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자도 쉽게 따라하는 레벨별 달러 투자법

최근 부쩍 불안해진 금융시장 분위기 탓에 개미들의 투자심리가 안전자산 쪽으로 옮겨 가고 있다. 특히 ‘달러’는 안전자산이 관심을 받는 시기마다 어김없이 떠오르는 매력적인 투자처 중 하나다. 초심자가 알아 두면 좋은 달러 투자 가이드라인.



# 직장인 A(35)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주식투자에 재미를 붙였다. 하지만 투자의 달콤한 과실을 즐긴 것도 잠시. 올 들어 재테크의 향방을 잃어버렸다. 연초 예상치 못한 하락장을 탓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수익률을 여태 회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A씨는 여유자금이 생기는 족족 주식에 올인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안전자산에 눈을 돌리기로 마음먹었다.

‘재테크 빙하기.’ 연일 출렁이는 금융시장 탓에 개인투자자들의 뭉칫돈이 갈 곳을 잃은 최근 상황을 비유하는 말이다. 무엇 하나 장담할 수 없는 게 시장이라고는 하지만, 연초부터 불안한 장세가 이어지며 재테크 전망이 급속도로 어두워지고 있다. 더욱이 조만간 미국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과 금리 인상이 이어지면 증시가 더 크게 출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코로나19 이후 국내 시장과 해외 시장을 넘나들며 주식투자에 열을 올렸던 2030세대는 올해 투자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위기의식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 시장 불안이 큰 상황인 만큼 당분간 안전자산 쪽으로 눈길을 돌리려는 움직임도 잇따른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는 예금이나 달러, 금이 꼽힌다. 특히 올 초 강세를 보였던 달러에 주목하는 개인투자자가 적지 않다. 그렇다면 안전한 달러 투자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투자자 성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달러 투자 방법을 난이도별로 나눠봤다.



레벨1
달러 투자를 시도해볼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다름 아닌 ‘달러예금’이다. 은행에서 예금 통장을 개설해 원화를 넣어두듯이, 외화 통장을 만들어 달러를 넣어두는 방식이다. 달러가 비교적 저렴할 때 매수해 뒀다가 올랐을 때 환차익을 거두는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고 관리가 복잡하지 않아 초보자가 접근하기 쉽다. 간단히 말하자면 달러당 원화값이 1100원일 때 샀다가 1200원으로 올랐을 때 판다면 100원의 차익을 얻게 된다. 환차익에 따른 세금이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달러예금 또한 원화예금과 마찬가지로 가입 기간과 그에 따른 이자율이 저마다 다르고, 상품 성격도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투자 목적에 따라 외화 통장을 고르면 된다. 원하는 만큼의 달러를 자유롭게 저축할 수 있는 자유적립식 예금 상품이 있는가 하면, 환율 변동에 따라 저축액을 알아서 조절해주는 상품도 있다.

현재 외화예금은 금리가 0%대로 낮은 편이라 이자수익을 크게 기대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대신 최대 5000만 원의 예금자 보호를 받기 때문에 일반적인 원화예금과 마찬가지로 원리금 손실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다만 외화예금과 원화예금을 합친 총액을 기준으로 예금자 보호를 해준다는 점은 기억해 둬야 할 요소다. 예를 들어 같은 은행에 달러예금 3000만 원과 원화예금 4000만 원을 맡겨 뒀다고 해도, 총 5000만 원까지만 보호해준다.

또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예금자 보호를 해준다고 해서 환율이 하락했을 때의 원금 손실분까지 보호해준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환차익에 대한 세금은 없지만 환전 시 수수료와 인출 수수료가 붙는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은행에 따라 환전 수수료 우대율과 적용 기준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사전에 확인해보는 게 좋다. 수수료를 따지지 않은 채로 환율 등락에 따라 환전을 거듭했다가는 예상보다 더 큰 손실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만약 외화 통장을 개설하지 않은 채로 달러 투자를 경험해보고 싶다면 은행별 환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나 인터넷뱅킹을 통해 직접투자에 나서는 방법도 있다. 다만 이 경우 환전 한도와 횟수가 정해져 있어 소액투자만 가능하다. KB국민은행은 ‘KB외화머니박스’, 신한은행은 ‘환전 모바일금고’, 하나은행은 ‘환전지갑’, 우리은행은 ‘환전주머니’라는 이름으로 달러를 은행에 보관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만 이들 서비스는 예금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현찰 달러에 대한 이자는 지급되지 않는다.

레벨 2
달러예금보다 조금 더 많은 수익을 원한다면 증권사에서 가입할 수 있는 달러환매조건부채권(RP)으로 눈을 돌려볼 수 있다. 증권사가 보유한 채권을 개인투자자가 나눠 산 뒤, 약정 기간이 지난 후 이자를 받고 증권사에 다시 파는 상품이다. 증권사에서 가입할 수 있는 달러예금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달러RP는 투자자가 원하는 기간 동안 돈을 맡길 수 있는 ‘수시입출금형 RP’와 약정 기간이 정해져 있는 ‘약정형 RP’로 나뉜다. 이자수익이 일반적으로 0%대에 그치는 은행의 달러예금보다 이자율이 더 높게 책정된다. 추후 환율이 오르면 달러예금과 동일하게 환차익을 볼 수 있다.

장기 투자에 적합한 달러 투자 방법으로는 달러보험이 있다. 오랜 시간 목돈을 묶어 둬야 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자녀의 해외 유학자금, 이민 등 특수한 목적을 갖고 가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장기 투자인 만큼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 관리가 가능하며, 저축성 보험에 10년 이상 투자했을 때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반면 달러당 원화값의 등락에 따라 납입하는 보험료가 달라지기 때문에, 달러가 비쌀 때는 보험료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은 단점이다. 또 환율 하락기에 보험료를 환급 받으면 손해를 볼 수 있다. 보험 상품 특성상 중도 해지 시 큰 손실을 볼 가능성도 상존한다.

레벨 3
보다 공격적인 투자를 원한다면 환율과 연동해 수익을 낼 수 있는 ‘달러상장지수펀드(ETF)’가 대안이 될 수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달러EFT는 주로 레버리지 혹은 인버스 상품으로 구분된다. 달러당 원화값 상승 혹은 하락에 베팅해 수익을 올리는 방식으로, 주식처럼 사고파는 게 가능하다. 달러가 강세일 때는 ‘달러 레버리지 ETF’, 달러가 약세일 때는 ‘달러 인버스 ETF’가 수익을 낸다. 투자자는 앞으로의 달러 방향성에 맞춰 정반대 성향의 두 ETF 중 한 가지를 선택해 투자하게 되는데, 예측이 틀렸을 때 큰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환차익에 따른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달러예금과 달리 투자수익에 대한 소득세도 내야 한다. 일반적인 ETF 상품처럼 운용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점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달러화 표시 해외 채권에 직접투자를 하는 것도 일종의 달러 투자다. 다른 투자법에 비해 심리적 진입장벽은 높지만 기대수익률 또한 높은 편이라 공격적인 투자자라면 도전해볼 만하다. 개인투자자의 경우 채권 이자소득에 대해 15.4%의 소득세를 내야 하며, 환차익에 대해서는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글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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