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베스트 오너십]구광모 LG 회장, 사업구조 재편…미래 준비 박차
입력 2022-09-26 10:25:18
수정 2022-09-27 09:49:29
“앞으로의 지주사는 장기적 관점에서 미래 기회와 위협 요인을 내다보고, 선제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 및 인재 확보에 보다 많은 역량을 집중하고자 합니다.”
지난 2018년 8월 구광모 LG 대표이사 회장은 취임 후 처음 열린 사장단협의회에서 지주사인 ㈜LG의 핵심 역할을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와 인재 확보를 통해 LG의 미래를 준비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구 회장은 4년 동안 사업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고 인재의 발굴·육성이라는 지주사 대표로서의 역할에 집중했다. 다른 대기업 총수들과 달리 ‘회장’이라는 직위가 아닌, ‘대표’라는 직책으로 불러달라고 한 이유도 그 역할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구광모 LG 회장은 취임 이후 4년여 동안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추진해 온 포트폴리오 고도화의 성과는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구 대표는 고(故) 구본무 회장의 별세로 2018년 갑작스럽게 회장에 올랐음에도 빠르게 조직을 안정시켰다. 취임 이후 코로나19, 공급망 이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불확실성이 지뢰밭처럼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도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
LG 주요 계열사의 매출은 2019년 138조 원에서 지난해 177조 원으로 28% 늘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조6000억 원에서 15조8000억 원으로 244%가량 확대됐다(LG 주요 상장사 7개의 연결실적 기준).
숫자로 나타난 성과보다 더 긍정적인 부분은 전자, 통신, 화학 등 주력 사업이 견조한 실적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수십 년간 LG가 집중적으로 육성해 온 배터리, 자동차 전장,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사업이 한 단계 도약하며 성장해 가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 바이오(bio), 클린테크(clean tech) 등 새로운 분야에서 도전을 이어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AI·바이오·클린테크 등 미래 성장 분야 투자 강화
구 회장이 최근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해 공을 들이는 것은 10년 이후 LG를 책임질 수 있는 인공AI, 바이오, 클린테크와 같은 사업들이 미래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를 관리해 나가는 일이다.
구 회장은 그룹 차원의 AI 연구 허브로 설립된 LG AI연구원, LG화학의 오송 생명과학본부 등 미래의 주력 포트폴리오가 될 만한 사업의 현장을 수시로 방문해 미래를 준비해 나가고 있다. LG는 최근 중장기 사업 방향성을 점검하는 전략보고회를 통해 AI, 바이오, 클린테크 분야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AI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AI 및 빅데이터 기술을 확보하고 대규모 연구·개발(R&D) 추진을 위해 5년간 3조6000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LG AI연구원’을 중심으로 초거대 AI ‘엑사원(EXAONE)’ 및 AI 관련 R&D에 집중한다. 또 초거대 AI를 통해 계열사의 난제 해결을 돕고 이종 산업 분야와의 협업을 늘려 AI 리더십을 조기에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혁신 신약 개발을 위해 5년간 1조5000억 원 이상의 투자를 단행한다. LG화학은 현재 세포 치료제 등 혁신 신약을 개발하고 있으며 임상 개발 단계에 진입한 신약 파이프라인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회사는 바이오 소재, 신재생에너지 산업 소재 등 친환경 소재 중심의 클린테크 분야에 5년간 1조8000억 원을 투자한다. 대표적으로 LG화학은 생분해성 고분자 플라스틱 등 바이오 플라스틱 시장 성장에 대응하고 있으며, 폐플라스틱의 재활용 역량 강화를 위해 신규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있다.
LX 계열 분리 기점으로 사업구조 재편 작업도 일단락
구 회장이 10년 이후의 먼 미래까지 내다볼 수 있는 이유는 취임 초부터 추진해 온 사업구조 재편 작업이 LX 계열 분리를 기점으로 일단락되면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갈 수 있는 튼튼한 기초를 쌓았기 때문이다.
구 회장 취임 후 LG는 사업 포트폴리오의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비핵심·부진 사업을 매각 축소하고, OLED, 배터리, 자동차 전장 등 성장 동력을 강화해 왔다.
