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최대 정치적 이벤트인 중간선거가 11월 8일 치러진다. 중간선거 결과는 향후 미국 전반의 경제 정책 및 금융 시장의 방향성마저 가늠할 수 있는 만큼 전 세계가 주목하는 최대 이벤트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바이든 정부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친환경 정책 모멘텀이 지속될지 여부가 관전 포인트다.
미국의 중간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중간선거는 임기 2년의 연방 하원의원 435명 전원과 임기 6년인 연방 상원의원 중 3분의 1인 35명, 36개 주지사 등을 선출하는 중요한 정치적 이벤트다. 이번 선거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전반기 2년 동안의 국정 운영을 평가하고 차기 대선 구도를 가늠할 수 있다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美 중간선거, 경제 정책 및 금융 시장 주요 변수 주목
최근에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상원에서는 양당의 경합이 예상되며 하원에서는 민주당이 공화당에 다수당 지위를 넘겨줄 것으로 보인다. 과거 중간선거에서 집권 여당이 하원에서 승리한 것은 1934년, 1998년, 2002년 3번에 불과할 정도로 역대 선거 결과는 현직 대통령과 집권당에 우호적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현재 상하 양원에서 근소한 차이로 의석수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으로서는 중간선거에 대한 부담이 큰 상황이다.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미국의 경제 정책 방향성과 추진력, 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면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이 역점을 두고 추진해 온 주요 정책들의 모멘텀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남은 2년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가려면 상하원 모두 과반 의석을 확보한 현 상태가 유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첫날부터 ‘파리기후변화협정’ 재가입 의사를 밝힐 정도로 ‘기후변화 대응과 청정에너지 인프라 구축’ 정책을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만큼 중간선거 이후에도 이 정책이 원활하게 수행될 수 있을지 여부가 친환경 투자 결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간선거 결과 상관 없이 친환경 정책 모멘텀 지속
올 초까지만 해도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30% 중반대로 역대 대통령 가운데 낮은 편이었다. 이로 인해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지난 8월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이 극적으로 상하원을 통과해 정식 발효된 이후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신임도가 재차 상승하며 양당이 접전을 벌이고 있다.
에너지 전환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아 미국 내 기업 투자와 일자리를 늘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지지율 반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IRA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3조5000억 달러 규모의 ‘더 나은 재건법(Build Back Better, BBB)’이 1년여간의 의견 조율을 통해 초당적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정책으로 탈바꿈한 것이 IRA 법안인 만큼 향후 지출 규모가 크게 삭감되거나 정책 집행이 지연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의회 권력이 상원과 하원으로 양분되는 것이 주식 시장에는 더 긍정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쪽 당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둘 경우 정책이 급진적으로 변화되거나 독단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오히려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그러나 분열된 의회 하에서는 차기 대통령 선거 전까지 중요 법안이 새롭게 통과되기 쉽지 않은 데다 시장은 불확실성보다 양당의 균형 상태를 선호한다는 점에서 권력이 분점되더라도 친환경 정책 모멘텀이 크게 훼손될 가능성은 낮다는 판단이다.
마지막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각국의 에너지 안보 중요성이 부각되는 가운데 고유가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도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에너지 대란을 겪은 유럽을 비롯한 주요국들은 러·우 전쟁이 종료된 이후에도 에너지 자립도 향상을 위한 행보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설치 기간이 짧고 비용 부담이 낮은 태양광을 중심으로 에너지 전환이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경기 둔화 우려로 하락세를 보이는 듯했던 유가가 OPEC플러스(OPEC+: 석유수출국기구와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의 감산 결정으로 재차 상승 전환하는 등 유가 하방 경직성을 지지하는 요인들이 산적해 있다는 점도 친환경 투자가 가속화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친환경 산업의 차별적 성장세 유효…투자 기회 여전
높은 수준의 인플레와 이를 통제하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으로 금리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단기적으로 친환경 관련 투자의 기대수익률을 낮추는 요인이다. 금리(할인율) 상승은 곧 주식 밸류에이션 하락을 의미하며, 이는 특히 성장주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친환경 산업 전반이 아직은 초기 단계에 있는 탓에 정부의 보조금이나 세액 공제와 같은 정책 지원 없이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기 어렵다는 것도 부담이다.
현재 주식 시장에서는 영원히 오를 것만 같았던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 기업들의 주가가 50% 가까이 하락하고 나스닥 지수가 연저점을 경신하는 등 약세장이 펼쳐지고 있다.
이에 비해 친환경 관련 업종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글로벌 주식 성과를 상회하고 있다. 일부 태양광 관련 기업의 주가는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는 등 차별화된 주가 흐름도 관찰되고 있다.
이는 친환경 정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와 산업의 구조적 성장성이 여전히 훼손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친환경 투자를 지속해도 좋을지 고민하기보다 성장세의 친환경 산업에서 어떠한 기업이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해 가며 성장의 과실을 향유할 수 있을 것인지를 잘 살펴봐야 할 것이다.
글 최보경 SC제일은행 투자전략상품부 팀장