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는 혁신 DNA...법적 기반 마련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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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간편결제진흥원(이하 한결원)의 수장을 맡고 있는 이근주 원장은 지난 2월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이하 핀테크협회)으로 선출됐다. 이로써 두 조직의 수장이 이 됐다. 핀테크협회는 디지털 금융 혁신을 지원하기 위해 2016년 설립된 금융위원회 인가 사단법인으로 핀테크 기업 344개 사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국내 최대 핀테크 네트워크 기관이다.


핀테크협회장 선임...규제 돌파 소신 밝혀
협회장 선임 당시 젊고 패기 있는 후배들이 후보로 속속 뛰어들었지만 이근주 한국간편결제진흥원장이 내세운 관록과 아우라에 모두 백기를 들었다는 후문이다.
이 원장은 “앞서 협회 설립 준비국장으로 협회 창립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으며 이후 사무국장직을 수행했다”며 “협회장이 돼 이러한 경험을 활용하면 더 나은 조직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 출마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회원사 간 보다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진다면 더 많은 규제 이슈 발굴과 가치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앞으로 발생하는 현안들을 잘 처리해 나갈 자신이 있다”고 규제 정면 돌파 의지와 소신을 다졌다.
이 원장은 인터뷰 당일 오전부터 6개의 회의를 소화했다. 오후 늦은 시간이 돼서야 비로소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 그의 바쁜 스케줄로 인해 이미 한 차례 조정된 일정이지만 그마저 시간이 여의치 않아 빠른 대화가 오갔다.
“요즘 많이 바쁘시죠”라는 첫 마디에 그는 인터뷰를 마치면 또 미팅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며 다소 미안한 마음을 내비쳤다.

소탈한 이근주 회장, 다독왕으로 불려
이 원장은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금융 산업이 발달하면서 핀테크 산업이 확실히 금융권의 화두가 되고 있는 것 같다”며 “금융위에서도 보는 관점이 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한결원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건 현재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덕이 컸다. 이 원장은 30여 년간 IBK기업은행에 재직하면서 스마트 금융부장(핀테크 사업 총괄)까지 역임했지만 결국 임원 승진을 하지 못하고 퇴사했다.
그는 “2015년 퇴직 당시 손 선배(손병환 회장)에게서 핀테크 산업에 대해 잘 알고 있으니 여기 일을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며 “손 선배의 얘길 듣자마자 흔쾌히 수락했다”고 회상했다.
이 원장은 스스로에 대해 굉장히 소탈하다고 평가했다. 이는 아버지 때부터 대물림이라는 것. 그는 “아이 결혼식에도 화환이나 축의금을 받지 않을 정도로 사람들에게 신세 지는 것을 못한다”며 “아버지 역시 그러한 분이셨다”고 소개했다.
이 원장이 특히 좋아하는 선배로는 이원부 동국대 핀테크블록체인학과 교수와 정유신 서강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한국핀테크지원센터 이사장)를 꼽으며 "존경한다"고 말했다.
그는 “초창기 핀테크산업협회 지원 센터장을 역임하면서 가르침을 많이 받았다”며 “이 두 분이 한국의 핀테크 산업을 일으키고 있는 분”이라고 치켜세웠다.
또한 그는 기업은행 재직 당시 ‘다독왕’이라고 불릴 만큼 책을 굉장히 많이 읽었다. 1년에 100권 정도를 읽는다는 그는 현재 <정상조의 인공지능, 법에게 미래를 묻다>라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원장은 “술은 잘 못하지만 책만큼은 손에서 떨어진 적이 없을 정도로 많이 읽는다”며 “당시 회사 도서관에서 책을 가장 많이 빌린 사람 중 한 명이었다”고 자랑했다. 또한 한결원의 직원들에게도 도서 구입비를 복지로 내걸 만큼 책을 많이 권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코로나19로 생활패턴 변화...간편결제 시장 확대
이 원장은 “몇 년 전만 해도 핀테크 사업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며 “(당시에) 은행의 업무를 핀테크 산업이 뺏어 갈 수 있다고 어리석은 생각을 했기 때문”이라고 회상했다.
하지만 현재의 그의 방향은 다르다. 그는 “핀테크 산업은 혁신과 포용이라는 가치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며 “전통 금융권의 혁신 DNA를 일깨운 역할도 핀테크 산업이 수행했다고 볼 수 있다. 금융 산업의 메기 역할을 통해 금융 혁신을 추구하고 금융소비자로 하여금 더 나은 혜택을 향유하게 하는 장점을 시장과 정부가 인식하고 다양한 육성 정책을 마련, 시행해 지금의 고속 성장 추세가 형성됐다”고 강조했다.
