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Interview]"혁신은 163년째 마음에 새긴 다짐" - 프레데릭 아르노 태그호이어 CEO
입력 2022-07-04 11:10:24
수정 2022-07-04 16:03:24
1860년 시작해 지난 163년간 신뢰감 넘치는 손목 시계를 제작해 온 태그호이어를 이끄는 수장, 프레데릭 아르노(Frédéric Arnault)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다. 젊지만 진취적이고 패기 있는 그의 모습을 통해 태그호이어의 청사진은 더욱 뚜렷해졌다.
동시대에 가장 주목받는 도시 서울을 찾은 것을 환영한다. 이번 방문의 목적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서울을 포함한 한국은 시계를 포함한 럭셔리 마켓, 무엇보다 태그호이어에 있어 매우 중요한 곳이다. 그렇기에 엔데믹에 맞춰 한국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었다. 시장을 둘러보고 부티크를 방문해 직원들과 고객을 직접 만나고 싶었다. 직접 찾아 현 상황을 파악하는 건 브랜드를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일이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태그호이어가 강세인 나라다. 인지도 역시 여타 하이엔드 시계 브랜드에 비해 높다. 단지, 이곳 시계 시장의 볼륨이 점점 커지며 다른 브랜드와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추세다. 여전히 한국은 태그호이어에 있어 중요한가.
“이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우리는 브랜드의 발전, 특히 한국에서의 전진을 위한 여러 전략을 세우는 중이다. 참고로 지난 몇 년간 태그호이어는 아이코닉 컬렉션의 품질을 개선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까레라 컬렉션 경우에는 크로노그래프와 쓰리핸즈 라인업을 재정비했고, 아쿠아레이서는 무브먼트 개선을 통해 품질을 향상시켰다. 또한 우리 대표 심장인 호이어 02를 비롯해 몇몇 무브먼트를 탑재한 주요 제품에 대한 품질보증 기간을 5년으로 연장해 컬렉션의 상징성에 상응하는 퀄리티를 증명하는 중이다. 한국 고객의 대다수는 취향이 확고하고 자신이 원하는 바가 뚜렷하다. 그에 맞춘 품질 및 디자인 개선이 최우선적 과제이자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더불어 브랜드의 정체성을 더욱 공고하게 다지기 위해 한국의 단일 부티크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우리의 세계관을 널리 알리고, 더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커넥티드 골프 워치는 한국 시장에 제격이란 생각이 들더라.
“한국에서 골프가 젊은 사람들에게까지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 면에서 커넥티드 골프 워치는 어쩌면 필연적인 모델이 아닐까 싶다. 필드 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기능을 탑재한 덕에 퍼포먼스를 향상하는 데 도움을 주는 시계다. 우리는 2015년부터 커넥티드 워치에 대한 투자를 시작했다. 그래서 이를 지속적으로 개발하려고 한다.”
코로나19가 한창 전 세계로 확산되던 2020년 7월에 태그호이어의 CEO가 됐다. 그 어려운 시기에 태그호이어의 수장이 되며 힘든 점은 없었나.
“무엇보다 스위스 매뉴팩처를 비롯한 전 세계 팀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체계를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그런 와중에도 브랜드를 성장시키는 것 또한 놓칠 수 없는 부분이었다. 팬데믹으로 인해 시장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그래서 우리는 온라인 서비스에 대한 투자를 강화했다. 이커머스는 물론 온라인과 디지털을 통해 태그호이어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많은 소스를 개발하는 데 주력했다. 물론 품질 향상에 대한 연구·개발(R&D)은 바탕에 깔려 있었고.”
그러고 보니 태그호이어는 팬데믹 이전부터 이커머스 개발에 앞장서 왔다.
