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tory] 키워드로 톺아보는 요즘 자산관리 트렌드 5

지킬까 불릴까 자산관리 선택지는 ③

“자산관리(WM)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거대한 시장이다.”(보스턴컨설팅그룹) 더 낮은 비용으로 질 좋은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대. 급속도로 발전하는 디지털 기술과 빅데이터 인프라는 프라이빗뱅킹(PB)의 진입장벽을 크게 낮추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자산관리 시장의 진짜 게임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고 본다. 최근 몇 년 동안 자산관리 시장의 핵심을 관통한 다섯 가지 키워드를 통해 WM의 미래를 점쳐본다.

키워드 1. 옴니 채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기점으로 비대면 투자 자문을 선호하는 WM 고객이 늘어난 게 사실이지만, 중장년층 초고액자산가들 가운데서는 여전히 프라이빗뱅커(PB)와의 대면 상담을 선호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에 따라 대면과 비대면을 넘나들며 사용자경험(UX)을 극대화하는 옴니 채널(omni channel) 혹은 멀티 채널(multi channel) 전략이 국내외 WM 전략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WM 분야에서 말하는 옴니 채널이란 시공간의 제약 없이 각 금융소비자가 원하는 형태의 자산관리 서비스 채널에 접근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각 채널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방점을 찍는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은행들은 100% 디지털 셀프 서비스부터 자동화 방식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대면 만남까지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면 혹은 전화 상담을 통해 휴먼 터치의 장점을 살리고, 질 좋은 자산관리 정보는 디지털 채널에서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 식이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올리버 와이먼에 따르면 오는 2024년 전 세계 금융권의 WM 채널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25%, 대면 20%, 화상 15%, 전화 10%,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10% 등으로 다변화될 것이라고 전망이다. 이미 국내 WM 시장에서는 오프라인 영업지점뿐만 아니라 전화 상담, 앱, 챗봇, 화상채팅 등 멀티 채널을 활용한 투자 자문을 핵심으로 삼고 있다.


키워드 2. 하이퍼 퍼스널라이즈


개인의 성향을 분석해 맞춤형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하이퍼 퍼스널라이즈(hyper-personalized, 초개인화) 전략이 자산관리 분야에서도 대중화되고 있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컨설팅 회사인 캡제미니에 따르면 고액자산가의 40% 이상은 자산관리 업체가 제공하는 ‘개인적 경험’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답했다.

이런 고객 수요에 따라 인공지능(AI), 머신러닝, 데이터 애널리틱스와 같은 기술을 활용한 초개인화 자산관리 서비스를 구현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이지현 국제금융센터 부전문위원은 “앞으로 고객 맞춤형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은행이 고객과의 접점을 강화하기 위해 보다 더 개인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그는 “특히 WM 고객들의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은 AI 등을 활용해 개인의 성향, 행동 패턴 등 감성에 기반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주안점을 둘 것”이라며 “고객 세분화와 혁신 기술 도입을 통해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노력 차원에서 핀테크와의 협업도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우리금융경영연구소의 ‘2022년 국내외 자산운용업 트렌드와 시사점’에 따르면, 맞춤형 투자가 일반 대중까지 확산될 뿐만 아니라 인덱스를 직접 커스터마이즈하는 다이렉트 인덱싱(direct indexing)으로 발전할 전망이다.


키워드 3. 고객층 확대

세미 리치(semi-rich)와 밀레니얼 세대는 자산관리 시장에 주어진 새로운 숙제가 됐다. 과거 WM 영역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고객군을 포괄해 자산관리 대중화 시대로 나아가는 트렌드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액센추어의 ‘자산관리의 미래’ 보고서를 보면, 북미 자산운용사의 80%는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투자가 향후 5년간 중요한 투자 전략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WM 시장의 고객층이 소수 고액자산가에서 세미 리치와 대중으로 넓어졌다는 뜻이다. 특히 유산과 창업으로 부를 쌓은 40세 미만의 밀레니얼 세대와 여성 부유층이 새로운 고객층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지현 부전문위원은 “WM 서비스 가입 기준을 강화했던 5년 전과는 달리 디지털 기술이 급발전하면서 저렴한 비용으로 자산 규모가 작은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가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키워드 4. 빅블러

자산관리 대중화 시대로 접어들며 WM 영역은 더 이상 금융사의 전유물이라고 할 수 없게 됐다. 특히 로보어드바이저 기술을 무기로 내세운 핀테크 업체의 약진은 자산관리 시장에 새 흐름을 만들었다. 이른바 자산관리 시장의 빅블러(Big Blur: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며 기존에 존재하던 산업과 분야의 경계가 뒤섞이는 것)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새 초보자도 모바일 앱을 통해 간편하게 투자 자문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잇따라 등장했다. 이들 자산관리 앱은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정교화된 투자 자문을 제공하기 때문에 투자 포트폴리오 신뢰성도 나쁘지 않다는 평을 받는다. 국내에서 주목받는 주요 자산관리 앱으로는 파운트, 불릴레오, 에임 등이 있다.

올해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자산관리 분야는 또 한 번의 대변혁을 앞뒀다. 마이데이터는 여러 곳에 흩어진 다양한 개인 금융 정보를 한 곳에 모을 수 있는 제도로, 방대한 금융 정보를 활용해 수준 높은 개인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전통적인 금융사나 핀테크 업체뿐만 아니라 강력한 플랫폼을 지닌 빅테크(big tech: 대형 IT 업체)까지 자산관리 시장의 합종연횡에 뛰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성역 없는 자산관리 춘추전국시대가 펼쳐질 조짐이다.


키워드 5. 패밀리오피스 컨설팅



‘패밀리오피스 컨설팅’은 슈퍼리치 가문을 대상으로 종합자산관리를 해주는 WM 서비스로, 미국, 유럽 등 자산가 집안이 막대한 규모의 재산을 굴리기 위해 개인 자산관리 회사를 설립한 데서 비롯된 개념이다. 1882년 미국의 석유재벌 록펠러 가문이 세운 ‘록펠러 패밀리오피스’가 시초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순히 개인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관리해주는 차원을 넘어 기업 경영권 승계, 자산 승계, 기업 노무 컨설팅, 세무 진단 등 한 가문이 겪을 수 있는 자산관리 문제를 두루 컨설팅해준다는 게 특징이다. 국내에서도 최근 몇 년 사이 증권가를 중심으로 패밀리오피스 서비스가 초고액 자산관리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과거에도 패밀리오피스라는 이름으로 투자 자문과 증여 상담을 함께 해주는 경우가 있었지만, 보다 광범위하고 전문적인 혜택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 양상이 예전과는 다소 다르다.

가입 자격은 적게는 30억 원에서 많게는 1000억 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고객에게 주어진다. 가입 문턱을 넘은 고객은 기관투자가에게 주로 주어지던 인수·합병(M&A) 딜 정보나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서비스, 유망 비상장 주식 정보 등을 제공받을 수 있다. 보다 전문적인 솔루션을 위해 변호사, 세무사 등 각 부문에 특화된 전문 인력을 활용하는 것도 최근 패밀리오피스 서비스의 트렌드다.

글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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