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KB국민은행 브랜드전략부 콘텐츠기획팀 양혜련 차장과 김지영 과장
은행들도 보수적이고 딱딱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MZ(밀레니얼+Z)고객을 흡수하기 위한 브랜드 이미지 구축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 KB국민은행은 인기 걸그룹 에스파의 세계관을 활용한 웹 드라마 <광야로 걸어가>를 기획해 대히트를 치며 브랜드 이미지 전환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웹 드라마와 웹 예능 콘텐츠 등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선풍적인 인기몰이에 기여한 KB국민은행의 브랜드전략부 콘텐츠기획팀 양혜련 차장과 김지영 과장을 한경 머니가 만났다.
“재미없고 딱딱한 금융 회사 이미지의 틀을 깨고 싶었어요.”
웹 드라마 <광야로 걸어가>를 직접 기획하고 제작 과정에 참여한 양혜련 KB국민은행 브랜드전략부 콘텐츠기획팀 차장은 드라마 기획을 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광야로 걸어가>는 KB국민은행이 SM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메타버스 걸그룹 ‘에스파’의 세계관을 반영한 웹 드라마로 한 달 만에 1000만 뷰를 훌쩍 넘어서며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했다. 이는 지난 7월 15일 티저 영상을 시작으로 본편 4편을 포함한 에필로그까지 총 6편의 한 달 누적 조회 수다.
현재 KB국민은행 공식 채널 구독자 수는 29만 명인데 웹 드라마 한편으로 조회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KB국민은행이 은행권 최초로 선보인 웹 드라마는 아바타 케이(Ke)가 살고 있는 KB국민은행 광야점이라는 새로운 메타버스 가상세계 공간이 배경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중독인 여주인공 한소란과 아날로그 중독인 남주인공 차도광이 현실과 광야를 넘나들며 로맨스를 펼친다. 이 드라마에선 미래 금융에 대한 끊임없는 아이디어를 고민하는 KB의 모습과 MZ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판타지 청춘 로맨스가 담겨 있다.
양 차장은 “이 드라마는 에스파의 세계관을 이해하는 18세에서 20대 초중반이 즐길 수 있는 내용”이라고 소개했다. 디지털과 혁신, 메타버스 세계관을 보유한 에스파의 SMCU(SM Culture Universe)를 차용해 KB국민은행만의 세계관으로 확장하면서 MZ세대의 공감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과장은 “처음 드라마를 기획하게 된 이유도 지난해 10월 걸그룹 에스파를 광고모델로 선정하고 조인식 영상을 찍었는데 KB광야점을 기대하는 고객들의 뜨거운 댓글 반응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웹 드라마 제작 외에도 양혜련 차장과 김지영 과장은 KB국민은행의 모든 SNS를 담당하고 있지만 처음 입행한 이후 영업점에서 10년 이상 대면 영업을 한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양 차장은 2017년부터 디지털마케팅부에서 3년간 업무를 진행한 경력이 있다. 당시 방탄소년단(BTS)이 KB국민은행의 모델이었을때 다양한 마케팅에 참여하기도 했다.
양 차장은 “영업점 경력이 온라인 마케팅과 브랜딩을 진행하는 데 필수적이고 이러한 경력이 지금의 콘텐츠를 기획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이외에도 KB국민은행 콘텐츠 기획팀에서는 지난해부터 KB만의 다양한 콘텐츠 제작에 나서고 있다. 30대들의 관심사에 대해 토크쇼 방식으로 진행하는 <서른만>, 참가자들이 ‘KB부동산’의 실거래가, 매물 가격, 단지 리뷰로 얻은 부동산 정보를 활용해서 직접 서울 수도권 아파트를 매매해서 수익을 올리는 부동산 투자 예능 콘텐츠도 제작했다. 사회초년생의 첫 자취방 마련기를 보여주는 <고독한K식가>도 최근 주목받고 있는 콘텐츠다.
다음은 양 차장·김 과장과의 일문일답.
<광야로 걸어가> 드라마 내용과 세계관은 어떤 내용인가요.
“이 드라마는 KB국민은행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데이터로 만든 아바타 케이가 등장합니다. 케이는 KB국민은행 광야점이라는 새로운 메타버스 가상세계 공간에 살고 있는데, 미래 금융에 대한 끊임없는 아이디어를 고민하는 그의 모습을 담았죠.