“이커머스는 오늘날 시장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플랫폼이다. 기존 고객뿐 아니라 신규 고객을 창출하고, 브랜드를 널리 알리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이커머스 판매 비중이 낮은 편이지만 이를 개선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 중이다. 자체 웹사이트의 개편 작업과 더불어 한국에서 매우 중요한 채널인 카카오를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
CEO로 부임한 지 2년이 지난 현재, 여러 성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너무 많지만(웃음), 꼭 하나를 뽑아야 한다면 젊은 세대를 위해 새롭게 정비한 커넥티드 워치에 대해 논하고 싶다. 태그호이어 팀에 합류한 이래 처음 맡은 프로젝트인데, 팬데믹 직전인 2020년 3월 론칭한 터라 CEO로서 이를 알리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새 커넥티드 워치를 위해 50명 이상의 인원이 투입됐고, 성능과 디자인 측면에서 진일보한 모델이었다. 기계식 시계와는 다른 매력을 바탕으로 태그호이어의 비전을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었다고나 할까.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대성공이었다.”
포르쉐와의 공식 파트너십 체결 역시 빠뜨릴 수 없는 중요한 기억이 아닐까 싶다.
“태그호이어는 스포츠, 그중에서도 모터스포츠와 특히 잘 어울리는 시계 브랜드다. 처음으로 카레이서를 후원한 브랜드, 컬렉션의 이름 대다수가 모터스포츠에서 기안한 점 등 역사를 반추해봤을 때 자동차에 대한 우리의 열정은 사그라진 적이 없다. 포르쉐는 자신들이 추구하는 정체성과 가치가 우리의 생각과 부합하는 브랜드다. CEO가 된 이후에 맡은 첫 프로젝트 중 하나로 이들과의 파트너십은 언뜻 당연해 보일 수 있겠지만 과거에는 이뤄낼 수 없던 것이었다. 포르쉐와의 협업은 이제 시작이다. 어떤 미래를 펼쳐 보일지 기대해 달라.”
CEO 부임 이후 피지컬 형태로 처음 열린 워치스앤원더스 제네바 2022 박람회 참가는 어땠나.
“브랜드의 새 비전을 제시하는데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이벤트였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박람회 기간 내구성, 혁신, 그리고 퍼포먼스라는 테마를 바탕으로 컬렉션별 주요 워치를 공개했다.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었던 까레라 플라즈마, 새로운 TH30 무브먼트를 탑재한 아쿠아레이서 슈퍼다이버와 최초의 스위스 메이드 태양광 시스템 쿼츠를 적용한 아쿠아레이서 프로페셔널 200 솔라그래프 등이 그렇다. 이 제품들을 통해 앞으로 태그호이어를 이끌어 나갈 비전을 워치메이킹 산업에 선보일 수 있었다.”
앞서 언급한 태그호이어 까레라 플라즈마가 매우 특별했다. 이 시계가 태그호이어에 중요한 이유는 무언가.
“까레라 플라즈마는 인공 다이아몬드를 시계에 적용한 특별한 모델로, 시계 업계 최초의 일이자 브랜드의 이정표 역할을 한다. 시계 분야에서 혁신적인 행보를 보여주는 우리를 대변하는 작품이라 해도 좋다. 신소재 개발은 매뉴팩처의 혁신성과 창조성을 증명하는 좋은 수단이다. 업계 관계자들과 박람회를 찾은 고객들의 큰 관심이 이를 방증한다.”
태그호이어의 라인업은 뚜렷한 정체성이 강점이다. 까레라, 모나코, 아쿠아레이서, 포뮬러1, 커넥티드 등 컬렉션 이름만 들어도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너무 스포티한 이미지에 치우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까레라 컬렉션에는 클래식 무드로 디자인한 세부 라인업 워치가 있다. 쓰리핸즈, 크로노그래프 등 모델마다 여러 기능을 갖춘 채 라운드 케이스에 메탈 브레이슬릿이 아닌 가죽 스트랩을 매치한 제품들이다. 그런데 이 시계에도 스포티 무드를 가미했다. 태그호이어의 정체성이고 우리의 고객들도 그러한 무드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드레스 워치에도 스포티한 터치를 더하는 태그호이어의 DNA는 계속해서 이어 나갈 생각이다. 동시에 스트랩의 내구성 개선이나 신소재 도입을 통해 사용자가 좀 더 편하게 시계를 착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자 한다.”
