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tory] “금, 헤지용 자산 적합…포트폴리오 안정화 강점”



세계적인 투자가로 잘 알려진 ‘워런 버핏’은 평소 금 자산 투자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에 투자하는 것은 생각이 없는 사람이나 하는 것이라는 말을 남겼을 정도다.

하지만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는 지난 2020년 2분기에 한 금광 회사(베릭골드)에 투자했다가 4분기 고점에서 매도해 높은 수익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금 투자를 하지 않는 대신 재무제표를 평가할 수 있고 배당이 나오는 금광 회사에 투자한 것이다.

평소 금 투자에 대해 부정적인 그가 금광 회사를 사들였던 이유는 무엇일까. 국제 금 가격은 2020년 8월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국내 금 가격은 매매기준율을 기준으로 지난 3월 초에 그램당 7만9000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국내 금 가격이 높아진 이유는 올해 원·달러 환율이 1240원대까지 오르면서다. 이는 국내 금 가격이 국제 금 시세와 원·달러 환율의 영향을 받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통상 금 자산은 위험자산과의 상관관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불린다. 예컨대 코스피가 급락하면 금 가격의 하락 폭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거나 오히려 상승세를 보인다. 따라서 급락장에서 금 투자를 잘 활용하면 전체 포트폴리오 수익률을 개선해주는 효과로 나타난다. 하지만 안전자산이라는 점 때문에 일부 투자자들은 금 가격의 변동성이 낮을 것이라는 오해로 손실을 내기도 한다.

금만 별도로 투자하는 경우에는 가격 변동에 노출되기 쉽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실제 지난 2013년 테이퍼텐트럼(긴축발작) 이후에 자산 긴축 과정에서 국제 금 시세가 온스당 1100달러를 하회하는 등 고점 대비 하락 폭은 40%에 달하기도 했다.

한경 머니는 금 시장 전문가인 김대승 신한은행 IPS전략부 연구위원을 만나 현 시장 상황에서 금 투자의 접근 방식과 방향성에 대해 들어봤다.



금에 대한 전반적인 시장 상황에 대해 진단을 한다면.
“국제 금 가격은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3월에 미국이 기준금리를 0%로 낮추고 무제한 양적완화를 실시한 이후 2020년 8월에는 온스당 2050달러를 넘어서는 등 최고점을 찍었다. 올 1분기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촉발된 영향으로 온스당 2000달러를 넘었다. 현재 금 가격이 전고점을 넘지 못하고 횡보하고 있지만 중요한 변곡점이라고 본다.”

금 가격이 많이 올랐다.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
“금에 대한 투자 목적에 따라 다른데 단기 매매차익을 위한 수단으로 삼는다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플레를 통제할 수 있을지 여부에 따라 매도와 보유를 결정해야 한다. Fed가 인플레 통제에 실패한다면 금 가격은 전고점을 돌파할 수 있지만 통제에 성공한다면 금 가격이 하락할 수 있는 변곡점이다.

금을 포트폴리오의 헤지 수단으로 삼을 경우 금 가격 상승 대비 위험자산 가격은 조정을 받으면서 전체 포트폴리오 내에서 금의 비중이 높아진 만큼을 부분 매도해 포트폴리오 비중을 조절할 수 있다. 금 가격이 다른 위험자산과 상관관계가 적기 때문에 위험자산 하락 시에는 하락을 방어할 수 있다. 금을 장기적으로 화폐 가치 보전의 수단으로 삼는 경우 금 가격이 단기적으로 오르고 내리는 것과 상관없이 자산을 쌓아 간다는 생각으로 투자를 할 것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매도 시점에 대해서는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금이 인플레 헤지용 자산으로 적합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전 세계 금 수량은 24만4000톤으로 18만7000톤의 채굴된 금과 땅속에 매장된 5만7000톤으로 추산된다. 금은 물리·화학적 방법으로 만들 수 없고 총 매장량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발행량이 늘어나는 화폐와 비교할 때 상대 교환 비율이 높아지는 특징이 있다. 즉, 화폐는 발행량 증가로 가치가 낮아지면서 인플레를 유발하는데 금의 수량은 한정돼 있어 가치를 보전하기 때문에 인플레 헤지 역할을 한다고 본다.”

