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이르면 올가을, 주택 시장 대세 하락 시작된다”
입력 2022-06-27 14:10:38
수정 2022-06-27 14:16:14
김기원 데이터노우즈(리치고) 대표
가파른 금리 인상과 집값 고점 인식으로 주택 매매 시장에 매물이 넘쳐나고 있다. 거래 절벽이라고 불릴 만큼 시장이 크게 얼어붙은 가운데, 주택 시장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은 여전히 크고 작게 엇갈린다. 시장 참여자들의 혼란이 깊어지는 지금, 개인투자자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김기원 데이터노우즈(리치고) 대표가 ‘데이터’를 근거로 국내 주택 시장을 진단한다.“본격적인 대세 하락장이 올해 가을부터 내년 초중반께 시작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리치고’를 운영하는 김기원 대표는 이미 하락장의 조짐이 시장에 완연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강조한다. 전에 없던 ‘집값 거품’이 향후 몇 년에 걸쳐 빠지기 시작할 것이라는 게 김 대표의 예상이다. 그가 생각하는 집값 하락의 폭은 평균 30~40%. 지역에 따라 편차는 있겠지만 본격적인 하락기가 시작되면 서울 중심부도 이런 흐름을 거스를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김 대표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최근 4~5년 정도에 대한 기억밖에 하지 않는다. 그동안은 부동산 시장이 오르는 모습만 봤던 만큼, 심리적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한다”면서 시장의 분위기가 바뀌어 가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승’ 쪽으로 기대감을 싣는 것에 대해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최근 주택 매매 시장의 상황을 진단한다면.
“엄청난 거래 절벽이다. 이렇게까지 거래량이 적은 시기는 금융위기 이후로 처음이다. 부동산 실거래가가 공개된 2006년 이후 수도권 월평균 거래량은 2만2000건 가까이 된다. 그리고 역대 거래량이 가장 낮은 금융위기 시기였던 2008년 10~12월의 거래량이 월 5000~6000건 정도 됐다. 이 수치를 올해와 비교해보자. 최근 들어 거래량이 조금 늘긴 했지만 그래봐야 1만 건이다. 아파트 시장뿐만 아니라 금융 시장 자체가 완전히 얼어붙었던 금융위기 때만큼이나 거래가 적다. 앞으로도 거래량은 계속해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왜 이렇게 된 건가.
“앞서 코로나19로 인한 유동성과 0.5%의 초저금리, 그리고 임대차 3법으로 전세가가 급등하고 패닉바잉이 터졌다. 대한민국 부동산 역사상 이렇게 오랜 기간 계속해서 거래가 이어진 적이 없었다. 미래의 가수요까지 끌어온 셈이다. 그러다 보니 집값이 너무 비싸졌다. 이토록 부동산 거품이 심한 적은 처음이다. 이제 더 이상 부동산을 살 사람이 없어 거래는 완전히 얼어붙었다. 팔려고 내놓은 매물은 엄청나게 많은데 거래는 없는 상황이다. 지난 5월 서울에서 주택 거래 신고 건수가 1222건인데, 매물은 5만8580건이 쌓였다.”
앞으로 매매 시장 상황은 어떻게 될까. 향후 전망을 해달라.
“당연히 안 좋아진다. 본격적인 대세 하락장이 올해 가을부터 내년 초중반에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유추해보면 대략 5~6년 정도의 하락기를 겪을 것이라고 본다. 짧으면 4~5년, 길면 7~8년이 될 수도 있다. 거의 대부분의 지역이 떨어진다. 세종과 대구, 대전은 이미 전국에서 가장 분위기가 안 좋은 지역이다. 수도권 집값도 많이 하락한다. 지방보다 오히려 서울이 더 많이 떨어질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는 대한민국에 상당한 경제위기가 올 가능성이다. 물론 위기가 오지 않는 상황을 바라고 있지만, 만약 충격이 온다고 가정하면 1~2년 안에 부동산 가격의 30~40%가 단기적으로 빠질 수 있다.”
지금 부동산 가격은 하락할 수밖에 없는 거품이라고 보는 건가.
“현재 우리나라 주택 시장 시가총액은 통화량 대비 46%가 고평가 돼 있다.(아래 그래프 참조) 물론 통상적으로 통화량이 늘어나면서 부동산 가격이 늘어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문제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천재지변에 따른 유동성으로 광의 통화량(M2) 대비 40% 이상의 거품이 아파트 시가총액에 반영됐다는 점이다. 중산층이 구매할 수 있는 서울 지역의 주택 비율을 보면, 2012~2014년만 해도 25~30%가 넘었다. 그런데 지금은 2.7%다. 중산층이 살 수 있을 정도의 가격이 형성된 주택이 거의 없다는 이야기다. 부동산이 지나치게 비싸졌다.”
서울 주요 지역, 예를 들어 강남도 위험하다고 보나.
“위험하다. 이 또한 과거 데이터가 말해준다. 지난 20년 동안 서울 지역에서 가격 하락률이 가장 높았던 지역을 랭킹순으로 보면, 강남구가 -14.5%로 하락 폭이 가장 크다. 그다음이 양천구(-14.21%), 도봉구(-11.4%), 송파구(-10.25%), 노원구(-9.91%)다. 강남불패는 강남 지역 아파트가 제일 비싸다는 뜻이지, 강남 집값은 떨어지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물론 떨어지는 폭은 지역마다 다르다. 상대적으로 고평가가 덜 된 지역은 20% 정도, 심한 곳은 50% 정도의 낙폭을 보일 수 있다. 평균적으로 30~40% 정도는 향후 몇 년에 걸쳐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하락론이 나오자 매도를 고민하는 분들도 있다. 지금이라도 가격을 낮춰 빠르게 파는 게 맞을까.