최근 기계식 시계에 대한 여성들의 관심이 많아지며 점차 여성 시계의 비율을 늘리고 있는 브랜드가 많다. 태그호이어도 마찬가지인가.
“태그호이어는 현재 사이즈나 소재 측면에서 여성을 위한 시계를 판매하고 있지만, 브랜드의 방향성이 특정한 성별에 치우치기보다는 유니섹스를 추구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 워치’의 비중이라는 표현보다는 ‘여성 고객’의 비중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일례로, 우리는 아쿠아레이서 라인에 케이스 지름 36mm와 30mm 버전을 추가했다. 누구나 착용할 수 있지만 여성 고객이 더욱 많이 찾는다. 까레라 라인업 역시 여성 고객에게 적합한 사이즈와 디자인을 제공하고자 연구 중이다. 여성이 우리에게 중요한 고객인 것은 분명하다.”
태그호이어는 시계 자체 제작에도 엄청난 공을 들이지만, R&D 분야에 엄청난 힘을 쏟는 브랜드로 유명하다.
“R&D라는 주제야말로 모든 우리 제품들을 하나로 묶고 있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최근 워치스앤원더스 제네바를 통해 선보인 제품들을 보더라도 아방가르드한 혁신을 느낄 수 있다. 태양광을 이용해 동력을 축적하는 솔라그래프, 앞서 언급한 인공 다이아몬드를 시계에 세팅한 까레라 플라즈마가 대표적이다. 후자는 주얼리 분야에서의 혁신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과연 어떤 이가 태그호이어가 주얼리를 다룰 거라고 예상했겠는가. 전례 없는 소재와 디자인을 제시하는 것이 우리 연구개발팀의 과제이자 태그호이어의 정신이라 할 수 있다. 커넥티드 워치 역시 혁신의 결과물이고. 혁신과 R&D는 브랜드의 중심 키워드이지만 아쉽게도 기밀이라 앞으로의 플랜을 말해주기는 어렵다. 하지만 준비가 되면 바로 공개할 수 있도록 하겠다.”
1860년 시작했으니 벌써 163년째 시계를 만들고 있다. 태그호이어가 세계 최고의 시계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태그호이어는 브랜드의 시작인 호이어(Heuer)사 시절부터 쉼없이 기술을 연구해 왔고, 제품에 국한하지 않고 브랜드의 가치와 노하우를 만들어 왔다. 최초의 포뮬러1 스폰서십, 타임키퍼 등 여러 활약을 통해 브랜드의 이미지를 공고히 해 왔다. 우리가 수없이 제창해 온 ‘성공, 그것은 정신력의 승부(Success. It’s a mind game)’, ‘어려움에 굴복하지 마라(Don’t Crack Under Pressure)’ 등과 같은 문구는 단순한 캠페인의 일환이 아니라 실제로 우리가 제품을 만들어 오며 마음에 새긴 다짐과도 같다. 이러한 마음가짐을 바탕이 돼 지난 163년간 성공가도를 달려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❶ 2021년 2월 포르쉐와 공식 파트너십을 체결한 태그호이어. 이 둘의 활약이 기대되는 가운데 사진의 태그호이어 까레라 포르쉐 리미티드 에디션(2022년 작)과 같은 시계도 꾸준하게 발표하고 있다.
❷ 2022년 태그호이어는 브랜드 최초로 태양열로 작동하는 아쿠아레이서 프로페셔널 200 솔라그래프를 출시했다.
❸ 랩그로운이라 불리는 인공 다이아몬드를 케이스에 세팅해 주목을 받은 2022년 대표작 태그호이어 까레라 플라즈마
❹ 지난 3월 스위스에서 거행된 워치스앤원더스 제네바에 참가한 태그호이어 부스 전경
❺ 골프를 즐기는 이들을 위해 출시한 커넥티드 골프 워치 역시 태그호이어의 진취적인 방향성을 제시하는 모델이다.
