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김가현 뉴즈 대표 “숏폼, 열풍 이유는 효율성...쌍방향 소통 중요”

틱톡,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쇼츠 등 이른바 숏폼 동영상(짧은 동영상) 경쟁이 뜨겁다. 메타(구 페이스북)는 ‘틱톡 따라잡기’에 팔을 걷었고,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빅테크도 숏폼 콘텐츠를 강화하는 추세다. 사람들은 대체 왜 이 짧은 영상들에 열광하는 걸까. 이 질문의 실마리를 찾고자 인기 틱톡커이자 숏폼 교육 전문 다중채널네트워크(Multi Channel Network) 사업가 김가현 뉴즈(NEWZ) 대표를 만나 이야길 나눠봤다.

정보기술(IT) 전문기자, 아나운서, 프로듀서(PD)까지. 커리어의 대부분을 ‘콘텐츠’ 제작과 전달에 매진했던 김가현 뉴즈 대표가 틱톡을 시작한 것도 결국 콘텐츠였다. 그는 뉴즈를 창업하기 전 블록체인 전문 매체에서 기자로 일했다. 그 과정에서 블록체인뿐 아니라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의 중요성을 피부로 느꼈다.

물론, 신문, 방송, 심지어 유튜브에서도 관련 내용이 줄줄이 쏟아졌지만, 여전히 사람들 대다수가 그것들을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것을 보고, 곧 ‘정보의 격차가 기회의 격차’를 만들어낼 거란 확신이 들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그는 미래 세대가 이러한 기술 변화나 격차가 벌어질 경우, 직면하게 될 문제점들을 고민했다. 콘텐츠 제작과 전달에 변화가 필요했다. 그래서 그는 1분 이내 영상으로 재미있게 정보를 전해보자는 생각으로 MZ(밀레니얼+Z) 세대의 문법으로 틱톡에 ‘블록체인’에 대한 영상을 올려봤다. 해당 영상은 단 하루 만에 1만 조회 수를 기록했고,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프라이버시 팁을 다룬 영상은 140만 조회 수를 기록하면서 틱톡 조회 수 톱5에 올랐다.

김 대표는 이 같은 폭발적인 반응을 보며 MZ세대가 정보에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눈높이에 맞게 알려주는 곳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미래 리더들에게 미리 알려주는 어른이 되자’라는 모토로 2020년 3월, 숏폼 콘텐츠를 제작하는 테크 미디어 채널 뉴즈를 태동시켰다.
이렇게 탄생한 국내 1호 틱톡 테크, 트렌드 채널 뉴즈는 AI, 메타버스, 블록체인, 스마트폰 등 생활밀착형 IT 콘텐츠를 제작해 9월 현재까지 팔로워 17만5000명을 모았다.

하지만 나날이 채널이 커지고, 다양한 분야에 관련된 전문 질문들이 쏟아지면서 정보 제공에 한계를 느끼던 찰나, 김 대표는 여러 카테고리를 전문가들이 각각 다루는 또 다른 뉴즈들을 만들어보자 해서 올해 1월 숏폼 교육 전문 MCN ‘메이저스 네트워크’를 론칭했다. 이를 통해 현재까지 어학, 교육, 금융, 의학,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 지식 크리에이터 250여 명을 양성했다. 장동선 뇌과학자, 정지훈 미래학자, 아시아SF협회 초대 사무국장 윤여경 작가, 전 세계 핀테크 여성 리더 100인에 꼽힌 이신혜 전문가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전문가들이 메이저스에 모였다.

전문가들이 제공하는 양질의 정보성 콘텐츠를 통해 코로나19 시대 정보 격차를 줄이고 교육 공백을 채우는 것이 메이저스의 포부다. 나아가 김 대표는 전 세계 미래 세대들이 뉴즈를 통해서 정보를 취득하는 시대가 오길 꿈꾸고 있다. 야무진 그가 말하는 현 숏폼 열풍의 이유와 향후 콘텐츠 시장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요즘 젊은 세대가 숏폼에 열광하는 가장 큰 이유가 뭘까요.
“크게 두 가지 요인을 꼽을 수 있는데 첫 번째 이유는 이들이 디지털 네이티브라는 거예요.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Z세대들 대부분이 어린 시절부터 스마트폰을 가지고 놀았고, 그것을 통해 영상을 시청하는 게 훨씬 익숙한 세대죠. 또한 이들은 효율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요. 가령, 기존 유튜브의 경우 대부분 섬네일을 보고 클릭을 하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클릭한 영상들 상당수가 정작 핵심 내용을 영상 맨 뒤에 배치했죠. 하지만 Z세대는 바로 핵심을 얘기하길 원해요. 짧은 시간 내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숏폼이 이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죠.”