“이미 매도하기에는 늦었다. 내놔도 안 팔릴 거다. 매도를 생각했다면 지난해 말이라도 팔았어야 했다. 지금은 매물이 너무 많다. 이렇게 되면 다가오는 하락기를 고스란히 온몸으로 맞는 수밖에 없다. 이게 부동산의 무서운 점이다. 가격이 올라갈 때 팔아야 한다. 사람들은 부동산이 저렴할 때는 관심이 없다. 그러다 가격이 올라서 누군가 부동산으로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내가 지금 집을 사지 않으면 영원히 못 살 것 같다’는 공포에 휩싸인다. 그래서 부동산 시장이 고점일 때 ‘영끌’ 거래량이 넘쳐난다.”
현시점에 주택을 매수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장기적 우상향을 근거로 매수를 권하는 의견도 있는데, 고려해볼 지역이 있을까.
“책을 쓸 때마다 (투자할 만한) 지역을 이야기했는데, 지금은 없다. 지금 상황이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10년을 열심히 일해도 1억 원을 못 버는 사람이 태반인 세상이다. 그런데 지금 부동산을 샀다가 1억~2억 원에서 3억~4억 원까지 떨어지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나. 더욱이 대한민국은 앞으로 IMF 외환위기와 유사한 충격이 올 가능성이 아주 높다. 그런 상황에서 부동산 자산이 본질적 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고평가돼 있다. 주식 시장과 코인 시장의 상황만 봐도 알 수 있다. 워런 버핏이 이야기한 것처럼 수영장의 물이 모두 빠지고 있다.
부동산은 충격이 가장 늦게 온다. 아직은 분위기가 조금 이상한 정도로만 보일 수 있다. 그런데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될 것 같나. ‘난리’가 날 수 있는 풍전등화의 상황이다. 특히 내 집 마련은 인생에서 가장 비싼 구매 의사결정이다. 투자의 기본은 저렴할 때 사는 것이다. 부동산을 포함한 모든 자산은 사이클이 있다. 앞으로 몇 년 동안은 시장을 지켜보며, 데이터가 어떻게 바뀌는지 살핀 뒤 주택 마련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길 권한다.”
새 정부 출범으로 부동산 정책에도 변화가 생길 것 같은데. 향후 주택 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큰 영향은 없을 것이다. 만약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잡을 수 있었다면 지난 2017년 8월부터 50번이 넘는 부동산 정책을 내놓는 과정에서 잡혔을 것이다. 그런데 안 잡혔다. 정권이 바뀌면 미시적인 것에는 변화를 줄 수 있다. 하지만 시장의 본질적인 부분을 바꿀 수는 없다. 지금은 여러 가지 데이터상 2008년 초중반과 매우 유사한 시기다. 정권이 바뀐 것도 그렇고, 2007년에 펀드와 부동산 투자 광풍이 불었던 상황과도 비슷하다. 마치 지난 2020~2021년 주식과 부동산 투자 광풍이 불었던 것과 똑같지 않나.
지금 생각해봐야 할 가장 큰 문제는 결국 물가다. 부동산과 주식 시장이 상승세를 보이려면 사람들의 호주머니 사정이 좀 넉넉해야 한다. 투자할 사람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어떤가. 여윳돈이 점점 더 없어지고 있다. 대출 이자와 물가가 올라가는 만큼 개인이 지출해야 하는 돈은 더 늘어난다. 더군다나 언제까지 금리 인상이 이어질지, 전 세계 경제가 어떻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 누가 집을 사겠나.”
마지막으로 투자자들이 현시점에서 가장 유의해야 할 점을 조언한다면.
“개인투자자들이 할 수 있는 최악의 투자는 대세 하락이 시작되는 시기에 투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코스피가 3300이었다가 2400까지 떨어지면 저렴해 보인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10억 원까지 오른 집값이 조금 하락해서 8억~9억 원까지 떨어질 때 저렴하게 느껴진다. 물론 이렇게 떨어졌던 가격이 나중에 다시 올라가면 좋다. 그런데 만약 대세 하락이나 대세 폭락이 이어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 다시 말해 자산의 가격이 떨어지는 초입에 투자하는 것이 최악의 투자라는 이야기다. 지금이 바로 그런 상황이다.
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황에서 길을 건넌다면, 무사히 건널 가능성도 있지만 엄청나게 큰 사고를 당할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은 대출과 위험자산을 줄이고 현금을 확보해야 하는 시기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인생이 위험해질 수 있다. 특히 대다수의 사람들은 최근 4~5년 정도에 대한 기억밖에 하지 않는다. 그동안은 부동산 시장이 오르는 모습만 봤던 만큼, 심리적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시장의 분위기가 바뀌어 가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관성적으로 ‘상승’ 쪽만 바라보는 시각이 있는 것 같다. 물론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그러나 이러한 심리에서 빠르게 벗어나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 | 사진 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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