광야로 걸어가 세계관은 에스파의 세계관에서 확장해 기획했습니다. KB를 쓰는 사람들의 데이터로 만들어진 새로운 세상인 KB광야는 미래 금융 아이디어로 가득찬 공간이고 주인공 케이는 KB국민은행 유저들의 디지털 활동으로 발생한 데이터 기반의 아바타인데 기존 에스파 광야의 ‘아이(ae)’에서 확장시켰습니다. 이미 존재한 세계관을 확장시키면서 은행의 보수적이면서 딱딱한 고정관념을 깨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됐다고 봅니다.”
드라마 <광야로 걸어가>를 제작한 계기가 있다면요.
“드라마를 제작하게 된 것은 지난해 10월에 ‘디지털, 혁신, 메타버스’ 세계관을 가진 에스파를 광고모델로 선정하고 조인식 영상을 등재했는데 많은 고객들이 트위터 및 영상 댓글을 중심으로 ‘KB 광야지점’ 탄생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 것이 계기였습니다.
이러한 고객의 댓글을 기반으로 KB국민은행과 에스파의 초월적 만남으로 시작하는 웹 드라마를 만들어보자는 기획을 하게 됐습니다. 새로운 세계관보다는 잘 만들어진 MZ세대가 이미 관심 있어 하고 푹 빠져 있는 SMCU 세계관을 활용해보자는 기획이 구체화된 것입니다.”
<광야로 걸어가>의 세계관이 높은 인기를 끈 이유는 무엇인가요.
“에스파의 광야는 광야로 들어선 이들의 욕망에 따라 변형되는 무규정, 무정형의 공간, 엄청난 힘과 에너지를 품은 공간을 의미합니다. KB의 광야는 에스파의 이러한 세계관을 차용해 기획한 것이 인기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KB 광야는 KB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데이터로 만든 새로운 세상이며 미래 금융 아이디어로 가득찬 공간을 말합니다. MZ세대들은 이러한 세계관에 관심이 높은데 각 편당 180만 뷰에서 200만 뷰를 기록했습니다.”
SM엔터테인먼트와 어떻게 협업을 하게 됐나요.
“에스파를 광고모델로 선정한 것이 에스파의 기획사인 SM엔터와 협업하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지적재산권(IP)을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엔터나 게임 업체들은 배타적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SM엔터는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면서 웹 드라마 제작까지 성사가 됐습니다.”
드라마 제작 중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일반 예능 콘텐츠와는 다르게 드라마 촬영은 정말 많은 시간을 소요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광야점을 표현하기 위한 녹색 배경의 크로마키 촬영장에서의 촬영은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배우들의 의상에서도 KB국민은행 광야점을 어떻게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영상이 만들어진 후엔 영상 등재에 따른 섬네일을 가지고 팀원들끼리 잦은 회의와 고민을 거듭해서 올리기도 했습니다. 금융 회사의 웹 드라마 섬네일로는 다소 파격적인 장면이 있었는데 올려도 될지 여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등재후에 가장 단시간에 조회 수가 많이 올라 뿌듯했습니다.”
웹 드라마 제작 외에도 콘텐츠기획팀에서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KB국민은행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네이버 블로그와 포스트, 유튜브 공식 채널과 서브 채널인 유튜브 마니버니 채널이 있습니다. 각각 채널별로 콘텐츠 등재에 따른 고객 반응과 조회 수 댓글들을 먼저 모니터링하고 새로운 콘텐츠 제작 및 등재 일정 조율, 콘텐츠 기획 등을 전반적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웹 드라마 외에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했는데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요.
“현재 운영하고 있는 <서른만>, 부동산 투자 예능 콘텐츠, <고독한K식가>와 같은 콘텐츠 외에 다문화와 다인종으로 구성된 K리그 ‘안산 축구팀’의 희로애락을 담은 다큐멘터리 제작에도 나설 예정입니다.
<광야로 걸어가> 시즌 2에 대한 기획도 진행할 계획입니다. 웹 드라마를 비롯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면서 KB만의 금융 플랫폼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고객들이 KB 콘텐츠를 통해 KB금융 플랫폼 내에서 더 많이 머물고, 더 많이 거래하도록 하는 마중물 역할을 계속해 나가겠습니다.”
이미경 기자 esit917@hankyung.com| 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