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투자 시장의 신성은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아리송하기만 한 이 실체는 과연 인류가 곧 직면할 미래의 상식인가, 투자 광풍이 몰고 온 한때의 허상인가. 이 극단의 사이에서 NFT 투자는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최근 투자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단연 NFT다. 투자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키워드를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이름을 아는 것에 비해서 내용을 아는 사람의 비율은 상당히 떨어지는 실정이다. 그 이유 중 하나는 NFT에 접근하는 두 가지 방법이 혼용돼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NFT에 대해서 이해하려면 먼저 이 두 가지 차원의 NFT에 대한 접근을 분리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NFT는 디지털 코드에 토큰을 붙여서 희소성을 만드는 기술이다. NFT가 대체 불가인 이유는 이 계약들이 블록체인상에 기록돼 박제되기 때문에 해커의 조작이나 개발사의 ‘장난질’에도 상대적으로 안전해서다.
예를 들어 메타버스상에서 땅을 샀는데, 그게 꽤 인기가 있어 개발사에서 그 땅을 무한 복사해서 더 판다고 해보자. 당연히 땅에 가치는 떨어진다. 그런데 그 땅에 NFT가 붙어서 대체 불가능한 것이었다면, 아무리 복사를 했다고 하더라도 원소유주가 소유했던 땅의 유일성은 지켜지게 되고, 그 땅의 가치는 계속 보전된다.
그래서 NFT는 디지털에 자산 가치를 붙이는 기술이다. NFT라는 말은 원래는 기술을 의미하지만, 최근에는 그 기술로 만들어진 디지털 가상자산 자체라는 뜻으로 더 많이 쓰이고 있다. 여기서 NFT의 첫 번째 차원의 접근이 나온다. NFT는 인류의 삶이 디지털로 전환되는 메타버스 세상이 되면, 메타버스 세상의 가치를 결정해주는 기술이다. 메타버스 상에서는 집, 땅, 옷, 차 같은 모든 것들이 디지털 파일로 존재하게 되는 것인데, NFT는 그 가상의 물건들에 자산 가치를 붙여준다. 그래서 메타버스 세상에서 가지고 있는 자신의 땅이나 집, 옷이 정식 자산으로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메타버스에서의 활동을 통해 얻어지는 많은 것들이 그대로 자신의 자산이 되는 것이니까 메타버스에서 일상적인 경제활동이 가능해진다. 그 말은 곧 가상공간에서 NFT를 활용한 많은 비즈니스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가상자산을 담보로 잡고 돈을 빌려주는 탈중앙금융(DeFi, 디파이)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가상공간에서의 비즈니스 활용은 NFT에 대한 관심이 지금 당장 눈앞에 와 있는 이유를 설명해주기 힘들다. 사람들은 그렇게 먼 미래를 보면 투자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 NFT가 관심을 끄는 더 중요한 이유는 NFT가 투자 대상으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부분에서 NFT의 두 번째 차원의 접근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NFT로 이루어진 그림을 메타버스 내의 집에 걸어 놓을 수 있다면 정말 멋질 것이다. 하지만 아직 그것을 걸 만한 집도, 더욱 더 중요한 것은 그런 집을 확보할 만한 메타버스도 정식으로 나타난 것은 없다. 그러니 NFT 아트를 샀다 하더라도 활용성 자체는 떨어진다.
하지만 NFT 아트의 희소성을 인정해서 그 NFT 아트 자체를 거래하는 시장은 활성화돼 있다. 그것이 바로 NFT 아트 투자 시장이다. 그러니까 NFT는 아직 활용성 면에서는 메리트가 없지만 희소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이미 투자의 대상이 됐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NFT를 대상으로 투자를 하는 것을 보고, “도대체 현실에서 쓸 데도 없는 것을 왜 사는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하곤 하는데, 지금의 NFT 투자는 마치 야구카드나 우표를 수집하듯이 수집가들 사이에서 경쟁해서 가격이 올라가는 시장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사용성은 메타버스 세상이 와야 생기는 것이고, 현재로서는 투자 대상, 수집 대상으로서 NFT에 접근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조금 현실적으로 설명하자면 지금의 NFT는 분양권 같은 것이다. 이 NFT가 있으면 메타버스 세상이 왔을 때 유용하게 쓸 수 있지만, 개발이 돼서 건물이 들어서기 전까지의 분양권은 그냥 종이에 불과할 뿐이다. 하지만 바로 그 종이에 웃돈을 붙여 팔고 사는 행위가 일어난다. 미래 가치를 보고 말이다. 그래서 지금의 NFT 투자는 어떻게 보면 분양권 사고팔기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NFT 투자, 아트부터 카드까지 NFT를 투자 대상으로 접근할 때 크게 보면 세 가지의 방법이 있다. 아트, PFP, NFT 카드다. 이 중 2021년에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것은 아트고, 2022년 초에 NFT 투자가들에게 인정받는 것은 PFP고, 전반적으로 저변이 확대되고 있는 것은 NFT 카드 시장이다.
차례로 알아보면 먼저 NFT 아트가 2021년 상반기에 NFT에 대한 관심을 끄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시바견 밈사진이 NFT로 발행된 원본이라는 이유만으로 45억 원에 팔리고, 디지털 아티스트인 비플의 <매일: 첫 5000일>이라는 NFT 작품은 지금 시세로 치면 700억~ 800억 원 정도에 팔렸던 것이 2021년 상반기의 일이었다. 당연히 세간의 관심은 집중되고 자고 일어나면 ‘누구의 무슨 작품이 몇십억 원에 팔렸다더라’ 하는 기사들이 뉴스면을 장식했었다.
