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tory]NFT, 투기 지고 ‘투자의 시대’ 올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비대면과 가상세계의 주목도를 높였고, ‘메타버스와 NFT’를 투자의 핫 키워드로 부상시켰다. 다만 올해 들어 과열됐던 NFT 시장이 주춤하며, 버블 논쟁이 거세진 대목은 짚고 넘어갈 부분이다. 시장에서는 여전히 NFT를 주목하고 있다. 투기가 아닌 투자의 측면에서 본격적인 옥석 가리기가 시작된 것이다.

올해 미국의 긴축과 금리 인상 단행,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갈등, 인플레이션 등 각종 악재 뉴스들이 쏟아지면서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3월 10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국제사회의 러시아 제재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 때문에 경제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우리는 팬데믹으로 이전에는 없었던 위기를 이제 막 겪었고 지금은 더 충격적인 상황에 놓였다.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유럽에서 전쟁이 진행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한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유례가 없을 정도로 강력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러시아의 경기 후퇴를 불러왔다”면서 “심각한 불황 가능성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지난 3월 20일 ‘최근 글로벌 경기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내고 최근 글로벌 경제를 위협하는 리스크 요인으로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따른 주요국들의 정책기조 변화, 중국의 경제성장률 저하 등을 꼽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가 되면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이 0.3%포인트 떨어지고,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1%포인트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경상수지 흑자는 305억 달러(39%)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통화 긴축에 돌입한 것 역시 눈여겨볼 요인으로 지목됐다.

올해 Fed가 7회에 걸친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한 가운데 향후 물가 경로에 따라 긴축 강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긴축 강도가 강화될 경우 미국 경기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NFT 시장도 위축되고 있다. 영국 경제 매체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세계 최대 규모의 NFT 거래 플랫폼 오픈시의 거래량이 지난 2월 2억4800달러에서 3월 5000만 달러로 급감했다. NFT 평균 판매 가격도 지난해 11월 5000달러에서 3월에는 50% 하락한 2500달러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다만 미국 Fed가 금리 인상을 발표한 3월 17일(현지시간) NFT 대표 자산인 샌드박스는 17.87%, 디센트럴랜드 8.72%, 엑시인피니티 6.44% 등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인 모습은 시장의 기대치를 올려주었다. 이자율의 상승으로 이어지는 금리 인상은 통상적으로 증시에는 악재로 여겨진다.

버블 논쟁에도 불구하고 투자 시장에서 NFT가 주목받는 것은 어떤 연유일까. NFT는 블록체인을 통해 콘텐츠가 고유한 자산임을 인증하는 증명서다. 디지털 공간에서는 콘텐츠의 복제와 변조가 쉽기 때문에 콘텐츠의 복사본과 원본의 진위 여부를 식별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러나 NFT는 블록체인상에 해당 콘텐츠가 진품, 원본이라는 사실을 기록하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디지털 콘텐츠에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부여할 수 있게 된다. NFT 자체가 디지털 자산이 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콘텐츠를 자산으로 만들어주는 원본 증명서로서 기능하는 것이다.
삼성증권이 NFT 데이터 분석 기관인 넌펀지블닷컴의 자료를 인용해 지난 2월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NFT 거래 규모는 130억 달러(15조4000억 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 대비 200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NFT 시장은 가격, 거래 건수와 거래참여자가 함께 늘어나는 건전한 형태로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2021년 NFT 총 거래 건수는 554만 건으로 2020년 대비 300% 늘어났다.

거래참여자는 일간 기준으로 11월 최고치인 3만4000명을 기록했고, 현재도 매일 1만 명 이상이 꾸준히 NFT를 거래하고 있다. NFT 거래참여자는 연결된 지갑의 수로 결정된다. NFT 거래는 개인 암호화폐 지갑에 보관하고 이를 다른 사람의 지갑과 주고받는 방식으로 거래되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NFT의 세 가지 기대효과 요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첫째는 모든 자산의 유동화다. NFT 기술을 통해 디지털 자산에부터 기존 투자 자산으로 거래되지 않던 실물자산에 이르기까지 모든 자산에 가치를 부여하고 거래할 수 있게 된다. 둘째는 디지털 자산의 소유권에 대한 진정성과 입증 가능성이다. NFT를 통해 누구든지 콘텐츠에 대한 소유권을 증명할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콘텐츠를 거래할 수 있게 된다. 마지막은 희소성이다. NFT의 발행 개수는 제한적이기 때문에 소장 가치를 불러일으킨다.”

투자도 비즈니스도 ‘핫’
NFT는 NFT 마켓플레이스 등 다양한 비즈니스로 확대되고 있다.국내에서는 기존 가상자산 거래소를 중심으로 NFT 마켓플레이스 사업이 늘어나는 양상이다. 지난해 5월 코빗에서 NFT 거래소를 출시한 것을 시작으로 카카오의 블록체인 계열사인 그라운드X가 디지털 아트 NFT 옥션 플랫폼인 ‘클립 드롭스’를 지난해 7월 출시했고, 12월 17일에는 2차 판매 기능인 마켓 기능을 추가해 마켓플레이스로 정식 선보였다.

올해 1월 1일 그라운드X는 클레이튼 블록체인의 개발 및 운영 사업을 크러스트로 이관하고 NFT 사업에 집중할 것임을 발표했다. 업비트를 운영 중인 두나무도 하이브, JYP, 서울옥션, 서울옥션블루와 함께 NFT 사업을 추진 중이며, 11월 23일 NFT 마켓플레이스 베타 서비스 ‘업비트 NFT 베타’를 출시했다.

2위 가상자산 거래소인 빗썸은 온라인 상품 판매 플랫폼인 빗썸라이브를 확대하고 자체 NFT 마켓플레이스도 출시할 계획이다. 암호화폐 거래소가 아닌 사업자들도 NFT 마켓플레이스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아프리카TV는 아바타, VOD 등의 콘텐츠 NFT 마켓플레이스인 ‘AFT마켓’을 11월 3일 내놓았으며, 12월 4일에는 BJ 철구의 NFT 아바타가 2.55ETH(1370만 원)에 거래됐다.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 프렌즈게임즈도 자체 발행 토큰인 ‘BORA’를 활용한 NFT 거래소 ‘투데이이즈’를 2021년 12월 16일 선보였다. 갤럭시아머니트리, 다날도 각각 자체 NFT 플랫폼을 출시할 계획이다.

제도권 금융도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신한카드는 금융사 최초 카카오 자회사 ‘클레이튼’의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NFT 발행 및 조회 기능을 지원하는 ‘MY NFT’를 선보였다. MY NFT는 출시 4일여 만에 1만5000개의 NFT가 생성됐으며 가입 회원도 2000명을 돌파했다.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와 NFT 관련 협업을 추진하는 등 적용 영역을 넓혀 가는 중이다.

KB국민은행은 NFT, 가상자산,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보관을 목적으로 하는 ‘멀티에셋 디지털 월렛’ 시험 개발을 완료했고, 우리은행은 2월에 오픈소스 네트워크인 ‘블록체인 플랫폼’을 구축, 이를 하반기 CBDC 유통 확대 실험에 활용할 예정이다.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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