금 자산을 투자할 때 장점은 무엇인가.
“금의 최대 장점은 다른 위험자산과의 상관관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다. 위험자산 가격이 하락할 때 상대적으로 하락 폭이 작거나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자산 포트폴리오를 안정화하는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

또 급락장에서 상대적으로 덜 하락한 금을 매도해서 반등 시 상승 폭이 큰 위험자산으로 재편해 전체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을 개선해주는 효과로 나타난다. 금은 국제 금시세와 달러·원 환율의 영향을 모두 받는다는 점에서도 장점이다. 국내 금 가격에는 달러·원 환율의 변동성이 반영되기 때문에 달러화 자산에 투자하는 효과도 있다. 국제 금 시세가 동일하더라도 달러·원 환율이 오른다면 국내 금 가격은 상승할 수 있다.”



금 자산을 투자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나.
“금 자산을 투자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금을 안전자산으로 부르기 때문에 금 가격의 변동성이 낮을 것이라고 착각한다는 점이다. 금 자산만 단독으로 투자한다면 가격 변동성에 노출될 수 있다. 금을 안전자산으로 보는 이유는 위험자산과의 낮은 상관관계 때문이다. 위험자산이 급등락해도 곧바로 가격에 영향을 주지 않고 다른 자산보다 좀 더 천천히 영향을 받아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낮춰준다는 데 있다.”

금과 관련된 투자 상품에 대해 소개한다면.
“금의 투자 방법은 금 실물을 보유하거나 금을 기반으로 한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방법, 금을 생산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방법이 있다. 투자 목적에 따라 투자 상품도 달라지는데 단기 매매차익이나 포트폴리오 헤지를 위한 일반 투자자에게는 한국거래소(KRX)에서 운영하는 KRX금시장이나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거래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금 실물이나 금 계좌를 통한 매매는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금 실물의 경우 매입 시에 부가가치세 부담이 있고, 실물이나 금 계좌의 경우 달러화를 환전할 때와 같이 매수·매도 스프레드만큼 손실이 발생한다. 잦은 매매가 이뤄질수록 수수료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다만 KRX 금 매매는 매매차익에 대한 세금이 존재하지 않지만 유동성이 부족해 거래 규모가 큰 경우에는 불리할 수 있다. 금 ETF는 매매차익에 대한 배당소득세를 내야 하는 단점이 있다. 또 금 선물 가격에 연동한 펀드와 금 생산 기업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도 고려할 만한 상품이다.

펀드의 특성상 단기매매보다는 중기 추세에 따라가는 투자를 할 때 유리하다. 금 선물 가격에 연동한 펀드는 금 ETF와 유사하게 금 선물 가격의 등락을 추종하는 방식이다. 금 생산 기업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의 경우 광산 및 가공 기업의 생산원가 등으로 가격 변동에 따른 레버리지 효과가 발생한다. 금 가격이 추세적으로 상승할 때와 하락할 때 변동성이 더 크게 나타나는 구조다.

금 실물, 골드바는 장기적으로 화폐 가치의 하락을 보전하면서 자산을 쌓는 투자자에게 적합하다. 투자 상품으로 투자하는 금 상품과 비교할 때 실물 보유는 금융사가 문제가 생기더라도 금에 영향이 없다는 점에서 장점이다.”

향후 금 시장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나.
“Fed가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리고 통화긴축으로 유동성을 흡수해 달러화 가치를 수호하는 데 성공한다면 인플레도 안정화될 수 있다. 다만 Fed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신뢰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금 가격은 온스당 3000달러가 넘었던 1970년대 후반처럼 급등할 수 있다. 다만 Fed가 빠른 긴축을 통해 인플레 통제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금 가격은 점진적인 안정세를 보일 것이다.”

글 이미경 기자 | 사진 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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