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인공지능(AI)의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비물리적 영역이라 할 수 있는 인공 기술과 이를 뒷받침하는 컴퓨팅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고, 또한 물리적 영역이라 할 수 있는 로봇 기술과 소재 기술이 눈에 띄게 발전하면서 AI와 로봇이 융합한 AI 로봇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고, 일부는 이미 일상생활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생활 속에서 만나는 AI 로봇은 인간을 상대로 말과 글뿐 아니라 감정을 통해 의사소통과 교감을 하며, 인간이나 동식물 같은 물체를 스스로 인식해 판단할 수 있다. 또 특정한 상황이나 대상에 특화돼 적절한 판단을 내려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돕기도 한다.
영화나 상상 속에서만 그리던 AI 로봇들은 오늘날 실제 현장에서 큰 활약을 하고 있다. 생산제조 현장의 협동로봇, 공연과 문화(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의 오락로봇 및 식당 같은 생활 속서비스로봇들이 이전보다 훨씬 고성능화, 스마트화 됐고 비용 역시 현실화 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비접촉‧비대면 서비스가 증가하면서 안내로봇, 돌봄서비스로봇, 배달로봇, 방역로봇 등 서비스로봇의 수요가 급증해 생활 속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AI 로봇의 정의
AI 로봇을 간단히 ‘AI+로봇’이라고 정의하면, 물리적 실체인 로봇(몸)에 이를 제어하는 뇌와 같은 역할의 AI를 결합한 것이라 말할 수 있겠다. 따라서 AI와 로봇을 각각 이해하면 훨씬 쉬워질 것이다.
AI에 관해서는 이미 지난 호에서 상술한 바 있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생략한다. ‘로봇’은 원래 체코슬로바키아 소설가 카렐 차페크가 1921년 이라는 희곡에서 처음으로 사용했으며 체코어로 노동을 의미하는 ‘Robota’에서 유래했다.
로봇은 사람과 유사한 모습과 기능을 가진 기계를 뜻하는데, 희곡에서 차페크는 인간이 해야 하는 특정한 노동을 대신 수행하도록 만들어진 로봇이 자기의 창조주(인간)에 반역해서 인간을 몰아내고 자신들의 세상을 만든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로봇과 인간 간의 관계에 대한 논쟁이 이미 그때부터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AI 로봇을 ‘로봇이 일하는 공간(환경) 안에서 로봇에 장착된 센서를 이용해 획득한 환경(공간) 정보로부터 하고자 하는 작업 달성에 필요한 정보를 추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최적화된 행동을 시의적절하게 배우고, 선택하고, 만들어내 실수 없이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로봇’으로 정의하기도 한다.
더 넓은 범위로서 ‘지능형 로봇(intelligent robots)’은 외부 환경을 인식(perception)하고, 스스로 상황을 판단(cognition)해 자율적으로 동작(manipulation)하는 로봇을 의미한다. 상황 판단 기능과 자율 동작 기능 등 AI 기술이 추가됨으로써 기존 로봇과 차별화된다. 상황 판단 기능은 다시 환경 인식 기능과 위치 인식 기능으로 나뉘고. 자율 동작 기능은 조작 제어 기능과 자율 이동 기능으로 나눌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 제조업체들이 노동력 부족 문제에 대한 답을 로봇에서 찾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로봇 업계의 자료를 인용해 올해 1분기 미국 제조업체들의 산업용 로봇 주문 총액이 16억 달러(약 2조 원)로, 전년 대비 40%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이유는 업계의 노동력 부족과 임금 상승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식품과 소비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로봇을 생산 공정에 투입하고 있으며, 이는 로봇의 성능 개선과 종류의 다양화를 가져와 로봇이 활용되는 분야가 확대되고 있다. 또한 이전에는 사전 맞춤형 주문 제작 형태가 대부분이었으나, 최근에는 업체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다양한 로봇들이 개발돼 시장에 출시되는 형태로 수요 구조가 변하고 있다.