하지만 2021년 하반기가 되자 일반 투자자들이 NFT 아트에 투자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어떤 그림이 어떤 가치가 있는지 NFT 아트는 도무지 가늠이 되지 않는 데다가, 자신이 산 그림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또 다른 사람이 없다면 오늘 내가 5억 원을 주고 그림을 사도, 그 그림의 가치는 제로(0)인 셈이다. 사줄 사람이 없으니 말이다.
투자로서 접근하는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때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PFP다. PFP는 Picture For Profile의 줄임말로, 프로필 사진으로 대신해서 쓰일 만한 그림을 말한다. 보통 제네레이티브 아트라고 해서 하나의 베이스 그림을 바탕으로 해서 작은 요소의 조합으로 1만 개의 서로 다른 그림이 나오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원숭이 그림이 있고, 그 원숭이에 파이프를 물리고, 모자를 씌우고, 안경을 씌우는 식으로 서로 다르게 조합해서 1만 개의 서로 다른 원숭이를 만드는 식이다. 이것이 BAYC라고 Bored Ape Yacht Club이라는 NFT 프로젝트인데, 이 원숭이 한 마리의 가격이 낮은 것은 2억~3억 원 정도고 희귀해서 비싼 것은 30억~35억 원까지 하기도 한다.
[BAYC 프로젝트. 사진출처: 한국경제 DB] PFP는 적어도 1만 개 정도를 발행하기 때문에 이른바 시세가 생긴다. 그래서 NFT 아트가 단독주택이라면 PFP는 아파트라고 생각할 수 있다. 너무 아름답고 좋은 주택이지만, 사실 단독주택은 하나밖에 없으니 시세라는 것도 없고 환금성 역시 좋지 않다.
하지만 아파트는 환금성이 뛰어나고, 그리고 시세가 형성되니 가격에 대한 고민도 많지 않다. 그리고 이런 장점 때문에 다음에 사는 사람도 조금 더 쉽게 사려는 결심을 하게 되는 만큼 회전률도 좋은 편이다.
이것이 최근 들어 NFT 투자가 PFP 프로젝트로 모이는 이유다. ‘최근 NFT 투자를 해서 20배를 벌었다’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대부분 PFP 투자를 한 것이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좋은 PFP에 잘만 들어가면 2~3일 만에도 20~30배 정도의 수입이 나는 경우도 꽤 있었다.
하지만 PFP를 만드는 기술은 어렵지가 않다. 제네레이티브 아트를 만드는 프로그램을 돌려서 나온 그림을 NFT로 만들어서, 오픈시(Opensea) 같은 NFT 마켓에 올리는 것도 역시 그다지 어렵지 않다. 검색해서 블로그 같은 데서 알려주는 방법대로 하면 인터넷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크게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러니까 NFT 프로젝트는 진입장벽이 굉장히 낮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 개인이 1만 개의 제네레이티브 아트를 만드는 경우도 많다. 그러다 보니 불과 1~2개월 사이에 NFT 프로젝트가 엄청나게 많이 늘었다. NFT 투자자들의 수는 그렇게 빨리 늘지 않는 데 비해 프로젝트가 훨씬 빠른 속도로 늘어버리니까 최근 들어서는 크게 이익을 보는 일들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이런 장세에서는 좋은 프로젝트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PFP 프로젝트의 조건들이 몇 개 있다. 개인이 혼자서 하는 것은 위험하고, 프로젝트를 기업이 주체가 돼서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이왕이면 이름 있는 여러 기업들이 컨소시엄 형태로 프로젝트에 관련돼 있는 것이 조금 더 안전하다. 또한 NFT의 향후 활용성에 대한 계획이 있는 것이 좋다. 보통 백서 형태로 PFP 프로젝트가 홍보될 때 같이 나오니까 이런 백서를 보고 계획이 탄탄한 곳인지 아닌지확인을 해봐야 한다. 얼마 전 ‘KPOP CTzen’이라는 PFP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필자가 이 프로젝트에서 세계관·스토리 크리에이터로 참여를 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NFT 프로젝트에 따로 세계관·스토리 크리에이터가 있었던 것이 처음이었다. 세계관 같은 경우는 앞으로의 프로젝트 발전 방향과 활용성에 대한 힌트를 제공하면서, NFT 홀더들이 창작 능력을펼칠 하나의 무대 역할을 한다. 그래서 앞으로는 PFP 프로젝트에서도 정식으로 세계관을 가진 프로젝트가 늘어날 것인데, 그렇게 세계관과 스토리가 탄탄하게 갖춰진 프로젝트 가운데서 투자할 대상을 찾는 것도 좋은 요령일 것이다.
NFT 카드는 확장성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됐다. PFP라고 해봤자 1만 개 정도니까 한계가 있다. 그래서 전통적인 카드 수집 시장을 NFT로 대체하게 만들었다. NBA 톱샷은NBA 선수들의 수집카드를 NFT로 발행하는 것인데, 르브론 제임스의 덩크 카드 같은 경우는 2억5000만 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이 수집카드의 비즈니스 장점은 한정되지 않고 매 시즌, 게임이 진행될 때마다 계속 나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메이저리그의 야구 카드도 NFT 카드로 대체될 예정이라고 한다. 앞으로는 연예인이나 웹툰 지식재산권(IP)을 이용한 NFT도 많이 발행될 것이다. IP를 확보하고 있는 회사들이 NFT 사업을 모두 천명하고 있으니 말이다. NFT 투자 시장은 급변하고 있다. 그래서 6개월, 1년 후의 장세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하지만 NFT 투자에 참여하고 있는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어쨌든 지금은 초창기 시장이라는 것이다. 초창기 시장에서는 조금의 비용과 노력으로 큰 이익을 거둘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니, 새롭게 론칭되는 NFT 비즈니스도 눈여겨보았다가 적절한 시기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