글 이현상 시계 칼럼니스트
사진 신채영
동시대에 가장 주목받는 도시 서울을 찾은 것을 환영한다. 이번 방문의 목적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서울을 포함한 한국은 시계를 포함한 럭셔리 마켓, 무엇보다 태그호이어에 있어 매우 중요한 곳이다. 그렇기에 엔데믹에 맞춰 한국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었다. 시장을 둘러보고 부티크를 방문해 직원들과 고객을 직접 만나고 싶었다. 직접 찾아 현 상황을 파악하는 건 브랜드를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일이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태그호이어가 강세인 나라다. 인지도 역시 여타 하이엔드 시계 브랜드에 비해 높다. 단지, 이곳 시계 시장의 볼륨이 점점 커지며 다른 브랜드와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추세다. 여전히 한국은 태그호이어에 있어 중요한가.
“이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우리는 브랜드의 발전, 특히 한국에서의 전진을 위한 여러 전략을 세우는 중이다. 참고로 지난 몇 년간 태그호이어는 아이코닉 컬렉션의 품질을 개선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까레라 컬렉션 경우에는 크로노그래프와 쓰리핸즈 라인업을 재정비했고, 아쿠아레이서는 무브먼트 개선을 통해 품질을 향상시켰다. 또한 우리 대표 심장인 호이어 02를 비롯해 몇몇 무브먼트를 탑재한 주요 제품에 대한 품질보증 기간을 5년으로 연장해 컬렉션의 상징성에 상응하는 퀄리티를 증명하는 중이다. 한국 고객의 대다수는 취향이 확고하고 자신이 원하는 바가 뚜렷하다. 그에 맞춘 품질 및 디자인 개선이 최우선적 과제이자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더불어 브랜드의 정체성을 더욱 공고하게 다지기 위해 한국의 단일 부티크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우리의 세계관을 널리 알리고, 더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커넥티드 골프 워치는 한국 시장에 제격이란 생각이 들더라.
“한국에서 골프가 젊은 사람들에게까지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 면에서 커넥티드 골프 워치는 어쩌면 필연적인 모델이 아닐까 싶다. 필드 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기능을 탑재한 덕에 퍼포먼스를 향상하는 데 도움을 주는 시계다. 우리는 2015년부터 커넥티드 워치에 대한 투자를 시작했다. 그래서 이를 지속적으로 개발하려고 한다.”
코로나19가 한창 전 세계로 확산되던 2020년 7월에 태그호이어의 CEO가 됐다. 그 어려운 시기에 태그호이어의 수장이 되며 힘든 점은 없었나.
“무엇보다 스위스 매뉴팩처를 비롯한 전 세계 팀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체계를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그런 와중에도 브랜드를 성장시키는 것 또한 놓칠 수 없는 부분이었다. 팬데믹으로 인해 시장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그래서 우리는 온라인 서비스에 대한 투자를 강화했다. 이커머스는 물론 온라인과 디지털을 통해 태그호이어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많은 소스를 개발하는 데 주력했다. 물론 품질 향상에 대한 연구·개발(R&D)은 바탕에 깔려 있었고.”
그러고 보니 태그호이어는 팬데믹 이전부터 이커머스 개발에 앞장서 왔다.