국내 AI 로봇 상황은 어떨까
국내 기업들도 AI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6월 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로봇·AI에 24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말하며, 미래 먹거리로 로봇을 정하고 이를 연내 상용화하겠다고 밝혔다.
로봇 부품 등 관련 산업의 시장이 크게 확장될 신호다. 삼성전자가 개발하는 웨어러블 로봇은 보행을 보조해 속도를 높여주거나 무거운 물건을 적은 힘으로 들 수 있게 도와주는 로봇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추어 산업 현장과 의료 분야에서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21년 초 현대차 공장에서 협력업체 사고로 직원이 숨진 것이 계기로 2021년 9월부터 네발 로봇인 ‘스팟’을 기아 오토랜드 광명 공장 산업 현장에 투입했다. 스팟은 현대차가 2020년 12월 인수해 자회사로 둔 미국의 로봇 개발 전문 기업인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개발한 4족 보행 로봇(네발 로봇)으로, ‘로봇개’라고도 불린다. 현대차는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때 로봇 기술 관련 산업에 추가로 50억 달러(약 6조5000억 원)를 미국에 투자한다고 밝혀 주목받기도 했다.
현대건설도 현대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설 현장에 스팟을 투입키로 했다. 또한 SK하이닉스도 반도체 공장의 안전 관리를 위해 스팟을 투입할 계획을 갖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현대차로부터 스팟을 도입하고 ‘가온(GAON)’이라는 별도의 이름으로 현장에 활용할 예정이다. GS건설은 스팟을 공사 현장에서 공사 품질을 관리하는 감리 로봇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한라그룹, 중흥건설, 롯데건설 등도 건설 현장에 스팟을 투입해 활용하고 있다.
AI 로봇의 중요한 한 분야라 할 수 있는 자율주행자동차에 대해 최근 주목할 만한 이벤트가 있었다. 지난 6월 9일, 현대자동차는 도심 한복판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지역에서 자율주행 4단계 기술을 적용한 아이오닉5로 카헤일링 시범 서비스 ‘로보라이드(RoboRide)’의 실증에 들어갔다. 이번 시범 운행 후 8월부터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무상으로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현대차 협업으로 진행된 시범 운행은 혼잡한 서울 도심 내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실증함으로써 레벨4의 완전자율주행에 더욱 가까이 다가간 것으로 평가된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올해 말까지 고속도로에서 운행이 가능한 레벨3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하고, 2025년 자율주행 버스와 셔틀버스, 2027년까지는 대부분 도로 구간에서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지 않고 운행이 가능한 레벨4 자율주행차를 실제로 이용할 수 있도록 모든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서비스용 로봇, 세계 로봇 시장 견인
지난 2월 정부에서 발표한 ‘2022년 지능형 로봇 실행계획’에 따르면, 2020년 세계 로봇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3% 성장한 243억 달러(약 26조)이며, 서비스 로봇이 전체 시장 성장을 견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세계 로봇 시장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제조용 로봇 분야는 전년 대비 4% 감소한 132억 달러이며, 부문별로는 팬데믹 기간 전자제품에 대한 소비가 급증한 전기·전자 부문이 전년 대비 23% 증가(2019년 8만8925대→2020년 10만9315대)했으나, 자동차 부문은 시장 축소로 인해 22%가 감소(10만1875대→7만9849대)했다. 금속·기계 부문에서도 10% 감소(4만5843대→ 4만1332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용 로봇 분야는 전년 대비 13% 성장한 111억 달러이며, 부문별로는 의료로봇 부문이 174% 증가(6518대→1만7884대), 소독로봇 등 전문 청소로봇 부문이 95% 증가(1만7895대→3만4433대), 실내배송 등 물류로봇 부문이 33% 증가(3만2680대→4만3519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국내 로봇 시장 규모는 연평균 5.4%, 전년 대비 2.6% 성장한 5.5조 원이며, 역시 서비스용 로봇 시장이 급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국내 로봇 시장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제조용 로봇 분야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주요 수요산업 신규 투자가 위축되면서 전년 대비 2.7% 감소한 2.9조 원이며, 매출 1000억 이상 기업은 한화정밀기계, 현대로보틱스, 고영테크놀러지, 싸이맥스, 로보스타 등 5개 사로 나타났다.