최근 몇 년간 간편결제 시장이 확대되는 것에 대해 그는 “최근 모바일 기기 등을 활용한 금융 거래 선호가 확산하면서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온라인을 통한 간편결제가 큰 폭으로 증가했고 여기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생활패턴의 변화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2021년 전자지급서비스 이용 현황'에 따르면 2021년 하루 평균 간편결제 이용 빈도는 1981만 건, 금액은 6065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6.3%, 35.05% 증가했다.
한결원이 자체 집계한 간편송금 서비스와 간편결제 서비스도 확대되는 추세다. 한결원 자체 조사에 따르면 2021년 하루 평균 간편송금 서비스 이용 실적은 433만 건, 5045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3.0%, 41.5% 증가했다. 이는 간편송금 서비스의 잔액을 기반으로 하는 청소년 선불카드 발급 서비스 확산 등에 기인한 결과다.
2021년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 실적(일평균) 역시 1981만 건, 6065억 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36.3%, 35.0% 증가했다.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금융 거래 선호가 확산하면서 전자금융업자의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이 큰 폭으로 확대됐다는 게 이 원장의 설명이다.
특히 그는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된다고 하더라도 소비자의 행동과 구매 방식 자체가 변했기 때문에 간편결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며 “한결원은 2021년 온라인 제로페이 서비스를 오픈했고 ‘위메프’, ‘가치삽시다’ 등에 온라인 제로페이를 적용해 편의성을 제공하고 있고, 올해 역시 다양한 온라인 사이트에서 제로페이가 사용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350개 회원사 지원 위해 동분서주
현재 협회에 등록된 350개의 회원사들을 지원하기 위한 이 원장의 마음은 다급할 정도다. 국내 핀테크 및 결제 서비스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회에 계류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인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는 전자금융업 규율체계의 기능별 개편, 지급지시전달업과 종합지급결제업 등에 대한 스몰 라이선스 도입, 대금결제업자에 대한 후불결제업무 허용, 전자금융거래 청산제도 도입, 이용자 예탁금 보호 등이 있다”며 “요약해서 말씀드리면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은 혁신적인 중소 핀테크사의 전자금융업 진입 규제 완화와 금융소비자 보호 및 편익 증진을 위한 방안 마련을 통해 디지털 금융의 혁신과 안정을 위한 기반을 다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법적 기반이 마련되는 것이 우선이므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가 필요하다”며 “이것들 중 특히 후불결제 기능은 금융 혁신 서비스를 통해 한정적으로 허용되고 있지만 법 개정안 도입을 통해 더욱 활성화가 필요한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이 원장은 “도로망이 촘촘히 깔려야 전국 어디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것처럼 모바일 간편결제망이 모든 상점에 깔려야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다”며 “모바일 간편결제 처리가 가능한 계좌이체 방식의 결제망이 신용카드망 수준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환경이 조성돼야 소규모 핀테크 스타트업도 혁신적인 다양한 간편결제 서비스를 출시, 시장에서 마음껏 활성화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를 통해 핀테크 기업들에 의한 단순 지급결제 서비스뿐 아니라 스마트오더, 키오스크 결제, 청구결제 등 다양한 부가 서비스의 제공으로 가맹점의 생산성 향상 등 경영 혁신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
그는 “QR 결제는 물론 NFC 방식을 이용한 비접촉식 결제와 같은 다양한 결제 수단의 도입으로 무인점포 등 가맹점의 스마트 상점 환경 조성을 가속화하는 방향으로 서비스가 고도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대안을 거침없이 내놓는 모습에서 ‘핀테크 혁신가’라는 수식어가 맞아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자금융법' 개정안 통과 등 과제 해결할 것"
이 원장은 “'전자금융법' 개정안 통과와 마이데이터 산업 활성화, 망분리 규제의 합리적 완화 등 핀테크 업권의 규제 애로를 해소하는 것이 협회장이 해결해야 할 첫 번째 과제”라며 “회원사들의 이해를 대변하기 위해 만들어진 협회임에 따라 그 설립 목적에 맞는 역할을 수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원활한 소통을 기반으로 회원사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해 관계당국에 전달하고 업계가 당국의 정책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수행해 회원사로부터 신뢰받는 협회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을 배웅해주는 이 원장은 “지점장을 오래하다 보니 VIP들을 배웅하는 습관이 몸에 배었다”며 “멀리 나가지는 않지만 이게 바로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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