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tory] 자산관리 초개인화…디지털 플랫폼이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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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5000만 원의 직장인 신 모 씨. 세 살 된 아이를 키우고 있고, 아내도 직장을 다니고 있다. 아이를 돌봐주는 돌봄 시터에게 지급되는 비용과 아파트 전세자금 대출, 공과금, 카드값 등을 제외하면 아직은 큰돈이 나가지 않는다. 하지만 앞으로 주택 매매와 교육비 등이 들어갈 것을 대비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려고 한다.

#2
20년 차 연구원으로 근무 중인 김 모 씨는 아이 4명을 키우고 있다. 아내가 전업주부이지만 지금까지 경제 상황이 어렵지는 않다. 하지만 앞으로 아이들의 대학 진학자금과 부부의 은퇴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어떻게 자산 포트폴리오를 짜야 할지 고민이다.

신 씨와 김 씨가 각자 전체 자산 규모와 건강 상태, 소비 패턴, 투자 성향 등의 각종 정보를 AI에 입력한다. AI는 입력된 정보를 분석해 개별 맞춤형 금융 상품을 골라주는 것은 물론, 시장 상황에 따라 각자의 투자 성향에 맞는 상품들을 자동으로 리밸런싱한다. 개인이 직접 매수, 매도 지시 없이도 시장 상황이 바뀌면 AI가 알아서 새로운 자산을 편입해 관리해준다.
은퇴 이후 자산관리도 AI가 알맞은 금융 상품을 찾아서 직접 설계해준다. 건강 상태에 따라 보험 상품에 가입해주기도 한다. AI는 금융 상품 가입뿐 아니라 비금융 서비스도 제공한다. 날씨에 맞는 옷을 골라주거나 골프나 미술품 수집 등 취미 생활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인공지능(AI)이 시장 상황을 분석한 후 고객의 모든 정보를 활용해 자산관리부터 은퇴 전략까지 알아서 실시간으로 자산관리를 해준다. 고객의 자산 규모와 투자 패턴, 소비 성향 등을 분석한 후 데이터에 기반해 금융 상품에 가입하고 은퇴 전략과 건강 상담 등의 서비스까지 일원화되는 디지털 플랫폼 혁신이 자산관리 시장에도 대대적인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비대면 트렌드 강화…금융권, 디지털 플랫폼 구축 러시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자산관리는 2016년 비대면 계좌 개설이 허용되고 2017년부터 국내 금융 회사의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가 본격화되면서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자산관리 시장 확대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비대면 트렌드 확산이 기폭제가 됐다는 분석이다.

금융 상품에 대한 비대면 가입이 급격하게 늘면서 금융권에서도 비대면 채널 강화를 위한 플랫폼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핀테크와 빅테크 기업이 주도한 비대면 금융 서비스는 비대면 계좌 개설이 가능해진 2016년 이후에 은행과 증권사를 중심으로 투자가 확대되기 시작했다.

디지털 플랫폼을 개발한 핀테크 업체들과 협업하는 사례도 많아졌다. 2020년에는 에셋플러스자산운용, 메리츠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등이 코스콤과 협업하거나 BNK, 한화, 미래에셋자산운용 등의 자산운용사가 펀드를 직접 판매하는 플랫폼을 구축하기도 했다. 금융사들이 플랫폼 구축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온라인 전용 상품에 대한 고객 수요가 크게 급증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이 분석한 2022 대한민국 디지털 자산관리 보고서에 따르면 4대 은행 펀드 판매 건수 기준으로 펀드 온라인 전환이 급격히 진행됐다. 최근 개설된 전체 펀드 중 80% 이상이 온라인에서 이뤄지면서 온라인 펀드 잔액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23조7000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판매 비중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2025년에는 온라인 전용 펀드 잔액은 1000조 원을 돌파했다. 온라인 펀드 잔액 규모 성장과 함께 자산관리 시장에서 MZ(밀레니얼+Z) 세대의 영향력이 커진 것도 디지털 플랫폼 시장 확대로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온라인 전용 금융 상품의 핵심 고객층으로 급부상한 MZ세대는 낮은 수수료와 온라인에서 실시간 대응이 용이한 온라인 금융 상품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조하면서 대면 채널에서 상품 가입 절차가 강화되는 등 절차가 복잡해진 것도 온라인 선호를 높이는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개인 맞춤형 자산관리 수요 급증…디지털 금융 핵심 키워드 급부상
개인 맞춤형 자산관리 수요 급증과 맞물리면서 진화된 디지털 플랫폼들이 속속 등장하며 이목을 끌고 있다. 여전히 개인 맞춤형 자산관리는 비대면 금융 상품 가입, 저비용,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지향하지만 완전히 개인화된 자산관리 서비스까지는 발전하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올해 1월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출범하면서 초개인화 흐름은 더욱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초개인화’는 고객에게 맞춰진 최적의 자문을 제공한다는 의미다. 최근 자산관리를 위한 디지털 플랫폼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의 처음 단계로 지목된 로보어드바이저는 2016년에 처음 소개된 이후 지난 5년간 성장가도를 높이고 있다. 은행의 상품추천형 로보어드바이저는 높은 시장점유율을 기록했고, 투자자문업자, 투자일임업자, 투자일임형 로보어드바이저들도 2020년 중반부터 주목받고 있다. 이외에 상장 종목을 추천하거나 매매 타이밍 정보를 제공하는 정보제공형 로보어드바이저들도 이목을 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분석한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현황과 성과 분석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 출시된 로보어드바이저는 크게 상품추천형과 투자자문형, 투자일임형, 정보제공형으로 나뉜다. 상품추천형 로보어드바이저는 금융사에서 금융 상품을 판매할 목적으로 단일 금융 상품이나 금융 상품 포트폴리오를 추천하는 방식이다.

