 기준)라는 상장이다. 이렇게 우리 서비스에 만족한 고객들이 남겨주신 높은 평점은 더 많은 고객들을 만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
구글도 고객에게 사랑받고 인정받는 앱을 더 많이 새로운 고객들에게 보여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명의 고객을 만족시키면 그 사람이 여러 다른 고객을 소개한다’라는 격언은 누구나 다 아는 마케팅의 기본 원칙이지만 자사는 이 원칙을 고집스럽게 지키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구글 앱스토어 리뷰 평점 4.9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성공할 수 있었던 계기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첫째, 해빗만의 비전과 미션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회사의 비전과 미션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이야기들은 많지만 처음에는 뜬구름 잡는 얘기가 아닌가 했었다.
하지만 해빗에서 일하면서 임직원들이 철학과 비전, 미션을 얼마나 잘 수행하는지에 따라 실제 고객들도 만족하고 내부 구성원들도 만족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깨달았다. 앞으로도 미션을 공유하고 실천해서 지속적으로 좋은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회사가 되려고 한다.
둘째, 데이터를 분석·분류·관리하는 데에 집착하는 게 성공의 계기라고 말하고 싶다. 고객이 정말 원하는 것은 ‘보험을 사는 행위’보다 미래에 위험이 발생했을 때 보험이라는 금융상품을 통해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우리는 고객이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현재 가지고 있는 보험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보험이 없는 사람이라면 해당 나이에 맞게 가장 적당한 수준에서 보험을 추천한다. 또한 이를 유지했을 때 어떤 혜택을 얻을 수 있는지 설명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모든 핀테크 업체에 던지는 질문인데 보안에 대한 어려움은 없는가.
"보안은 어렵기도 하지만 반드시 지켜야 할 영역이다.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기본적인 망 분리부터 금융사가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보안 절차를 모두 지켜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기존 방식보다 더 어려워진 것도 사실이지만 정부에서 정해놓은 가이드라인에 맞춰서 진행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항상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려고 한다."
파트너사와의 상생은 어떻게 이뤄지는가.
"우리는 자회사를 통해 보험사와 제휴를 맺고 있다.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특정 보험사에게 ‘잘해보자’라고 말하면서 악수를 해도 같이 ‘잘’ 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다. 수수료를 더 준다고 해서 그 상품을 많이 판매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오직 고객 관점에서 동일한 조건에서 가장 저렴하거나 상대적으로 가성비가 좋은 상품을 추천하다 보니까 상품이 좋으면 우선적으로 판매하게 된다.
그래서 사실 좋은 상품으로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할 생각이 있고 패러다임이 공급자 중심이 아닌 고객 중심인 보험사라면 자사와 제휴하는 게 굉장히 쉬울 수 있다."
타 인슈어테크 업체와 사업의 차별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큰 차이점은 ‘지향점’이다. 회사가 지향하는 바에 따라 서비스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은 서로가 가진 좋은 점과 강점을 많이 참고하고 적용도 하는 것 같다.
그런데 회사가 지향하는 바는 따라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지향점에 따라 내부 커뮤니케이션부터 서비스의 전체 프로세스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은 외부에 보이는 게 아니라 내부적으로 관리되는 부분인데 매출 등의 지표와 ‘고객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지향점, 이 두 마리 토끼를 같이 잡기 위해 균형을 맞춰 가면서 진행하고 있다는 것도 차이점이다."
마이데이터 서비스 허가를 받았는데 안정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우리가 마이데이터 사업자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앞으로 고객들에게 훨씬 더 많은 정보로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상황이다. 마이데이터 허가 후 지켜야 할 점들이 확실히 더 많아졌다. 충분히 검토하려고 노력하고, 실제로 잘 지키고 있다."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는가.
"마이데이터 사업이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금융 중개는 새로운 영역이다. 그래서 아직은 법적으로 좀 미비한 부분도 있다. 사실 대기업에 비해 스타트업은 상대적으로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이 적고 불확실성이라는 요소를 극복하기 매우 어렵다. 그래서 조금 더 유연하게 검토해준다면 더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