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2022년을 빛낼 뉴 워치①

무려 3년 만에 피지컬 형태로 돌아온 <워치스앤원더스 제네바 2022>에서 세계적인 시계 명가들은 팬데믹 이후 멈춘 시간에 대한 보상이라도 하듯 예술적 미학과 기술적 혁신을 한데 어우르는 신제품을 마구 쏟아냈다. 이에 한경 머니는 <워치스앤원더스 제네바 2022>를 포함해 2022년을 빛낼 28개 브랜드별 대표 모델을 소개한다.


◆ A. LANGE & SÖHNE 독일 하이엔드 매뉴팩처링의 표본
Richard Lange Minute Repeater
리차드 랑에 컬렉션에서 선보이는 최초의 미니트 리피터. 다이얼의 우아함부터 소리로 시간을 알리는 차임 워치의 특별함까지 두루 경험할 수 있는 모델이다(9시 방향의 차임 작동 슬라이딩 레버를 제외하면 여느 타임 온리 시계와 생김새가 다를 바 없다). 진귀한 플래티넘을 케이스 소재로 사용했고, 지름은 39mm, 두께는 단 9.7mm에 불과하다. 하이 컴플리케이션 기능을 구사함에도 이 정도의 두께를 구현하는 건 랑에 운트 죄네의 공력이다.

Grand Lange 1
지름 41mm의 그랑 랑에 1이 리뉴얼 과정을 거쳐 재탄생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8.2mm의 케이스 두께로, 이전 버전보다 두께를 0.6mm 줄였다. 마이크로 부품을 사용하는 시계 분야에서 케이스 두께를 줄인다는 건 기존 부품의 변화도 함께 수반해야 하므로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오프 센터 시간 디스플레이, 커다란 날짜창, ‘up/down’ 문구를 새긴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 등 컬렉션 고유의 우아한 요소는 여전하다. 핸드와인딩 방식의 칼리버 L095.1이 새 그랑 랑에 1의 동력원이며, 파워리저브는 72시간으로 넉넉하다. 케이스 소재는 핑크 골드와 화이트 골드 2가지.


◆ BAUME & MERCIER 파인 워치의 신뢰성과 현대 미학의 조화
Hampton Large M0A10666
12시 방향의 큰 날짜창과 6시 방향의 낮·밤 인디케이터 등 컴플리케이션 기능을 갖춘 햄튼 컬렉션의 새 남성용 워치. 편리한 기능도 매력적이지만 질감을 살린 슬레이트 그레이 컬러 다이얼이 손목에 특별한 인상을 전한다. 스틸로 케이스를 완성했고, 사이즈는 31x48mm이다.

Riviera Collection
보메 메르시에는 2021년 리뉴얼 론칭에 성공한 리비에라 컬렉션(1973년 탄생)의 베리에이션 모델로 워치스앤원더스 제네바 박람회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남성용을 대표하는 모델은 지름 42mm의 큼직한 케이스에 스모크 그레이 사파이어 다이얼로 무브먼트 일부를 드러낸 M0A10702 제품으로, 1500가우스의 높은 항자 성능을 갖춘 보매틱 칼리버 BM13-1975A가 심장 역할을 한다. 컬렉션 이름이기도 한 프랑스 리비에라 해안가를 96개의 화이트 다이아몬드로 표현해 차별화한 M0A10677은 여성용 제품으로 ‘코스트라인’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케이스 지름은 33mm이며 미드나이트 블루 래커 다이얼이 고급스럽다.


◆ BREGUET 마린 컬렉션의 한계를 모르는 진화
Marine Hora Mundi 5557
스포티한 무드를 가진 마린 컬렉션의 확장이 도드라진다. 크로노그래프, 투르비용 등 다채로운 컴플리케이션을 선보인 바 있으며, 2022년에는 듀얼 타임으로 여세를 이어간다. 그런데 브레게는 여느 GMT 모델과 달리 ‘인스턴트 점프 타임-존 디스플레이’라는 독자적인 메커니즘으로 2곳의 시간을 알려준다. 케이스 8시 방향에 위치한 푸시 버튼을 누르면 시곗바늘이 원하는 곳의 시간으로 순식간에 바뀌는 것(단, 크라운으로 사전 시간 세팅 필요). 기술 개발에만 3년이 소요된 이 메커니즘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브레게의 뛰어난 실력을 말해준다. 다이얼 위로 드러난 세계 지도와 파도를 떠오르게 하는 기요셰 패턴의 정교함도 놓칠 수 없는 부분.