초창기에는 은행의 로보어드바이저가 대부분 상품추천형 로보어드바이저였고, 정보제공형 로보어드바이저는 금융 상품이나 상장 종목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 투자자문형이나 투자일임형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에 따라 금융위원회에 등록한 투자자문업자나 투자일임업자가 제공하는 로보어드바이저다.

2020년 중반부터 투자자문형과 투자일임형 로보어드바이저의 가입자 수가 크게 증가했는데 투자자문형과 투자일임형 로보어드바이저 대표 플랫폼 회사인 파운트와 핀트의 경우 20~30대 가입자 수가 70% 이상을 훌쩍 넘는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로보어드바이저는 투자일임형보다는 상품추천형 로보어드바이저가 압도적으로 많은 편”이라며 “해외 로보어드바이저처럼 자산관리 성과로 나타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플랫폼 구축에 열올리는 금융권
국내 금융 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빅테크의 진입과 인터넷전문은행의 진출,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신용정보법) 개정 등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와 오픈뱅킹, 마이데이터, 마이페이먼트 등 데이터 중심의 금융 서비스가 빠르게 확대되면서 금융권에서도 플랫폼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신한은행은 개인뱅킹 애플리케이션인 ‘신한 쏠(SOL)’을 전면 개편하는 ‘뉴 앱’ 프로젝트를 지난해 말부터 추진하고 있다. 비대면 상품 가입 과정을 전면 재구축하고, 고객 중심의 메뉴를 통합하는 한편 비효율적 메뉴를 간소화했다. 뉴 앱 프로젝트 전면 개편을 위해 약 195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지난 5월엔 KT와 IPTV에 기반을 둔 신한은행 홈브랜치 서비스를 시작했다. 홈브랜치 서비스는 IPTV 속에 존재하는 가상의 은행 지점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0월 메인 모바일뱅킹 앱인 ‘KB스타뱅킹’을 ‘원앱(One App)’으로 개편했다. 자동로그인을 허용하면 핀테크 앱처럼 로그인 없이 바로 접속이 가능하고 홈 화면에 대표 계좌를 배치하고 이체 버튼을 마련해 쉽고 빠르게 이체 거래가 가능하다. 고객이 보유한 다른 금융기관 계좌와 서비스를 일괄 조회해 등록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으며, 부동산과 차량 등 비금융권 자산도 등록해 전체 자산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올해 1월에는 AI 기반 ‘콜봇 서비스’를 수신 상품 만기 안내에 처음 도입했고, 4월부터는 대출 상품의 연체 관리에 ‘콜봇 서비스’를 적용했다. 콜봇은 일평균 1만8000건의 예·적금 만기 안내를 수행하고 여신 만기 및 연체 안내도 일평균 5000건 이상을 처리하고 있다.

BNK부산은행도 올해 1월부터 모바일 앱을 새롭게 선보였다. 이 앱을 통해 환전 및 외화 송금 서비스, QR 결제, 개인·기업 제로페이, 제로페이 모바일 상품권 선물 기능을 차례로 합쳐 원앱 기능을 강화했다. 은행권에서는 메타버스를 활용한 플랫폼 구축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4월 자동차 금융 플랫폼 최초로 고객이 메타버스에서 자동차 금융을 쉽게 상담받을 수 있는 ‘원(WON)카랜드’를 오픈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3월 메타버스 플랫폼인 ‘신한 메타버스’를 1차 시범 서비스를 진행했다. 금융권에서는 디지털 플랫폼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신기술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 5월 혁신 기술 벤처와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3000억 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 펀드인 ‘하나 비욘드 파이낸스 펀드’를 설립하기도 했다. 이 펀드는 신기술사업투자조합 형태로 결성되며 주요 투자 대상은 메타버스, AI, 빅데이터, 프롭테크, 모빌리티, 인슈테크, 헬스케어 등 혁신 기술 분야의 유망 기업들로 구성돼 있다.

신한금융그룹도 지난 4월 국내 금융사 최초로 디지털 전략적 투자 펀드인 ‘원신한 커넥트 신기술투자조합 제1호’를 만들었다. 이번 투자를 기반으로 신한금융은 인테리어 수요자를 위한 할부금융 등의 금융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권을 중심으로 자회사의 금융 서비스를 연계하는 단일 앱 방식의 플랫폼은 점차 업종 간 겸영과 비금융 연계성으로 디지털 유니버설 금융의 모습을 띠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경 기자 esit91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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