그럼 이 플랫폼 생태계에서는 정보 메이킹과 소비가 어떤 식으로 흘러가나요.
“큰 틀에서 뿌리는 올드 미디어와 같아요. 가령, 제가 과거 아나운서를 할 때 30~40초 단신도 많이 전달했거든요. 다만, 차이는 그 시간 안에 이 내용을 얼마나 쉽고 재밌게 구성하고, 전달하느냐에 달린 거죠. 기존 뉴스가 그저 딱딱하게 내용 전달에 초점을 맞췄다면 숏폼에서는 정보에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가미한 셈이죠. 여기에 또 하나 특징이 있다면 Z세대들은 이런 정보를 능동적으로 수용하고 또 그 정보를 자기만의 결로 재창작도 하기도 하죠. 가령, 예전 정보수용자들은 정보를 그저 저장하는 정도에서 끝났잖아요. 이들은 거기서 더 나아가 함께 습득하고 싶은 친구들을 태그해서 공유하는 문화가 커요. 서로 그 정보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도 하고, 틱톡의 경우, 듀엣 및 이어찍기 기능을 통해 1차 정보에 2차, 3차 가공을 하는 유저들도 굉장히 많아요. 이런 과정을 통해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소스가 만들어지기도 한답니다.”

실제로 숏폼 동영상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직도 도전하기 유효할까요.
“그럼요. 전 틱톡 등 숏폼 플랫폼을 블루오션이라고 보고 있어요. 기존의 플랫폼 미디어 콘텐츠 흐름을 보면 이해하기가 쉬운데, 유튜브를 예로 들어볼게요. 2005년 12월 유튜브가 태동하고, 처음 인기 있는 영상들은 대개 엔터형 콘텐츠였어요. 이를 테면 아메리칸 홈비디오나 멘토스-콜라 챌린지, 먹방 등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면서 플랫폼을 키웠죠. 그때 역시 이런 콘텐츠를 소비하는 주 세대는 10~20대였어요.

이후 플랫폼이 커지면서 전 세대가 모이게 됐고, 파생적으로 다양한 카테고리가 생기게 됐어요. 그리고 결국, 이런 콘텐츠들 속에서 비즈니스를 일으키는 건 대부분 전문 정보 콘텐츠들이었어요. 틱톡도 서서히 그 파이가 커지고 있죠. 이제는 그저 재미를 좇는 콘텐츠 외에도 다양한 정보를 숏폼을 통해 전 세대에 걸쳐 소비할 시대가 올 거라고 봐요. 인스타그램이 릴스를, 유튜브가 쇼츠라는 짧은 영상 서비스를 출시한 것처럼 이제 숏폼은 롱폼 플랫폼과 함께 지속 성장할 차세대 트렌드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숏폼으로 성공하기 위해서 필요한 경쟁력이 있다면요.
“우선 채널의 콘셉트가 명확해야겠죠. 이건 숏폼이 아니라도 모든 크리에이터들이 가장 중요한 자질 같아요. 그리고 두 번째는 성실함이에요. 꾸준히 콘텐츠를 구상하고, 제작하고, 편집하는 게 만만치 않은 일이거든요. 동시에 요즘 세대의 특징이 쌍방향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채널을 잘 키우고 싶으면 팔로워들이랑 적극적으로 소통을 많이 해야 합니다.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댓글에 답변을 다 달아주지 못한다면 그냥 하트나 좋아요라도 눌러주는 성의가 필요해요.”