◆ BREITLING 내비타이머 탄생 70주년을 기리다
New Navitimer B01 Chronograph
2022년은 브라이틀링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내비타이머가 탄생한 지 70주년이 되는 기념비적 해다. 이를 놓칠 수 없는 이들은 오랜만에 내비타이머 크로노그래프 모델을 새롭게 정비하며 항공 시계의 선두자리를 고수하고자 한다. 내비타이머의 도드라진 디자인 코드인 회전 슬라이드, 바 형태 인덱스, 3개의 크로노그래프 카운터, 작은 홈이 있는 베젤 등은 그대로 유지한다. 하지만 브라이틀링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날개 로고를 부활시켰고, 기존 4시 30분 방향에 있던 날짜창을 6시 방향으로 옮겨 더욱 간결해진 인상을 준다. 케이스백을 통해 드러난 브라이틀링의 인하우스 셀프와인딩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COSC 크로노미터 인증)인 B01의 매력을 오롯이 경험할 수 있는 이 시계의 케이스 지름은 41mm, 소재는 스틸과 레드 골드다(다이얼 컬러는 소재마다 다르다).


◆ BVLGARI 옥토 컬렉션, 10년간의 한계를 모르는 탐구
Octo Finissimo Ultra
불가리가 옥토 컬렉션 탄생 10주년을 기념해 발표한 역작이다. 도드라진 특징은 단연 두께 1.8mm에 불과한 케이스! 현존하는 시계 중 가장 얇은 케이스를 만들고 초박형 분야 여덟 번째 신기록을 달성하기 위해 불가리는 케이스와 무브먼트 등 모든 부품을 다시 디자인했다. 케이스백은 부품을 조립하는 메인 플레이트 자체로 활용했고, 시·분·초 3개의 바늘을 각기 다른 인디케이터로 보여주는 레귤레이터 방식을 택했다. 뿐만 아니라 케이스 두께에 맞춰 브레이슬릿도 얇게 매만지고 톱니를 단 노브(knob) 형태로 크라운을 바꿨다. 10시 방향, 동력을 측정하는 배럴 래칫 휠에 새긴 QR코드는 블록체인 기술과 연계해 착용자만을 위한 디지털 경험을 선사한다. 단 10점 생산하며, 케이스 지름은 40mm.


◆ CARTIER 혁신과 우아함의 교집합
Masse Mystérieuse
8년의 연구·개발을 거쳐 완성한 올해의 걸작. ‘마쓰’는 프랑스어로 덩어리, 군집을 의미하지만 시계 업계에서는 로터(기계식 시계에 동력을 공급하는 부품)라는 뜻으로 쓰인다. 그리고 미스터리어스(미스터리)는 1912년 까르띠에가 탁상시계를 통해 처음 선보인 메커니즘으로 시계 구동 부품을 은밀하게 숨겨 핸즈가 마치 허공에 떠 있는 듯한 광경을 연출한다. 마쓰 미스터리어스는 미스터리 메커니즘과 특별한 로터를 결합한 시계다. 일반적으로 로터는 무브먼트 가장자리에서 회전하며 태엽을 감지만, 이 시계의 로터는 동력을 공급하는 본연의 임무에 더해 시계 부품을 담는 그릇 역할도 한다. 동력 공급(트랜스미션)과 메커니즘 작동(레귤레이션 시스템)을 한데 엮은 최초의 예. 이 시계를 손목에 차는 순간 수백 개 부품이 반원 형태의 군집을 이루며 회전하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시곗바늘이 허공에 떠 있는 듯한, 즉 미스터리어스 컬렉션 특유의 신비로운 느낌도 준다.