서비스용 로봇 분야는 고성능․고가격 수술로봇의 상품화 확대 및 가사노동 경감을 위한 청소로봇 매출 증가로 전년 대비 34.9% 증가한 0.8조 원이다. 매출 500억 원 이상 기업은 LG전자, 삼성전자이며, 100억원 이상 기업은 에브리봇, 휴니드테크놀러지, 대양전기공업, 유진로봇 등 9개사로 조사됐다.
로봇부품 분야는 제조업용 로봇 완제품 생산 감소로 인해 전년 대비 0.3% 감소한 1.7조 원이다.
AI 로봇 기술의 진화와 미래는
AI와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한 통해 지능형 로봇(AI 로봇)은 가정, 복지, 교육, 오락, 의료, 국방, 사회안전, 해양, 환경 등 산업에서 일상생활까지 널리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청소로봇에서 심부름로봇에 이르기까지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가사 지원 로봇 △ 스스로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위해 옷 갈아 입히기, 배변 보조, 부축하며 같이 움직이기 등 현재 간병사들이 하는 환자 보조 업무를 수행하는 실버로봇 △어린이와 학생을 위한 교육·오락로봇 △ 수술로봇, 재활로봇, 간호·간병로봇, 진단로봇, 병원물류로봇 등을 포함하는 다양한 의료로봇 △ 전장에서 활용되는 폭탄제거로봇, 재난 현장에서 사람을 구출하는 안전로봇, 범죄 예방을 위해 순찰하는 감시순찰로봇 등을 포함하는 국방·안전로봇 △해양자원을 탐사하는 해양로봇, 환경오염을 감시하고, 오염을 정화하는 환경미화 로봇 등을 포함하는 해양·환경로봇 등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 정부는 올 초 ‘2022년 지능형 로봇 실행계획’을 발표해 돌봄, 웨어러블, 의료, 물류, 통합 분야로 나누어 23개 과제에 508억 원을 투입할 계획을 밝혔다.
AI가 탑재된 무인기(드론 포함)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다. 소위 킬러로봇이라 불리는 신종 무기가 다름 아닌 AI 로봇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이유가 어찌됐든 AI 로봇이 무기가 돼 인간을 공격하는 대상이 된 것이다. 그만큼 AI 로봇은 인간 생활의 중요하고 치명적인 부분에서 존재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AI와 로보틱스 기술의 발전에 따라 사용자(인간)의 개입 없이도 의도된 목적에 따라 스스로 움직이는 AI 로봇이 출현할 날도 머지않았다.
과학 기술의 급속한 발전, 인구구조의 변화, 기후변화에 따른 전지구적 환경 변화, 코로나19 팬데믹 같은 예상치 못한 전염병의 출현 등으로 비대면 사회와 가상세계의 빠른 전환과 젊은 세대의 전환적 요구 등에 의해 AI 로봇의 실생활 등장은 필연적 현상이 돼 가고 있다.
AI와 로봇, 나아가 AI 로봇을 말할 때 열의 아홉은 그에 대한 엄청난 파급효과, 그중에서도 긍정적이고 국가 경쟁력을 견인할 핵심 전략 기술로 이해한다. 이는 지극히 당연한 시각이고, 필자도 또한 그런 부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칼의 양면성을 항상 생각하며 기술의 중립성과 객관성을 유지해야만 훌륭한 기술이 갖는 이익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소대섭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책임연구원(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