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tory]진선미 “청년·고령층 가계부채 맞춤형 대책 필요”
입력 2022-08-26 09:00:12
수정 2022-08-26 09:00:12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우리 사회 곳곳에서 부채폭탄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국회에서도 잇따라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를 쏟아내며 민생안정 대책 마련에 만전을 가하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묘책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우리 경제의 최대 뇌관으로 떠오른 가계부채의 핵심 쟁점은 무엇이고 정치권에서는 어떻게 이 난제를 풀어가야 할까.[진선미 의원실 제공]
우리나라의 가계대출 증가율이 빠르게 치솟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전체 가계부채 잔액은 1862조 원으로 1900조에 육박했다. 올해 1분기 기준 36개 주요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한국이 104.3%로 가장 높다. 특히, 자영업자와 고령층, 청년층 등 취약차주가 늘어나면서 금리가 상승하고 부동산 담보 가치가 떨어지면서 부실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0·30대 청년층이 은행에서 빌린 전세자금이 100조 원에 달하고, 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 비율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 8월 15일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은행권 전세자금대출 현황’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2030세대가 은행에서 빌린 전세대출 잔액은 96조3672억 원으로 지난해 말(94조1757억 원) 대비 4개월 만에 2.3% 상승했다.
2030세대의 전세대출 잔액은 2019년 말(54조7381억 원)부터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전셋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전세자금 상당 부분을 빚으로 메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세자금대출 금리에 반영되는 코픽스(COFIX, 자금조달비용지수)가 최근 급증하며 2030세대의 대출이자 부담도 커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뿐만 아니다. 60대 이상 고령층의 가계대출이 증가하는 가운데 질적으로도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업권별 대출액 현황’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60대 이상 고령층의 가계대출 총액은 349조8024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 연령대의 가계대출 총액(1869조1950억 원)의 19%를 차지하는 규모다.
증가세도 두드러진다. 2019년 말부터 지난해 말까지 고령층 가계대출 보유자와 대출 총액이 전 연령대의 증가세를 상회했다. 올 3월만 해도 전체 가계대출 총액이 지난해 말보다 0.1% 늘어난 사이 고령층 가계대출은 1.2% 증가했다.
무엇보다 고령층 가계부채는 은퇴 이후 자영업에 뛰어드는 비중이 높은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 2월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층 자영업자의 대출 규모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0년 1분기 60세 이상 개인사업자 대출은 142조7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7.9% 늘었고, 같은 기간 30~50대 자영업자 대출이 9.4% 늘어난 것과 비교해 규모가 컸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가계대출이 감소세에 들어섰지만, 금리 상승기에 청년층과 고령층의 다중채무·제2금융권 대출 규모까지 늘면서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밖에도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와의 전쟁, 소비심리 위축, 코로나19의 재확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적인 악재까지 장기화되고 있어 경기 침체의 위기감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진 의원을 만나 문제의 원인과 해결 방향성에 대해 들어봤다.
사회 곳곳에서 가계부채 폭탄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국가채무가 이미 1000조 원을 넘어섰고 국민 1인당 부채도 2000만 원을 돌파했죠. 현 상황을 어떻게 보시나요.
“국가채무와 가계부채의 원인과 그에 따른 대책을 세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국가채무는 지난해 감사원 보고에 따르면 939조 원으로 국가채무 비율은 50%로 위기 상황은 아닙니다. 다만,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른 것이 문제인데, 이 또한 25% 수준인 240조 원가량은 코로나19 이후 발생한 것으로, 위기 대응을 위한 긴급 재정 집행이 불가피한 상황이었습니다. 가계부채의 경우에도 코로나19 이전 저금리 상황에서 자산 투자를 위한 부채 증가분 외에 코로나19 이후 자영업자 등의 역시 불가피한 생계형 대출 증가가 있습니다. 실제 2022년 6월 말 기준 가계부채 총액은 1875조 원으로, 2019년 12월 말부터 2년 사이 14.4% 증가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국가부채와 가계대출 증가분은 정상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단지 시장에 충격이 적은 방식의 연착륙 방안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중 가계부채가 심각한데, 증가 원인과 위험성은 어떻게 진단하시나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가계부채 경우 코로나19 이전 저금리 상황에서 자산 투자를 위한 부채와 코로나19 이후 자영업자 등의 불가피한 생계형 대출이 최근 가계대출 증가의 큰 줄기로 보입니다. 가계부채가 과도하게 증가하면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리는 위험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가계부채 수준이 GDP를 비롯한 실물경제 수준보다 얼마나 늘었는지 나타내는 지표인 ‘금융 불균형 정도’는 코로나19 이후 78.5%를 보여, 금융위기 시기의 75.4포인트, 외환위기 시기의 52.5포인트보다 더 높은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지금은 적절한 정책으로 가계부채를 안정시키지 않으면 위기로 빠질 수도 있는 중요한 시점인 셈이죠.”