Coussin de Cartier
까르띠에가 오랜만에 선보이는 쿠션형 케이스의 여성 칵테일 워치이며, 프랑스어로 쿠션을 뜻하는 ‘꾸쌍’을 컬렉션 이름으로 정했다. 이번 컬렉션을 통해 까르띠에는 하이 주얼러로서의 자신들의 장기를 십분 활용했고, 사용하는 원석의 종류와 세팅 방식을 달리해 라인업에 변화를 주었다. 다이얼 위에 로마 숫자 인덱스를 얹어 클래식한 느낌을 주는 동시에 베젤에 크기가 다른 다이아몬드를 나선 형태로 세팅한 버전, 다이아몬드와 블랙 스피넬(화이트 골드 케이스) 또는 파라이바 투르말린과 차보라이트(옐로 골드 케이스)로 각각 세팅해 그래픽 효과를 극대화한 투톤 버전으로 나뉜다. 주얼리 명가로서의 매력을 오롯이 느끼기에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Cariter Privé Tank Chinoise
‘까르띠에 프리베’는 메종의 아이코닉한 모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선보이는 특별한 한정 컬렉션이며, 올해에는 탱크 쉬누와즈 워치를 집중 조명한다. 탱크 쉬누와즈는 탱크 컬렉션 타임라인의 비교적 초창기에 자리한 모델로 1922년 처음 출시됐다. 동양의 문화에 영향을 받은 루이 까르띠에가 직접 디자인한 모델로 탱크 워치의 간결한 골격은 가져가되 동양 사원의 기둥과 지붕에서 영향을 받아 수직 축 위에 수평 축을 놓은 형태로 케이스를 다듬은 것이 특징. 다채로운 버전으로 선보이는 가운데 동양의 전통 창문 형태를 본떠 디자인한 오픈워크 다이얼 아래로 정교한 9627 MC 스켈레톤 무브먼트가 드러나는 제품이 대표작이다.

Tank Louis Cartier & Tank Must
우아한 직사각 케이스의 대명사 탱크 컬렉션의 다채로운 베리에이션에도 주목하자. 올해에는 레드 혹은 앤트러사이트 그레이 컬러의 그래픽 다이얼이 독보적인 탱크 루이 까르띠에, 지난해 론칭해 폭발적 인기몰이를 하는 탱크 머스트의 블랙 다이얼 버전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 CHANEL WATCHES 인하우스 무브먼트의 대담한 진화
J12 Diamond Tourbillon Caliber 5
이 시계의 가장 큰 특징은 ‘다이아몬드 투르비용’으로 중력을 상쇄하는 투르비용 케이지 중앙에 약 0.18캐럿의 솔리테어 다이아몬드를 얹어 진귀한 광경을 연출한다. 이를 위해 샤넬은 새로운 플라잉 투르비용 무브먼트인 칼리버 5를 개발했다. 투르비용 케이지 위에 올린 1개의 다이아몬드는 1분에 한 번 회전하며 케이지를 에워싼 작은 다이아몬드와 함께 광채를 발한다. 다이아몬드의 향연은 이에 그치지 않고 2개의 시곗바늘과 베젤까지 이어진다. 화이트 다이아몬드와 컬러 대비를 이루는 블랙 세라믹 소재 케이스 지름은 38mm이며, 브레이슬릿 역시 같은 소재로 완성했다. 전 세계 55점 한정 생산.

Haute Horlogerie Red Edition Collection
화이트, 블랙, 베이지, 골드와 함께 메종의 시그너처 컬러인 레드로 무장한 파인 워치 컬렉션이다. 크리스털 사파이어 케이스 위에 바게트 컷 루비로 베젤과 인덱스를 세팅해 강렬한 인상을 선사하는 J12 X-Ray 레드 에디션, 직사각형 베이지 골드 케이스 위에 바게트 컷 루비를 세팅한 것에 그치지 않고, 레드 컬러의 핸드와인딩 스켈레톤 무브먼트, 레드 컬러 유광 카프 스킨 스트랩까지 더한 보이·프렌드 스켈레톤 레드 에디션이 그 주인공. 전자는 12점, 후자는 10점 한정 생산한다.

양정원 기자 neiro@hankyung.com · 이현상 시계 칼럼니스트 | 사진 각 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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