“이커머스는 오늘날 시장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플랫폼이다. 기존 고객뿐 아니라 신규 고객을 창출하고, 브랜드를 널리 알리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이커머스 판매 비중이 낮은 편이지만 이를 개선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 중이다. 자체 웹사이트의 개편 작업과 더불어 한국에서 매우 중요한 채널인 카카오를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
CEO로 부임한 지 2년이 지난 현재, 여러 성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너무 많지만(웃음), 꼭 하나를 뽑아야 한다면 젊은 세대를 위해 새롭게 정비한 커넥티드 워치에 대해 논하고 싶다. 태그호이어 팀에 합류한 이래 처음 맡은 프로젝트인데, 팬데믹 직전인 2020년 3월 론칭한 터라 CEO로서 이를 알리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새 커넥티드 워치를 위해 50명 이상의 인원이 투입됐고, 성능과 디자인 측면에서 진일보한 모델이었다. 기계식 시계와는 다른 매력을 바탕으로 태그호이어의 비전을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었다고나 할까.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대성공이었다.”
포르쉐와의 공식 파트너십 체결 역시 빠뜨릴 수 없는 중요한 기억이 아닐까 싶다.
“태그호이어는 스포츠, 그중에서도 모터스포츠와 특히 잘 어울리는 시계 브랜드다. 처음으로 카레이서를 후원한 브랜드, 컬렉션의 이름 대다수가 모터스포츠에서 기안한 점 등 역사를 반추해봤을 때 자동차에 대한 우리의 열정은 사그라진 적이 없다. 포르쉐는 자신들이 추구하는 정체성과 가치가 우리의 생각과 부합하는 브랜드다. CEO가 된 이후에 맡은 첫 프로젝트 중 하나로 이들과의 파트너십은 언뜻 당연해 보일 수 있겠지만 과거에는 이뤄낼 수 없던 것이었다. 포르쉐와의 협업은 이제 시작이다. 어떤 미래를 펼쳐 보일지 기대해 달라.”
CEO 부임 이후 피지컬 형태로 처음 열린 워치스앤원더스 제네바 2022 박람회 참가는 어땠나.
“브랜드의 새 비전을 제시하는데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이벤트였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박람회 기간 내구성, 혁신, 그리고 퍼포먼스라는 테마를 바탕으로 컬렉션별 주요 워치를 공개했다.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었던 까레라 플라즈마, 새로운 TH30 무브먼트를 탑재한 아쿠아레이서 슈퍼다이버와 최초의 스위스 메이드 태양광 시스템 쿼츠를 적용한 아쿠아레이서 프로페셔널 200 솔라그래프 등이 그렇다. 이 제품들을 통해 앞으로 태그호이어를 이끌어 나갈 비전을 워치메이킹 산업에 선보일 수 있었다.”
앞서 언급한 태그호이어 까레라 플라즈마가 매우 특별했다. 이 시계가 태그호이어에 중요한 이유는 무언가.
“까레라 플라즈마는 인공 다이아몬드를 시계에 적용한 특별한 모델로, 시계 업계 최초의 일이자 브랜드의 이정표 역할을 한다. 시계 분야에서 혁신적인 행보를 보여주는 우리를 대변하는 작품이라 해도 좋다. 신소재 개발은 매뉴팩처의 혁신성과 창조성을 증명하는 좋은 수단이다. 업계 관계자들과 박람회를 찾은 고객들의 큰 관심이 이를 방증한다.”
태그호이어의 라인업은 뚜렷한 정체성이 강점이다. 까레라, 모나코, 아쿠아레이서, 포뮬러1, 커넥티드 등 컬렉션 이름만 들어도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너무 스포티한 이미지에 치우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까레라 컬렉션에는 클래식 무드로 디자인한 세부 라인업 워치가 있다. 쓰리핸즈, 크로노그래프 등 모델마다 여러 기능을 갖춘 채 라운드 케이스에 메탈 브레이슬릿이 아닌 가죽 스트랩을 매치한 제품들이다. 그런데 이 시계에도 스포티 무드를 가미했다. 태그호이어의 정체성이고 우리의 고객들도 그러한 무드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드레스 워치에도 스포티한 터치를 더하는 태그호이어의 DNA는 계속해서 이어 나갈 생각이다. 동시에 스트랩의 내구성 개선이나 신소재 도입을 통해 사용자가 좀 더 편하게 시계를 착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자 한다.”