한국은행이 지난 7월 사상 초유의 ‘빅스텝’ 금리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올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3.0%까지 끌어올릴 것이란 전망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는데,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전 세계적 유동성 공급이 낳은 인플레이션을 조기에 잡지 않으면 경제의 장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어, 금리 인상은 피할 수 없는 시점입니다. 우리나라 역시 물가상승률이 7월 기준으로 전년 대비 4.9%로, 이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최근 집중 호우로 인한 농작물 피해까지 더해지면 농산물 물가는 더 오를 것으로 예측됩니다.
여기에 미국이 두 차례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고, 물가상승률이 꾸준히 하락할 때까지 긴축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은 외화 자금 유출 등에 대응해 금융 시장 안정화를 위해 미국과 같은 금리 기조를 이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금리 인상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최근 잇따른 국회 토론회에서 금리 인상 속도조절론을 제언한 바 있습니다.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미국 빅스텝만 맞춰 간다면, 오히려 국내 가계의 스텝과는 엇박자를 낼 수 있는 상황이라 금리 인상에 신중해야 합니다. 인플레와 함께 가계부채 부실률을 민감하게 관리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2022년 1분기 말 기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4.3%로 세계 주요 36개국 중 가장 높았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1.75%포인트 오르면서 가계 이자 부담은 약 23조 8300억 원가량 커졌습니다. 대출자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이 113만 원가량 늘어나게 되는 겁니다. 3040세대 가계가 번 돈에서 이자로 지출하는 비율이 35%에 육박한다는 가계금융복지조사 통계도 있습니다.
특히 취약차주의 제2금융권 대출 비중은 61.3%, 변동금리부 대출의 비중도 56.5%로 직접적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가계부채 비중과 구조로 인해 급격한 금리 인상이 가계의 이자 부담 상승과 실질 소비성향 하락, 가계 파산 등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어, 인플레를 잡다가 경제성장률에 영향을 주는 국내 소비를 위축시키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한경DB]
자영업자를 위한 금융 지원이 끝나는 9월 이후 부실이 한번에 터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는데, 가계부채를 어떻게 정부 차원의 금융 지원 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요.
“올해 3월 말 개인사업자 대출차주 수는 314만 명, 총액은 664조 원에 달합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2년 동안 개인사업자 대출차주는 33%, 총액은 32.4%나 늘어났습니다. 자영업자 대출 부분은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재난으로 인한 긴급조치였습니다. 그 여파가 지속되는 동안 정부의 금융 지원을 지속해 이들이 부실에 빠지지 않도록 연착륙시키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고령층에 가중된 가계부채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하셨는데, 그 원인과 구조적 개선을 위해 필요한 사회적 안전망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60세 이상 고령층은 소득이 적고, 자영업자의 비중이 높습니다. 실제 고령층의 경우 저소득차주 비중이 29.8%로 전체 연령층의 17.2%에 비해 훨씬 큽니다. 소득이 적기에 이자 부담이 높아도 비교적 대출이 쉬운 2금융권으로 수요가 몰려, 고령층 가계대출 총액의 55%가량이 2금융권의 대출이었습니다.
생계비를 위한 저금리 대출, 채무조정 활성화 등을 포함한 ‘고령자 맞춤형 정책서민금융’을 설계해 공급해야 합니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노인 일자리 사업을 확대해야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공공 노인 일자리를 줄이겠다는 방침은 고령층 가계부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정부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제시했는데, 우리 경제 성장을 위협하는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소비 회복이 늦어지는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보입니다. 정부의 성장 전망치는 국내외의 소비 회복을 전제로 하고 있으나, 그 시점이 현재로서는 요원한 상태입니다. 코로나19의 재확산, 중국 봉쇄조치 장기화, 러·우 전쟁과 같은 돌발적 대외 요인들도 장기화하고 있습니다. 소비가 위축된 상태에서 원자재 가격 인상이 지속되고 있고, 여기에 금리 인상이 큰 힘을 받지 못하면 스태그플레이션까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마지막으로 가계부채 관련 정책 제안이 있다면요.
“가계부채 관리의 핵심은 ‘총량 관리’와 ‘선제적 관리’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금리 인상을 통해 서서히 대출 증가율을 낮추는 등 총량 관리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동시에 각종 채무조정 제도를 활용하되 특히 부실 전 구제 방안을 확대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우선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으로, 연체 전에서 연체 30일 사이에 가능한 ‘신속 채무조정제도’를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3년간 지원된 33만6000건의 채무조정 중 신속 채무조정은 1만8000건으로 5%에 불과합니다.
분할상환 및 일시적 상환유예 등을 통해 부실 전에 선제적으로 채무조정을 하는 ‘신속 채무조정제도’를 전체 채무조정 건수의 20% 규모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합니다.
취약계층 특히 청년과 고령층 가계부채 맞춤형 대책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새 정부가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 방안에 고령층에 대한 별도의 방안은 없고, ‘청년 특례 채무조정’ 역시 기존 채무조정에 이자 감면을 확대하는 데 그쳐 부족해 보입니다.
어려운 시기는 취약계층에게 더 아프게 다가옵니다. 취약계층을 포용하며 함께 나아가는 것이 우리 사회의 과제이자 의무입니다. 민생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금융 사각지대를 줄여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글 김수정 기자 | 사진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한국경제DB 제공
hoh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