일각에서는 젊은 세대들이 이용하는 플랫폼과 콘텐츠이기 때문에 아동, 청소년 보호와 관련해 일부 콘텐츠들이 무분별하게 수용되는 것은 아닐까라는 걱정도 있거든요.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최근 제가 제일 관심 갖고 있는 이슈예요. 이제는 정말 모두가 1인 미디어가 된 시대가 됐거든요.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이죠. 이미 미국에서는 틱톡을 활용해 학교 교육이 이뤄지고 있고, 영국 10대들은 뉴스를 대부분 틱톡으로 접한다는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어요. 이 시대적 흐름을 인위적으로 막을 순 없다고 봐요. 단, 그들한테 어떤 콘텐츠를 올려도 되고 안 되는지의 이런 교육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죠. 그러다 보니 너무 당연하게 아무 콘텐츠나 올리다 보니 가짜 뉴스들이 많아지고 어떤 것이 진실인지 사람들이 찾기 어려워졌어요. 그래서 저희는 크리에이터를 양성해서 양질의 콘텐츠를 전하고 가짜 뉴스들을 판별해주는 콘텐츠를 만들기도 해요. 성공적인 1인 미디어 크리에이터가 되려면 그들이 스스로 분별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이용자 리터러시적인 역할을 MCN으로서 하려고 해요.”

어떤 방법들이 활용될 수 있을까요.
“이미 어린 학생들이 짧은 영상을 통해 정보를 습득하는 게 너무 익숙해졌잖아요. 다만, 저는 이 구조를 충분히 활용해 또 다른 학습으로 이어지는 콘텐츠들을 만들어보고자 해요. 가령, 요즘 책이나 영화를 감상할 때 대부분 요약본을 보더라고요. 저는 그 요약본을 제공하는 콘텐츠보다는 해당 콘텐츠를 통해 작품의 뒷이야기를 궁금해하고, 끊임없이 질문을 제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숏폼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사고의 확장을 넓혀주는 거죠. 되레 이런 숏폼 정보를 통해 실제로 어린 친구들이 정보를 계속해서 찾아 나가고, 뉴스에서 쉽게 이해하지 못했던 개념들을 터특하기도 해요. 저 역시 어린 팔로워들이 ‘뉴즈님을 통해 새로운 정보를 찾게 됐다’, ‘궁금하게 됐다’는 피드백을 받을 때마다 보람을 느낍니다.”

향후 숏폼의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까요.
“저는 숏폼이 그저 아이들이 보는 콘텐츠나 일시적인 신드롬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미국과 영국에서는 틱톡 시청률이 유튜브를 넘어섰고 2021년 전 세계인이 가장 많이 방문한 SNS로 등극하기도 했죠. 단, 숏폼과 함께 롱폼, 미드폼도 유기적으로 함께 갈 거라 생각해요. 예를 들면, 간단한 정보는 숏폼으로 접하되, 더 깊은 지식을 원하면 롱폼으로 이어가는 식으로요.”

콘텐츠 강국인 우리나라에 유독 글로벌 파워를 지닌 숏폼 플랫폼이 없는 것도 아쉽습니다.
“맞습니다. 저는 우리나라가 콘텐츠 플랫폼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좀 더 세계화에 개방적일 필요가 있다고 봐요. 가령, 중국 바이트댄스가 운영하는 틱톡은 2016년 중국에서 만들어졌지만, 2018년 미국 영상 소셜 네트워크 애플리케이션 ‘뮤지컬.리’를 인수하면서 글로벌 SNS로 자리매김하게 됐어요. 당시 이미 미국, 영국 유저들 사이에서 인기 있던 앱을 인수함으로써 그들을 자연스레 틱톡으로 모이게 한 거죠.

저는 우리나라 기업들도 이런 선구안을 가졌으면 해요. 동시에 유튜브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검색하면 대부분 한글 기반에 영상이 뜨잖아요. 틱톡은 그런 국가 간 경계가 없습니다. 더불어, 현재까지 국내 동영상 플랫폼들은 대개 라이브 방송들이 주를 이루잖아요. 그러다 보니 실시간 수익 실현을 위해서 크리에이터들이 자극적인 콘텐츠들이 양산하는 구조죠. 이는 정보 수용자, 공급자 모두에게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한 지점이라고 봅니다.”

글 김수정 기자ㅣ사진 서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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