최근 기계식 시계에 대한 여성들의 관심이 많아지며 점차 여성 시계의 비율을 늘리고 있는 브랜드가 많다. 태그호이어도 마찬가지인가.
“태그호이어는 현재 사이즈나 소재 측면에서 여성을 위한 시계를 판매하고 있지만, 브랜드의 방향성이 특정한 성별에 치우치기보다는 유니섹스를 추구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 워치’의 비중이라는 표현보다는 ‘여성 고객’의 비중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일례로, 우리는 아쿠아레이서 라인에 케이스 지름 36mm와 30mm 버전을 추가했다. 누구나 착용할 수 있지만 여성 고객이 더욱 많이 찾는다. 까레라 라인업 역시 여성 고객에게 적합한 사이즈와 디자인을 제공하고자 연구 중이다. 여성이 우리에게 중요한 고객인 것은 분명하다.”
태그호이어는 시계 자체 제작에도 엄청난 공을 들이지만, R&D 분야에 엄청난 힘을 쏟는 브랜드로 유명하다.
“R&D라는 주제야말로 모든 우리 제품들을 하나로 묶고 있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최근 워치스앤원더스 제네바를 통해 선보인 제품들을 보더라도 아방가르드한 혁신을 느낄 수 있다. 태양광을 이용해 동력을 축적하는 솔라그래프, 앞서 언급한 인공 다이아몬드를 시계에 세팅한 까레라 플라즈마가 대표적이다. 후자는 주얼리 분야에서의 혁신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과연 어떤 이가 태그호이어가 주얼리를 다룰 거라고 예상했겠는가. 전례 없는 소재와 디자인을 제시하는 것이 우리 연구개발팀의 과제이자 태그호이어의 정신이라 할 수 있다. 커넥티드 워치 역시 혁신의 결과물이고. 혁신과 R&D는 브랜드의 중심 키워드이지만 아쉽게도 기밀이라 앞으로의 플랜을 말해주기는 어렵다. 하지만 준비가 되면 바로 공개할 수 있도록 하겠다.”
1860년 시작했으니 벌써 163년째 시계를 만들고 있다. 태그호이어가 세계 최고의 시계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태그호이어는 브랜드의 시작인 호이어(Heuer)사 시절부터 쉼없이 기술을 연구해 왔고, 제품에 국한하지 않고 브랜드의 가치와 노하우를 만들어 왔다. 최초의 포뮬러1 스폰서십, 타임키퍼 등 여러 활약을 통해 브랜드의 이미지를 공고히 해 왔다. 우리가 수없이 제창해 온 ‘성공, 그것은 정신력의 승부(Success. It’s a mind game)’, ‘어려움에 굴복하지 마라(Don’t Crack Under Pressure)’ 등과 같은 문구는 단순한 캠페인의 일환이 아니라 실제로 우리가 제품을 만들어 오며 마음에 새긴 다짐과도 같다. 이러한 마음가짐을 바탕이 돼 지난 163년간 성공가도를 달려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❶ 2021년 2월 포르쉐와 공식 파트너십을 체결한 태그호이어. 이 둘의 활약이 기대되는 가운데 사진의 태그호이어 까레라 포르쉐 리미티드 에디션(2022년 작)과 같은 시계도 꾸준하게 발표하고 있다.
❷ 2022년 태그호이어는 브랜드 최초로 태양열로 작동하는 아쿠아레이서 프로페셔널 200 솔라그래프를 출시했다.
❸ 랩그로운이라 불리는 인공 다이아몬드를 케이스에 세팅해 주목을 받은 2022년 대표작 태그호이어 까레라 플라즈마
❹ 지난 3월 스위스에서 거행된 워치스앤원더스 제네바에 참가한 태그호이어 부스 전경
❺ 골프를 즐기는 이들을 위해 출시한 커넥티드 골프 워치 역시 태그호이어의 진취적인 방향성을 제시하는 모델이다.
글 이현상 시계 칼럼니스트
사진 신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