LG는 2019년 LG전자 연료전지 사업과 수처리 사업, LG디스플레이 조명용 OLED, LG유플러스 전자결제 사업을, 2020년에는 LG화학 편광판 사업을 정리하거나 매각했다. 지난해에는 LG전자의 휴대전화 사업(MC사업본부)을 철수하며 사업을 정비했다.
이를 통해 얻은 여력은 OLED, 배터리, 자동차 전장 등 성장 사업의 경쟁력 제고와 시장 수요 대응을 위한 투자로 이어졌다. 이들 사업은 여전히 추가 투자 및 수익성 개선 등의 과제를 안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으며 점차 LG의 주력 사업으로 자리를 잡아 나가고 있다.
공격적 투자 진행...배터리 부문 등 시장 지배력 키워
LG의 성장 사업인 전기자동차 배터리 부문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세계 최대 수준의 생산능력과 세계에서 가장 많은 특허를 보유(2022년 3월 기준, 2만4066개)하며 세계 1위 배터리 업체를 향해 성장해 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 기업공개(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한국-미국-중국-폴란드-인도네시아로 이어지는 배터리 업계 최다인 5개국에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현지 시장의 변화를 빠르게 포착하고 물류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전기차를 생산하는 고객에게 적기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또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를 통해 미국 오하이오주에 제1공장, 테네시주에 제2공장을 건설 중이며, 올해 미시간주에 제3공장을 착공할 계획이다. 1공장은 올해, 2공장은 내년 양산을 앞두고 있다. 최근 얼티엄 셀즈는 추가로 제4공장을 건설하는 논의도 이어가고 있다.
LG전자,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가 추진 중인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의 성장도 가시화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글로벌 3위 자동차부품 업체인 캐나다의 마그나인터내셔널과 설립한 합작법인(JV)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을 중심으로 전장 사업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차량용 플라스틱 OLED(P-OLED)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2020년 양산을 시작한 후 전체 시장을 빠르게 선점해 나가고 있다.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 등 차세대 자동차의 상용화 시점이 다가올수록 차량용 P-OLED 시장도 급격하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이노텍은 차량용 통신 및 카메라 모듈, 정밀모터 및 센서, 배터리제어시스템(BMS) 등 전장부품 분야의 사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 하반기 흑자 전환 달성이 예상하고 있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수년간 공을 들여온 OLED TV는 글로벌 프리미엄 TV 시장의 주력으로 성장해 가며 ‘OLED 대세화’를 이끌고 있다. OLED 패널에 보수적이었던 글로벌 경쟁사들이 대부분 주력 제품으로 OLED TV를 출시하거나 출시를 검토하는 등 본격적인 OLED TV 시장이 열리는 모양새다. 최근에는 OLED는 TV뿐만 아니라 모니터, 자동차 등 영토 확장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OLED TV, 압도적 점유율 '62%'...차세대 TV 패널 등 선보여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OLED TV 출하량은 전년 대비 24.7% 가 늘어난 148만 여대이며, LG전자는 62%가량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전체 TV 시장의 부진에도 OLED TV만은 폭발적 성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LG전자는 42인치부터 83인치에 이르는 풀 라인업을 갖추고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고 있다. 올해는 세계 최대 크기인 97인치 형 TV 출시도 예상된다.
글로벌 OLED 패널 시장에 독보적 입지를 다지고 있는 LG디스플레이 역시 중국 광저우 공장과 경기도 파주 공장의 이원화(two-track) 생산체제를 가동하고 생산 수율을 높이는 등 급증하는 OLED 패널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또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 2022에서 차세대 TV 패널인 ‘OLED.EX’, 투명 OLED, 플렉서블 OLED 등 다양한 혁신 제품을 선보이며 경쟁자들과의 격차를 벌려 나가고 있다.
LG 측은 “‘OLED.EX’는 스스로 빛을 내는 유기발광 소자에 EX 테크놀로지를 적용해 기존 OLED 대비 화면 밝기(휘도)를 30% 높이고, 자연의 색은 보다 정교하게 재현한 패널”이라고 설명했다.
글 정유진 기자 사진=LG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