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우려 속 투자 방향은…경기방어주에 주목해라



올해 글로벌 금융시장은 지난해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2019년 7월부터 금리를 낮추기 시작해 코로나19로 급격한 경기 침체를 보인 2020년 3월에는 역사상 가장 큰 규모로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했다. 주식, 채권, 부동산 등 전 자산이 크게 상승했고 이로 인해 투자자들은 축제 분위기에 젖어들었다. 하지만 이제 그 축제를 끝내야 하는 상황과 마주하게 됐다.

지난 4월 국제통화기금(IMF)은 글로벌 경제성장률을 3.6%로 제시하면서 지난 1월 전망 대비 0.8%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제로 코로나를 고수하고 있는 중국의 봉쇄조치가 강화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 장기화까지 더해지면서 글로벌 공급망 붕괴와 에너지 공급 부족으로 인한 물가 상승 압력은 현실로 다가왔다.

미 Fed는 지난 5월 4일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해 2000년 5월 이후 22년 만에 최대 폭인 0.5%포인트의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4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한 가운데 최악의 인플레 국면에 직면하면서 시장참여자들은 이제 Fed가 성장보다는 물가 안정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믿음을 더욱 확고하게 갖게 됐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의 불쾌감은 한층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 사이클 활용한 시장 대응 필요
지금의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통화정책의 방향성을 예측하기보다 경기 사이클에 대한 이해를 먼저 높일 필요가 있다. 현시점이 경기 사이클의 어느 단계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면 어려운 시장 상황에서도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 사이클을 표현하는 용어는 다양하지만 보통 경기 확장 초기(early expansion), 경기 확장 중기(mid-expansion), 경기 확장 후기(late-expansion), 경기 침체기(recession)로 나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주식시장은 경기 순환의 선행지표가 된다. 미래의 기업이익을 현재 가치로 당겨서 주식의 가치를 결정하는데, 주당순이익(EPS)에 주가수익비율(PER)을 곱한 주가(price)는 보통 ‘12개월 포워드 EPS(12M Forward EPS: 미래 12개월간 주당순이익 예상치)’를 사용해 추정한다. 이 때문에 기업이 향후 벌어들일 미래의 기대수익을 주가가 반영하게 되는 것이다.

주식시장에서도 각 경기 사이클에 따라 호황을 보이는 산업이 차별적으로 나타난다. 경기 확장 초기에는 경기에 민감한 업종이, 경기 확장 후기에는 경기 방어적인 업종이 양호한 성과를 내는 특징이 있다.





경기 부진 두려움보다는 경기방어주 주목해야
현재 경기 상황을 진단해본다면 인플레 우려는 높아지고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감은 낮아지는 추세다. 또 중앙은행의 긴축 기조가 가속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지금이 경기 사이클에서 경기 확장 중 후반인지 경기 침체 진입 국면 직전인지 혼란스럽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아직 경기 침체를 이야기하기는 이르다. 미국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1.4%를 기록했지만 미 실물경제의 70%를 차지하는 개인소비지출은 2.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미국의 소비 수요는 탄탄한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리오프닝이 되고 있는 환경에서 그동안 억눌렸던 여행, 의류, 외식에 대한 소비가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 경기 침체가 온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론적으로 경기 확장 중 후반 어딘가에 와 있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 따라서 지금처럼 경기 확장 중 후반부에 있을 때에는 지난 1년 동안 좋은 성과를 보여준 에너지, 소재, 경기소비재와 같은 경기민감주만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게 되면 변동성에 더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경기 확장 중 후반부에 수혜를 받을 수 있는 경기방어주의 성격인 헬스케어, 유틸리티, 필수소비재와 같은 산업들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할 필요가 있다. 특히 헬스케어나 필수소비재 업종의 경우 물가 상승기에 원가 상승을 가격에 잘 전가시킬 수 있는 특징이 있다. 대표적으로 코카콜라, 존슨앤존슨, 화이자 같은 회사들이다.

따라서 경기 사이클의 후반부로 갈수록 경기방어주 성격의 업종을 고려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특히 브랜드 파워를 갖췄거나 독점적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일수록 물가 상승기에 가격을 전가시킬 수 있기 때문에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독점적 위치에 있는 기업들을 선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 경제 사이클이 특정한 움직임을 보였다고 해서 지금이나 미래에도 그와 동일한 움직임이 반복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산업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전쟁, 전염병과 같은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들이 투자자들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것은 영원히 상승하거나 하락하는 시장은 없으며 그 진폭과 기간은 달라도 물결 파동과 같은 사이클은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는 그 파동의 위치를 가늠하고 대응해야 한다.

투자는 시장을 끊임없이 점검하며 상대적으로 가치가 더 있는 쪽으로 배분해 나가는 관리의 과정이다. 불확실한 시기에도 투자 기회는 있고 그 기회를 포착하는 것은 사이클의 흐름을 읽고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투자자의 몫일 것이다.

글 정다정 SC제일은행 투자전략상품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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